헌법재판소

95헌마111

판결취소 등

결정일: 1998년 6월 25일

결정 전문

판결취소 등
(전원재판부 1998. 6. 25. 95헌마111)

【당 사 자】
청 구 인 고 ○ 춘
국선대리인 변호사 박 창 래

【주 문】
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청구인은 1977. 1. 29.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으로 임용되어, 1992. 2. 17.부터 서울특별시 내무국 시민과에서 근무하다가 1993. 10. 6. 서울특별시 노원구로 전보되었다. 노원구청장은 청구인이 전보발령을 받은 뒤 근무에 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달 18. 직위해제처분을 한 다음 징계절차에 회부하여 당직근무 불이행 및 5일간의 무단결근을 이유로 1993. 12. 31. 청구인에 대하여 감봉 3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이어서 노원구청장은 청구인이 1994. 1. 3.부터 2. 15.까지 30일 동안 결근계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하는 결근(무계결근)을 하였다는 이유로 1994. 3. 30. 해임처분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에 1994. 1. 15. 서울특별시장의 위 전보발령 및 노원구청장의 직위해제처분(94구1496), 1994. 3. 17. 노원구청장의 위 감봉처분(94구7937), 1994. 4. 8. 위 해임처분(94구10193)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1994. 10. 25. 이를 모두 각하 내지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1995. 3. 14. 대법원(94누14780, 94누14797, 94누14803)도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나. 청구인은 1995. 4. 15. 헌법재판소에 서울특별시장의 위 전보발령, 노원구청장의 위 직위해제처분, 감봉처분, 해임처분 및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의 위 각 판결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위 각 원행정처분의 위헌확인과 위 각 판결의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한하는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및 제2항 후단도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그런데 이 사건 고등법원 및 대법원 판결은 청구인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
그리고 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위 판결의 취소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이 부분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헌재 1998. 2. 27. 96헌마371, 공보 26, 267).
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법원의 재판 계속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바 없어서 법 제68조 제2항이 청구인에게 적용될 여지가 없고, 달리 청구인이 같은 조항으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자기관련성이 없다.
다.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취소하는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고,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헌재 1998. 5. 28. 91헌마98등).
청구인이 주장하는 원행정처분의 경우에는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 또한 부적법하다.

3.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심판청구 모두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원행정처분에 대한 재판관 조승형의 아래 4.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4.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나는 우리재판소가 1998. 5. 28. 에 선고한 91헌마98, 93헌마253(병합)사건에서 행정처분은 공권력인 입법·행정·사법작용 중 행정작용의 대표적인 행위형식으로써 그 행사나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비록 권리구제절차로서 행정소송의 '재판'을 거친 행정처분의 경우라 하더라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상세하게 밝힌 바 있으므로 다수의견 중 서울특별시장의 위 전보발령, 노원구청장의 위 직위해제처분·감봉처분·해임처분의 각 취소 청구부분에 대한 각하의견에 대하여 여전히 반대한다. 그 이유는 위 사건의 반대의견을 그대로 인용하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위임정신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입법취지는 '법원의 재판'에 대한 직접적인 소원과 권리구제절차로서의 '재판'을 거친 원 공권력작용에 대한 소원(간접적인 재판에 대한 소원)을 명백히 구분하고 있으며 '재판'을 제외한 모든 공권력작용에 대한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정하여진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게 되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고,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라 하여 '행정소송법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있지 않은 점으로 본다면 구제절차로서 '재판'을 거친 원공권력작용도 헌법소원의 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
나. 다수의견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행정작용 중에서 행정처분을 제외시키는 논거로 헌법 제107조 제2항 규정,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불인정 판례(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및 기판력문제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이 모두 부당한 주장이다.
(1) 헌법 제107조 제2항의 문언에 따르더라도 처분자체의 위헌·위법성이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 한해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을 뿐이므로,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자체에 의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헌법소원은 모두 가능하다고 할 것이며, 우리재판소가 이미 명령·규칙 자체가 직접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를 확립하고 있으므로 위 헌법조항에 병렬적으로 열거된 '처분'의 경우도 명령·규칙과 달리 보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2) 다수의견은 우리재판소가 선고한 위 96헌마172등 사건의 결정에서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청구를 받아 들여 이를 취소한 것은 원행정처분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법원의 재판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어 그 재판 자체까지 취소되는 경우에 한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제하기 위하여 가능한 것이고 이와는 달리 법원의 재판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으로 인하여 원행정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라 하여, 원행정처분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가 아니라 사법작용과 행정작용에 대한 심사를 동시에 행하는 것으로서 결국 원칙적으로 배제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법관의 오심에 의한 기본권침해 또는 소송절차상의 기본권침해 등을 이유로 하는 판결이나 결정등에 대하여 제기되는 헌법소원을 배제한다는 것, 즉 재판작용이 원인이 되어 새로이 발생하는 기본권침해 문제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일 뿐,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는 법문으로부터 재판의 원인된 원행정처분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까지도 배제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소송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원칙적인 배제규정은 곧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배제규정이라고 유추해석을 할 수도 없다. 이 점은 비교법적으로도 충분히 논증된다.
또한 위 사건 결정의 판시취지는 결코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은 취지가 아니다. 즉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만이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 이러한 경우가 아닌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써, 그 재판자체까지 취소할 것을 청구하는 경우에 한하여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는 것이라는 취지가 아니다.
(3) 헌법재판소의 원행정처분취소·공권력불행사위헌확인 결정의 기속력은 행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확정재판의 기판력에 우선한다고 봄이 마땅하므로 '기판력의 본질'과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취소·위헌확인결정'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아니며 위 기속력으로 인하여 위 기판력이 소멸할 뿐이다.
이는 법원의 확정재판의 취소(예컨대 재심)에 의하여 기판력이 소멸되는 법리와 다를 바 없다.
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 중 위 부분은 부당하고 원행정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의 대상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서울특별시장의 전보발령, 노원구청장의 위 직위해제처분·감봉처분·해임처분의 각 취소 청구는 적법하여 본안판단을 하였어야 마땅하다.

1998. 6. 25.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주심 재판관 이영모
재판관 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