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7헌마14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1998년 2월 27일

결정 전문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97헌마144 기소유예처분 취소
청 구 인 구 ○ 진
대리인 변호사 김 상 원, 김 주 현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1997. 2. 3. 16:25경 부산 서구 동대신동 소재 ○○식당 앞 노상에 자신의 승용차를 주차시켜 놓았다가, 주차위반단속을 하던 부산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으로부터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하였다는 이유로 교통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발부받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다른 차량은 그냥 두고 유독 자신의 차량만 단속하는 점 등을 들어 약 3분 내지 5분에 걸쳐 사정도 하고 항의도 하였으나 단속경찰관이 끝내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발부하려고 하자, 이를 면하려 위 통고서를 손으로 눌러 막는 한편 경찰관이 잡고 있던 볼펜을 빼앗으려고 하였고, 그 바람에 위 통고서가 구겨지고 볼펜의 윗뚜껑이 튕겨져 나가게 되었다.
(2) 부산서부경찰서는 청구인을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수사한 다음, 공무집행방해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는데, 피청구인은 1997. 4. 7. 범죄혐의가 인정되긴 하나 사안이 경미한 점 등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하여 “기소유예”의 처분을 하였다(부산지방검찰청 1997년 형제17215호).
(3) 청구인은 자신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만한 것이 못되고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범죄혐의없다는 결정을 하여야 하였음에도 만연히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여 1997. 5.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피의사실 및 기소유예이유의 요지
가. 피의사실의 요지
피의자는 1997. 2. 3. 16:25경 부산 서구 동대신동 소재 ○○식당 앞 노상에서 주차단속을 하고 있던 부산서부경찰서 동대1파출소 소속 경사 김○식으로부터 주차금지구역내에 피의자 소유의 부산3러 ○○○○호 승용차를 주차하였다는 이유로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고 동인이 교통범칙금납부보고서를 발부하려고 하자 다른차량은 단속하지 않고 피의자의 차량만 단속한다고 항의하면서 동인에게 고함을 치고 양손으로 위 보고서를 누르고 동인이 쥐고 있던 볼펜을 잡아 동인의 교통단속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나. 기소유예 이유의 요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는 피의자의 차량만 주차단속을 하는 경찰관에게 그 부당성을 들어 항의하다가 정도가 지나쳐 본건에 이른 것으로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고 그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며, 피의자는 초범으로 파출소에 동행한 후에는 본건 범행을 반성하고 범칙금을 납부하였으므로 피의자를 엄히 훈계한 후 이번에 한하여 기소유예함이 상당하다.

3. 당사자의 주장 및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은 경찰순찰차량이 주차위반 차량들의 번호를 부르면서 차를 옮기라고 계도방송을 하는 것을 듣고서 곧 그 지시에 따라 차를 옮기려고 하였는 바, 순찰차량의 계도방송이 주차위반운전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위반상태를 시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줌으로써 교통위반상태를 빠른 시간내에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위반자를 계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때, 그 계도에 따라 차를 옮기려는 청구인의 앞을 가로막고 주차위반 단속을 하는 것은 부당한 과잉단속이다.
또한 청구인의 차량외 다른 차량들도 계도방송에 따라 순찰차량 목전에서 차를 옮기고 있었는데, 다른 차량들에 대하여는 전혀 단속하지 아니한 채 오로지 청구인의 차량에 대하여만 단속한 것은 형평성을 심히 상실한 부당한 단속이다.
이와 같이 이 건 단속행위는 형평성을 상실한 과잉단속으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항의 내지 시정의 의사표시로 나타난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2) 공무집행방해죄의 요건인 ‘폭행’의 의미가 광의의 개념으로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모두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러한 유형력의 행사에는 공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객관적인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어야 할 것인 바, 이 사건에서 청구인의 행위는 단속경찰관을 일시 제지하기 위하여 범칙금납부통고서를 적으려는 볼펜의 끝을 손으로 붙잡고 통고서종이를 손바닥으로 누른 일회적인 행동에 불과하므로 단속경찰관이 개의하지 않을 정도로 그 정도가 경미하고, 단속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어떠한 위해성을 내포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는 폭행, 협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3) 청구인에게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고, 미필적 고의도 없었으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은 수사결과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이로 인하여 그 처분대상자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전혀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검사의 결정은 정당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어 기각되어야 한다.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청구인의 주장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유없다.
첫째,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란 넓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으며, 그 폭행은 직접 공무원의 신체에 가하여질 필요는 없고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것인 이상 물건 또는 제3자에 대하여 가하여지더라도 무방하다. 또한 여기서의 폭행이란 그 성질상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만한 정도의 것이면 족한 것이고 그 폭행에 의하여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현실적으로 방해되었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할 때 경찰공무원이 범칙금납부고지서를 발부하려는 것에 대하여 청구인이 약5분간 항의하다가 볼펜을 빼앗아 그 뚜껑이 떨어지게 하고 고지서를 구겨버린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폭행에 충분히 해당한다.
둘째, 구성요건적 고의라 함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사실적 인식과 함께 법적, 사회적 의미내용, 즉 문외한으로서의 소박한 가치평가를 할 수 있으면 충분히 인정되는 것으로서, 대학교육을 받은 만24세의 청구인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과 의욕을 가지고 본건 행위를 하였음은 명백하므로 청구인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셋째, 설사 청구인주장과 같이 다른 차량은 단속하지 않고 청구인의 차량만 단속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위법한 단속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를 저지한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4 판 단
가. 심판청구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형사피의자로 입건되었던 자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을 때 스스로 무고(無辜)함을 주장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 검사가 범죄혐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을 놓고 자의적이고 타협적으로 기소유예처분을 했다면 헌법이 금하고 있는 차별적인 공권력의 행사가 되어 그 처분을 받은 자는 평등권의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확립하고 있는 판례이다(헌법재판소 1989. 10. 27. 선고, 89헌마56 결정, 1992. 11. 12. 선고, 91헌마146 결정, 1996. 10. 4. 선고, 95헌마318 결정등 참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공무집행방해죄의 피의자였던 청구인이 자신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피청구인이 기소유예의 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청구한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에게는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격이 있음이 분명하고, 이 점을 다투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단속경찰관의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2도506 판결, 1994. 9. 27. 선고, 94도886 판결등 참조).
이 사건 심판기록과 수사기록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단속경찰관의 행위가 이러한 요건을 흠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공무집행행위로서의 적법성을 갖춘 이상, 청구인 주장과 같이 설사 이 사건 경찰관의 단속행위가 계도방송에 순응하는 차량을 단속한 것으로서 비례원칙에 어긋나는 과잉단속의 요소가 있다 할지라도 그 점만으로 곧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배제할 만한 위법한 공무집행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한편 다른 차량은 단속하지 않고 유독 청구인의 차량만 단속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위법한 단속이라 할 수 없음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
(2) 청구인이 행사한 물리력은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 해당한다.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은 직무집행공무원에 대한 직접적·간접적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고, 또한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협박을 가함으로써 곧 기수가 되며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현실적으로 방해되었음을 요하지 않는다(대법원 1981. 3. 24. 선고, 81도326 판결 참조).
이 사건 심판기록과 수사기록에 의하건대, 청구인은 약3분(청구인의 주장) 내지 약5분(피청구인의 주장)에 걸쳐 단속에 불응한 끝에, 단속경찰관이 차량 본네트 위에 범칙금납부통고서를 얹어 놓고 이를 기재하려고 하자, 통고서용지를 손으로 눌러막고서 경관의 볼펜을 빼앗으려 하였고, 그 바람에 통고서용지가 구겨지고 볼펜의 윗뚜껑이 날아 가게 되었는 바, ① 주차위반단속현장에서 3분 내지 5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 동안 운전면허증 제시요구 등 단속에 불응하며 단속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인 점 ② 단순히 소극적인 불응에 그치지 아니하고 통고서를 작성하는 경찰관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유형력을 행사하였고, 이는 통고서작성이라는 공무집행을 제지하고자 한 것이 분명한 점 ③ 통고서를 손으로 눌러막고 볼펜을 빼앗으려 파지(把持)한 행위는 통고서작성행위와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유형력의 행사이고 이로 인하여 통고서작성행위가 그 순간 방해된 것이 틀림없다(공무집행방해행위 종료후 공무집행이 달성되었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는 아무런 소장이 없다)는 점등에 비추어 보건대, 청구인의 행위는 공무원이 ‘개의치 않을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경찰관의 단속에 대한 단순한 항변의 한계를 넘어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상대방이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그 직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1. 24. 선고, 94도1949 판결 참조). 그러므로 청구인에게 공무집행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4) 청구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
소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역사적으로 생성된 사회질서의 범위안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며(대법원 1994. 11. 8. 선고, 94도1657 판결 참조),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①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④ 긴급성 ⑤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을 구비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5도1789 판결 참조).
생각컨대, 우리 사회에서 교통위반행위를 단속하는 경찰관에 대하여 사정도 하고 항변도 하면서 즉각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풍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미풍양속이 아니라 준법정신이나 규범의식의 미숙을 드러내는, 온정주의와 연고주의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 그릇된 사회풍조에 불과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청구인의 행위를 사회상규에서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거나 사회적 상당성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
청구인으로서는 단속경찰관의 행위가 과잉단속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더라도 폭행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다른 구제방도를 모색하였어야 한다.
(5)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 사안의 경미, 청구인의 반성, 범칙금의 납부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 할 것이고, 달리 피청구인이 이 피의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자의적인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8. 2. 27.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김 문 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재 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조 승 형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정 경 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고 중 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신 창 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이 영 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재 판 관 한 대 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