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5헌마94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8년 6월 26일

결정 전문

헌법재판소
결정2005헌마942

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2005헌마94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희
대리인 변호사 이인재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수원지방검찰청 2005형제8201호 청구인에 대한 사문서위조 등 사건에 관하여 2005. 6. 29. 결정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유○혁은 2005. 1.경 청구인을 다음과 같이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였다.
청구인은 치매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남편 유○진 소유의 재산을 가로채기로 마음먹고,
(1) 2001. 9. 3. 하남시 신장 2동 524의 2, 김용석 법무사 사무실에서 하남시 ○○동 297의 1 지상 적연와조 슬래브지붕 단층 의원 56.65㎡ 및 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지하 5실 6.47㎡ 부속건물 적연와조 슬래브지붕 지하실 25.56㎡(이하 ‘이 사건 하남 가옥’이라 한다)에 관하여,
(2) 2001. 9. 20.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17의 12, 법무사 최해용 사무실에서 서울 성북구 ○○동 1가 3 대지 56.8㎡, 같은 동 1가 4 대지 145.8㎡, 같은 동 1가 6 대지 109.1㎡와 그 지상 목조 기와지붕 및 철근 콘크리트조 슬래브지붕 2층 주택 등 건물(이하 ‘이 사건 ○○동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3) 2004. 11. 20.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국민은행 영통지점에서 경기 여주읍 ○○리 114 ○○아파트 1동 402호(이하 ‘이 사건 여주 아파트’라 하고, 이상의 3건 부동산을 통틀어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그 정을 모르는 법무사로 하여금 이 사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다는 취지의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후 매도인란의 이름 옆에 소지하고 있던 유○진의 인감을 날인하여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유○진 명의의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위조하고, 그 정을 모르는 관할 등기소 등기공무원에게 그것이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하여 행사함으로써, 위 등기공무원으로 하여금 공정증서원본인 부동산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이를 즉시 위 등기소에 비치하게 하여 행사하였다.
나. 이를 수사한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2005. 6. 29. 수원지방검찰청 2005형제8201호로 청구인이 초범으로 79세 노인이고, 유○진과는 30년이 훨씬 넘는 부부 사이이며, 고발인이 청구인과 합의하여 그 고발을 취소한 점 등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2005. 9.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관계인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하남 가옥과 ○○동 건물은 모두 유○진이 직접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매도하였고, 이 사건 여주 아파트는 유○진이 사전에 청구인에게 처분권한을 위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와 별도로 청구인에게 자신의 수술 및 진료비, 생활비 등을 위하여 재산의 일부를 처분하도록 위임하여 공증한 바 있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고 유효하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유○진은 2001. 11. 5. 삼성의료원 신경정신과에서 치매진단을 받아 치매지수인 MMSE 점수가 7단계 중 6단계인 12점으로 측정되어 심각한 기억장애 상태인 것으로 판명되었고, 본인 명의로 발급받은 매도용 인감증명서의 필체 또한 육안으로 보더라도 유○진의 것과 다르고 청구인의 필체와 유사하므로, 유○진이 2001. 9.경 직접 매매계약서에 날인하였거나 사전승낙을 하였더라도, 이는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거나 판단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적으로 유효하다 할 수 없고, 더욱이 2004. 3.경에는 청구인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한 치매상태이었으므로 법적으로 유효한 승낙이나 동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3. 판단
가. 사실관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유○진은 전처와 사별한 후 1972. 12. 16. 청구인과 재혼하고, 신경외과 전문의로 성북구 ○○동 소재 ○○ 신경정신과의원을 운영한 것을 비롯하여 백병원 신경정신과 부장, 순천향대학교ㆍ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으로 재직하다가 2001. 1. 27.경 위 ○○ 신경정신과의원을 폐업하고, 2001. 8. 15. 청구인과 함께 양로원인 노블카운티에 입소하여 청구인의 간병으로 생활해오고 있다.
(2) 청구인은 2001. 4. 30. 유○진이 청구인에게 이 사건 ○○동 건물을 포함한 서울 성북구 ○○동 1가 3 대지 및 경기 여주읍 토지 등 모두 15건의 부동산에 대하여 매매 등 일체의 관리ㆍ처분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을 공증받았고, 그 후 청구인과 유○진은 2001. 9. 3. 이 사건 하남 가옥을, 9. 20. 이 사건 ○○동 건물을 매도하였다.
(3) 유○진은 2001. 11. 5. 삼성의료원 신경정신과에서 치매진단을 받고 MMSE 지수가 12점으로 측정되었는데, 당시 이를 담당한 의사는 수사기관에서 유○진이 고학력자임을 감안할 때 12점은 중간 정도의 치매에 해당한다고 진술하였다.
(4) 또한 청구인과 유○진은 2004. 11. 20. 이 사건 여주 아파트를 매도하였고, 청구인은 이와 관련하여 당시 치매의 정도에 비추어 유○진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었으나 그 처분만큼은 사전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여 그 적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5) 전처 소생인 유○혁은 2005. 1. 경 청구인이 치매상태인 유○진 명의의 매매계약서를 위조ㆍ행사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였다며 청구인을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하였다가, 2005. 6. 29. ‘청구인은 고발인 형제들 전원과의 합의 없이 유○진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로 처분하지 아니한다. 단 합의일 현재 임대 등을 통하여 월세나 임대료를 받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면서 그 고발을 취하하였다.
나. 판단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는 모두 유○진이 청구인과 동행하여 그 자신 명의의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등 본인의 관여 아래 이루어진 것이므로, 여기에 청구인에 대한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가 인정되려면 먼저 유○진이 문서 작성 당시 법률적인 행위를 할 능력이 없는데도 청구인이 유○진의 심신상태를 이용하여 관련 문서를 임의로 작성하고, 이 사건 부동산의 처분에 관하여 유○진이 사전에 명시적 혹은 묵시적 내지는 추정적으로 승낙하거나, 청구인이 그 처분에 관하여 포괄적 위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2001. 11. 5. 측정된 치매진단 지수를 근거로 2001. 9.경 유○진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고 청구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였으나, 이는 사문서위조의 혐의가 인정되기 위하여 앞서 살펴본 여러 가지 요건 중 첫 번째 것의 충족 여부만을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하여는 조사하지 않은 채 그대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서, 이에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수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1) 처분위임장에 대한 조사
이 사건에 있어 청구인과 유○진은 2001. 4. 23. 유○진이 이 사건 ○○동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 15건에 대하여 매매 등 일체의 관리ㆍ처분행위를 청구인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을 작성하여 공증을 받았는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청구인이 수사단계에서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비로소 이를 지적하여 결과적으로 위임장의 존재나 위임 대상 및 그 범위에 대하여 전혀 조사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피청구인은 2001. 4. 23. 경에도 이미 치매상태가 많이 진행되어 유○진이 청구인에게 그 처분권한을 위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기록상 유○진은 2001. 1. 27.경까지 ○○ 신경외과에 매일 출근하였고, 청구인이 유○진의 노령과 치매 상태를 인식하여 노블카운티에 입소한 것이 2001. 8. 15.이라는 것으로서,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유○진이 2001. 4. 23. 치매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와 달리 유○진이 그와 같은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려면 이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으로서는 유○진이 2001. 11. 5. 측정 당시 MMSE 지수가 12점으로서 중간 또는 상당한 정도의 치매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치매상태가 몇 개월 사이에 급전되거나 될 수 있는지, 아니면 완만히 진행되는지, 2001. 11. 5. 당시의 MMSE 점수를 가지고 2001. 4. 23. 위임장 작성 당시의 MMSE 수치를 어느 정도 추단할 수 있는지, 추단할 수 있다면 그 수치의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조사하고, 위임장 작성 일시경의 치매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또 그 상황에서 법적으로 유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 공증된 위임장의 법적인 효력 및 이 사건 ○○동 건물의 매매와 관련하여 청구인의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도, 2001. 11.경의 치매상태가 MMSE 지수 12점에 이른 정도이었다는 것만으로 위임장 작성 당시인 2001. 4. 23.경에도 당연히 유○진이 법적으로 유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었으리라고 단정하고, 이를 근거로 이 사건 ○○동 건물에 관한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2) 사전적 승낙 혹은 포괄적 대리권의 수여
청구인은 유○진이 이 사건 여주 아파트의 처분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하였고, 그 아파트는 청구인이 유○진과 결혼한 이후에 매입한 부동산으로서 청구인이 불입한 적금으로 대금을 지급한 것이며, 유○진과는 34년간의 부부로, 현재에도 간병하면서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청구인이 제출한 경비지출 내역서에 의하면 청구인은 2001. 8경. 노블카운티에 입소한 이후 소요된 약 3억 5천만 원의 경비를 이 사건 부동산 매매대금 8억 원 중에서 지출하고, 그 잔액은 향후 생활비조로 예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유○진이 비록 2004. 11.경에는 이 사건 여주 아파트의 처분에 대하여 승낙이나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사전승낙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인데도, 피청구인이 그 처분에 관하여 유○진이 사전에 승낙 혹은 동의를 하였거나 포괄적으로 처분권한을 위임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조사를 다하지 않은 채 곧바로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3) 치매지수에 의한 심신상실 인정
피청구인은 치매진단 결과인 MMSE 지수만을 근거로 유○진이 2001. 9.경 당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으므로 유○진이 직접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위임장을 작성하였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고, 더욱이 2004.경에는 치매상태로서 정상적인 동의나 승낙을 할 수 없었다는 점을 들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유○진이 2001. 8. 15. 노블카운티에 입소한 이후 진찰하였던 노블카운티 의사 채○ 및 2001. 11. 삼성의료원에서 유○진을 진찰하였던 의사 나○렬 모두 구체적으로 2001. 9.경 유○진이 독자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할 정도의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가부 어느 쪽으로도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진술하였고, 유○진에 대한 2001. 11. 5.자 진료기록에 의하면 ‘2년 전부터 발병한 기억장애, 점심 드신 내용, 장소 모른다, 하루 전 병원 갔다 오신 내용 모른다, 할머니만 따라다니신다, 없으시면 불안해하신다, 돈 관리, 외출, 약 챙기기가 안 된다’, 진단은 ‘기억장애, 불안증, 도구를 이용한 일상생활 이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와 같이 유○진이 2001. 11. 5.경 치매 정도를 판별하기 위한 MMSE 지수가 12점으로 중간 또는 상당한 정도의 치매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 증상이 기억장애와 불안증 및 일상생활에 이상이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의학적으로 누가 보더라도 일체의 유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정도의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기록상 분명하지 않고, 이 사건 하남 가옥 및 ○○동 건물 매매는 그로부터 2개월 전인 2001. 9. 경 이루어진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할 것인데도, 이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의료 전문가의 자문이나 조언을 참고함이 없이 만연히 그 수치만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한 것은 수사미진이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의 잘못이 있고,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8.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