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3헌마17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3년 6월 26일

결정 전문

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03. 6. 26. 2003헌마171)

【당 사 자】
청 구 인 한 ○ 기
대리인 변호사 이 석 연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2. 12. 31.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2002형제40449호 사건에서 청구인 한세기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2002형제40449호)에 현출된 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1946. 10. 9.생으로 1998. 10. 18.부터 2001. 7. 17.까지 성남시 수정구 세무과장으로 근무한 자로 1998. 11. 경 부하직원인 같은 과 도세계장으로 근무하던 청구외 박○혁에게 위 과 법인신용카드로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 업무추진비 중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나. 이에 위 박○혁은 상사인 청구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 때쯤 위 세무과 서무담당 직원 청구외 이○임에게 청구인의 요구를 이행하도록 지시하였고 위 이○임은 그 지시에 따라 청구인에게 배정된 여비와 과 직원들에게 배정된 여비 중 일부를 갹출한 금 13만원씩을 1998. 11.부터 2000. 6.까지 매달 청구인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이후 2000. 7.경 청구인이 위 박○혁의 후임자 송○식에게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하여 주면 다른 필요경비는 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업무추진비를 계속 현금으로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자 위 송○식은 위 이○임의 후임자 차○이, 신○희 등에게 지시, 동인들은 2000. 9.부터 2001. 7.까지 과 직원들의 여비 중 일부를 갹출하거나 업무추진비를 신용카드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사용한 것처럼 허위의 매출전표를 작성하고 음식점 등 카드가맹업소들로부터 현금화하여 온 금 30만5천원씩(2001. 1.부터 2001. 7.까지는 월 30만원)을 매달 청구인에게 건네주는 등 위 직원들은 1998. 11.부터 2001. 7. 까지 합계금 4,995,000원을 청구인에게 교부하였고 청구인은 이를 대부분 직원 회식비나 애경사 부조비 등에 사용하였다.
다. 그 후 경찰이 2002. 10. 16. 청구인을 뇌물수수혐의로 범죄인지하여 수사한 다음 기소의견으로 2002. 11.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사건송치하자 피청구인은 경찰의 의견대로 청구인의 범죄혐의를 인정하였으나 청구인이 이 건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점, 수령한 액수가 비교적 소액인 점, 대부분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점 등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에 청구인은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데 이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3. 3. 6.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뇌물수수죄에 있어서 뇌물은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익 내지 불법한 보수로서 직무와 대가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직무에 대한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수수한 이익의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뇌물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청구인은 자신에게 집행권한이 부여되었으나 카드사용의 방법으로만 집행하게 되어 있는 과 업무추진비 중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여 줄 것을 부하직원에게 요구, 회계직원으로부터 현금으로 수령하여 직원회식비 등에 사용하였다는 것인바, 과연 위와 같은 경우에도 뇌물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업무추진비 현금화 요구에 대하여 부하직원들이 청구인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부하직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청구인이 결재를 지연시키고 업무처리에 트집을 잡는 등 애를 먹일 것을 염려하여 직원들 앞으로 책정된 여비 등에서 갹출한 금원을 청구인에게 지급한 것이므로, 뇌물죄 성립에 필요한 대가관계와 금품수수의 불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먼저 직무와의 대가관계, 즉 청구인이 결재 등 업무처리를 수월하게 해주는 대가로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는지에 대하여 보건대, 청구인의 진술뿐만 아니라 청구외 위 박○혁 등 소속직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은 업무추진비 중 일부를 현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였을 뿐 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재 등 업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어떤 형태로든 고지 또는 암시하였다거나, 최소한 제반정황에 비추어 청구인과 직원들간에 위 대가관계가 전제 또는 양해된 가운데 청구인이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수령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으며, 소속 직원들이 상사인 청구인과의 관계상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청구인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은 사정은 위 박○혁이, 청구인이 평소 부하직원들을 심하게 질책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기타 업무지시나 업무처리가 부당하지는 않았고 청구인이 업무추진비의 지급을 현금으로 요구하여 그렇게 한 것일 뿐 소속직원의 비행묵인이나 업무편의 때문에 청구인의 요구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78, 79쪽, 241쪽 내지 243쪽), 청구인이 위 박○혁의 후임자인 송○식에게 업무추진비의 현금지급을 요구할 때의 정황을 보더라도 단순히 업무추진비의 일부 현금화를 요구하거나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지급해주면 다른 필요경비는 달라고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수사기록 88쪽 위 송○식의 진술) 등에 미루어서도 잘 알 수 있다고 하겠다. 나아가 피청구인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청구인이 현금으로 받은 업무추진비를 대부분 직원회식비, 애경사 부조비 등 업무추진비 본래의 목적에 사용(수사기록 128쪽 이하)한 점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업무추진비의 사용 편의 등을 위해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하여 줄 것을 요구하여 이를 교부받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청구인이 소속직원들의 상사인 지위에 있었다는 사실만을 들어 청구인이 과 소속직원의 ‘업무처리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업무추진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수수하였다고 쉽게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음, 청구인이 받은 금원의 성격에 관하여 보건대, 청구인이 받은 돈은 모두 과 소속직원들의 여비 또는 업무추진비 중 일부를 현금화한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한 돈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즉, 과장으로서 업무추진비 등 과 경비를 집행, 감독할 권한이 있는 청구인이 법인카드로만 사용하게 되어 있는 업무추진비를 편법으로 현금으로 지급 받아 사용한 경우, 이를 청구인의 사적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에 따른 징계책임이나 횡령 등 기타 죄책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업무추진비를 현금화하여 수령한 것 자체를 불법한 보수를 수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겠다. 다만, 이와는 달리 청구인이 위 박○혁 등에게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지급하여 줄 것을 요구할 때 예산상 사용 가능한 업무추진비외에 청구인의 업무수행을 등을 핑계로 별도의 업무추진경비를 요구하는 등 예산처리가 불가능하여 결국은 직원들이 사적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돈을 요구하여 교부받았다면 이를 불법한 보수로 볼 여지도 있겠으나 그러한 사정없이 위와 같이 단순히 청구인이 예산상 과에 배정된 업무추진비를 사용함에 있어 카드사용의 방법으로만 지출하게 되어 있는 내부규정을 어기고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교부받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이를 직무와 관련하여 불법한 돈을 수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업무추진비의 현금화를 요구하여 받은 돈은 뇌물로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간과한 채 뇌물로 단정하고 범죄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한 피청구인의 처분은 사실을 오인하고 뇌물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3. 6. 26.
재 판 장 재 판 관 윤 영 철
재 판 관 한 대 현
재 판 관 하 경 철
재 판 관 김 영 일
재 판 관 권 성
재 판 관 김 효 종
주 심 재 판 관 송 인 준
재 판 관 주 선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