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8헌마35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9년 5월 28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후유장해진단서를 작성함에 있어 방사선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객관적 정밀검사 결과를 토대로 영구적 장해 유무를 판단한 것이므로 진단서의 내용이 진실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관한 주관적 인식도 없었고, 진단서에 기재된 후유장해가 존재하더라도 군 내부에서 실시한 체력검정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극구 부인하였으며, 실제로 객관적 정밀검사 결과도 청구인의 변소에 상당 부분 부합하고 달리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이에 관한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허위진단서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오해 및 중대한 수사미진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 제32조 제2항, 제233조, 제347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손○수
대리인 변호사 선병주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7형제149316호 청구인에 대한 허위진단서작성 등 사건에 관하여 2008. 2. 28. 결정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병원 정형외과 의사로서, 전·현직 군인들 및 손해사정브로커들과 공모하여, 2006. 7. 19. 시간 불상경 위 병원 진료실에서 육군 중사 신○철에 대한 후유장해진단서 2부(이하 ‘이 사건 진단서’라 한다)를 허위로 작성하고, 그가 이를 보험회사에 제출하여 보험금을 수령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해 주어 보험회사로부터 75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하도록 함으로써 그 범행을 방조하였다는 피의사실로 2008. 2. 28.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7형제149316호로 기소유예의 처분을 받자, 그 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2008. 4. 1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신○철이 과거 우측 하지 반월상 연골 및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고, 이 사건 진단서 작성 당시에도 그 수술 부위인 우측 슬관절에 동통 및 불안정 등을 호소하였으며, 스트레스 엑스선 검사 등 객관적인 검사 방법을 통하여 실제로 우측 무릎 관절동요가 중등도(약 5-7㎜)인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하였을 뿐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며, 신○철의 사기 범행을 방조한 바도 없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요지
신○철은 이 사건 진단서 발급 후 군 내부의 체력검정에 합격하는 등 신체 상태가 호전된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진단서 작성 당시 위와 같은 장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보험설계사 임○진은 경찰에서 특정 병원에서 영구적인 장해진단서가 남발되는 것은 의사와 공모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손해사정 브로커 손○종도 경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청구인의 병원에 신○철을 데려가 이 사건 진단서를 발부받게 해 준 대가로 1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에 대한 허위진단서 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를 인정하기 충분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인정 사실 및 증거 관계
(1) 이 사건 진단서 발급 경위
신○철은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 제26전차대대 3중대 소속 전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5. 11. 15. 전차에서 뛰어 내리다가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의 파열 및 슬개-대퇴관절 연골손상을 입어 2005. 12. 20. 국군양주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2006. 3. 10.까지 약 3개월 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2006. 7. 14. 이 사건 진단서 발급을 위해 청구인의 병원에 내원할 당시에도 수술 부위의 동통, 불안정 및 무력감 등을 호소하였고, 슬관절 불안정성과 관련된 검사에서 우측 슬관절에 1등급 내지 2등급의 전위(동요)가 관찰되고, 전방전위 방사선 검사(stress view)에서도 좌측 슬관절에 비하여 수술을 받은 우측 슬관절이 약 5㎜ 이상 더 전위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청구인은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하여, 2006. 7. 20. “상기 소견으로 보아 생보사 보험약관 ‘장해등급 분류표’상 제6급 제3항에 준용하며, 상해보험 ‘장해등급 분류표’ 상 3대 관절 중 1관절의 기능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것으로 사료됨”이라는 소견이 기재된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하였다.
(2) 수사 경과
(가) 청구인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하기 위하여 이학적 검사 외에도 방사선 스트레스 검사도 실시하였으며, 그 방사선 필름 판독 결과 우측 슬관절 부위에 실제로는 7-8㎜ 정도의 동요가 있었으나 진단서에는 5㎜ 정도의 동요가 있는 것으로 기재하였고, 이러한 상태의 환자는 일상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무릎이 뒤틀리면서 통증을 느낄 수 있는데, 다만 체력검정의 경우 위와 같은 정도의 슬관절 동요가 있어도 달리기를 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운동방향을 갑자기 바꾸어야 하는 축구나 농구 등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술하여, 허위진단서 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나) 참고인 의사 조○현의 진술에 의하면, 십자인대 파열의 경우 최초 수술 후 최소한 6개월이 경과하여야만 영구장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을 위하여 스트레스 방사선 검사(stress view)를 거쳤다면 최소한의 의학적 및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서, 청구인이 신○철을 진료하여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한 시기는 전방십자인대 파열 재건 수술을 받은 날인 2005. 12. 20.부터 약 7개월이 경과한 2006. 7. 20.이며, 청구인은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하기 위하여 문진 등 이학적 검사 외에도 위 방사선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 한편, 손해사정 브로커로 지목된 손○종은 경찰에서, “손해사정법인에서 보조원으로 일할 당시 신○철과 전화 통화로 무릎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 볼 것을 권유하였고, 제약회사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부터 청구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철과 함께 청구인의 병원에 내원하여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받고 신○철로부터 100만 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으며, 또 청구인은 이 사건 진단서 작성 당시 손○종이 손해사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손○종은 이 사건 당시 신○철 이외의 다른 환자를 청구인의 병원에 데려온 사실이 없다.
(라) 신○철은 육군에서 실시한 2005년 및 2006년도 체력검정에 합격하였는데 그 검정 종목에는 1.5㎞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턱걸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 검 토
(1)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진단서의 내용이 실질상 진실에 반하는 기재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허위라는 데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필요하고, 의사가 주관적으로 진찰을 소홀히 한다던가 착오를 일으켜 오진한 결과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 진단서를 작성하였다면 허위진단서작성에 대한 인식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2083 판결 등 참조).
(2) 피청구인은 이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들 중에서 ① 장해여부를 판단할 수 없거나 곤란한 시점, 즉 상해를 입고 수술 등 치료가 종료된 후 6개월이 경과되기 이전에 후유장애진단서를 발급한 경우, ② 스트레스 방사선 검사 등 객관적인 정밀검사 없이 이학적 검사만으로 진단서를 발급한 경우, ③ 과거의 치료기록이 있어 이를 참고하였더라도 그 기록에 나타난 환자의 상태와 현재의 상태가 서로 차이가 있어 과거의 치료기록을 참고하는 것이 부적절한 경우 등에는 허위진단서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이와 달리 문진 등 이학적 검사 에도 맥브라이드 방식 등에 의한 슬관절 장해판정에 있어 관절동요 여부에 대한 검사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스트레스 방사선 촬영(stress view 또는 스트레스 엑스선 검사)이라는 객관적인 검사방법을 시행한 결과 신○철의 무릎에 이 사건 진단서 기재와 같은 후유장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러한 청구인의 의학적 판단은 과거 신○철에 대한 치료 및 수술에 관한 의료기록 내용에도 배치되지 않는 것이며, 또 청구인은 신○철의 무릎관절에 영구적인 후유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무릎 수술 이후 7개월이 경과되었음에도 더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점 등도 고려하였다.
(3) 뿐만 아니라, 통상 손해보험업계에서 장해등급 판정 기준으로 삼고 있는 장해분류표에 의하면, 무릎관절에 약 5㎜ 이상의 전방전위(동요)가 있는 경우 ‘한 다리의 3대 관절(고관절, 무릎관절, 발목관절) 중 1관절의 기능에 약간의 장해를 남긴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고, 맥브라이드 장해평가 방식에 의할 때에도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동요장해의 경우 동요의 정도가 5∼7㎜일 때에는 무릎관절에 14.5%의 영구적 장해가 있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는 이 사건 진단서 기재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다.
(4)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게 된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신○철이 이 사건 진단서 발급 이후 오른쪽 무릎 상태가 호전되어 군 내부의 체력검정에 합격하였다는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경찰수사 단계에서부터, 축구와 같은 급격한 방향전환이 예상되는 운동이 아닌 장거리(1.5㎞) 달리기를 함에 있어서는 오른쪽 무릎 관절에 약 5∼7㎜ 정도의 동요가 영구적으로 남아 있더라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이 명백히 비합리적이거나 비과학적인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 이상, 그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가려보지 아니한 채 단지 신○철이 체력검정에 합격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위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고, 설령 청구인의 위 주장이 타당하지 않거나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 기재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것이다.
(5) 그 밖에 기록상 청구인에 대한 혐의를 인정할 만한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은, ① 특정 병원에서만 장해진단서가 남발되고 있다는 취지의 보험설계사 임영진의 경찰 진술, ② 청구인이 신○철을 진료할 당시 손○종과 함께 병원에 있었는데, 청구인은 그 이전부터 손○종과 아는 사이였고 그가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점, ③ 신○철이 이 사건 진단서를 이용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점, ④ 신○철이 보험금을 지급받자 그 대가로 손○종에게 100만 원을 지급한 점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제보자인 임○진은 경찰에서 위 ‘특정병원’의 범위에 대하여 강남고려병원과 한강성심병원만을 들었을 뿐 이 사건 청구인의 병원을 지목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군인들에 대한 후유장해진단서를 작성·발급한 것은 신○철에 대한 이 사건 진단서가 전부이다.
또,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신○철이 이를 발급받으려고 하는 목적이나 손해사정업무를 맡고 있었던 손○종의 소개로 신○철이 청구인의 병원에 내원하게 된 점 등을 인식하고 있었고, 청구인이 그 이전부터 손○종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진단서의 기재가 객관적인 사실과 상당 부분 부합하고 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사 방법에 기초한 것으로 판단되는 이상,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함에 있어 그와 같은 사정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6) 뿐만 아니라, 앞서 든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 발급과 관련하여 손○종 및 신○철 등과 공모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7)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진단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기재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허위라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할 당시 신○철의 무릎 관절에 영구적인 후유장해가 있다는 ‘주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진단서 내용이 자신의 진료 결과와 상이하여 허위라거나 객관적인 진실에 반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를 발급해 준 대가로 그와 공모하였다고 하는 손해사정브로커 등으로부터 통상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 비용을 제외하고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급받았거나 그에 상응한 경제적 이득을 얻었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이상, 형사처벌 또는 면허자격에 관한 행정처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사건 허위진단서작성 내지 사기방조의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8)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 청구인과 신○철 등을 소환하는 등으로, ① 청구인이 실시한 방사선 스트레스 검사가 객관적이고 적정한 검사 방법인지, ② 실제로 위 검사 결과와 이 사건 진단서의 기재 내용이 일치하는지, ③ 과연 이 사건 진단서에 기재된 정도의 무릎관절 동요가 있더라도 군 내부의 체력검정, 특히 장거리 달리기 종목의 합격기준을 통과하는 것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④ 신○철이 이 사건 진단서 발급 후에도 지속적인 재활노력과 운동 등으로 우측 무릎관절 상태가 호전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청구인이 이 사건 진단서의 내용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한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작성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좀 더 밝혀본 다음 청구인의 혐의 유무를 결정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수사를 누락한 채 허위진단서작성 및 사기방조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