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7헌마362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8조 제1항 위헌확인

결정일: 1998년 5월 28일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1995. 7. 21. 92헌마177등 결정에서 대통령선거법 제65조에 대하여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에 비추어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선거일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그 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고, 우리 나라에서의 여론조사에 관한 여건이나 기타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일공고일로부터 선거일까지의 선거기간중에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 등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규정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고 있는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알권리 및 선거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데, 위 결정이유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8조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위 결정 선고 이후에 그 이유와 결론을 달리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8조는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8조는 국내의 신문ㆍ방송 등 언론매체만을 대상으로 규제할 뿐, 외국의 언론매체와 인터넷 등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어서 실질적인 효력면에서 의문이 있고,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필요ㆍ불가결한 조건으로 하고 있는 점, 선거는 대의민주제의 근간(根幹)이고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선거권자들의 의견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 등을 헤아려 보면,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ㆍ표현의 자유의 핵심부분을 제한하여 여론형성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금지라는 알권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것처럼 실질적인 효력 면에서 의문이 있고, 더욱이 국제화ㆍ정보화 시대에 걸맞지도 아니하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수긍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적절성ㆍ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알권리ㆍ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참조조문

헌법 제21조 제1항, 제24조
대통령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 제65조(여론조사의 결과 공표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공고일부터 선거일까지에는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여서는 아니된다.
② 생략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국민신당(97헌마394)
대리인 변호사 박항용 외 1인
2. 이○동(97헌마362)
3. 김○숙(97헌마362)
4. 황○탁(97헌마362)
청구인 2, 3, 4대리인변호사 임홍종 외 2인
【주  문】
1. 청구인 이○동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청구인 국민신당, 김○숙, 황○탁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개요와 심판대상
가. 청구인 국민신당은 1997. 11. 26. 청구외 이○제를 제15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추천·등록하였다. 청구인 이○동은 1997. 11. 6. 결성된 시민단체인 공정선거민주개혁국민위원회의 대표이고,
나. 청구인 김○숙, 황○탁은 1997. 1. 30. 및 같은 해 5. 9. 각 만20세가 되어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선법”이라 한다) 제108조 제1항은 제15대 대통령 선거기간 개시일인 1997. 11. 26.부터 투표일인 1997. 12. 18.까지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의 공표를 금지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청구인 국민신당은 1997. 12. 14. 나머지 청구인들은 1997. 11. 24. 위 기본권 침해를 원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위 조항에 대한 각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하였다.
다. 심판대상은 공선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로 제정된 것) 제108조 제1항(이하 “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로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 ① 누구든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모의투표나 인기투표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관련조문〕
대통령선거법(1994. 3. 16. 법률 제4739호 공선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 제65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 금지) ① 누구든지 선거일공고일부터 선거일까지에는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여서는 아니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이 법률조항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국민이 후보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이고 중요한 자료나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봉쇄함으로써 청구인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신문, 방송 등 보도기관의 표현의 자유도 침해한다. 그리고 여론조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고, 발표만 못하게 하여 그 결과는 음성적인 방식으로 유포될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왜곡된 여론조사결과가 퍼지게 되어 참정권을 침해하고 있다. 선거일을 포함한 선거기간에 여론조사결과의 발표를 금지하는 입법례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무부장관, 법무부장관 등 이해관계인은 의견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3. 판 단
가. 청구인 이○동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는 자는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위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 심판청구를 하여야 한다(헌재 1996. 3. 28. 93헌마198, 판례집 8-1, 241, 250).
청구인은 1934년생이고 1995. 6. 27. 공선법에 따라 시행된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당시에 선거권자였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위 선거당시에 여론조사결과를 일정기간 공표하지 못하게 한 사실을 알았다고 볼 것이고, 이 심판청구는 이미 그 청구기간이 도과된 것이 분명한 1997. 11. 24.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
나. 청구인 국민신당, 김○숙, 황○탁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1) 헌법소원은 심판청구 당시에 기본권의 침해가 있었다 할지라도 결정당시 이미 그 침해 상태가 종료되었다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음이 원칙이다. 청구인들은 1997. 12. 18. 실시 예정인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기간개시일인 1997. 11. 26.부터 투표일인 1997. 12. 18.까지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알 수 없게 됨으로써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대통령선거는 이미 끝났으므로 이 법률조항에 의한 주관적인 기본권의 침해상태는 종료되었다. 그러나 통합선거법인 공선법이 새로 제정되었고 이 사건은 선거기간에 여론조사의 경위와 결과를 공표할 수 없게 한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헌법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고, 앞으로도 각종 선거에서 계속·반복될 성질의 사안인 것이다. 이 심판청구는 대통령 선거일에 임박하여 제기된 관계로 우리재판소로서는 선거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였으나, 헌법판단의 적격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하기로 한다(헌재 1997. 6. 26. 96헌마89, 판례집 9-1, 674, 678).
(2) 헌법재판소는 1995. 7. 21. 92헌마177등(병합) 대통령선거법 제65조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합헌임을 이유로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판례집 7-2, 112).
위 결정의 요지는『대통령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그것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하여도 그 결과가 공표되게 되면 투표자로 하여금 승산이 있는 쪽으로 가담하도록 만드는 이른바 밴드왜곤효과(bandwagon effect)나 이와 반대로 불리한 편을 동정하여 열세에 놓여 있는 쪽으로 기울게 하는 이른바 열세자효과(underdog effect)가 나타나게 되며 결과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더구나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가 갖는 부정적 효과는 극대화되고 특히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될 때에는 선거의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반박하고 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진다고 할 것이므로,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에 비추어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선거일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기간동안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 자체는 그 금지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 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금지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그 나라의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선거문화 및 국민의식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부가 재량에 의하여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 할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의 여론조사에 관한 여건이나 기타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거일공고일로부터 선거일까지의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 등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규정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고 있는 한계인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와 알권리 및 선거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함에 있다.
(3) 그런데 1994. 3. 16. 선거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선거문화의 정착을 도모하기 위하여 종전에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던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법 등을 통합한 공선법을 새로 제정하였다. 공선법은 제2조에서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대통령선거가 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와 특별히 다르지 아니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선거법 제65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이유는 이 법률조항에서도 그대로 타당하고, 위 결정 선고 이후에 그 이유와 결론을 달리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법률조항과 대통령선거법 제65조 제1항의 규정을 서로 비교하면 그 내용이 거의 같으므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
4.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청구인 이해동의 심판청구는 각하하고, 청구인 국민신당, 김○숙, 황○탁의 각 심판청구는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이영모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는 달리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 시각까지 정당의 지지도·당선인의 예상 등에 대한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의 공표·보도(이하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라 한다)를 금지한 이 법률조항은 대통령후보자를 추천·등록한 정당과 선거권을 갖는 국민의 알권리와 참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밝혀 두고자 한다.
가. 알권리의 주체는 개인과 법인, 정당이고 권리의 성질상 자유권 및 청구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인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권리이다. 알권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한 모습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말하는 자유·쓰는 자유에서 듣는 자유·읽는 자유·보는 자유 쪽으로 변천되었다. 특히 국경이 없는 국제화로의 변화, 정보화사회의 발전, 매스 미디어(mass media)의 거대화·과점화는 표현의 자유의 본질이 사상·의견을 발표하는 자유보다는 의견·지식·정보를 듣고·읽고·보는 자유의 보장 쪽에 그 중점이 옮겨지기에 이르렀다. 말하고·쓰고·사상 및 정보를 전달하는 자유와, 듣고·읽고·보는 자유는 상호보완·표리(表裏)관계에 있는 자유이다. 이 알권리의 현대적 의의는 자기실현의 가치와 관련된 개인권적 성격 뿐만 아니라, 널리 공공적 사항에 관한 정보를 알고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민주정치과정에의 참여를 확보하는 자기통치의 가치를 실현하는 참정권적 성격도 아울러 갖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정치과정에 지적(知的)으로 참여하려면 다양(多樣)한 의견·지식·정보가 필요하므로 이것에의 접근(access)은 절대적인 보장이 요청된다. 정치적 진실과 왜곡된 사실의 혼재(混在)는 여론형성을 제대로 못하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그러나 신문·방송 등 모든 언론매체나 그 밖에 모든 종류의 의견·지식·정보에 가감없는 접근이 이루어지고, 공개된 자유로운 의견교환만이 왜곡된 사실의 확산을 방지하고 정치적 진실을 바탕으로 한 여론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나. 대의민주제에서의 선거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민의 의사를 정치적으로 결집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선거는 바로 국민의 의사표현의 결과이므로 선거기간에 여론의 흐름을 미리 파악하는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정당·후보자는 물론, 주권자인 국민 또한 지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문제이다.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문제에 관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주권자인 국민으로서는 정당·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되고, 정당·후보자측에서는 그들에 대한 지지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책을 보완·시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예비선거로서의 기능도 있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이 법률조항이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한 것은 그 내용의 전달효과에 대한 규제이고, 특히 규제대상이 되는 정보는 헌법상 보호할 가치가 높은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개된 자유로운 의견교환에서 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제외하도록 규정한 것은 대의민주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알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고, 헌법이 규정한 모든 권리·자유의 전제가 되는 알권리·표현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보장이라는 핵심원리와도 배치되므로 이 조항에 대한 위헌여부의 심판은 이 점을 염두에 둔 엄격한 심사가 요구되는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되면, 투표자로 하여금 승산이 있는 쪽으로 가담하도록 만들거나, 또는 열세에 놓여 있는 쪽을 동정하게 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있고, 또한 불공정·부정확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가 가지는 폐해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선거가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선거일을 앞둔 일정기간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한 이 법률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 소정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에 합헌적인 규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수많은 정보가 공권력이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통신매체에 의하여 국적과 남녀노소·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빠른 시간안에 아무런 장애없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위성방송, 인터넷(Internet) 등에 의한 정보에의 접근과 송·수신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익명성(匿名性)·다양성·국제성·시공초월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은 우리들이 알고 싶어하는 여론조사결과는 물론, 공정성과 객관성이 없는 조사결과가 정보로 제공될 가능성도 있고 이와 같은 정보에 대한 규제는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에 의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금지는 결과적으로 국내의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만이 대상으로 될 뿐, 외국의 언론매체와 인터넷 등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기본권 제한의 내용은 선거기간에 여론조사는 할 수 있으나, 그 결과의 공표를 금지하여 형성된 여론을 알 수 없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필요·불가결한 조건으로 하고 있는 점, 선거는 대의민주제의 근간(根幹)이고 여론조사결과의 공표는 선거권자들의 의견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 등을 헤아려 보면, 조사결과의 공표를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표현의 자유의 핵심부분을 제한하여 여론형성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금지라는 알권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것처럼 실질적인 효력면에서 의문이 있고, 더욱이 국제화·정보화 시대에 걸맞지도 아니하므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수긍이 된다고 할지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적절성·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나는 차라리 여론조사결과를 공표하여 알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론조사결과의 공표에 관한 검증제도로서 선거기간에 한하여 조사결과의 공정성·객관성을 심의하기 위한 기관을 두고,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보·신문 등에 광고 등의 형식으로 조사결과를 선거운동수단에 왜곡·악용하여 선거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하는 최소한의 적절하고 필요한 입법수단을 미리 강구해 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수단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헌법은 언론에 대한 사전허가·검열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브랜다이스(Brandeis) 재판관은, 뜻대로 생각하고 생각한대로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진리의 발견과 발전(the discovery and spread of political truth)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수단이고, 자유토론에 의한 선택·결정만이 민주정치의 실현과 발전의 기본이 된다고 하였다. 정치적 내용을 담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하여지는 정치적 문제에 관한 자유토론은 토론 그 자체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그 토론을 통하여 이루어진 선택·결정 또한 정치적 진실·이익을 도모하는 수단과는 거리가 먼 결론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다.
라. (1) 우리는 1997. 12. 18.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기간전에 언론매체에 공표된 여론조사결과를 보고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도를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선거에 관한 의견교환을 하였다. 그러나 선거기간중 갑자기 조사결과에 대한 공표를 금지하여 우리들의 눈·귀를 막는 것과 같은 궁금하고 답답한 가운데 선거권을 행사하였다. 선거일의 출구조사결과의 공표는 그 조사결과의 정확성으로 말미암아 놀라움을 맛보았다. 반대로, 1996. 4. 11. 국회의원 선거일의 출구조사결과에 의하여 공표된 여대야소는, 일부 박빙의 경합지역에서 당·락이 뒤바뀌는 개표결과로 인하여 여소야대가 되었고, 이러한 출구조사결과의 공표는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여론조사결과가 바로 투표결과라는 등식이 항상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여론조사는 어디까지나 여론조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아무튼 여론조사 기법의 개선·발전은 오늘날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혀가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여론조사가 없었던 시절 우리는 풍문·구전에 의한 바람몰이로 선거를 치렀던 경험을 갖고 있다. 선거기간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도의 변화를 알지 못하게 우리들의 눈·귀를 막는 이 법률조항은, 풍문·구전에 따른 바람몰이나 표쏠림의 대상이 되게 하는 옛날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법률조항은 선거기간에 여론조사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므로, 조사를 의뢰한 정당·후보자 또는 신문·방송 등 언론매체와 그 밖에 일부관계자들은 그 조사결과에 따른 정당·후보자의 지지도의 변화를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기간에 주권자인 국민이 그와 같은 지지도의 변화를 알게되면 다수의견이 염려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 때문에 대의민주제의 근간이 되는 선거결과에 나쁜 영향만 미치게 되는 것인지?
(2) 끝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97. 12. 18. 대통령선거 당시 여론조사결과의 공표금지기간에 인터넷 사이트(Internet Site)에 후보의 인기도를 측정하여 게시한 것을 삭제요청한 사실이 있었다. 이와 같은 사실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9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심의하도록 하고, 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의 내용이 공정하지 아니하거나 조사결과의 객관성 유지가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여론조사의 중지 또는 정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되, 선거기간(선거일제외) 중의 여론조사결과의 공표와 선거일의 투표자 출구조사를 허용하는 취지의 선거법개정 의견안을 현재 국회에 제출해 두고 있다.
마. 이상의 이유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알권리·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