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7헌마9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결정일: 1999년 1월 28일

결정요지

1.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한 바와 같이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하여서도 청구할 수 있지만,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고, 다만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규정이 불완전하여 보충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입법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2.구 도시계획법 제21조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됨으로 인하여 재산권이 제한된 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그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1.입법부작위를 진정·부진정의 두 경우로 나누는 2분법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여 부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이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입법의무의 대상이 되는 입법사항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을 때에 각 입법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지만 입법자가 질적·상대적으로 불완전·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는 경우를 부진정입법부작위로, 위 입법사항들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는 규율하면서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즉 양적·절대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진정입법부작위로 보아야 한다.
2.구 도시계획법 제21조가 정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로써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재산권의 제한과 정당한 보상에 관한 두 가지 입법사항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나, 구 도시계획법 제21조의 규정은 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입법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제한으로 인한 정당한 보상에 관한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구 도시계획법의 어느 조항에서도 위 입법사항을 규정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경우는 여러 입법사항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서는 규율하고 있으나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로서 이른바(다수의견의 2분법으로 지칭하고 있는) 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에 해당하여 이를 심판대상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참조조문

헌법 제23조 제3항
구 도시계획법 제21조(1971. 1. 19. 법률 제2291호로 전문개정되고 1972. 12. 30. 법률 제24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이○형 외 256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이석연
【주 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건설부장관은 1971. 청구인들 소유의 각 토지에 대하여 구 도시계획법(1971. 1. 19. 법률 제2291호로 전문개정되고 1972. 12. 30. 법률 제24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1조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2)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1997. 1. 10. 법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하는 경우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도시계획법 제21조(1971. 1. 19. 법률 제2291호로 전문개정되고 1972. 12. 30. 법률 제24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규정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됨으로 인하여 재산권이 제한된 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
구 도시계획법 제21조(개발제한구역의 지정) (1971. 1. 19. 법률 제2291호로 전문개정되고 1972. 12. 30. 법률 제24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①건설부장관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또는 국방부장관의 요청이 있어 보안상 도시의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도시개발을 제한할 구역(이하 "개발제한구역"이라 한다)의 지정을 도시계획으로 결정할 수 있다.
②전항의 결정에 의하여 지정된 개발제한구역 안에서는 "택지조성사업" 공업용지조성사업과 기타 그 구역지정의 목적에 위배되는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③개발제한구역에 대하여 제4조의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그 구역 안에 거주하는 자의 주택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것의 건축과 그 구역 안의 토지의 분할에 대하여는 동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법 제21조가 정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은 재산권에 내재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벗어난 토지소유자에 대한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손실보상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률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여 국가에게 입법의무를 부과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위헌적인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2)국가가 개인의 재산권과 관련하여 생긴 개발이익을 환수하여야 한다면 반대로 정부의 정책시행과 관련하여 재산권에 발생한 불이익 즉, 개발손실 내지 계획손실에 대하여도 당연히 보상을 하는 것이 입헌민주주의의 헌법 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있은 후 30년이 다 되도록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
상을 위한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위헌적인 것이다.
나. 건설교통부장관의 의견
(1)공공계획에 의한 재산권행사의 제한이나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가 차이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수인하여야 할 정도의 희생이므로 이에 대하여 보상할 필요가 없다.
(2)개발제한구역은 도시계획의 다른 구역과 규제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으로 일반국민이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상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3)개발제한구역내라고 하여 건축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도시의 무한정한 확산방지와 환경보전을 위하여 인구유입시설, 공장 및 유통시설 등 도시적 건축행위만을 장래를 향하여 제한하는 것이며, 그 밖에는 법령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며 원칙적으로 모든 기존건축물의 개량과 함께 주택ㆍ공장 등의 증축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소유권자의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제한의 정도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4)법 제21조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가 아니고 공공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토지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할 사회적 제약내의 제한으로서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손실보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3. 판 단
먼저 직권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한 바와 같이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하여서도 청구할 수 있지만,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고, 다만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재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20; 1991. 9. 16. 89헌마163, 판례집 3, 505, 513;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 6-2, 395, 405 등 참조).
그리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규정이 불완전하여 보충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입법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헌재 1989. 7. 28. 89헌마1, 판례집 1, 157, 163, 164; 1993. 3. 11. 89헌마79, 판례집 5-1, 92, 101, 102 등 참조).
나.그런데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 제21조에 의하여 개발제한구역이 지정됨으로 인하여 재산권이 제한된 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법률을 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으로서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할 수 없는 입법부작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이른바 부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는 견해이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다수의견은 입법부작위를 진정ㆍ부진정의 두 경우로 나누어, 그 판단기준을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이 있었느냐"의 여부에만 두는 견지에서 이 사건의 경우도 이와 같은 2분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기준은 애매모호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실효성이 없어 부당하며, 가사 위 2분법에 따른다 하더라도, 헌법상 입법의무의 대상이 되는 입법사항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 있을 때에 각 입법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지만 입법자가 질적ㆍ상대적으로 불완전ㆍ불충분하게 규율하고 있는 경우를 부진정입법부작위로, 위 입법사항들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는 규율하면서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즉 양적ㆍ절대적으로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진정입법부작위로 보아야 할 것이라 함은 우리의 종전 주장(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판례집8-2, 480, 499-500)과 같다.
나.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법 제21조가 정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로써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재산권의 제한과 정당한 보상에 관한 두 가지 입법사항에 속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법 제21조의 규정은 재산권의 제한에 관한 입법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제한으로 인한 정당한 보상에 관한 입법사항에 관하여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며 이 사건 구 도시계획법의 어느 조항에서도 위 입법사항을 규정한 바가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는 여러 입법사항 중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서는 규율하고 있으나 나머지 일부의 입법사항에 대하여서는 전혀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로써 이른바(다수의견의 2분법으로 지칭하고 있는) 진정입법부작위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재판장,김용준,김문희,이재화,조승형,정경식,고중석,주심,신창언,이영모,한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