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9헌마63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0년 5월 27일
결정요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이하 ‘도주'라 한다)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청구인이 현장을 이탈할 당시 피해자의 뇌 등 비산물이 도로에 떨어져 있는 등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하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및 119 구조대도 피해자의 시신을 천으로 덮어놓은 채 더 이상 후송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있었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역과 사고를 낸 청구인이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도 남긴 이상, 피해자를 직접 병원에 후송하거나 안치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청구인이 현장에서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청구인 차량의 역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점은 추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고, 역과 사고여서 피해자가 선행 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청구인이 사고 신고 후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겼고 추후 경찰조사에서 사고사실을 한 번도 부인함이 없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사고 현장에서 스스로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라고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부인할 의도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 보이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에게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청구인이 현장에서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청구인 차량의 역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점은 추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고, 역과 사고여서 피해자가 선행 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청구인이 사고 신고 후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겼고 추후 경찰조사에서 사고사실을 한 번도 부인함이 없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사고 현장에서 스스로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라고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부인할 의도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라 보이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에게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 7969호로 개정된 것) 제54조 제1항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 7969호로 개정된 것) 제54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이○호
대리인 법무법인 장원
담당변호사 이상열
피청구인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
【주 문】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2009년 형제14741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9. 10. 12.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09. 10. 12. 청구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가 인정되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2009년 형제14741호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09. 6. 20. 20:07경 전남 영암군 신북면 월평리 ‘○○’ 식당 앞 제13번 일반국도 나주방면에서 강진방면 1차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박○남(여,56세)의 머리 등을 피의자의 60수○○○○호 투산 승용차 바퀴로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그대로 도주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을 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시 즉시 정차하여 119에 사고 신고를 하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음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도주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며 2009. 11. 1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당시 피해자를 역과한 것은 사실이나, 그 전에 이미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선행 차량이 이미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내고서 도망을 간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잘못 진술하면 자신이 사고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질 것 같고 당황하기도 하여 119에 신고할 때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지 범행을 은폐하거나 역과한 사실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 또한 119 구조대도 현장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확인한 후 죽었다며 시신을 천으로 덮어 놓은 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았고, 경찰이 가도 좋다고 하여 현장을 떠난 것이므로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고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범죄가 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청구인은 자신의 승용차로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피하려 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승용차 바퀴 등으로 피해자의 몸을 역과한 사실, 그와 같은 충격이 사망의 원인이 된 사실, 사고 후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등을 알려주었으나 사고 운전자임을 시인하지는 않았던 사실 등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약 2개월에 걸쳐 철저한 수사과정을 거쳤으므로 자의적 처분이라 할 수없다.
3. 판 단
가. 증거관계의 검토
(1) 먼저, 이 사건 수사기록과 심판기록에 나타난 증거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당시 비가 오는 야간이어서 전방주시가 짧은상태였고 주변에 주택가가 없는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사람이 누워 있으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청구인 차량이 지나갈 때 피해자를 충격하는 소리가 났고, 청구인도 당시 피해자를 역과한 것을 인식하였다. 청구인 차량이 지나가기 전에는 도로에 피해자의 모자와 신발 등이 놓여 있을 뿐이었으나 청구인 차량이 역과한 이후 후행 충격자인 박○수가 지나갈 때는 도로에 피해자의 뇌, 장기 등 비산물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다) 다만, 청구인 차량과 박○수 차량 사이에 2대 정도의 차량이 사고 현장을 더 지나갔고 이들 차량의 피해자 충격 여부는 불분명하다.
(라) 청구인은 사고 장소로부터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즉시 정차하여 119에 사고 신고를 하였고, 이후목격자 이○원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가서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마) 이 과정에서 청구인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도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사고차량을 보았냐’는 경찰의 질문에 ‘보지 못하였다.’고 답변하였다.
(바) 한편,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의 뇌, 장기 등의 비산물이 도로 군데군데에 떨어져 있어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하였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및 119구조대도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후 천으로 덮어놓고 더 이상 병원으로의 후송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 청구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청구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적은 경찰이 ‘가도 좋다’고 하여 그 허락을 받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
(아) 이후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역과시 나타날 수 있는 흔적이 식별된 반면, 다른 충돌 자세를 추정할 만한 특이한 흔적은 식별되지 않았다.
(2) 검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사실을 기초로 청구인이 이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사고현장에서 목격자처럼 행세한 후 사고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청구인 및 목격자의 진술, 피해자에 대한부검결과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이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피청구인의 판단에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즉시 119 신고를 하고 피해자 사망이 명백한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이후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에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다하지않은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나아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였음에도 현장에서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도주’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나. 피해자 사망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조치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무, 사고 운전자의 신원확인의무 등이 포함될수 있으나 위 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무가 가장 주된 의무라 할 수 있고, 대법원도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4771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도6903 판결,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8125 참조)라고 일관되게 판시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가장 주된 의무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2869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4986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참조).
다만, 구호조치는 사고 운전자가 직접 피해자를 구출하고 응급조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 외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 병원 등이나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포함되고 구체적인 구호의 내용과 정도는 사고의 중대성, 피해의 정도, 사고현장의 상황 등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사고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사체의 안치, 후송 등을 위하여 병원과 경찰관서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605 판결, 대법원 1991. 4. 23. 선고 91도52 판결 참조).
살피건대, 청구인은 피해자를 역과한 즉시 119에 직접 신고하였고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후, 그 경찰관의 허락을 받고 현장을 이탈하였는데, 청구인이 현장을 이탈할 당시 피해자의 뇌 등 비산물이 도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등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하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및 119 구조대도 피해자의 시신을 천으로 덮어놓고 더 이상 병원으로의 후송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청구인이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도 남긴 이상, 청구인이 피해자를 직접 병원에 후송하거나 안치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어렵다.
한편,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사고 현장에서 인적 사항만 남겼을 뿐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므로 사고 운전자로서의 신원확인의무를 게을리한 것이고 이를 밝히기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사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더 이상의 구호조치도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청구인이 사고 운전자임을 은폐하거나 부인할 의도로 위와 같이 행동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 ‘도주’의 고의 여부
(1)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
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660 판결,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38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507 판결 등 참조). 또한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청구인이 사고 당시 자신이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임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음에도 이러한 결과를 용인할 의사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2) 그런데, 먼저, 청구인이 사고 당시 또는 현장을 이탈할 때에 자신이 운전한 차량의 역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가) 피청구인도 ‘피해자가 선행 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듯이, 청구인이 역과하기전에 피해자는 도로에 이미 쓰려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청구인으로서는 당시 자신이 역과하기 전에 피해자가 선행 사고로 인해 도로에 쓰러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나) 또한, 청구인 차량이 지나갈 때 “퍽” 소리가 났고 이후 피해자의 뇌 등 비산물이 도로에서 보였다는 내용의 목격자 및 후행 충격자의 진술은 모두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고, 역과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취지의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역시 사고 당시가 아닌 이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청구인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운전자라는 사실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고 당시에 인식할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나아가, 청구인 차량과 후행 충격자인 박○수의 차량 사이에 차량 2대 정도가 사고현장을 지나쳤는데, 이들 차량에 의한 충격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구인의 당시 심리상태를 추인해보면, 청구인으로서는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를 역과하기는 하였으나, 이미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 또는 상해를 입고 도로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충격하였거나, 자신을 피해자를 역과한 여러 차량 운전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고, 당시 사정만으로는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3) 나아가 청구인은 사고 당시 119에 직접 신고를 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었으며, 이후 경찰조사과정에서도 자신이 피해자를 역과한 사실을 단 한 번도 부인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청구인의 행동은 오히려 추후 사고 조사가 이루어지면 이에 협조할 의도로 위와 같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것으로 보이고, 단순히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고 운전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에게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피해자를 충격하기 전에 이미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선행 차량이 이미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내고서 도망을 간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잘못 진술하면 자신이 사고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질 것 같고 당황하기도 하여 119에 신고할 때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말을 하지 못하였을 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설득력 없지 아니하고, 설령 청구인이 당시 자신의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으로서는 사람을 역과하여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에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그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려는 자기방어적인 심리상태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보이는바, 이러한 점만으로는 청구인이 그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 즉 사람을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다는 행위를 스스로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보인다.
라.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점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과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인지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청구인에게 ‘도주’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사고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청구인의 심리 상태를 추인해보는 과정을 거쳐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실 및 정황은 모두 배제한 채 청구인이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적극적으로 사고 운전자임을 밝히지 않은 점만을 가지고 청구인에게 ‘도주’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마.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 구 인 이○호
대리인 법무법인 장원
담당변호사 이상열
피청구인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검사
【주 문】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2009년 형제14741호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9. 10. 12.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09. 10. 12. 청구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가 인정되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 2009년 형제14741호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09. 6. 20. 20:07경 전남 영암군 신북면 월평리 ‘○○’ 식당 앞 제13번 일반국도 나주방면에서 강진방면 1차로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박○남(여,56세)의 머리 등을 피의자의 60수○○○○호 투산 승용차 바퀴로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그대로 도주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을 하였다.」
나.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시 즉시 정차하여 119에 사고 신고를 하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음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도주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며 2009. 11. 1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당시 피해자를 역과한 것은 사실이나, 그 전에 이미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선행 차량이 이미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내고서 도망을 간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잘못 진술하면 자신이 사고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질 것 같고 당황하기도 하여 119에 신고할 때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이지 범행을 은폐하거나 역과한 사실을 숨길 의도는 없었다. 또한 119 구조대도 현장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확인한 후 죽었다며 시신을 천으로 덮어 놓은 채 병원으로 후송하지 않았고, 경찰이 가도 좋다고 하여 현장을 떠난 것이므로 구호조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현장을 이탈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고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범죄가 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청구인은 자신의 승용차로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피하려 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승용차 바퀴 등으로 피해자의 몸을 역과한 사실, 그와 같은 충격이 사망의 원인이 된 사실, 사고 후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등을 알려주었으나 사고 운전자임을 시인하지는 않았던 사실 등은 모두 인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의 혐의를 인정할 수 있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약 2개월에 걸쳐 철저한 수사과정을 거쳤으므로 자의적 처분이라 할 수없다.
3. 판 단
가. 증거관계의 검토
(1) 먼저, 이 사건 수사기록과 심판기록에 나타난 증거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당시 비가 오는 야간이어서 전방주시가 짧은상태였고 주변에 주택가가 없는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사람이 누워 있으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 청구인 차량이 지나갈 때 피해자를 충격하는 소리가 났고, 청구인도 당시 피해자를 역과한 것을 인식하였다. 청구인 차량이 지나가기 전에는 도로에 피해자의 모자와 신발 등이 놓여 있을 뿐이었으나 청구인 차량이 역과한 이후 후행 충격자인 박○수가 지나갈 때는 도로에 피해자의 뇌, 장기 등 비산물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다) 다만, 청구인 차량과 박○수 차량 사이에 2대 정도의 차량이 사고 현장을 더 지나갔고 이들 차량의 피해자 충격 여부는 불분명하다.
(라) 청구인은 사고 장소로부터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즉시 정차하여 119에 사고 신고를 하였고, 이후목격자 이○원의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가서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다.
(마) 이 과정에서 청구인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도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사고차량을 보았냐’는 경찰의 질문에 ‘보지 못하였다.’고 답변하였다.
(바) 한편,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의 뇌, 장기 등의 비산물이 도로 군데군데에 떨어져 있어서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하였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및 119구조대도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후 천으로 덮어놓고 더 이상 병원으로의 후송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 청구인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청구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적은 경찰이 ‘가도 좋다’고 하여 그 허락을 받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
(아) 이후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역과시 나타날 수 있는 흔적이 식별된 반면, 다른 충돌 자세를 추정할 만한 특이한 흔적은 식별되지 않았다.
(2) 검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사실을 기초로 청구인이 이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사고현장에서 목격자처럼 행세한 후 사고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청구인 및 목격자의 진술, 피해자에 대한부검결과 등을 종합할 때, 청구인이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피청구인의 판단에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즉시 119 신고를 하고 피해자 사망이 명백한 상황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이후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에도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다하지않은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나아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였음에도 현장에서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도주’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나. 피해자 사망의 경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조치
(1)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교통사고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무, 사고 운전자의 신원확인의무 등이 포함될수 있으나 위 죄의 보호법익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무가 가장 주된 의무라 할 수 있고, 대법원도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도4771 판결,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도6903 판결,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도8125 참조)라고 일관되게 판시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가장 주된 의무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2869 판결,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4986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참조).
다만, 구호조치는 사고 운전자가 직접 피해자를 구출하고 응급조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 외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 병원 등이나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포함되고 구체적인 구호의 내용과 정도는 사고의 중대성, 피해의 정도, 사고현장의 상황 등에 따라 정해져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사고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사체의 안치, 후송 등을 위하여 병원과 경찰관서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도1605 판결, 대법원 1991. 4. 23. 선고 91도52 판결 참조).
살피건대, 청구인은 피해자를 역과한 즉시 119에 직접 신고하였고 이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후, 그 경찰관의 허락을 받고 현장을 이탈하였는데, 청구인이 현장을 이탈할 당시 피해자의 뇌 등 비산물이 도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등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하여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및 119 구조대도 피해자의 시신을 천으로 덮어놓고 더 이상 병원으로의 후송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청구인이 119에 신고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도 남긴 이상, 청구인이 피해자를 직접 병원에 후송하거나 안치시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어렵다.
한편,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사고 현장에서 인적 사항만 남겼을 뿐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므로 사고 운전자로서의 신원확인의무를 게을리한 것이고 이를 밝히기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사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부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더 이상의 구호조치도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청구인이 사고 운전자임을 은폐하거나 부인할 의도로 위와 같이 행동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다. ‘도주’의 고의 여부
(1)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
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660 판결, 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38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507 판결 등 참조). 또한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청구인이 사고 당시 자신이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임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사고 운전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할 경우,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음에도 이러한 결과를 용인할 의사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2) 그런데, 먼저, 청구인이 사고 당시 또는 현장을 이탈할 때에 자신이 운전한 차량의 역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가) 피청구인도 ‘피해자가 선행 사고를 당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듯이, 청구인이 역과하기전에 피해자는 도로에 이미 쓰려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청구인으로서는 당시 자신이 역과하기 전에 피해자가 선행 사고로 인해 도로에 쓰러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나) 또한, 청구인 차량이 지나갈 때 “퍽” 소리가 났고 이후 피해자의 뇌 등 비산물이 도로에서 보였다는 내용의 목격자 및 후행 충격자의 진술은 모두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고, 역과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취지의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역시 사고 당시가 아닌 이후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청구인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운전자라는 사실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고 당시에 인식할 수 있었던 사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나아가, 청구인 차량과 후행 충격자인 박○수의 차량 사이에 차량 2대 정도가 사고현장을 지나쳤는데, 이들 차량에 의한 충격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구인의 당시 심리상태를 추인해보면, 청구인으로서는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를 역과하기는 하였으나, 이미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 또는 상해를 입고 도로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충격하였거나, 자신을 피해자를 역과한 여러 차량 운전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고, 당시 사정만으로는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3) 나아가 청구인은 사고 당시 119에 직접 신고를 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었으며, 이후 경찰조사과정에서도 자신이 피해자를 역과한 사실을 단 한 번도 부인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청구인의 행동은 오히려 추후 사고 조사가 이루어지면 이에 협조할 의도로 위와 같이 자신의 인적사항을 남긴 것으로 보이고, 단순히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고 운전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에게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피해자를 충격하기 전에 이미 피해자가 1차로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선행 차량이 이미 피해자를 충격하여 사고를 내고서 도망을 간 것으로 생각하였으며, 잘못 진술하면 자신이 사고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질 것 같고 당황하기도 하여 119에 신고할 때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역과하였다는 말을 하지 못하였을 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설득력 없지 아니하고, 설령 청구인이 당시 자신의 사고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으로서는 사람을 역과하여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냈을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에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그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려는 자기방어적인 심리상태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고 보이는바, 이러한 점만으로는 청구인이 그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 즉 사람을 사망케 하는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다는 행위를 스스로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보인다.
라.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점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과연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다하지 않은 것인지 보다 면밀히 검토하고, 청구인에게 ‘도주’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사고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청구인의 심리 상태를 추인해보는 과정을 거쳐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실 및 정황은 모두 배제한 채 청구인이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적극적으로 사고 운전자임을 밝히지 않은 점만을 가지고 청구인에게 ‘도주’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마.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