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2헌마175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2년 5월 30일

결정요지

피청구인 검사는, 서로 상대방의 폭행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에서 그 일방인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 사건당시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서에 동행한 청구외 배○화ㆍ정○순ㆍ정○진ㆍ박○섭 등 주요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고, 또한 그와 같이 조사를 하지 않게 된 경위, 즉 ○○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청구외 진○봉의 불법ㆍ부당한 수사개입의 여부에 대하여도 조사하지 않음으로써,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이○철
대리인 변호사 함준표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2. 2. 8.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02년 형제543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인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02년 형제5431호 기소유예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청구인은 2002. 2. 8.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02년 형제5431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그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서울 서대문구 ○○동 260 일대의 재개발을 목적으로 설립ㆍ인가된 ○○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이하 ‘이 사건 재개발조합’이라 한다)의 조합장인바,
2001. 11. 30. 21:50경 위 같은 동 259의 54 앞 노상
에서, 청구인이 청구외 진○환의 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평소 재개발에 불만을 품고 있던 위 진○환이 “왜 남의 집을 기웃거리느냐”고 한 것이 시비가 되어, 위 진○환의 멱살을 잡고 위 진○환의 아들인 청구외 진○주를 땅바닥에 넘어뜨림으로써, 위 진○환에게는 폭행을, 위 진○주에게는 우측팔꿈치가 까지게 하는 등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가한 것이다.
나. 이에 청구인은 2002. 3. 11. 자신이 위 진○환과 진○주를 폭행ㆍ상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 양인으로부터 2주일의 치료를 요하는 두피좌상, 두피찰과상의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받았다고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이 사건은 청구인과 평소 재개발사업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인 피의자 진○환ㆍ진○주(이 둘은 부자지간이다) 사이에 언쟁과 몸싸움이 발생하여, 청구인과 위 진○환ㆍ진○주 모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으로 입건되어 각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청구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즉, i) 사건당시 이 사건 재개발사업은 재개발사업시행인가를 위한 공람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었는데, 일부 반대 조합원들이 사실무근의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근거없는 소문을 기재한 전단 등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하여 조합사업을 반대하는 경우가 있어, 청구인은 사건 당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임원인 청구외 배○화 이사, 정○순 이사, 정○진 이사 등과 함께 재개발구역을 순시하던 중, 위 진○환의 집에 이르자 위 진○환과 동인의 아들 2명이 뛰쳐나오며, “저놈이 조합사업을 한다면서 주민재산을 다 말아 먹는 도둑놈”이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어 막무가내로 청구인의 얼굴 등을 주먹과 발 등으로 구타하여, 청구인은 일방적으로 당했을 뿐, 위 피의자들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위 재개발조합 임원들 역시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고 말리기만 하였고, ii) 당시 경찰이 출동하게 된 것은 그곳에 함께 있었던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이사인 청구외 배○화가 청구인이 쓰러진 것을 보고 112에 신고하였기 때문이며, iii) 경찰서에서 위 배○화를 비롯한 이 사건 재개발조합의 이사인 청구외 정○순, 직원인 청구외 박○섭도 동행하여 사건의 경위에 대하여 설명하였으나, 피의자 진○환의 조카인 ○○경찰서 소속 경찰관
진○봉이 나타나 합의하라고 종용하는 등 수사에 불법, 부당하게 개입하여 편파수사에 흐르게 되었고, iv) 그 결과 청구인이 경찰에서 충분히 소명하지 못하였으며, 검찰에서 규명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으나, 검찰은 피의자의 소환 없이 사건을 종결하여 더 이상 변소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위 배○화ㆍ정○진ㆍ정○순ㆍ박○섭 작성의 사건경위확인서 및 상해진단서를 그 소명자료로 제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는 결국, 청구인이 피의자 진○환ㆍ진○주를 폭행 또는 상해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그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쟁점이 되는 것은 수사미진이나 편파적인 수사여부이다.
나. 기록에 의하면, 피의자 진○주는 “청구인의 목을 팔로 감고 벽에다 대고 밀치다가 함께 뒹굴었다”라고 진술하여 피의사실에 대하여 일부 자백하고 있는 반면, 청구인은 피의사실에 대하여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수사기록 28, 13-15, 20-21면 참조).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상해진단서 등 어떠한 객관적 증거자료도 찾아 볼 수 없고 참고인에 대하여 조사한 바도 없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피의자 진○환ㆍ진○주에 대한 피의자신문 및 대질신문만을 한 후, 단지 부자지간인 피의자 진○환ㆍ진○주의 진술을 일방적으로 믿고 청구인의 변소를 배척하여, 피의사실을 인정한 후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이다.
만약 사건 당시 상황을 목격한 참고인이 경찰조사 단계에서 동행하고 있었는데도, 그에 대하여 조사하지 않고 상대 피의자들의 진술만을 믿고 청구인의 변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면, 수사미진, 편파수사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답변서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즉, 청구인이 경찰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당시 현장에 있던 자신의 일행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을 한 사실이 없으며, 상해진단서도 다음날 발급받았음에도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다가 뒤늦게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비로소 참고인진술서와 상해진단서를 제출하고 있어, 그 점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경찰서 소속 순경 김○규 작성의 폭력사건 현장출동보고서에 의하면, 112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바, 싸움이 끝나고 당사자는 상호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청구인의 머리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목격자는
없었다고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10면 참조). 그리고 사법경찰관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청구인은 당시 다친 외상은 없었고, 상해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진술하고 있다.
한편, 청구인은, “저는 조합임원들과 함께 동네를 한 바퀴 순찰돌던 중, 진○환씨 집 앞을 지나가는데 집안에서 저를 향해 욕을 하더니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이 도둑놈의 새끼야’하며 때릴려고 하여 피하는데, 큰아들인 진○주가 나와 팔로 제목을 감고 벽에다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려 저와 함께 뒹굴었으며, 둘째 아들이 나와 저를 일으켜 세우며 말리고 있는데, 위 진○환이 주먹으로 얼굴을 2회 때린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13면 참조), 반면, 피의자 진○환은, “조합장인 이○철이란 사람이 지나가다 저를 보고는 저에게 뭐야 하더니 제멱살을 잡고 저를 넘어뜨리려 하여 저의 큰아들이 나와 이를 말린 것이지, 때린 사실이 없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며(수사기록 20면 참조), 피의자 진○주는, “……금일 저녁에 아버지가 대문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 제가 나가 보니 조합장 이○철과 저의 아버지가 말다툼하는데 이○철이 아버지 멱살을 잡고 밀치며 때릴듯한 상황이기에 제가 이○철의 목을 팔로 감고 벽에다 밀치자 이○철이 제 허리를 꽉잡아 저를 넘어뜨려 저와 함께 넘어져 뒹굴은 것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27면 참조). 이와 같이 청구인과 상대 피의자들이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안되어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없는 상태에서는 양측의 혐의를 인정하고 모두 기소유예처분을 한 피청구인의 판단에 일응 수긍할 만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경찰조사단계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참고인이 동행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누락되었다면, 이는 수사미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연유가 청구인의 주장처럼 상대 피의자 진○환의 조카인 ○○경찰서 소속 경찰관 진○봉의 불법ㆍ부당한 개입에 있다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편파적인 수사라고 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더구나 청구인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증거자료로 당시 사건의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서에 동행한 청구외 배○화ㆍ정○광진ㆍ정○순ㆍ박○섭이 작성한 사건경위확인서와 ○○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전문의 황○영 작성의 청구인에 대한 상해진단서를 제출하고 있다(헌법소원기록 9-11면 참조).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함에 있어서, i) 사건 당시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서에 동행한 청구외 배○화ㆍ정○순ㆍ정○진ㆍ박○섭 등 주요 참고인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고, ii) 그 조사를 하지 않게 된 경위 즉, ○○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청구외 진○봉의 불법ㆍ부당한 수사개입의 여부를 조사하지 않음으로써,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여, 피청구인이 최소한 위 2가지의 점에 대하여 재수사하도록 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