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1헌마66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1년 12월 20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극구 범행을 부인하고, 혐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게 된 동기가 불분명하고, 폭행경위 및 태양 등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것은 물론 진술 상호간에 모순이 있으며, 시비 당시의 상황 및 피해신고 경위 등에 대한 피해자의 아들의 진술 또한 석연치 아니한 점이 있어 피해자의 진술은 여러 모로 그 신빙성에 의심이 가고,
오히려 청구인의 주장이 일관성은 물론 설득력도 있어 진실일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한편, 당시 현장에는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중요 참고인이 있었고 또한 수사과정에서 위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그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아니한 채 서둘러 청구인의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제2조 제2항, 제1항, 형법 제260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규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철기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1. 5. 29.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1년 형제28333호 사건에 관하여 위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2001년 형제28333호 불기소사건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2001. 3. 11. 서울 중랑경찰서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청구인의 형인 청구외 김□규가 운영하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재 ○○단란주점의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자로서,
2001. 3. 11. 00:20경 위 주점에서 술을 마신 청구외(피해자) 문○순의 아들인 김○훈이 술을 먹고도 술값을 지불하지 아니하여 그 무렵 김○훈과 함께 같은 구 중화동 소재 문○순의 집에 가서 문○순에게 술값의 지불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되어 시비를 벌이던 중 오른쪽 팔꿈치로 피해자의 왼쪽 눈 부위를 1회 때려 폭행을 가하였다.
나. 위 사건을 수사한 피청구인은 2001. 5. 29. 청구인의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정도가 경미하고, 술값을 받기 위하여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이며, 문
○순이 처벌을 불원하는 점 등을 참작하여 그 소추를 유예하였다.
다. 청구인은 문○순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범죄혐의를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검찰권의 자의적인 행사로서 이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사건의 경위
(1) 청구인은 대학생으로서 형인 김□규가 운영하는 위 주점에서 아르바이트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전날인 2001. 3. 10. 22:00경 문○순의 아들인 38세의 김○훈이 주점에 와서 약 2시간에 걸쳐 금 89,000원 상당의 술과 안주를 먹었다. 술에 취한 김○훈은 돈이 없다고 하면서 술값을 지불하지 아니하자, 청구인은 집에 찾아가 술값을 받아내기로 하고 5회나 거짓 전화번호를 대는 김○훈을 상대로 힘들게 연락처를 확인한 후 주점 종업원인 청구외 김○진을 데리고 김○훈과 함께 택시를 타고 문○순의 집에 가게 되었다.
(2) 4층에 있는 문○순의 집 앞에 이르자 술에 취한 김○훈이 소란을 피웠고, 이에 밤늦은 시각에 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깬 문○순이 문을 열고 나왔다. 청구인은 문○순에게 술값을 대신 지불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고, 문○순은 “지금은 돈이 없고, 아들도 화가 났으니 날이 밝으면 받아가라”고 그 지불을 거절하자, 청구인은 “돈을 주든가 아니면 각서라도 써라”고 하면서 즉시 해결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
(3) 위와 같이 청구인, 문○순 및 김○훈이 술값 지불문제로 시비를 벌이는 과정에서 문○순은 누군가가 휘두른 팔꿈치에 왼쪽 눈 부위를 맞고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고, 이를 계기로 청구인 및 김○진은 더 이상 술값을 받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4) 김○훈은 같은 날 저녁때 관할 파출소에 피해신고를 하였고, 이에 따라 청구인은 피의자로 입건되었다.
나. 청구인의 주장과 문○순의 진술
청구인은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문○순 및 김○훈과 술값 지불문제로 시비를 벌일 당시 청구인은 물론 함께 갔던 김○진이 문○순을 폭행한 적이 없고, 오히려 술에 취한 김○훈이 좁은 복도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청구인 및 김○진을 상대로 팔을 휘두르다가 오른쪽 팔꿈치로 그 뒤쪽에 서 있던 문○순의 왼쪽 눈 부위를 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문○순은 틀림없이 청구인이 휘두르는 팔꿈치에 눈 부위를 맞았다고 진술한다.
다. 증거판단의 문제점(사실오인)
(1) 이 사건 기록 중 피의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문○순의 진술뿐이다. 그런데 문○순의 진술은 여러모로 그 신빙성에 의문이 간다.
먼저 청구인이 문○순을 폭행한 동기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날이 밝으면 돈을 받아가라 한데다 각서마저 써 주지 않아서 분개한 나머지 폭행하였다는 취지이나 이정도 사유만으로는 그 폭행의 동기가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청구인은 그의 형이 경영하는 단란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5세의 대학생이다. 그런데 문○순의 아들인 김○훈이가 혼자서 89,000원 어치의 술을 마시고도 돈을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5회나 집 전화번호를 엉터리로 알려 줘 곤욕을 치른 다음 다른 종업원인 김○진과 함께 택시를 타고 김○훈의 집에 왔다. 물론 돈을 받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김○훈은 집에 오자마자 4층의 자기 집 앞 계단에서 밑의 계단에 있는 청구인 일행을 향해 플라스틱 김치통을 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댔다. 이런 상황에서 청구인이 소란을 피우는 김○훈 바로 그 사람을 상대한 것이 아니라 그의 뒤에 있는 그의 어머니 문○순을 폭행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다투려면 돈 없이 술을 마셔 놓고도 집에 오자 오히려 행패를 부리는 김○훈과 다퉜어야 사리에 맞을게 아닌가. 그런데 청구인이 김○훈과 맞상대하였다는 흔적은 기록상 전혀 보이지 않는다.
(2) 문○순은 진술하기를 지금은 돈이 없어 못 준다니까 청구인이 계단을 거쳐 4층 복도 쪽으로 올라오더니 뒤로 돌아서면서 팔꿈치로 자기 왼쪽 눈 부위를 1회 때렸다는 것이다(수사기록 23쪽, 경찰에서의 이 2차 진술은 청구인이 아들을 때리려고 팔을 휘저었는데 그때 뒤에 있던 자기가 눈을 맞은 것이라는 문○순의 당초 1차 진술이 바뀐 것인데 경찰에서는 그렇다면 어느 진술이 맞다는 것인지 확실하게 가려 보았어야 했다). 그러나 여하튼 그 정도의 말을 했다 해서 60세에 가까운 여자에게 25세의 대학생인 청구인이 달려들어 보통사람의 경우 그런 동작이 선뜻 나오기도 힘든 이른바 ‘팔꿈치 돌려치기’로 뒤쪽에 있는 사람의 눈 부위를 강타한다는 것이 도대체 있을 법한 일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문○순이 진정 청구인으로부터 팔꿈치로 왼쪽 눈 부위를 맞아 복도에 주저앉아 버릴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면, 여기서 그런 상황이 조용히 끝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란을 피우던 그의 아들이 아닌가. 그런 아들 앞에서 그의 어머니가 청구인
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비명을 지르며 복도에 주저앉았는데도 아들이 가만히 있었다면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도 기록상 더 이상의 사태발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주장의 폭행이 진정 있었다면 결코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이 사건은 청구인이 지금 돈을 줄 수 없다면 내일 다시 돈을 받으러 올 테니 각서라도 써 달라고 하자 김○훈이가 소란을 피우면서 청구인측 2인을 때리려고 팔을 휘두르다가 그의 오른쪽 팔이 청구인의 가슴을 스치면서 뒤에 서 있던 그의 어머니의 눈을 팔꿈치로 치게 된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일관성은 물론 설득력도 있어 진실일 개연성이 높다. 그래야만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상황발생으로 청구인들이 술값 문제를 단념한 채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사정이나 더 이상의 사태발전이 없었다는 상황까지 포함하여 이 사건이 명쾌하게 설명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3) 이 사건 폭행신고는 김○훈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김○훈은 돈 없이 술을 마시며 집 전화번호를 5회나 엉터리로 알려 줘 청구인측을 골탕 먹인데다 집에 와서는 오히려 행패를 부린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이 사건에 관한 경찰조사에서 술집 종업원과 함께 집에 와 어머니에게 술값을 못냈다고 하고는 바로 방에 들어가서 누워 있었고 따라서 어머니가 폭행 당한 사실은 당시 전혀 알지 못했으며 다음 날 저녁, 교회에 다녀 온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비로소 알았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이 진술이 허위임은 명백하다. 청구인 일행에 대해 플라스틱 김치통을 내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다는 사실은 바로 그의 어머니조차 인정한 사실이 아닌가. 이 뻔한 사실을 김○훈은 감추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폭행신고를 스스로 하고(수사기록 23쪽 하단) 그 결과 김○훈은 술값 89,000원을 지금껏 내지 않고 있다. 청구인이 폭행범으로 몰릴 경우 술값문제는 아예 거론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계산에 넣은 의도성 신고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렇게 이 사건 신고가 여러 면에서 그 처신에 의문이 가는 김○훈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술값마저 안 내게 되었다는 점도 이 사건의 진상과 관련,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라. 수사상의 문제점(수사미진)
이 사건 수사를 함에 있어 수사기관은 문○순과 청구인으로부터 각 2회에 걸쳐 진술을 받아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이라는 것이 이 사건 폭행의 동기로 거론되는 사유나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데다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처신에 문제
가 있고 이 사건에서 명백히 거짓진술을 하는 등으로 믿을 수 없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의구심마저 드는 아들의 신고와 맞물려 있다. 수사기관도 이러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서인지 모르나 여하튼 현장사진을 찍고 그림까지 그려 받는 등 나름대로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은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목격자인 김○진의 진술은 왜 받지 않았는지 그 수사상의 미진한 점도 아울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은 청구인과 함께 행동을 같이 한 사람이 아닌가. 가해 당사자들 외에 김○훈을 빼 놓고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유일한 목격자다. 수사당시 김○진을 조사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음이 기록상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의 진술 없이 서둘러 청구인의 폭행사실을 인정한 것은 분명히 수사미진이다. 만약 그가 주점 종업원으로서 청구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의 신빙성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서 그랬다면 이는 더구나 명백히 불필요한 예단이다.
마. 소 결
결국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행사로서 필경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증거판단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피청구인의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