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4헌마383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4년 9월 23일
결정요지
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나. 청구인은 대학교의 시간강사로서 위 대학교의 학생인 피해자가 인터넷에 청구인을 비방하는 문건을 게시하자 위 대학교의 다른 교수인 정○상의 연구실에서 정○상과 함께 피해자의 사후처리를 논의하던 중 조교인 석○훈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는 청구인과 정○상이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와 과정, 그 과정에서 석○훈이 동석하였는지 아니면 석○훈이 연구실의 구조상 청구인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는지 여부, 청구인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정○상과 피해자의 신변에 관하여 논의를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관련자들의 대질신문
등을 통하여 면밀히 수사를 하여 청구인이 전파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고 있었는지를 밝혀서 그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청구인은 대학교의 시간강사로서 위 대학교의 학생인 피해자가 인터넷에 청구인을 비방하는 문건을 게시하자 위 대학교의 다른 교수인 정○상의 연구실에서 정○상과 함께 피해자의 사후처리를 논의하던 중 조교인 석○훈이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피의사실에 대하여, 검사는 청구인과 정○상이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경위와 과정, 그 과정에서 석○훈이 동석하였는지 아니면 석○훈이 연구실의 구조상 청구인이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대화내용을 듣게 되었는지 여부, 청구인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였음에도 정○상과 피해자의 신변에 관하여 논의를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관련자들의 대질신문
등을 통하여 면밀히 수사를 하여 청구인이 전파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고 있었는지를 밝혀서 그 결과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한 후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참조조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형법 제307조 제2항
형법 제307조 제2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서○애
국선 대리인 변호사 하일호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4. 4. 26.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04년 형제89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4. 4. 26.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04년 형제8989호 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 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대학교 시간강사인 바, 2003. 6. 17. 경 경주시 ○○동 소재 ○○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과 정○상 교수 연구실내에서, 사실은 피해자 이○진이 편집증을 앓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대학교 ○○과 조교인 석○훈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위 정○상 교수에게 “○○과 이○진 학생이 어렸을 때 편집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혐의는 인정되나, 초범이고, 본건 피해자가 먼저 청구인의 평가 학점에 불만을 품고 위 대학교 인터넷게시판에 청구인에 대한 비방글을 올렸을 뿐 아니라 범행당일 위 피해자가 청구인을 따라다니며 괴롭혀 왔던 점 등 그 동기와 경위를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위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이로 인해 청
구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침해당하였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피의사실과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고, 설령 청구인이 그러한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정○상 교수만 있었고, 조교인 석○훈은 없었다. 청구인과 정○상은 모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학생의 행동에 대하여 그 잘못과 예후에 대하여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말이 외부로 퍼져나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공연성이 없거나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신빙성이 없는 석○훈 등의 진술만을 믿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3.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피청구인은 경찰조사단계에서 석○훈을 소환하여 보강조사 하도록 지휘하였고, 검찰 송치 후 정○상에 대하여도 전화로 진술을 받는 등 수사를 다 하였으며, 석○훈이 분명히 피의사실과 같은 언행을 청구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당시 조교에 불과한 석○훈이 듣는 자리에서 위와 같은 언행을 하여 결국 피해자에게 전달된 사실 등에 비추어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
4. 판 단
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판단기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도1467 판결).
또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
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나. 수사미진
이 사건 수사기록(27, 70, 87, 108쪽)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인 이○진은 ○○대학교 ○○캠퍼스 ○○과 학생으로서 같은 대학 ○○학과 강사인 청구인의 “불전의 문학과 사상”이라는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루었으나 청구인으로부터 F학점을 받게 되자 학교 인터넷에 청구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고, ○○과 권○원이 이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다. 위 대학교 불교학과에서는 위 두 학생으로부터 반성문을 받기로 방침을 정하였는데 이를 전해 들은 이○진이 2003. 6. 17. 반성문을 쓰지 못하겠다며 청구인을 따라 다니면서 소리를 지르자 청구인은 ○○과 교수인 이○종, 노○희를 만나 그 문제를 상의하게 되었는데, 노○희가 “그 아이가 편집증인가?”라는 말을 하였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경 청구인은 ○○과 정○상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가 위 권○원에 대한 사후 처리문제를 논의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교수가 ○○과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청구인은 그 답변 도중에 “○○과 교수가 이○진이 어렸을 때 편집증을 앓았다더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할 때에 조교인 석○훈이 동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린다. 청구인은 당시 정○상 교수가 석○훈에게 권○원 학생을 찾아오라고 시켜 왔다 갔다 해서 그 자리에 없었다고 진술하고(73쪽), 석○훈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며(18쪽, 56쪽), 정○상은 처음 진술서(27쪽)에 그 당시 석○훈이 자리에 있었다고 썼으나, 검사직무대리와의 통화에서는 그 부분에 관한 아무런 말이 없다(87쪽). 한편 석○강훈은 청구인이 “이○진은 편집증세가 있고, 수업시간에 자세도 불량하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학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56쪽)고 하여 청구인이 노○희의 말을 전언한 것이 아니라 직접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진술을 하고 있어 청구인이나 정○상의 진술과도 일치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비록 청구인이 시간강사라고 할지라도 대학생을 훈육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이고 정○상 교수는 더욱더 큰 책무를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사후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그들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의 신상에 관한 미확인 정보를 서로 이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비밀로 지켜야 할 특별한 신분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만약 청구인이 정○상 교수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또는 석○훈이 듣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정○상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들은 피해자에 관한 미확인 신상정보를 그대로 전한 것에 불과하다면 두 사람의 신분관계에 비추어 그러한 말이 외부로 퍼져 나가리라고 청구인이 인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조교인 석○훈의 업무내용에 따라서는 그 역시 학생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퍼뜨려서는 아니 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어떠한 경위로 어떠한 상황에서 정○상 교수에게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석○훈이 그 자리에 동석을 하였는지, 아니면 연구실의 구조상 두 사람의 대화를 충분히 엿들을 수 있는 위치에 석○훈이 있었는지, 또 청구인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진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인지, 석○훈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청구인과 석○훈, 정○상에 대한 대질신문 등을 통해 더 밝혀보지 아니하고는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혐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피청구인이 이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상세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로 수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상경
청 구 인 서○애
국선 대리인 변호사 하일호
피청구인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4. 4. 26.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04년 형제89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4. 4. 26.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2004년 형제8989호 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 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대학교 시간강사인 바, 2003. 6. 17. 경 경주시 ○○동 소재 ○○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과 정○상 교수 연구실내에서, 사실은 피해자 이○진이 편집증을 앓은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대학교 ○○과 조교인 석○훈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위 정○상 교수에게 “○○과 이○진 학생이 어렸을 때 편집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하더라”는 말을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동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혐의는 인정되나, 초범이고, 본건 피해자가 먼저 청구인의 평가 학점에 불만을 품고 위 대학교 인터넷게시판에 청구인에 대한 비방글을 올렸을 뿐 아니라 범행당일 위 피해자가 청구인을 따라다니며 괴롭혀 왔던 점 등 그 동기와 경위를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위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이로 인해 청
구인의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침해당하였다며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피의사실과 같은 진술을 한 적이 없고, 설령 청구인이 그러한 말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정○상 교수만 있었고, 조교인 석○훈은 없었다. 청구인과 정○상은 모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학생의 행동에 대하여 그 잘못과 예후에 대하여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말이 외부로 퍼져나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청구인의 행위는 공연성이 없거나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신빙성이 없는 석○훈 등의 진술만을 믿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다.
3.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피청구인은 경찰조사단계에서 석○훈을 소환하여 보강조사 하도록 지휘하였고, 검찰 송치 후 정○상에 대하여도 전화로 진술을 받는 등 수사를 다 하였으며, 석○훈이 분명히 피의사실과 같은 언행을 청구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당시 조교에 불과한 석○훈이 듣는 자리에서 위와 같은 언행을 하여 결국 피해자에게 전달된 사실 등에 비추어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
4. 판 단
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판단기준
명예훼손죄에 있어서의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더라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나, 이와 달리 전파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사실의 유포는 공연성을 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도1467 판결).
또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 행위자가 전파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그 전파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
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나. 수사미진
이 사건 수사기록(27, 70, 87, 108쪽)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인 이○진은 ○○대학교 ○○캠퍼스 ○○과 학생으로서 같은 대학 ○○학과 강사인 청구인의 “불전의 문학과 사상”이라는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루었으나 청구인으로부터 F학점을 받게 되자 학교 인터넷에 청구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고, ○○과 권○원이 이에 동조하는 글을 올렸다. 위 대학교 불교학과에서는 위 두 학생으로부터 반성문을 받기로 방침을 정하였는데 이를 전해 들은 이○진이 2003. 6. 17. 반성문을 쓰지 못하겠다며 청구인을 따라 다니면서 소리를 지르자 청구인은 ○○과 교수인 이○종, 노○희를 만나 그 문제를 상의하게 되었는데, 노○희가 “그 아이가 편집증인가?”라는 말을 하였다.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경 청구인은 ○○과 정○상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가 위 권○원에 대한 사후 처리문제를 논의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교수가 ○○과에서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느냐고 묻자 청구인은 그 답변 도중에 “○○과 교수가 이○진이 어렸을 때 편집증을 앓았다더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할 때에 조교인 석○훈이 동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린다. 청구인은 당시 정○상 교수가 석○훈에게 권○원 학생을 찾아오라고 시켜 왔다 갔다 해서 그 자리에 없었다고 진술하고(73쪽), 석○훈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며(18쪽, 56쪽), 정○상은 처음 진술서(27쪽)에 그 당시 석○훈이 자리에 있었다고 썼으나, 검사직무대리와의 통화에서는 그 부분에 관한 아무런 말이 없다(87쪽). 한편 석○강훈은 청구인이 “이○진은 편집증세가 있고, 수업시간에 자세도 불량하고, 정신적으로 이상한 학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56쪽)고 하여 청구인이 노○희의 말을 전언한 것이 아니라 직접 그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진술을 하고 있어 청구인이나 정○상의 진술과도 일치하지 아니한다.
그런데 비록 청구인이 시간강사라고 할지라도 대학생을 훈육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사람이고 정○상 교수는 더욱더 큰 책무를 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사후처리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그들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학생의 신상에 관한 미확인 정보를 서로 이야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비밀로 지켜야 할 특별한 신분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다. 만약 청구인이 정○상 교수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또는 석○훈이 듣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정○상 교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들은 피해자에 관한 미확인 신상정보를 그대로 전한 것에 불과하다면 두 사람의 신분관계에 비추어 그러한 말이 외부로 퍼져 나가리라고 청구인이 인식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조교인 석○훈의 업무내용에 따라서는 그 역시 학생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퍼뜨려서는 아니 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될 여지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이 어떠한 경위로 어떠한 상황에서 정○상 교수에게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석○훈이 그 자리에 동석을 하였는지, 아니면 연구실의 구조상 두 사람의 대화를 충분히 엿들을 수 있는 위치에 석○훈이 있었는지, 또 청구인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진의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인지, 석○훈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청구인과 석○훈, 정○상에 대한 대질신문 등을 통해 더 밝혀보지 아니하고는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혐의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소결론
사정이 위와 같음에도 피청구인이 이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상세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로 수사를 다 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