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4헌바2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일: 1997년 8월 21일

결정요지

1. 우리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나 사후통제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가 헌법상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정신청제도를 둘 것인지, 재정신청제도를 둘 경우 그 신청대상범죄를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입법자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사항이다.
2.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이 재정신청의 대상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중에서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인권침해 유형의 범죄에 한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라 할 것이므로, 재정신청의 대상이 아닌 범죄에 대한 고소ㆍ고발인이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의 남용에 따른 사법적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어 재판청구권에 대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이영모의 反對意見
1. 재판청구권은 그 보호영역에 따라 사법절차에의 접근을 위한 기본권과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으로 나눌 수 있고, 전자는 사법행위청구권을, 후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청문청구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범죄피해자가 가해자의 범행을 처벌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 역시 사법행위청구권이므로, 재정신청제도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형사절차법상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 볼 수 있다.
2. 우리 형사소송법이 국가소추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완장치로서 마련된 재정신청제도는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구제장치를 충분히 보장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은 일부 범죄의 피해자 및 고발인에게만 재정신청을 허용함으로써 고소ㆍ고발인의 재판청구권을 자의적으로 차별하고 있으며, 헌법상 보장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청 구 인 이 ○ 승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 원 형
당해사건 대법원 93모45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1항, 제27조 제5항
형사소송법 제246조, 제247조 제1항, 제262조의2, 제263조
형사소송법 (1973. 1. 25. 법률 제2450호로 개정된 것) 제260조 제1항

결정 전문

【주 문】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1973. 1. 25. 법률 제2450호로 개정된 것) 중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에 대하여"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피해자동지회 대표로서 1980. 8.경부터 1981. 1. 25.경까지 집행된 삼청계획과 관련하여 청구외 최○하ㆍ전○환ㆍ이○성ㆍ김○기를 직권남용, 불법체포, 감금, 폭행 및 가혹행위, 살인 및 살인교사죄로 1989. 12. 27.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하였으나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2. 12. 26. 공소권없음 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93초12 재정신청) 동 법원은 이 사건 피의사실 중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와 제124조의 불법체포ㆍ감금죄, 제125조의 폭행ㆍ가혹행위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으며 살인 및 살인교사죄는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에 규정된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는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1993. 4. 28. 동 재정신청을 기각하였다. 청구인은 이 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면서(대법원 93모45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이 재정신청대상을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에 한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93초129 위헌제청신청),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은 헌법위반의 법률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라는 이유로 1993. 12. 27. 동 신청을 기각하자 1994. 1.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1973. 1. 25. 법률제2450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법률조항’이라 한다) 중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에 대하여" 부분의 위헌 여부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60조(재정신청) ①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에 대하여
고소 또는 고발을 한 자는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때에는 그 검사 소속의 고등검찰청에 대응하는 고등법원에 그 당부에 관한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2. 청구인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법제하에서 검사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송조건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에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형법 제51조를 참작하여 기소유예를 할 수 있는 재량을 갖고 있기는 하나, 그 재량에도 합리적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기소하여야 할 극히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안을 불기소처분한 경우 이는 기소편의주의의 법리에 어긋나는 부당한 조처이다. 검사의 이러한 부당한 처분을 시정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재정신청인 만큼, 이 법률조항이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한정함으로써 삼청교육이란 명목으로 행해진 살인죄와 같은 중죄에 대하여 검사의 잘못된 불기소처분을 시정하지 못하게 한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대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대법원은 단순히 이 법률조항이 헌법위반의 법률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므로 이와 다른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하고, 기존의 대법원 1983. 7. 14.자 83모23 결정을 원용하여 청구인의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한편 대법원 83모23(위헌법률심사제청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재항고)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헌법과 법률에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형사에 있어서는 소추된 경우에
피고인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고 피해자나 일반사인에게 소추권을 보장한 규정이 아니며,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할 것인가 사인소추주의를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문제인바, 형사소송법은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였고 따라서 동법 제260조는 그 예외에 불과하고 그 예외의 경우를 제외한 범죄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자와 일반사인은 검사의 공소권발동을 촉구할 수 있음에 불과하므로, 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다. 검찰총장 및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 본안전 항변
(가) 청구기간의 경과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2항은 동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동법 제69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청구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적격이 소멸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비록 검사로부터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그에 대한 항고나 재항고의 불복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만, 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살인죄나 살인교사죄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의 죄가 아님이 명백하므로 만약 위 규정이 위헌이라면 불기소처분을 한 때에 이미 위 규정으로 인하여 청구인에 대한 권리의 침해가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에 의한 청구기간의 기산일인 ‘사유가 발생한 날’은 불기소처분일인 1992. 12. 26.이고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은 불기소처분통지
를 받은 날인 1993. 1. 8.이다. 그런데 청구인은 1994. 1. 8.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이 경과된 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음이 날짜계산상 명백하다.
(나) 자기관련성 결여
이 사건에 있어서 공소시효가 경과하지 않은 부분은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살인 및 살인교사 부분 뿐이고(원래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당시에 이미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는 완성되었으나 대통령 재직중에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는 헌법재판소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결정에 따라 피의자 전○환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기간을 제외하면 공소시효가 남아 있게 된 것임) 동 범죄에 관한 한 청구인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므로 자기관련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며, 동 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에 있어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전부 경과하였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다) 재판의 전제성 결여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은 재정신청에 대한 고등법원의 신청기각결정 또는 부심판결정에 대해서는 항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은 서울고등법원의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하여 대법원에 항고를 하였으며, 따라서 대법원에서의 항고심재판 자체가 부적법한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이라는 요건을 결여하였다.
(2) 본안에 대한 의견
(가) 재정신청제도는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하는 법제에서 기소법정주의를 관철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제도로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나) 재정신청은 우리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기소독점주의의 중대한 예외가 되기 때문에 기소독점주의의 이념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되어야 할 것인데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다) 재정신청에 있어 그 범위를 제한하는 이유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는 검찰항고제도 등을 통하여 충분한 구제절차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며,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헌법상 3권분립의 조직원리에 의거하여 법관과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검사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판단에 맡겨진 준사법처분이므로 원칙적으로 법원의 당부심사를 인정하지 아니하고, 다만 수사기관에 의한 범죄로서 헌법상의 고문금지규정을 침해하기 쉽고 기소편의주의가 남용된다고 비판될 소지가 있는 범죄에 한하여 3권분립의 원칙이나 국가소추주의원칙의 예외로서 법원으로 하여금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판단케 하였을 따름인 것이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1) 청구기간
검찰총장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동법 제69조 제2항 소정의 고유한 청구기간 외에 동법 제68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에 관한 규정인 동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도 아울러 준수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동법 제69조 제1항 소정의 청구기간을 경과하여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한 청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69조의 해석상 동법 제6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헌법소원의 경우에는 동법 제69조 제2항의 청구기간 외에 같은 조 제1항의 청구기간도 함께 준수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90헌바59 결정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 청구인은 대법원의 위헌제청기각결정일(1993. 12. 27)로부터 14일 이내인 1994. 1.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적법한 청구기간 안에 청구한 것임이 명백하다.
(2) 자기관련성
검찰총장 및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은, 헌법소원에 있어 기본권의 침해는 자신이ㆍ직접ㆍ현재 침해당한 경우라야 하고 고발인은 일반적으로 자기관련성이 없어 청구인적격이 없는바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은 고발인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는 자기관련성의 요건을 결여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으로서의 자기관련성ㆍ현재성ㆍ직접성이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한 헌법소원에서 요구되는 요건이고, 이 사건과 같이 법 제68조 제2항에 규정한 이른바 규범통제형(위헌심사형) 헌법소원에 있어서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이 법률조항의 규정에 따르면 ‘고소인’ 뿐만 아니라 ‘고발인’도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3) 재판의 전제성
검찰총장은, 재정신청기각결정에 대한 청구인의 대법원에의 (재)항고는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의 규정에 비추어 부적법한 것이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하였다고 주장하나 재정신청에 대한 기각결정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
령 또는 규칙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415조에 의하여 대법원에 재항고(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1965. 5. 12.자, 64모38 전원합의체결정 및 1988. 1. 29.자, 86모58 결정 등 참조).
또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이 법률조항은 이 사건의 당해사건(대법원 93모45)에서 적용될 법률조항이며 그 위헌여부에 따라서 재판의 주문 또는 재판의 결론을 이끌어내는 이유를 달리하는 등 이른바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것이 명백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4) 소결론
따라서 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적법하게 제기된 것이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우리 헌법은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나 사후통제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 어떤 절차나 형식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통제를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원리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입법자가 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그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즉 어떠한 원칙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성향, 우리가 채택한 형사사법제도의 기본골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다.
형사소송법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여 국가소추주의와 함께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한편 동법 제
247조 제1항은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기소편의주의를 아울러 채택하고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이 이와 같이 국가기관으로서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 의한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한 것은 공소제기를 개인적 감정에 좌우되지 아니하고 전국적으로 통일되게 행사함으로써 획일적이며 공평한 소추를 담보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한편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것은 형사정책적인 고려와 소송경제 및 구체적 정의의 실현이 가능하도록 특별히 고려한 것이다(헌법재판소 1989. 4. 17. 선고, 88헌마3 결정 참조).
물론 입법자가 그의 재량으로 형사소추제도에 있어서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였다 하더라도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합리적인 통제는 당연히 요구된다. 그런데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남용, 즉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에 관하여 헌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으로 어느 범위에서 이를 제한하여 그 남용을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가 헌법상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재정신청제도를 둘 것인지, 재정신청제도를 둘 경우 그 신청대상범죄를 어느 범위로 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는 입법자의 입법정책에 속하는 사항이고 입법자가 재정신청제도를 두면서 그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제한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게 설정되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라고 할 수 없다.
(2) 이 법률조항은 재정신청의 대상범죄를 일정 범위로 한정함으로써 그 범죄 이외의 범죄에 대한 고소ㆍ고발인의 재판청구권과 특히 고소인인 경우 범죄의 피해자로서 재판절차진술권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되므로 이것이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따라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인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결정 참조).
이 법률조항은 형사소송법상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그 남용을 억제함과 아울러 고소ㆍ고발인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하여 입법자가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법률조항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중에서 주로 수사기관 등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인권침해 유형의 범죄에 속하는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제124조(불법체포, 불법감금), 제125조(폭행, 가혹행위)의 죄의 경우에는 기소편의주의가 남용될 소지가 많고 검찰자체의 시정제도에 의하여는
부당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 또한 없지 아니하므로 그 통제의 객관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히 이들 범죄를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사법부인 법원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입법자는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검찰청법상의 항고절차를 통하여 불기소처분을 시정할 수 있다고 보아 별도로 재정신청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위와 같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 법률조항이 재정신청의 대상을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중에서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등에 의하여 발생하는 인권침해 유형의 범죄에 한정하고 있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라 할 것이므로 비록 형사소송법이 재정신청의 대상범죄를 제한하여 재정신청의 대상이 아닌 범죄에 대한 고소ㆍ고발인이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의 남용에 따른 사법적 통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 하더라도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어 재판청구권에 대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중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이영모를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
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청구권은 그 보호영역에 따라 사법절차에의 접근을 위한 기본권과 사법절차상의 기본권으로 나눌 수 있고, 전자는 사법행위청구권을, 후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청문청구권,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한편, 우리 헌법은 제27조 제5항에서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범죄피해자가 가해자의 범행을 처벌해 줄 것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 역시 사법행위청구권이므로, 재정신청제도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형사절차법상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 1989. 4. 17. 선고, 88헌마3 결정 참조, 판례집 제1권 31, 37면).
나.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재판청구권의 경우에도 그에 대한 제한이 정당화되려면 우선 제한의 목적이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어야 하고, 다음으로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안된다.
모든 국민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사법행위청구권은 국민의 법원에의 접근을 보장하는 기본적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조적인 기본권으로 법의 지배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가 되는 권리이다. 인권의 보장과 권력의 분립을 규정하고 있
는 근대헌법의 본질적인 특징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직결되는 권력분립의 원리에 어긋하는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이 법률조항이 불합리한 차별인지의 여부, 즉 평등원칙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에는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입법목적 달성수단이 필요 최소한도의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 1953. 1. 13. 정부가 제안한 형사소송법안에는 재정신청에 관한 조항이 없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를 신설하였는데, 그 이유는 검사의 공소권행사가 정실과 독선에 흐르는 폐단을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이와 같이 수정된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고, 국회는 본래대로 재의결하여 재정신청대상이 되는 범죄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형사소송법(1954. 9. 23. 법률 제341호)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유신헌법 이후 입법권을 가진 비상국무회의가 1973. 1. 19. 상정의결함으로써 1973. 1. 25. 법률 제2450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이 법률조항과 같이 재정신청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로 한정하였고 당시 이 법률조항과 함께 개정 또는 신설된 기본권 관련 형사소송법의 다른 조항들과 함께 유신체제를 뒷받침하는 조항으로 기능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와같은 조항들은 점차 개정 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무효화되었으나 이 법률조항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즉
(1) 보석결정, 구속취소결정에 대하여 검사가 즉시 항고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97조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동조 제3항
중 보석을 허가하는 결정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다(헌법재판소 1993. 12. 23. 선고, 93헌가2 결정;판례집 제5권 2집 578, 581면).
(2) 당시 법 제201조 제4항의 삭제로 폐지되었던 구속적부심사제도는 1980. 12. 18. 법 제214조의2에서 다시 부활하였다(법률 제3282호).
(3) 일정한 경우에는 검사가 제1회 공판기일전에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221조의2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동조 제2항 및 제5항 중 같은 조 제2항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였다(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4헌바1 결정;판례집 제8권 2집 808, 814면).
(4) 긴급구속의 요건을 ‘금고이상의 죄를 범한 자’로 완화한 동법 제206조는 1973. 12. 20.의 일부개정(법률제2653호)을 거쳐 1995. 12. 29. 삭제되었으며(법률 제5054호),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수사단계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한 동법 제221조의3 제1항은 1980. 12. 18. 판사에게 청구하여야 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법률 제3282호).
라. 재판청구권은 국민에게 실효적ㆍ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수인할 수 없을 정도로 법원에의 접근을 어렵게 하여 단지 명목적인 권리가 될 정도로 재판청구권을 제한하여서는 안된다(헌법재판소 1996. 10. 4. 선고, 95헌가1ㆍ4(병합) 결정;판례집 제8권 2집 258, 269면). 우리 형사소송법은 국가소추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광범위한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하여 범죄의 피해자는 무방비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보완장치로써 마련된 재정신청제도는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구제장치를 충분히 보장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범죄의 피해
자 및 고발인에게만 재정신청을 허용함으로써 고소ㆍ고발인의 재판청구권을 자의적으로 차별하여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재정신청제도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로 인한 소추권행사의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라면, 이 법률조항 소정의 공무원의 직권남용죄에 한하여 재정신청을 인정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범죄피해자의 관점에서 볼 때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만이 검사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불기소처분의 가능성이 높고, 기타 살인죄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사정 또한 발견되지 아니한다. 검사의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불기소처분의 가능성에 관한 한 범죄피해자들에 있어서는 같은 상황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은 합리적 이유없이 범죄피해자들이 가진 위법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에 차별을 두고 있어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법률조항은 입법 목적의 필요불가결 및 입법목적달성수단의 필요최소한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5항에 의한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은 피해자 등에 의한 사인소추를 전면 배제하고 형사소추권을 검사에게 독점시키고 있는 현행 기소독점주의의 형사소송체계 아래에서 형사피해자로 하여금 당해 사건의 형사재판절차에 참여하여 증언하는 이외에 형사사건에 관한 의견진술을 할 수 있는 청문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형사사법의 절차적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3. 3. 11. 선고, 92헌마48 결정;판례집 5권 1집 121, 130면). 그러므로 국가소추주의의 담당자인 검사가 수사한 결과 범죄혐의를 파악하였다면 마땅히 법
원의 재판에 회부하는 것이 권력분립을 그 한 요소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의 헌법이념에 충실한 것이라 할 것이며, 그럼으로써 범죄피해자로서는 재판절차진술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광범위한 불기소처분권을 검사에게 보장해 주는 한편 이러한 광범위한 불기소처분권의 남용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으로 재정신청절차를 마련하고 있는 것인데, 만일 이마저 이 법률조항과 같이 매우 제약된 형태로 입법되어 있다면 헌법상 보장된 피해자진술권은 과도하게 제약된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마. 현재 헌법소원에 의한 불기소처분의 구제제도가 있으나, 이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해 재정신청제도에 가름할 조치로서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1) 재정신청의 경우에는 고소인 뿐만 아니라 고발인도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헌법소원의 경우 국민의 일원으로서 국가의 수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 그치는 일반범죄의 고발사건에 있어서 검사가 자의적으로 불기소처분을 하여도 고발인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1989. 12. 22. 선고, 89헌마145 결정;판례집 제1권 413, 416면).
(2) 재정신청의 경우는 신청일로부터 재정결정이 있을 때까지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형사소송법 제262조의2). 그러나 헌법소원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제기되거나 또는 심판에 회부된 경우라 하더라도 심판대상인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되지 않는다(헌법재판소 1993. 9. 27. 선고, 92헌마284 결정;판례집 제5권 2집 340, 346면, 1995. 1. 20. 선고, 94헌마246 결정;판례집 제7권 1집 15, 42면). 검찰청법상의 항고 및 재항고를 거친 다음 제기되는 불기소처분에 대
한 헌법소원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는 상당한 장벽이 아닐 수 없다.
(3) 재정신청의 경우 신청이 이유있어 사건을 관할 지방법원의 심판에 부하는 재정결정(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제2호)을 하는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형사소송법 제263조). 그러나 불기소처분을 취소하는 헌법재판소의 인용결정이 있는 경우에 피청구인(검사)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여야 하지만(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4항), 불기소한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사로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의 주문 및 이유에 설시한 취지에 맞도록 성실히 수사하여 결정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헌법재판소 1993. 11. 25. 선고, 93헌마113 결정;판례집 제5권 2집 551, 558면).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인용결정이 있다 하여도 공소시효완성ㆍ증거 등의 문제로 인하여 반드시 공소제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4) 그밖에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 변호사강제주의가 적용되므로(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 재정신청에 비하여 절차적으로 또 하나의 부담이 되고 있다.
바.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 제27조 제5항의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되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

재판장,김문희,황도연,이재화,조승형,정경식,고중석,신창언,주심,이영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