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0헌마19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0년 7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2010헌마19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강○균
대리인 변호사 장선호

피청구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4122호 상해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10. 2. 9.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0. 2. 9.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가 인정되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4122호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09. 12. 17. 13:30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중학교 1학년 7반 교실 내에서 상피의자 최○열이 청구인을 ‘태국’이라고 놀린다는 이유로 시비가 되어 상피의자인 피해자 김○근의 멱살을 잡고 위 김○근의 얼굴 부위를 가격하여 위 김○근에게 왼쪽 눈 밑의 빰에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가한 것이다.」

나. 한편,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위 김○근은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수회 때리고, 촉법소년인 고○영은 주먹으로 청구인의 정수리 부위를 3∼4대 때려서 청구인에게 약 28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와 골절 등의 상해를 가한 피의사실에 대해, 피청구인은 같은 날 위 김○근에 대하여 ‘소년보호사건 송치’처분을, 상피의자 최○열에 대하여는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시 청구인의 교실로 갑자기 찾아온 상급생들인 김○근 및 고○영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여 상해를 입었을 뿐, 김○근을 때리거나 상해를 가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위와 같이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며 2010. 3. 2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은 청구인이 반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상급생들인 김○근, 고○영, 최○열이 약 20여명의 학생과 함께 1학년인 청구인의 교실로 갑자기 몰려와 청구인을 둘러싸고 김○근 및 고○영이 일방적으로 청구인을 집단폭행하여 약 28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전형적인 학교폭력 사건이다. 당시 청구인은 김○근으로부터 주먹으로 얼굴을 수회 맞아 안경이 부서져서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김○근을 폭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김○근 등의 진술만을 근거로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당시 현장을 목격한 급우들이 청구인도 김○근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김○근을 때렸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의 혐의는 인정되나, 청구인이 중상을 입은 점 등을 고려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이므로 정당하다.

3. 판단
가. 증거관계의 검토
(1) 먼저, 이 사건 수사기록 및 심판기록을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청구인은 2008. 12월경 태국에서 살다가 귀국하여 사건 당시 서울 마포구 소재 ○○중학교 1학년에, 김○근, 최○열, 고○영(이하 ‘김○근 등’이라 한다)은 모두 같은 학교 2학년에 각 재학 중이었는데, 청구인과 김○근, 최○열은 학년만 다를 뿐 만 14세로 나이가 같았고, 고○영만 만 14세 미만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였다. 한편, 최○열, 고○영은 같은 반이고, 김○근은 다른 반이었으나 김○근등은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나) 청구인과 김○근등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사건 당일 급식당번으로 함께 일하던 상급생인 최○열이 청구인을 ‘태국’이라고 부르더니 이에 하급생인 청구인이 반말로 대답하였다는 이유로 싸움을 하자며 시비를 걸었다. 조금 후에 김○근등을 포함한 20여명이 청구인이 있는 1학년 7반 교실로 몰려와, 김○근이 먼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수회 때려 청구인의 안경이 부서지고, 뒤이어 고○영이 주먹으로 청구인의 정수리를 수회 때려 청구인에게 안와골절 및 뇌진탕 등 약 28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 이후 청구인은 10일 정도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및 성형외과 수술을 받았다.

(다) 당시 김○근이 청구인에게 행사한 폭행의 정도에 대하여, 김○근과 일행인 최○열은 "싸움이 너무 심한 듯해서 저는 말렸습니다.", "뒤에서 ‘○근아, 너무 심하다.’라며 떨어뜨리려 했는데 ○근이가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제가 말려도 계속 싸웠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최○열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 39쪽), 고○영도 "○근이가 때려서 안경이 깨졌다. 아이들이 내려갔다. 강○균이 저항하려고 ○근이의 얼굴을 할퀴고 ○근이가 피나는 걸 보고 또 때렸다."라고 진술하였으며(고○영 작성의 사실확인서, 수사기록 58쪽), 또한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익명의 학생은 "싸움은 강○균이 일방적으로 맞았다. 그 싸움을 보면서 둘러싸고 있던 선배들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기고 강○균을 못살게 굴었다. 안경을 낀 채로 눈을 때려 한쪽 안경알이 산산조각났다. 다른 몸부위보다 얼굴을 때렸다."라고 진술하였다(사실확인서, 수사기록 63쪽).

(라) 한편,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하였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청구인은 김○근을 떨쳐내려고 김○근의 팔 쪽을 잡아 뿌리쳤을 뿐 폭력을 행사한 바 없다고 계속하여 범행을 부인하는 반면, 김○근은 자신이 청구인을 때리는 와중에 청구인이 자신의 얼굴을 할퀴어 왼쪽 눈 아래 상처를 입었다고 진술하였고, 고○영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수사기록 19, 28쪽). 또한 고○영, 최○열은 청구인도 김○근을 때렸다고 하고(수사기록 28, 40쪽), 사실확인서 작성자 일부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사실확인서, 수사기록 61, 62쪽). 그러나, 위와 같은 취지의 진술 외 김○근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 김○근이 입은 상해를 증명할 수 있는 물적 증거는 없다.

(2)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하였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위 증거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구인이 상급생들인 김○근등으로부터 먼저 폭행을 당하여 약 28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와 골절 등 상해를 입은 점은 청구인 및 김○근등의 진술, 청구인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에 비추어 명백히 인정되나,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도 상해 혐의를 인정한 것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문이 든다.
(가) 먼저, 청구인도 김○근에게 폭행 또는 상해를 가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학생들이 일부 있으나, 그 중 고○영은 김○근과 같이 청구인에게 상해를 가한 일행이고, 유사한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학생들은 청구인에게 상해를 가한 김○근등을 ‘○근이형, ○열이형, ○영이형’이라고 친근하게 칭하고 있는 등 김○근등과 이 사건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사실확인서, 수사기록 61, 62쪽), 이들의 진술은 쉽사리 믿기 어려워 보인다. 나아가 위 각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학생들의 진술 내용은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청구인도 김○근을 때렸다는 취지여서, 사실상 청구인의 상해 혐의에 대하여는 피해자인 김○근 및 일행인 고○영의 진술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다.

(나) 그 외 김○근이 상해를 입은 사진이나, 김○근에 대한 상해진단서 등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는 전혀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기재와 같이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3) 한편, 설령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 또는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바(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도9307 판결;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745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은 상급생들인 김○근등이 하급생인 청구인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이후 청구인의 교실로 몰려와 청구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인 점, 그로 인해 청구인은 약 28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와골절 및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고 입원치료를 받은 반면, 김○근이 입은 상해는 매우 경미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과정에서 설사 청구인이 김○근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가해자인 김○근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수단 및 정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나.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점
그러므로 피청구인은,
(1)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해자 김○근의 진술 및 그 일행인 고○영의 진술 외에 객관적으로 신빙성이 인정될 만한 물적 증거 등 기타 자료를 확보하였어야 함에도 이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곧바로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고,

(2) 설령 그러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사건의 경위, 청구인이 입은 상해의 정도, 청구인과 김○근등의 관계, 청구인 행위의 목적, 수단 및 그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구인의 행위가 상급생들의 부당하고 과도한 공격으로부터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려고 한 행위로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살펴보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청구인에게 곧바로 상해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0.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