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9헌마105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0년 12월 28일

결정 전문

사 건 2009헌마10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백○성
대리인 변호사 강진수, 황병진

피청구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8. 11. 25.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08년 형제5358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08. 11. 25.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는 인정되나 정상에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08년 형제53584호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바(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08. 8. 3. 03:05경 서울 강북구 ○○동 71-7호 소재 한마음예식장 주차장에서 피의자 오○규가 청구인이 소지한 비닐봉지를 발로 찼다는 이유로 시비되었다.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
피의자 오○규는 청구인의 멱살을 잡아끌고 주먹으로 얼굴을 1대 때리고 발로 배를 1대 걷어차고, 목을 졸랐으며, 피의자 여○구는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3대 때리고 어깨와 팔을 발로 수회 걷어차고, 피해자 김○영의 뒷목을 주먹으로 1대 때리고, 피의자 이○창은 청구인의 옆구리를 무릎으로 1회 가격하고, 피해자 김○영의 팔을 잡아 뒤로 꺾었다.
이로써 피의자들은 공동하여 청구인에게 42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늑골골절 등의 상해와, 피해자 김○영에게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가한 것이다.

2. 상해
청구인도 이에 대항하여 피의자 오○규에게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 염좌 등, 피의자 여○구에게 21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 염좌 등, 피의자 이○창에게 양측 전완부 좌상 등의 상해를 가한 것이다."
나.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9. 2. 23.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다. 한편,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피의자 이○창, 피의자 여○구(이하 ‘이○창 등’이라 한다)에 대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은 2009. 9. 4.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09년 형제52924호로 재기되어 다시 수사한 후 2009. 11. 26. 서울북부지방법원에 공소제기 되었고, 2010. 4. 13.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위 이○창, 여○구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여 각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고 이는 확정되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2. 청구인의 주장요지 및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새벽에 부인과 함께 귀가하던 중, 위 이○창 등 9명의 일행과 시비가 되어 이들 일행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을 뿐이지 청구인이 위 일행에게 폭행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 특히 청구인은 부인 외에 다른 일행이 없이 혼자였고, 위 이○창 등 일행은 9명이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령, 위 이○창 등이 상해를 입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는 위 이○창 등이 청구인에게 폭행을 행사하다가 스스로 다치게 된 상해이거나, 혹은 청구인이 위 이○창 일행으로부터 더 이상 맞지 않기 위해 잡힌 멱살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입게 된 상해라고 할 것이고, 특히 후자의 행위는 불법적인 공격행위가 아니라 소극적 방어행위에 불과하다 할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이 사건에 대한 쌍방의 진술은 상반되나, 당시 제반 상황 및 목격자의 진술과 쌍방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위 이○창 등은 싸움을 말리는 과정에서 청구인과 몸싸움 정도가 있었을 뿐 달리 청구인의 주장과 같은 정도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청구인의 행위는 일방적인 폭력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을 넘어서 상대방들에 대한 공격행위에까지 나아갔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정당하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앞서 본 바와 같이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0. 4. 13.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을 인정하여 위 이○창 등에게 벌금 150만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는 확정되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피고인들은 2008. 8. 3. 서울 강북구 ○○동 71-7 앞 노상에서, 그 일행인 오○규와 함께 걸어가던 중 청구인이 손에 들고 가던 비닐봉지를 오○규가 발로 찬 것에 대해 청구인이 항의한 것이 문제가 되어 시비를 벌이다가, 오○규는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부근에 있던 한마음 예식장 주차장으로 끌고 간 다음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 부위를 수회 때리고 발로 그의 배 부위를 수회 걷어차고, 피고인 여○구는 주먹과 발로 청구인의 얼굴과 팔 부위를 수회 때리고 이어 이를 말리는 청구인의 처인 피해자 김○영(여, 30세)의 머리 부위를 1회 때리고, 피고인 이○창은 무릎으로 청구인의 옆구리 부위를 1회 때리고 김○영의 팔을 잡아 꺾어 청구인에게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늑골골절 등의 상해를, 김○영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염좌 등의 상해를 각 가하였다."

나. 사건의 쟁점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위 이○창 등에게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다. 청구인이 위 이○창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는지 여부
(1) 이○창 등이 수사기관에 위 피의사실과 같은 상해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되나{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사건의 수사기록(이하 ‘수사기록’이라 한다) 제3권 103, 104면}, 이○창 등은 사건 발생이후 5일이나 지난 후에 병원을 찾았고, 진단서는 이보다 열흘 정도 후인 2008. 8. 18.에 이르러서야 수사기관에 제출된 점{수사기록 제3권 101면, 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사건의 증거기록(이하 ‘증거기록’이라 한다) 제115면 이하}에 비추어 보면 이○창 등은 청구인의 폭력으로 상해를 입었다기보다는 청구인의 상해의 정도가 크자 쌍방폭행사건으로 만들어 청구인과의 합의를 보다 용이하게 이끌어 내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청구인은 위 이○창 등에 대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재기한 후, 이○창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재한 구속영장청구서에 의하면 "이○창 등은 청구인에게 무자비하고 일방적인 집단 폭행을 가하였고, 폭행당하였던 청구인으로부터 상해를 입은 것처럼 진단서를 끊어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고 적시하여{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사건의 공판기록(이하 ‘공판기록’이라 한다) 중 구속영장청구서}, 피청구인 스스로도 이○창 일행의 청구인에 대한 일방적인 폭행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게 된 실질적인 이유는 이○창 등은 싸움을 말리기만 했고 청구인이 계속 시비하면서 싸움이 길어졌다는 위 폭행 사건의 목격자인 택시기사 조○창의 경찰에서의 진술(청구인에 대한 수사기록 5, 6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그 후 목격자 조○창은 청구인이 이○창 등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고 있고(증거기록 189면, 헌법소원심판기록 76면), 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제2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청구인이 이○창 등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고, 청구인은 이○창 등의 멱살만 잡았지 주먹으로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재차 증언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중 조○창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오○규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등에 비추어 보면 목격자 조○창의 경찰에서의 최초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3) 나아가 가해자 중 1인인 오○규도 위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이 청구인을 때렸을 뿐, 청구인은 자신을 때리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는 점(공판기록 중 오○규에 대한 증인신문조서), 이○창도 사법경찰관 작성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청구인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47면),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피해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87면),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자신이 말리는 과정에서 다쳤을 뿐 청구인이 고의로 자신을 때리거나 한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125면), 여○구는 경찰에서의 최초 진술시 청구인으로부터 피해 입은 것이 없다고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38면), 오○규, 이○창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위 서울북부지방법원 2009고단3727 사건의 공판에 이르기 까지 청구인에 대한 처벌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점(증거기록 72면 등), 이○창 등은 위 공판기일에서 자신들의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면서도 자신들의 양형에 크게 참작될 수 있는 청구인의 폭력행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청구인이 이○창 등에게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한편, 설령 청구인이 위 이○창 등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그 수단 및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그 행위가 상대방의 부당한 공격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2. 5. 30. 2001헌마733;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도2745 판결; 대법원 1995. 8. 22. 선고 95도93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야심한 새벽에 여러 명에 의한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부인을 지키기 위하여 청구인이 이○창 등의 멱살을 잡거나 밀치는 행위는 외형상 그것이 폭행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당해 사건의 발생 시간, 이○창 일행과 청구인의 수적인 상황, 청구인의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볼 때 소극적 방어행위에 해당되어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 내지 정당방위에 해당될 여지가 충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청구인에게 곧바로 상해혐의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라. 소 결
피청구인은 이○창 등이 상해진단서를 제출한 경위,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 공범끼리 사실을 왜곡하여 진술할 가능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 없이 경찰에서 이루어진 목격자의 1회 진술 및 이○창 등의 상해진단서에 의존하여 만연히 청구인에게 상해 혐의를 인정하였는바, 이는 현저한 수사미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위 이○창, 여○구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피청구인 스스로 재기하여 청구인에 대한 집단폭행의 취지로 공소 제기하여 법원에서 유죄의 확정판결이 선고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의 청구인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다.
가사 청구인이 이○창 일행을 밀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였다고 할지라도 피청구인으로서는 이것이 이○창 일행의 집단적이고 일방적인 폭행을 피해보려는 소극적 방어행위에 지나지 않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밝혔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피청구인은 현저한 수사미진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수사미진,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0.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