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9헌마61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0년 12월 28일

결정 전문

사 건 2009헌마61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고○숙
국선대리인 변호사 나윤주

피청구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9년 형제38903호 명예훼손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9. 9. 28.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피청구인은 2009. 2. 24. 2009년 형제12200호 명예훼손 등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으나, 서울고등검찰청의 수사재기명령(서울고등검찰청 2009불항2693호)에 따라 2009년 형제38903호 사건으로 수사를 재기하여 2009. 9. 28.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9년 형제3890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청구외 최○남과 공모하여, 2006. 10월 일자불상경 경기 여주군 강천면 강천리 다리골 마을의 주민인 안○복 등을 찾아가 최○남이 ‘지금 한○경이 크게 사기를 쳐서 영창에 살고 있다.’라고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한○경의 명예를 훼손할 때 청구인도 함께 동조하였다."

나.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청구인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2009. 10. 27.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증거자료에 대한 판단의 잘못
(1)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의 명예훼손 시점과 관련하여 안○복은 2006. 10.경 청구인으로부터 한○경의 구금사실을 전해들은 후 그로부터 2∼3일 후에 한○경의 친언니인 한○재에게 한○경의 구금사실을 전했다고 진술함에 반해, 한○재와 지○성은 한○재가 미국에서 귀국한 지 일주일 내지 열흘 쯤 지난 2006. 6.경에 안○복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고 진술하여, 이들이 주장하는 범행일시가 5개월 가까이 차이가 난다(수사기록 201-205면, 218-219면, 227면).

(2) 한○재와 지○성이 안○복을 만난 경위에 관한 진술을 보더라도, 한○재는 안○복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진술하고, 안○복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으로 쓰러진 후에 지○성이 달려왔다고 진술하나, 지○성은 한○재와 함께 안○복에게 무엇을 물어보려 안○복의 텃밭에 갔다가 안○복이 하는 말을 한○재와 같이 들었다고 하여,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경위에 관한 이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아니한다(수사기록 207면, 211면, 218-219면).

(3) 안○복은 한○경이 1년 정도 살았던 마을의 이장으로서, 2003. 3. 3. 안○복은 한○경의 자(子) 진○별을 매수인으로 하여 여주군 강천면 강천리 91번지 토지를 매도한 사실이 있고, 한○재, 지○성과 같은 동네 주민이며(수사기록 214면), 한○재와 지○성은 각 한○경의 친언니와 형부인 자인바, 결국 이들은 한○경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자이거나 친인척으로서 평소 청구인과 한○경 간의 법적분쟁이나 다툼 등(심판청구서 39-93면 첨부 각 판결문 참조)에 대하여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범행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한편, 명예훼손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과 평소 잘 알고 있던 자에게 한 말은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데, 동네 할머니가 한○경의 구금사실에 대한 말을 들었다는 안○복의 진술(수사기록 117면)과 한○재, 지○성의 추측성 진술(수사기록 17면) 외에는 안○복 외에 동네의 다른 사람들도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안○복은 청구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한○경에 대해서 말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며(수사기록 205면), 지○성 또한 청구인과 최○남이 마을 사람인 탁씨와 손씨한테도 들러서 이야기를 한 것 같기는 하나, 이러한 사실은 안○복에게서 전해 들은 것이며(수사기록 223면), 탁씨와 손씨가 청구인으로부터 한○경의 구금 사실을 들었는지 여부는 확인 못했다고 진술하며(수사기록 222면), 안○복은 사건 당시에는 청구인과 최○남 외에 그 자리에 이들의 대화를 들은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205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예훼손의 공연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나. 수사미진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 입장에서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과 안○복의 대질신문이나 안○복 외에 마을 주민인 할머니나 손씨, 탁씨가 한○경의 구금사실에 대한 말을 전해 들었는지에 대한 별도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청구인이나 최○남이 당시 한○경에 대한 허위사실을 안○복이나 안○복 외의 마을 주민들에게까지 공연히 말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여 허위사실 적시여부와 공연성 인정여부를 밝히고, 범행 일자에 대한 참고인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아니하는 이유를 밝혀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가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게을리 하였다.

다. 소결
그렇다면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 또는 중대한 수사미진이 있다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0.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