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99헌마620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등 위헌확인

결정일: None

결정 전문

헌 법 재 판 소
제1지정재판부
결 정
사 건 99헌마620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청 구 인 이 ○ 석 외 4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부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문 재 인, 정 재 성, 김 외 숙,
최 성 주, 권 혁 근
주 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외 망 이○춘은 회사원으로서 1987. 6. 18. 22:00경 부산 동구 좌천동 고가도로에서 ○○본부가 개최한 대통령직선제개헌요구시위에 참가하여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이 최루탄등을 발사하면서 체포조를 투입하자 뒤로 밀리다가 최루가스 분말을 뒤집어쓰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높이 4미터의 고가도로에서 떨어져 우측전두골골절상 등을 입고 같은 달 24. 사망하였다.
(2) 그후 이○훈의 부모형제들인 청구인들은 부산지방법원(97가합28752)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소멸되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하였다.
(3) 청구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98나12447)에 항소하는 한편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 국가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정하고 있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9카기16)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1999. 3. 26. 본안사건에 관하여는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제766조 제1항에 의한 3년의 시효로 소멸하였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예산회계법상 5년의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하고, 제청신청사건에 관하여는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위 민법조항에 따라 3년의 시효로 소멸하였으므로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4) 청구인들은 위 본안사건에 관하여 대법원(99다21257)에 상고를 하였고, 예산회계법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는 더 이상 다투지 아니하였는데, 대법원은 1999. 9. 17.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위 부산고등법원의 판단과는 달리, 이○훈이 사망한 때로부터 5년이 훨씬 경과한 후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되었고, 청구인들이 사망 당시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알았으므로 그때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부가적인 판단에 불과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5) 이에 청구인들은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1999. 10.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산회계법 제96조【금전채권과 채무의 소멸시효】①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 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의 규정이 없는 것은 5년간 행사하지 아니 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또한 제1항과 같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 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 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가. 사인의 불법행위책임은 민법 제766조에 의해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시효로 소멸하는 데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시효로 소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국가와 사인을 차별취급하고 있다.
나.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이라는 것은 사경제적 작용에 의한 민사관계로 발생한 금전채무라는 점에서 사인보다 국가를 우대하여 국가의 책임을 단기에 소멸시킬 합리적 이유가 없다. 법적 안정성과 공공성을 위하여 국가와 사인 간의 권리관계를 조기에 종식시킬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공법작용으로 인한 금전채권뿐 아니라 사경제적 작용 또는 민사관계에 의하여 발생하는 금전채권에 대해서까지 사인의 권리를 단기에 소멸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제한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며, 오히려 국가가 불법행위로 국민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일반 사인의 경우보다 더욱 가중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국가의 국민에 대한 도리인 것이다.
다. 근원적으로는 국가가 기본적 인권을 유린함으로써 발생한 불법행위 책임에 대하여는 시효라는 것이 인정될 수 없고, 국제적으로도 고문이나 학살 등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유린한 범죄행위에 대하여 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라.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민의 국가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국민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까지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사유재산권 보장, 인간의 존엄과 가치, 국가의 기본적 인권보장의무규정에 위배되고, 기본권제한에 있어서 비례의 원칙에도 반하여 위헌이다.
3. 판단
직권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여야 한다. (헌재 1996. 3. 28. 93헌마198, 판례집 8-1, 241, 250; 1996. 11. 28. 95헌마280, 판례집 8-2, 647, 651-652).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1989. 3. 31. 시행되었고,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987. 6. 24.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은 1989. 3. 31.부터 기산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그때로부터 180일이 훨씬 지난 1999. 10. 29. 청구되었으므로 청구기간이 도과되었다.
설령 청구인들이 선택적으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를 위 부산고등법원의 제청신청각하에 대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은 제청신청이 각하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는데, 청구인들은 위 제청신청의 각하결정을 송달받은 1999. 4. 1.로부터 14일이 훨씬 지난 1999. 10. 2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역시 청구기간이 도과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9. 11. 26.
재 판 장 재 판 관 김 용 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고 중 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 판 관 신 창 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