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8헌마16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9년 4월 11일

결정요지

가.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재물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으면 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으며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할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나. 기록에 나타나는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은 모금함을 영득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모금함이 없어진 것을 눈치 챈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를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고, 더군다나 청구인은 모금함을 그 용법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자 이를 그대로 유기 또는 은닉하였을 뿐이므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위 모금함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 대한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9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이○자
대리인 변호사 허찬녕
피청구인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11. 14.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2017년 형제10918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7. 11. 14.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2017년 형제10918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7. 9. 23. 20:30경 동해시 ○○길 ○○ ○○ 원룸 앞 노상에서, 과거 애인관계에 있던 피해자 박○선이 주차하여 둔 79보○○○○호 ○○○승용차량에 미리 소지하고 있던 차량키를 이용하여 문을 열고 들어가 현금 306,500원과 베트남 지폐 100,000동이 들어있는 사랑의 모금함 1통을 가져감으로써 이를 절취하였다."
헌 법 재 판 소 공 보
2019년 5월 20일(월요일)
제271호 (237)
헌 법 재 판 소 공 보
(238) 제271호
2019년 5월 20일(월요일)
나. 청구인은 2018. 2. 1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모금함 속에 돈이 들어있는지 여부 및 액수를 알지 못하였으며, 청구인은 피해자와 연락을 하기 위하여 모금함을 가지고 간 것이므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3. 판 단
가. 쟁점
청구인이 피해자의 차량에서 가져간 모금함은 가수인 피해자가 공연을 하며 불우이웃 돕기를 위하여 기부금을 모으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위 모금함에 돈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므로, 만일 모금함에 대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면 그 액수를 알았는지 여부는 모금함에 있는 현금에 대한 절도의 범행을 인정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모금함에 대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의 여부이다.
나. 모금함에 대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1) 불법영득의사의 의의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절도의 고의 외에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한다.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재물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으면 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절도죄를 구성할 수 없으며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할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2016. 4.경부터 피해자와 교제하였는데, 피해자가 2017. 8. 27.경 청구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중단한 사실, 이에 청주시에 거주하는 청구인이 거의 매주 주말이면 피해자를 만나기 위하여 동해시에 소재하는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한 사실, 청구인은 토요일인 2017. 9. 23.에도 청주시에서 버스를 타고 동해시에 도착하여 19:50경 술을 마시고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던 중 그곳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의 차량을 발견하고 같은 날 20:30경 그 차량 뒷좌석에 있던 모금함을 가져간 사실, 그 모금함은 가로 세로 길이가 각 40㎝ 크기의 나무상자로서, 표면에 "불우 이웃돕기 사랑의 모금함"이라고 쓰여 있고 무거워서 휴대하고 다니기는 어려운 사실, 경찰은 사건 다음 날인 2017. 9. 24. 12:00경 CCTV를 통하여 청구인을 절도 피의자로 특정하고 청구인을 소환하였는데, 청구인은 처음에는 피해자를 만나기 위하여 일부러 그랬다는 취지로 범행을 시인하였다가 다시 이를 부인하였고, 한편 같은 날 13:36경부터 14:03경까지 수차례(경찰서에 출석하기 직전), 2017. 9. 24. 18:17경 1차례(경찰서에서 긴급체포되었다가 석방된 직후), 2017. 9. 25. 02:59경 및 13:37경(석방된 다음 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피해자가 받지 않은 사실, 청구인은 2017. 10. 15.경 경찰이 청구인을 다시 소환하여 추궁하자, 모금함을 가져가면 연락이 올까 싶어 모금함을 가져갔으나 연락이 오지 않아 화가 나서 이를 그 주변 어디엔가 버렸다고 진술한 후, 같은 날 현금이 그대로 들어있는 모금함을 그 주변 철길 풀숲에서 찾았다고 하면서 이를 경찰에 반환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청구인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면서는,
모금함을 가지고 가면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여 모금함을 가지고 나와 피해자의 집 주변 나무 아래 숨겨두고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새벽녘까지도 연락이 오지 않아 비참한 마음에 나무 아래 숨겨두었던 모금함을 피해자의 집 근처 철길 주변 언덕에 버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 인정사실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청구인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이별을 통보한 피해자를 만나기 위하여 피해자의 집까지 찾아 갔다가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올 것을 기대하고 피해자 차량에 있던 모금함을 가지고 나왔는데, 연락이 오지 않아 이를 버렸다가 찾았다고 하면서 이를 그대로 경찰에 반환한 점, 청구인이 모금함을 가지고 나온 다음날 피해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점, 모금함의 크기나 무게 등에 비추어 당시 승용차를 운전하지 않았던 청구인으로서는 이를 휴대하여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어떻게 하든 피해자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물품을 절취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청구인은 모금함을 영득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모금함이 없어진 것을 눈치 챈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를 가지고 나온 것으로 보이고, 더군다나 청구인은 모금함을 그 용법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자 이를 그대로 유기 또는 은닉하였을 뿐이므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위 모금함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소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