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8헌마96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2월 27일

결정요지

휴대전화 충전기를 사용하던 당시 청구인은 해당 독서실을 두 번째 이용하던 날이었으므로, 충전기가 꽂힌 책상을 누구든지 앉아도 되는 자유좌석으로 착오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그 책상에 꽂혀 있는 충전기는 독서실 공용 충전기로 오인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청구인은 그의 모가 기차역에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기 위하여 급히 독서실에서 퇴실하느라 이를 원래 자리에 옮겨놓지 않았던 사정이 있었다. 위 충전기는 청구인의 배타적인 점유상태 하에 이전된 것이 아니라 독서실 관리자의 지배가능한 장소적 범위 내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청구인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 대한 절도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29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안○○
대리인 법무법인 지금담당변호사 류희삼
피청구인 국방부 보통검찰부 군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6. 26. 국방부 보통검찰부 2018년 형제5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8. 6. 26.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8. 2. 9. 서울 용산구 (주소 생략) 공용독서실에서 피해자 김○○ 소유인 휴대폰 충전기 1개를 가지고 가서 절도하였다.』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은 자신의 휴대폰을 충전할 목적으로 충전기를 가지고 간 것으로 그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으며, 충전기는 시가 15,000원 상당으로 사안이 그다지 중하지 아니하고 휴대폰 충전기도 피해자에게 반환되었으며, 피해자가 청구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고 청구인도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 9. 20.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고, 만약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청구인이 이용한 독서실은 자유착석하는 책상과 고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책상이 한 방에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청구인은 독서실을 총 3번 이용하였고, 매번 다른 좌석에 앉았다. 청구인의 두 번째 독서실 이용일인 2018. 2. 9.에 휴대폰 충전기(이하 ‘충전기’)가 꽂혀 있던 책상은 김○○이 지정석으로 사용하던 곳으로서 청구인이 충전기를 사용할 당시 앉아있던 책상 앞 열에 위치해 있다.
청구인은 2018. 2. 9. 자신이 앉은 책상 앞 열에 꽂혀있던 김○○ 소유의 충전기를 빼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충전하면서 공부하던 중, 용산역에 온 어머니로부터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기 위하여 급히 독서실을 나오면서 해당 충전기를 원래 위치에 돌려놓지 않고 자신이 사용하던 독서실 책상 서랍 안에 두었다. 충전기 소유자는 그 다음날인 2. 10. 자신의 충전기가 없어진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청구인은 2. 10.에도 같은 독서실을 이용하였다. 해당 독서실 방 CCTV 영상을 통해 청구인이 충전기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청구인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파출소로 임의동행하였지만, 충전기가 어디 있는지 잊어 버려 찾지 못하였다. 청구인은 그 다음날인 2. 11. 오후경 충전기의 위치가 기억이 나서 독서실 책상서랍에 있던 휴대폰 충전기를 꺼내 독서실 총무에게 건네주었다.
청구인은 독서실 공용충전기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와서 충전하였던 것이지, 타인의 소유 충전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으며, 충전기를 사용한 후 반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청구인의 모가 기차역에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는 과정에서 반납하는 것을 깜빡 잊은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나. 절취의 범의 내지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타인의 재물을 점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사용 후 그 재물을 본래 있었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버리거나 곧 반환하지 아니하고 장시간 점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때에는 그 소유권 또는 본권을 침해할 의사가 있다고 보아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 그러나 그 사용으로 인한 가치의 소모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하고, 또한 사용 후 곧 반환한 것과 같은 때에는 그 소유권 또는 본권을 침해할 의사가 없으므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9008 판결 등).
청구인이 충전기를 사용하던 2018. 2. 9.은 해당 독서실을 두 번째 이용하던 날이었다. 청구인은 해당 독서실이 익숙하지 않아 휴대폰 충전기가 꽂힌 책상이 특정 이용자에게 할당된 지정좌석이 아니라 비어있으면 누구든지 앉아도 되는 자유좌석으로 착오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좌석에 꽂혀 있는 충전기라면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독서실 공용으로 제공되어 임의로 가져다 사용하여도 되는 충전기라고 오인하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독서실 관리자 및 피해자조차도 당시 피해자 소유의 충전기를 공용충전기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진술하는 등, 일반인도 독서실 내 피해자 자리에 놓여 있는 충전기를 공용충전기로 생각할 개연성이 충분하였다. 청구인은 충전기를 사용한 뒤 서랍에 두고 나간 다음 날인 2. 10.에도 같은 독서실에 나와서 그 전날과 다른 좌석에 앉아 공부를 하였던 점을 보더라도 그에게 절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청구인은 위 충전기를 일시 사용하다가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자신이 이용하던 독서실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갔으나, 청구인은 청구인의 모가 기차역에 도착하였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기 위하여 급히 독서실에서 퇴실하느라 이를 원래 자리에 옮겨놓지 않았던 사정이 있었다. 청구인이 충전기를 놓고 나간 곳은 지정석 아닌 자유석 책상 서랍이었으므로 매일 독서실 운영이 종료되면 독서실 관리자에 의하여 수거될 수 있는 상태였다. 위 충전기는 청구인의 배타적인 점유상태 하에 이전된 것이 아니라 독서실 관리자의 지배가능한 장소적 범위 내에 머물러 있었으며, 실제로 피해자가 독서실 관리자를 통하여 이를 되찾았다. 그리고 충전기를 일시 사용함에 따른 가치의 소모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하였다.
결국 청구인에게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소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의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므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