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88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2월 27일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마88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기용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5. 16. 수원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3186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5. 16. 청구인에 대하여 사기방조의 피의사실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3186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성명불상자는 2019. 2. 12. 피해자 전○○에게 전화하여 ○○은행 직원을 사칭하면서 ‘대출과 상환을 반복함으로써 신용등급 산정 점수를 상향하자’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약 3,800만 원을 대출받게 한 후, 상환 명목으로 청구인 등 명의의 예금계좌로 총 6회에 걸쳐 63,046,693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고, 청구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가 청구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로 송금한 2,500만 원을 그 명의의 ○○은행 가상계좌로 다시 이체하여 위 가상계좌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성명불상자가 위 돈을 출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기범행을 방조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 주장의 요지
청구인은 ‘○○은행 대출상담사 김○○ 대리’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신용한도대출상품에 가입할 것을 제안받아, 위 성명불상자의 요청에 따라 가상계좌를 개설한 후 신용등급산정을 위한 점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자금을 이체한 것이므로, 사기방조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9. 2. 12. 08:54경 ‘함께하는 ○○은행 [Web발신](광고)○○은행 대출상품 안내,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신용보증대상자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 의해 대출한도 및 금리확인 후 신용대출 신청접수가 가능, [신청접수] 1661-5948, [○○은행심의필] 2018-02-013’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대출 안내문자를 받고, 같은 날 11:31경 ‘○○은행 여신상담원 김○○ 대리’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와 통화를 한 후(전화번호 생략), 같은 날 12:59경 위 성명불상자로부터 ○○은행의 심벌마크와 로고, 김○○의 전화번호, 팩스번호, 이메일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 명함사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받은 다음, 같은 날 13:45경 성명불상자가 요구하는 대로 청구인의 주민등록표등본, 주민등록표초본, ○○은행 예금계좌통장 앞면 사본, 주민등록증 앞·뒷면 사본을 위 팩스번호로 전송하였다.

(2) 청구인은 다음 날인 2019. 2. 13. 15:20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후, 같은 날 15:28경 ‘○○은행 ○○ 저금리대출’이라는 제목의 어플리케이션(인터넷 주소 생략) 링크메시지를 전송받아 청구인의 휴대전화에 위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였다.

(3) 성명불상자는 같은 날 05:29경 청구인에게 전화를 하여 청구인의 신용점수가 부족하여 ○○카드론 690만 원을 상환하여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카드 고객센터(전화번호 생략)에 전화하여 안내받은 대로 김□□ 명의의 예금계좌로 690만 원을 송금하였다[김□□은 청구인과 마찬가지로 그 명의로 □□ 가상계좌를 개설하여 자신의 ○○은행 예금계좌로 입금된 돈을 위 계좌로 입금하는 행위를 하여 수사를 받았으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처분을 받았다].

(4) 청구인은 2019. 2. 15. 12:56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신용도를 올리기 위해 거래실적을 만들어야 하니 청구인 명의로 가상계좌를 만들어서 성명불상자측이 청구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로 입금하는 돈을 다시 위 가상계좌로 이체하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에 따라 카카오톡 대화명을 ‘희망’으로 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안내받은 방법대로 □□으로부터 받은 인증번호를 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줌으로써 □□(영문명 생략) ○○은행 가상계좌(계좌번호 생략, 이하 ‘□□계좌’라 한다)를 개설하였다.

(5) 이어서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은행 예금계좌(계좌번호 생략)에 전○○ 명의로 입금된 500만 원, 2,000만 원, 2,000만 원을 위 □□계좌로 이체하였다.

(6) 청구인은 2019. 2. 17. 자신의 ○○은행 예금계좌가 금융거래위반으로 정지된 것을 알고, 2019. 2. 18. 04:04경 □□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알린 후 같은 날 13:23 경기용인동부경찰서에 “2019. 2. 12. 11:00경 불상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은행 김○○ 대리를 사칭하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려면 기존 카드론 대출금 상환하여 신용도를 올려야 된다고 속여 2019. 2. 14. 13:57경 피해자 명의 ○○은행 계좌에서 김□□ 명의 ○○은행 계좌로 690만 원을 송금받아 편취”라는 내용으로 피해신고를 하였다.

(7) 한편 성명불상자는 2019. 2. 12.경 ‘○○은행’의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 전○○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데 점수가 부족하니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을 하여 점수를 올리라고 말하여 피해자 전○○을 기망하였고, 이에 속은 피해자 전○○은 △△은행에서 1,300만 원을, ○○은행에서 1,200만 원을, □□카드에서 2,500만 원을 대출받아 2019. 2. 12.경 김△△ 명의 ○○은행 예금계좌에 13,046,693원을, 2019. 2. 14. 김□□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1,200만 원을, 2019. 2. 15. 청구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2,000만 원과 500만 원을, 2019. 2. 18. 김▽▽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600만 원과 700만 원을 각 송금한 후, 2019. 2. 20. 일산서부경찰서에 위 피해사실에 관한 진정을 제기하였다.

(8) 피해자 전○○은 청구인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예비적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송금된 돈과 관련한 이득이 청구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바 없고, 청구인이 자신의 행위가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위 주위적·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11. 14. 선고 2019가단7269 판결).

나. 판단
(1)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방조범의 경우에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4702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62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참조).

(2) 그렇다면 청구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청구인은 이 사건 행위와 관련하여 수수료나 일당 등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이 없고, 자신의 ○○은행 예금계좌로 입금된 돈 전부를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계좌로 그대로 송금함으로써 금전적인 대가를 전혀 취득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김□□ 명의의 예금계좌에 690만 원을 입금함으로써 위 금액 상당의 피해를 입은 점, ② 청구인은 김□□ 명의의 예금계좌에 690만 원을 입금하기 전에 ○○카드 고객센터(전화번호 생략)로 전화를 하여 변제금액과 입금계좌를 확인하였고, 변제금액을 입금한 후 다시 위 번호로 전화를 하여 입금완료여부를 확인하였던 점, ③ 청구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전송받은 문자에 ‘○○은행 대출상품’, ‘한국자산관리공사 국민행복기금 신용보증대상자’, ‘○○은행심의필’ 등의 기재가 있었고, ○○은행의 심벌마크와 로고를 사용한 명함사본을 전송받았으며, ○○은행의 심벌마크가 사용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는 등 ○○은행이 제공하는 대출상품으로 오인할만한 사정이 있었던 점, ④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자인 전○○이 진정을 제기하기 이전인 2019. 2. 18. 자신의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서에 신고하였던 점, ⑤ 청구인이 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을 □□계좌에 송금한 행위는 2019. 2. 15. 16:30경부터 17:30경 1시간 동안 3회에 걸쳐 이루어진 점, ⑥ 청구인이 성명불상자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대화하면서 청구인의 대출과 관련한 내용 외에 보이스피싱 등 불법적인 용도로 자금의 이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하거나 의심할만한 내용의 대화가 이루어진 사정은 엿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시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청구인이 그 명의의 ○○은행 예금계좌에 입금된 돈을 □□계좌에 송금할 당시 그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취득된 돈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예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그와 같은 인식하에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려고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청구인이 사기범행을 방조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사기방조의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르렀는바, 이는 자의적인 증거판단,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