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125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3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이 망가뜨린 밥통 등은 사실혼 이전에 청구인이 취득하여 사용해 온 물건이므로, 청구인이 사실혼 배우자와 함께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그 소유권이 청구인의 단독소유에서 청구인과 사실혼 배우자의 공동소유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재물손괴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에 대한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66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현담당변호사 김성우
피청구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7. 29. 제주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1558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9. 7. 29.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제주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1558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8. 8.경부터 피해자 서○○과 혼인을 전제로 동거하여 오던 중, 2019. 6. 19.경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다투다 이불, 카페트, 수건 등을 가위로 자르고 밥통을 던져 깨뜨리고, 2019. 6. 20.경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다투다 신발로 옷걸이를 밟아 부수고 장판을 긁히게 하여 피해자와의 공동 소유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11. 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손괴하였다고 특정된 물건 중, 이불, 카페트, 수건, 밥통, 옷걸이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해자와 동거하기 이전에 청구인이 취득한 것으로 청구인의 단독소유이므로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없고, 장판은 청구인과 피해자의 공동소유이나 장판에 경미한 흠집이 생긴 것일 뿐 그 효용이 손상될 정도로 손괴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현저하게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부순 물건이 타인 소유 물건에 해당되어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가사 타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청구인에게 손괴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물건의 효용이 해할 정도로 손괴된 것인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8. 8.경부터 피해자 서○○과 동거하였고 2018. 10.경 양가 부모님 허락 하에 결혼식을 올리고 이 사건 일시인 2019. 6.경까지 계속 동거하는 등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다.
(2) 청구인은 2019. 6. 19.경 주거지에서 피해자에게 결별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투다 그곳에 있던 이불, 카페트, 수건, 슬리퍼를 가위로 자르고, 밥통을 던져 손괴하였다.
(3) 그 다음날인 2019. 6. 20.경 청구인은 위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와 다투다 수건과 이불 등을 피해자에게 던지고 신발을 신은 채 장판 위에서 옷걸이를 발로 밟아 부수었고 그 과정에서 장판에 긁힌 흔적이 생겼다.
(4) 청구인이 손괴하였다는 물건 중, 이불, 카페트, 수건, 슬리퍼, 밥통, 옷걸이는 청구인이 피해자와의 사실혼 관계 이전에 피해자와 무관하게 구매하거나 증여받아 이를 취득한 것이고, 장판은 피해자와의 사실혼 이후 청구인이 구입하여 피해자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것이다.

다. 판단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청구인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1) 이불, 카페트, 수건, 슬리퍼, 밥통, 옷걸이가 타인의 재물인지 민법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하고(민법 제830조 제1항),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민법 제830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 전부터 갖고 있었던 동산이거나 혼인 중 취득한 동산으로 그 취득경위가 증명된 때에는 그 단독소유가 되고 그 후 권리가 이전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증명되지 아니하는 이상 그 일방이 계속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청구인은 2018. 8. 사실혼 관계를 시작하기 이전인 2012.경부터 2017. 12.경 사이에 피해자와 무관하게 청구인의 비용으로 위 물건들을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아 청구인이 단독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 이후 피해자와 사실혼 관계를 맺으면서 비록 위 물건들이 가족공동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이어서 피해자도 이를 사용·수익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발생일을 기준으로 사실혼 관계가 유지된 기간은 약 10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인 점,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위 물건들의 소유권 귀속에 관한 특별한 논의는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물건들에 대한 소유권 귀속이 청구인의 단독소유에서 청구인과 피해자의 공동소유로 변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물건들은 재물손괴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민사상 위 물건들에 대한 소유권이 청구인의 단독소유인지, 청구인과 피해자의 공유인지 여부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청구인이 위 물건들을 청구인의 비용으로 구매 또는 취득하여 사실혼 관계 이전부터 사용·수익해 온 점, 사실혼 기간이 약 10개월 정도로 짧은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데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3) 장판이 손괴될 정도에 이르렀는지 이 사건 장판은 청구인과 피해자의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 이후에 취득한 물건으로서 공유로 추정되므로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재물손괴죄는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말하는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그 물건 본래의 사용목적에 공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도1345 판결 등).
기록에 의하여 장판이 손상된 경위, 손상 정도를 살펴보면, 청구인이 신발을 신은 채 장판 위에 있는 옷걸이를 수차례 밟아 망가뜨리는 과정에서 장판에 흠집이 생기게 되었는데 그 장판 표면에 생긴 흠집은 일상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할 뿐 교체나 수리를 요할 정도의 손상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장판은 여전히 장판으로서의 효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할 것이어서 청구인의 행위로 인하여 장판이 손괴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재물손괴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