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8헌마42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4월 23일

결정요지

수사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과 관련 법령 등을 종합하면, 아파트 자율봉사대가 주최한 굴비 및 떡국 떡 판매행사의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은 자율봉사대에 귀속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굴비 판매수수료 중 일부의 자율봉사대 식비 등 비용 사용과 떡국 떡 판매수익금의 입금 거부에 관하여 청구인들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횡령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55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1. 이○○
2. 김○○
청구인들의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태민
피청구인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7. 9. 28. 인천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67661호 사건에서 청구인들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2017. 9. 28. 횡령 혐의로 피청구인으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17년 형제6766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들은 인천 남동구 (주소 생략) 소재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 거주하는 자들로, 청구인 이○○은 이 사건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단체인 자율봉사대의 대장이고, 청구인 김○○은 위 자율봉사대의 대원이다. 청구인들이 소속된 자율봉사대는 2015. 5. 21.경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자생단체로 인정받은 후, 매년 사업계획에 대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을 받아 이 사건 아파트 공터와 공유시설 소강당 등을 이용하여 각종 행사를 개최하여 왔다.
(1) 청구인들은 2015. 9. 17.경 이 사건 아파트 내 팔각정 앞에서 입주민을 상대로 영광굴비 판매행사를 열어 굴비 판매업자로부터 총 판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 100만 원을 수령하여 보관하던 중, 2015. 9. 22.경 그 중 30만 원을 자율봉사대 소속 대원들의 식비로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
(2) 청구인들은 2016. 9. 8.경 위 장소에서 동일한 행사를 열어 굴비 판매업자로부터 판매수수료 100만 원을 수령하여 보관하던 중, 2016. 10. 13.경 그 중 30만 원을 자율봉사대 소속 대원들의 식비, 교통비 등으로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
(3) 청구인들은 2016. 12. 29. 이 사건 아파트 내 소강당에서 입주민을 상대로 떡국 떡 판매행사를 열어 판매수익금 398,700원을 취득하여 보관하던 중, 2017. 5. 18.경 입주자대표회장이 위 판매수익금을 관리비 계좌에 입금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 횡령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들이 초범이고, 종전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자율봉사대원인 청구인들에게 식비 사용을 인정해 준 점,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규약에는 잡수입 관련 규정이 없었던 점, 알뜰장 운영수익금에 대하여 오랫동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은 판매수익금의 70%에 달하는 금원을 입주자대표회의에 스스로 입금하고 나머지 30%도 청구인들의 개인 용도가 아닌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로 사용한 점, 이후 떡국 떡 판매수익금 398,700원을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계좌로 입금하여 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으로 인하여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2018. 4. 24.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들의 주장
가. 자생단체가 활동하여 얻은 수익을 아파트의 잡수입에 포함시키는 규정이 없고, 이 사건 아파트 자생단체 운영규정 제8조 제4항에 따르면 자생단체 사업의 이익은 자생단체의 자체 기금으로 편입되므로, 자생단체인 자율봉사대가 주최한 굴비 및 떡국 떡 판매행사에서 발생한 판매수익금 등을 횡령죄의 객체인 타인 소유의 금원으로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아파트 자생단체 운영규정에 따르면 판매수익금 등을 관리비 계좌에 입금하지 않아도 되나, 청구인들은 자발적으로 식비 등 비용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관리비 계좌에 입금하였고, 입금하지 않은 나머지 부분도 청구인들의 개인 용도가 아니라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므로 횡령의 고의가 없다.

다. 굴비 판매수익금 일부를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 비용으로 사용함에 있어 당시의 관리사무소장,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경리직원 등의 승인이 있었고, 종전 부녀회 역시 관행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별도의 승인 없이 판매수익금 등을 식비로 사용해 왔다. 나아가 청구인들은 비리를 저지른 관리사무소장에게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입금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을 뿐, 그 판매수익금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가 이후 관리비 계좌에 입금하였으므로 불법영득의사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들이 소속된 자율봉사대는 2015. 5. 21.경 이 사건 아파트의 제4기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자생단체로 인정받았다. 피의사실 발생 당시 청구인 이○○은 위 자율봉사대의 대장, 청구인 김○○은 위 자율봉사대의 총무직을 맡고 있었다.

(2) 청구인들은 제4기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2015. 9. 17.과 2016. 9. 8.경 이 사건 아파트 ○○동 앞 팔각정에서 추석맞이 굴비판매 행사를 개최하였다. 청구인들은 굴비판매업자로부터 수수료 각 100만원을 받았고, 그 중 각 70만원은 입주자대표회의 계좌에 입금하고, 나머지 각 30만원은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으로 사용하였다.

(3) 청구인들은 경찰조사에서 2015. 9. 17.자 굴비 판매수수료에서의 식비 사용은 제4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장○○, 생활지원센터 경리직원 최○○, 생활지원센터장(관리사무소장, 이하 ‘센터장’이라 한다) 유○○가 승인해주었던 것으로, 제4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경리직원인 최○○으로부터 식비를 지급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2016. 9. 8.자 굴비 판매수수료에서의 식비 사용은 새로 선출된 센터장이 ‘작년처럼 하면 되겠네요’라고 하면서 30만원의 식비 사용을 승인해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4) 청구인들은 2016. 12. 29. 이 사건 아파트 생활지원센터 맞은편 소강당에서 떡국 떡 판매행사를 개최하였으나 그 판매수익금을 입주자대표회의 계좌에 바로 입금하지 않았다. 청구인들은 2016. 12. 22. 제5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감사가 청구인들에게 굴비 판매와 관련하여 매출 자료를 요구하면서 횡령에 해당되는지 알아보라는 취지로 말하고, 2017년도 사업계획서를 부결하기 위해 트집을 잡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화가 나 일부러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입금하지 않았으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임○○은 청구인들을 횡령 혐의로 고발하였다. 청구인 이○○은 2017. 6. 8. 경찰조사 당시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봉투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현금과 봉투 사진을 경찰에 이메일로 제출하였으며, 2017. 9. 21.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계좌에 떡국 떡 판매수익금 398,700원을 입금하였다.

나. 이 사건의 쟁점
횡령죄는 위탁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횡령이나 반환거부행위를 함으로써 ‘불법영득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성립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속한 자율봉사대가 굴비 및 떡국 떡 판매행사를 하여 얻은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을 자율봉사대에 귀속되지 않는 타인의 재물로 볼 수 있는지, 타인의 재물이라면 굴비 판매수수료 중 일부를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과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계좌에 입금 거부한 행위에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다. 판단
(1) 횡령죄의 객체로서 타인의 재물에 해당되는지 여부
구 주택법 시행령(2014. 4. 24. 대통령령 제25320호로 개정되고, 2016. 8. 11. 대통령령 제27444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의4 제1항 제1호 나목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집행하는 사항 중 재활용품의 매각 수입, 복리시설의 사용료 등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잡수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2016. 8. 11. 대통령령 제27445호로 제정되고, 2019. 10. 22. 대통령령 제301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8항 후문 역시 이와 마찬가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잡수입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발생한 것이어야 하므로, 아파트 단지 내 시설의 이용과 운영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이 일률적으로 아파트의 잡수입 항목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피의사실 발생 당시 이 사건 아파트의 자생단체 운영규정 제8조 제4항은 “사업의 이익은 자생단체의 자체 기금으로 편입하되 반드시 아파트 단지 내 공익의 목적에 부합하여 사용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아파트 단지 내 팔각정이나 강당과 같은 공동 이용 시설에서 판매행사를 통해 얻은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은 원칙적으로 자생단체의 자체 기금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위 자생단체 운영규정 제8조 하단에서는 “외부업자·상인에 대한 아파트 시설물의 이용이나 단순 대여를 통한 수익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공공성이 있을 경우에만 허용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 하단 규정이 아파트 단지 내 판매행사 수익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하여는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아파트의 자생단체 운영규정에 따르면 자생단체의 판매행사를 통해 얻은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은 그 자생단체에 귀속될 여지가 있으므로, 이러한 자생단체인 자율봉사대가 판매행사를 함에 있어 아파트의 시설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별도의 사용료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점만으로는 위 판매행사 결과 발생한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이 자율봉사대에 귀속되지 않는 타인의 재물로서 횡령죄의 객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불법영득의사의 인정 여부
한편, 이 사건 판매수수료 및 판매수익금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부를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으로 사용한 행위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비 계좌에 입금을 거부한 행위가 불법영득의사에 기인한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가) 불법영득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영구적으로 그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점유의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등 참조).
한편,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반환의 거부’라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권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뜻하므로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그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반환거부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하고, 횡령죄에 있어서의 이른바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 것이므로 비록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도126 판결 등 참조).

(나) 청구인들은 판매수수료 중 일부를 자율봉사대원들의 식비 등으로 사용한 것에 대하여 당시의 4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장○○, 생활지원센터 경리직원 최○○, 센터장 유○○ 등의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하였고, 심판청구서에 굴비 판매수익금을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에서 정산한 후에 식사를 하였다는 경리직원 임□□ 작성의 사실확인서를 첨부하였다. 피청구인 역시 그 당시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식비 사용을 인정해 준 점을 기소유예처분의 이유 중 하나로 기재하고 있다.
만약 청구인들의 주장처럼 식비 등의 사용과 관련한 입주자대표회의의 승인이 있었다면 청구인들의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지 아니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사기관으로서는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청구인들이 식비 사용 등을 승인해 주었다고 주장하는 경리직원 최○○ 등을 불러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경리직원 최○○에게 3회 가량 통화 시도를 하였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사법경찰관 작성의 수사보고 이후 별도의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다.

(다) 청구인들은 새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봉사대의 2017년도 사업계획서를 부결시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자,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일단 관리비 계좌에 입금시키지 않고 봉투 채로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떡국 떡 판매수익금의 실물을 촬영한 사진을 제출하였다. 그리고 수사가 개시된 후인 2017. 9. 21. 위 수익금을 입주자대표회의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였다. 이러한 사정과 자생단체인 자율봉사대의 성격 및 운영규정 등에 비추어 보면 자율봉사대가 주최한 판매행사의 수익금은 자율봉사대에 귀속된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자율봉사대 대장과 총무인 청구인들이 자발적으로 식비 등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을 아파트 관리비 계좌로 입금해 왔는데, 새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봉사대의 종전 수익금 전부를 아파트의 수입처럼 감사하려 하자 이에 청구인들이 항의하면서 떡국 떡 판매수익금을 관리비 계좌에 입금하기를 거부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수사기록에 나타난 점만으로는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소유자 등을 종래 지위에서 제거한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3) 소결
수사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과 관련 법령 등을 종합하면, 자율봉사대가 주최한 판매행사의 굴비 판매수수료 및 떡국 떡 판매수익금은 자율봉사대에 귀속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수사기록상 인정할 수 있는 간접사실만으로는 위 굴비 판매수수료 중 일부의 자율봉사대 식비 등 비용 사용 및 떡국 떡 판매수익금의 입금 거부에 관하여 자율봉사대 대장과 총무인 청구인들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그 경위에 관한 추가 조사 없이 곧바로 청구인들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