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0헌마32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1년 5월 26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합동하여 피해자 소유의 가구 등을 절취하였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품이 피해자의 소유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다른 공범들의 진술도 그에 부합하므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물건들의 반출에 청구인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도 불분명하므로 실행행위의 분담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의 고의와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다고 단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가 미진하거나 증거판단을 잘못하여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민
국선대리인 변호사 황병일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0. 3. 24.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28704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10. 3. 24. 피청구인으로부터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는바(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0년 형제28704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유흥업소에서 김○진, 서○옥을 알게 된 사이로, 김○진이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할 당시 손님으로 온 피해자 염○승과 내연의 관계로 지내면서 평소 피해자가 지방출장과 해외출장을 자주 간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출타시 집안에 있던 가전제품과 명품시계 등을 절취하기로 김○진, 서○옥과 공모하고,
2010. 2. 17. 04:58경 서울 강남구 ○○동 757 소재 ○○래미안 아파트에서 피해자가 사업차 제주도 출장을 간 사실을 알고, 김○진은 아파트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출입문을 열고 침입한 후, 청구인과 서○옥에게 전화하여 피해자의 집으로 오라고 한 후, 거실과 방안에 있던 피해자 소유의 벽걸이 TV 1대(시가 270만 원), 냉장고 1대(시가 180만 원) 등 합계 860만 원 상당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합동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에 대하여 수사한 후,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피해품이 김○진과 피해자가 함께 사용하던 물건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해품이 모두 피해자에게 환부되었으며, 청구인과 서○옥의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해자가 김○진과 합의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과 김○진, 서○옥에게 모두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이에 청구인은 2010. 4. 5. 위 기소유예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자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한 후 2010. 5. 2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와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김○진의 부탁으로 김○진의 옷 등 개인 용품을 청구인의 집에 보관하기 위하여 들고 나왔을 뿐이다. 벽걸이 TV 등 가구들은 김○진이 이삿짐센터에 연락하여 이삿짐센터에 보관시켰고, 청구인은 그러한 가구들이 김○진의 소유인 줄 알았고, 그러한 가구들을 훔치기로 공모한 적도 없고, 그러한 가구들의 반출에 관여한 바도 없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김○진은 청구인에게 피해자의 물건을 갖고 나갈 생각을 말하자 청구인이 이를 도와주었다고 진술하고, 청구인도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피해품을 옮기는 동안 청구인과 김○진이 함께 있었다고 인정하므로, 청구인은 김○진과 범행 현장에서 의사상통하여 피해자 소유의 물건을 절취하였음이 명백하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1) 김○진은 2009. 9.경 아르바이트를 하던 술집에서 손님으로 온 피해자 염○승을 만나 2009. 11.경부터 서울 강남구 ○○동 ○○래미안 아파트 (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에서 함께 생활하였다.

(2) 김○진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할 때에 김○진의 옷과 화장품 등 개인 용품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김○진과 청구인이 청구인의 집에 가져가 보관하였다.

(3) 김○진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트랜스 이삿짐센터’에 전화를 걸어 포장이사를 의뢰하였고, 2010. 2. 17. 02:45경 김○기 등 위 이삿짐센터 직원 3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도착하여 벽걸이 TV 1대, 냉장고 1대, 세탁기 1대, 비디오 1대, 진공청소기 1대, 소파 1대, 책상 1대 등 860만 원 상당의 물건들(이하 ‘이 사건 피해품’이라 한다)을 포장하였다. 위 물건들은 피해자 염○승의 비용으로 마련한 것들이다.

(4) 당시 새벽 시간이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이삿짐 반출을 금지하자, 청구인과 김○진은 그날 05:30경 김○진의 개인 용품이 든 여행용 가방을 들고 청구인의 집으로 갔고, 김○기 등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그날 08:40경 이 사건 피해품 등 나머지 물건들을 트럭으로 운반하여 이삿짐 보관센터에 보관시켰다.

나. 절도 고의의 인정 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청구인은 이 사건 아파트에 김○진이 혼자 사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115, 116면), ② 청구인은 일관되게 이 사건 피해품이 김○진의 소유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116, 120면, 헌법소원심판기록 10면), ③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서○옥도 경찰에서 이 사건 피해품이 김○진의 소유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131면), ④ 김○진 역시 경찰에서 청구인에게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품이 김○진의 소유인 줄 알았다’는 취지의 자필 진술서를 작성하여 준 점(수사기록 166면)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은 이 사건 피해품이 김○진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고, 더구나 ‘김○진이 타인의 소유물을 절취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러한 절취행위를 도와주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 실행행위의 분담 인정 여부
그리고 ① 이 사건 피해품들은 포장이사로 이삿짐센터에 보관된 점, ② 김○진이 직접 인터넷으로 이삿짐센터를 알아보고 전화를 걸어 포장이사를 의뢰하였고, 여기에 청구인은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은 점(수사기록 67, 131, 141면), ③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짐을 포장할 때에도 김○진이 이삿짐센터 직원들에게 포장할 물건을 알려주었고, 당시 청구인은 서○옥과 함께 안방에 있었던 점(수사기록 116, 156면), ④ 청구인은 경찰에서부터 일관되게 김○진의 부탁으로 김○진의 개인 용품을 자신의 집에 가지고 갔을 뿐 이 사건 피해품의 반출에는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117면, 헌법소원심판기록 11면), 김○진 역시 검찰에서 ‘청구인은 김○진의 개인 용품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옮기는 것을 단순히 도와주었고, 김○진과 함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수사기록 182-183면), 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 사건 아파트 안에서 가전제품 등을 포장하고 있을 때 청구인은 김○진의 개인 용품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서 먼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청구인이 돌아간 후 이 사건 피해품이 아파트에서 반출된 점(수사기록 142면, 헌법소원심판기록 10-11, 15면)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이 김○진과 합동하여 이 사건 피해품을 절취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라. 소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의 고의와 실행행위의 분담을 인정하기 어려운 의문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의 고의와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다고 단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가 미진하거나 증거판단을 잘못하여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