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98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5월 27일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마98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오○○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영호
피 청 구 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8. 13. 부산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3524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8. 13. 청구인에 대하여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부산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3524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 5. 8. 14:00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청구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이○○ 검사인데 불법자금세탁 사기사건을 수사 중이다. 범인이 청구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을 사용하였다. 다른 계좌도 범행에 이용될 수 있으니 정상적인 거래내역도 만들어야 하고 계속 감시도 해야 한다. 보유 중인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검찰에서 자금을 보내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범인 일당을 잡아야 하니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말을 듣고, 다음 날인 2019. 5. 9. 11:00경 청구인 명의의 ○○은행 계좌번호를 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주었다.
이후 위 성명불상자는 2019. 5. 13.경 피해자 조○○에게 □□은행 직원을 사칭하면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면 낮은 이율로 대출해 주겠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13:06경 청구인 명의의 위 ○○은행 계좌로 600만 원 2회, 400만 원 1회 등 총 3회에 걸쳐 합계 1,6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청구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1,600만 원으로 같은 날 위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본인 명의의 △△계좌로 위 1,600만 원을 송금한 뒤, 비트코인을 구입하고 위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비트코인 지갑주소로 이를 전송하였다.
이로써 청구인은 성명불상자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도록 방조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3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검사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의 거짓말에 속아 불법자금세탁 사기사건 수사에 협조한다는 인식 하에 이 사건 행위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사기방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9. 5. 8. 14:00경 성명불상자로부터 휴대전화를 통해 연락을 받은 후, 다음 날인 2019. 5. 9. 위 성명불상자에게 청구인 명의의 ○○은행 계좌번호(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를 알려주고, 같은 날 11:41경 이 사건 계좌와 연동된 가상화폐 계좌인 △△계좌를 개설하였다.

(2) 청구인은 위 성명불상자의 요청에 따라 ① 2019. 5. 13. 10:32경 이 사건 계좌에 신○○ 명의로 입금된 1,200만 원을 10:37경 청구인의 위 △△계좌로 이체한 후, 10:48경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구입하여 불상의 가상화폐 지갑주소로 전송하고, ② 11:07경 이 사건 계좌에 김○○ 명의로 입금된 980만 원을 11:11경 위 △△계좌로 이체한 후, 11:18경 비트코인을 구입하여 위 지갑주소로 전송하고, ③ 11:51경 이 사건 계좌에 정○○ 명의로 입금된 1,000만 원을 11:58경 위 △△계좌로 이체한 후, 12:04경 비트코인을 구입하여 위 지갑주소로 전송하였다.

(3) 청구인은 같은 날 13:06경 이 사건 피해자인 조○○의 ▽▽은행 계좌로부터 이 사건 계좌로 600만 원 2회, 400만 원 1회 등 총 3회에 걸쳐 합계 1,600만 원이 입금되자, 이를 13:12경 위 △△계좌로 이체한 후, 13:18경 비트코인을 구입하여 위 지갑주소로 전송하였다.

(4) 피해자 조○○은 같은 날 부산동부경찰서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였다.

(5) 한편, 청구인은 위 성명불상자와 2019. 5. 8. 15:03경부터 2019. 5. 16. 11:39경까지 카카오톡을 통해 비트코인 구입 및 전송 등에 관하여 수시로 대화하였다.

(6)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검사를 칭하는 사람으로부터 불법자금세탁 사기사건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 사람의 요구에 따라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한 후, 이를 가상화폐 지갑주소로 전송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청구인이 이 사건 당일 4회에 걸쳐 가상화폐를 구입하여 전송한 내역 중, 정○○ 명의 계좌에서 입금된 1,000만 원으로 가상화폐를 구입·전송한 행위와 관련하여 2019. 8. 12.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2019형제9677호 사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피의사건에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나. 판단
(1) 청구인이 검사를 사칭하는 상대방과 거래를 하면서 그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입하여 이를 전송하는 요청이 범죄에 연루되었을 개연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던 점, 청구인의 계좌에 입금되는 돈의 명의자가 매번 달라 범죄로 취득한 돈임을 의심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에게 ‘보이스피싱’ 범죄를 용인하는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사정이 있다.

(2)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여러 사정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청구인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청구인이 위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일정이나 일상생활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거나 위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받고 계좌거래, 가상화폐 계좌개설, 가상화폐 구입 및 전송 등 전자금융거래와 관련된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는 것 이외에는 청구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고 있거나 의심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② 또한 청구인과 성명불상자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청구인은 마치 검사로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지시하고,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는 성명불상자에게 자신의 수면시간이나 게임, 외출 등 사생활까지 일일이 보고하는 등 검사를 사칭한 성명불상자에게 장악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언제쯤 결론이 날지 물어보면서 현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정범의 실행이나 이익의 배분에 관하여 전혀 논의하지 아니한 점에서 청구인은 검사를 사칭한 성명불상자의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말에 속아 스스로를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로 인식하고 그와 같은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수사기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믿은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③ 특히 성명불상자가 청구인에게 발송한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명의의 공문서의 경우 그 형식이나 내용, 문구가 매우 조잡하여 공무원이나 법조계 종사자라면 손쉽게 위조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나, 공문서의 형식을 알지 못하고 법률지식이 없는 청구인과 같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위조된 것이라고 의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단속접수자는 집행명령이 발표된 시간 내에 만일 본사건의 조사, 집행내용을 제삼자에게 전하였을 경우 본처에서는 즉시 본인 명의로 된 재산자료(포함한 토지, 주택, 예금, 투자, 입금 및 기타 소득) 동결처리(압수수색)하는 것입니다.’라는 공문서 문구와 청구인이 카카오톡으로 ‘회사 때문에 아무래도 계좌라던지에 관해서 언제쯤 결론이 나오는지 알고 싶습니다.’라고 문의한 내용을 결합해 보면, 청구인이 성명불상자를 개인재산에 대한 동결처리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3) 위와 같은 사정에 청구인에게 보이스피싱 관련 범행을 포함하여 범죄전력이 전혀 없다는 점을 더하여 볼 때, 피청구인으로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범죄에 연루 되었다고 경고하면서 지시에 따르도록 유도한다거나 피해자들로부터 취득한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입하여 전송하도록 하는 수법이 다른 보이스피싱 범행에도 이용되고 있는 수법인지, 청구인이 그와 같은 수법을 이 사건 행위 전부터 알고 있었다거나, 카카오톡 이외 다른 수단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수사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청구인이 본인의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가상화폐를 구입하여 전송할 당시 그 돈이 불법행위 내지 범죄와 관련된 돈이라는 정도의 막연한 인식 또는 예견을 넘어 ‘보이스피싱’ 범죄로 취득한 돈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예견할 다른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사기방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다. 소결
결국 청구인에게 사기방조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내려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