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791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7월 16일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마791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신○○
대리인 변호사 이재범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4. 23.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19년 형제920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9. 4. 23.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19년 형제920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 2. 18. 22:45경 경북 고령군 (주소 생략) ○○장례식장 ○○호 분향실에서, 자신의 조모의 장례식을 치르던 중 사촌동생인 박○○의 모친이자 청구인의 고모인 신□□에 대한 청구인의 태도가 불손하였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박○○이 청구인의 멱살과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 흔들고 그녀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자, 이에 대항하여 청구인의 손으로 박○○의 손과 멱살을 잡아 흔들어 폭행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초범이고, 박○○의 폭력행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인정되는 폭행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2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자신이 일방적으로 박○○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을 뿐, 박○○을 폭행한 사실이 없고, 설령 이 사건 피의사실 기재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상대방의 폭행에 대항하기 위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신△△의 딸이고, 박○○은 신△△의 여동생 신□□의 딸로서, 청구인과 박○○은 4촌 사이이다. 신△△과 신□□의 어머니이자 청구인의 조모 진○○은 2019. 2. 17. 사망하였고, 이에 경북 고령군 (주소 생략) ○○장례식장 ○○호 분향실에서 진○○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2) 2019. 2. 18. 22:48경 청구인과 박○○은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서로 폭행 피해를 주장하였는데, 박○○은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하였고, 청구인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를 부인하였다. 목격자인 박○○의 언니 박□□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동생이 신○○을 폭행한 사실이 맞으며, 신○○ 또한 이에 맞서 동생이 입고 있는 상복의 옷 이곳 저곳을 잡고 흔드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또 다른 목격자인 청구인의 동생 신▽▽는 “박○○이 때리는데 가만히 앉아서 맞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누나는 박○○을 때린 일은 없고 옷만 잡고 흔들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3) 또한 박○○은 그녀가 먼저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았지만 청구인도 가만있지 아니하고 그녀를 손으로 잡아 벽으로 밀며 발로 그녀의 발을 밟았고 청구인의 손톱에 그녀의 손목이 긁혔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출동 경찰관에게 제출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 1차 폭행을 하였고 다시 2차로 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은 후 그녀의 배와 다리, 왼쪽 눈 부위 등을 수차례 가격하여 일방적으로 폭행하였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출동 경찰관에게 제출하였다.

(4) 박○○은 2019. 3. 16.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당시 청구인이 웃으면서 박○○의 부모를 무시하는 언행을 하는 것에 화가 났고, 그래서 청구인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는데 ‘청구인이 머리채를 잡힌 채로 일어서서 양손으로 박○○의 양쪽 팔뚝을 잡아 힘겨루기를 하듯이 밀고 당기는 상황’이 생겼으며 그 과정에서 청구인이 발뒤꿈치로 박○○의 오른쪽 발 부위를 세게 밟기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런데 박○○은 무릎으로 청구인의 복부를 가격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박○○은 청구인의 폭행으로 팔과 발등 부위에 멍이 들었다면서 그 멍이 나타나는 사진을 경찰에 제출하였다.

(5) 청구인은 2019. 3. 17.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19. 2. 18. 22:00~23:00 사이에 박○○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으며, 폭행의 원인은 청구인이 박○○의 부모이자 청구인의 고모, 고모부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었고, 박○○이 청구인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박○○의 옷을 손으로 잡았을 수 있지만 박○○의 멱살이나 손, 기타 신체를 손으로 잡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6) 청구인은 위 조사과정에서 박○○의 폭행으로 상해가 발생하였다며 두피의 표재성 손상 등의 진단이 이루어진 상해진단서 및 진술서 등을 제출하였다. 위 진술서에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청구인과 박○○은 서로 욕설을 주고받다가, 박○○이 달려들어 청구인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아 흔들었고, 다른 친척들의 제지로 일단 박○○이 청구인으로부터 잠시 떨어졌으나 이내 다시 달려들어 박○○이 손으로 청구인의 머리채를 붙잡고 무릎으로 청구인의 복부를 가격했는데 그 과정에서 청구인이 박○○의 옷자락을 잡았으며, 청구인이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웅크렸지만 그 상태에서도 박○○이 다리로 청구인을 수차례 걷어찼고, 주변 사람들이 박○○을 청구인으로부터 떼어내자 청구인이 112에 신고를 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7) 박○○은 2019. 3. 28. 청구인의 행위로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상세불명의 여러 부위의 표재성 손상 등의 진단이 이루어진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8) 청구인은 2019. 4. 5. 박○○으로부터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추가적으로 각막미란 등의 진단이 이루어진 상해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하였다. 청구인은 같은 날 경찰에 녹취록을 제출하기도 하였는데 그 녹취록에는 청구인의 숙모 이○○가 청구인을 달래면서 “그래. 그거는 니가 일방적으로 머리 뜯기는 거는 내가 봤어. 봤다. 숙모가 알아주면 안 되겠나?”라는 등 박○○으로부터 청구인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는 듯한 내용이 나타나고, 또한 박○○의 부친 박△△가 먼저 싸움을 시작한 사람이 박○○이고 청구인이 손찌검을 하지는 않았으며 청구인이 “예, 제가 하나 한 적 없죠, 손 하나 댄 적?”이라고 묻자 “어. 니가 당했지”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나타났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의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렇더라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이다.

다. 판단
(1) 피의사실 기재 행위의 인정 여부
박○○도 청구인이 이 사건 당시 박○○의 멱살을 잡았다는 진술을 하지 아니하였다. 목격자인 박□□과 신▽▽는 모두 청구인이 박○○의 상복을 손으로 잡아 흔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잡아 흔들었는지는 그 진술 내용에 나타나지 아니한다. 달리 피의사실 기재 행위 중 청구인이 이 사건 당시 박○○의 멱살을 잡은 행위를 인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청구인이 이 사건 당시 박○○의 손을 잡아 흔드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박○○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청구인이 박○○에게 그와 같은 유형력의 행사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2) 정당행위 성부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헌재 2013. 8. 29. 2011헌마743; 헌재 2017. 4. 27. 2017헌마26; 헌재 2020. 5. 27. 2019헌마1419 참조).
이 사건에서 박○○이 먼저 유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에는 다툼이 없다. 그 직후 청구인은 위와 같이 손으로 박○○의 손 부위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 흔든 것으로 인정되는데, 이는 박○○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이 머리채를 잡힌 채로 일어서서 양손으로 박○○의 양쪽 팔뚝을 잡아 밀고 당긴 것’이므로 청구인이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 청구인이 제출한 녹취록에 기재된 이○○와 박△△의 진술 내용은, 청구인이 박○○에게 전혀 물리력을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나, 이 사건 당시 주로 박○○이 청구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상황이었고 박○○보다 청구인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박△△의 진술은 청구인의 방어의사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박○○이 청구인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도중에, 청구인이 박○○의 손을 떼어내거나 추가적인 공격행위를 제지하기 위하여 박○○의 손을 붙잡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이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다 충분히 규명하고 청구인의 방어의사 유무 내지 정당행위 성립 가능성을 따져보았어야 한다.
이 사건의 성질, 즉 가족 간 불화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건으로 목격자들이 가족관계나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적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이 장례식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므로 추가적인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거나 청구인과 박○○의 대질을 통해서라도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아니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단정하였다.

라. 소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