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8헌마1224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9월 24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곤란하고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도 없으며 한국 법제도에 대한 이해 및 접근성이 낮은 외국인 여성으로, 일반적인 대한민국 여성과는 피해를 인식하는 수준과 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청구인이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알선자 등이 청구인에 대하여 행한 일련의 행위들은 청구인의 외국인 여성으로서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그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행위로서 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아가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은 자신이 성매매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성매매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할 자료를 수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관한 추가적인 수사 없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잘못이 있다.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양○○(외국인)
대리인 변호사 이소아 외 1인
피청구인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8. 10. 26.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2018년 형제1729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8. 10. 26. 피청구인으로부터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 혐의로 기소유예처분(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2018년 형제1729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8. 6. 15. 21:00경 광주 광산구(주소 생략)에 있는 ‘○○’에서 업주 박○○이 성매매를 알선한 성명을 알 수 없는 성매수남과 화대비를 받지 않고 성교행위를 하는 등, 범죄일람표와 같이 성매수남들과 4회에 걸쳐 화대비를 받지 않고 성교행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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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8. 12. 3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마사지 업소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취업 알선자 등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고, 낯선 장소에서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이 사건 성매매 직후 태국으로 돌아가려다 취업 알선자에 의해 감금 및 협박을 당했다. 따라서 청구인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라 한다)에 의한 성매매피해자에 해당하므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3. 판 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태국 국적 여성으로, 일자리를 구하던 중 태국 국적 여성인 붓○○(이하 ‘알선자’라 한다)와 연결된 지인으로부터 ‘한국에서 주로 마사지를 하고 부차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일이 있는데, 한국에 와서 보고 성매매를 할 수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청구인은 알선자에게 소개비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생활비 5,000바트(한화 약 18만 원)를 가지고 2018. 6. 15. 06:12경 태국인 친구 2인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2) 청구인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알선자 및 알선자의 남자친구인 서○○를 만나 그들과 함께 광주광역시로 이동하여 2018. 6. 15. 13:00경 ‘□□’라는 업소에 이르러 그 업주인 심○○와 함께 대기하다가, 같은 날 17:00경 ‘○○’에 도착하였다.

(3) 청구인은 ‘○○’ 업주인 박○○과 알선자로부터, 성매매 50회까지 성매매 1회당 4만 원으로 계산한 급여 총액 200만 원을 알선자에 대한 소개비로 충당하고, 그 이후에는 성매매 1회당 45,000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청구인은 알선자에게 ‘(성매매를) 안하고 돌아가면 안되냐’고 말했으나, 알선자가 ‘나에게 줘야하는 택(소개비)이 있는데 안하면 어떻게 줄려고 하냐’고 하자, 청구인은 위 성매매 조건에 동의하였다.

(4) 청구인은 2018. 6. 15. 21:00경 및 같은 날 22:30경 ‘○○’에서 2회의 성매매를 하였고, 그 직후 박○○에게 ‘너무 아프니 안하면 안되냐’고 말했으나, 박○○은 그곳에 있던 태국 여자 4인을 가리키며 ‘여기 4명이 있는데 너만 뺄 수 없으니까 너도 똑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청구인은 2018. 6. 16. 01:00경 및 03:00경까지 ‘○○’에서 추가로 2회의 성매매를 하여 총 4회의 성매매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성매매’라 한다).

(5) 청구인은 잠을 자고 일어나 2018. 6. 16. 16:00경 태국에 있는 지인을 통해 방콕행 항공권(2018. 6. 17. 10:15 인천공항 출발)을 전달받은 뒤, 박○○에게 일을 그만두고 ‘○○’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같은 날 23:00경 알선자에게 전화로 태국에 귀국하고 싶다고 말했다.

(6) 알선자는 서○○와 함께 ‘○○’에서 광양시에 있는 원룸으로 청구인을 데리고 와, 다음 날 새벽인 2018. 6. 17. 02:00경부터 같은 날 14:50경까지 ‘200만원을 변상하지 않으면 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청구인을 원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금하고, 청구인과 함께 있는 위 원룸 방 안에서 성명불상자와 통화하면서 ‘청구인이 돈을 갚지 않으면 청구인을 다른 곳에 팔아버리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청구인을 협박하였다.

(7) 청구인은 휴대전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에게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하였고, 알선자는 2018. 6. 17. 14:50경 위 성명불상자의 신고로 위 원룸에 출동한 경찰에 의하여 체포되었다. 이후 알선자는 위 감금&#8901;협박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8. 8. 31. 선고 2018고단1433 판결).

(8) 청구인은 알선자, 심○○, 박○○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2019. 9. 5. 심○○ 및 박○○과의 사이에서 ‘청구인이 감금, 협박, 강요에 의한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손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하였고, 2019. 11. 5. 알선자와의 사이에서 일부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광주지방법원 2019가단500104).

나. 성매매피해자 해당 여부
(1) 성매매처벌법은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제2조 제1항 제4호 가목) 등을 ‘성매매피해자’로 정의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여기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8901;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8901;경제적&#8901;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상당하다.

(2) 청구인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곤란하고 한국 내 사회적 지지기반도 없으며 한국 법제도에 대한 이해 및 접근성이 낮은 외국인 여성으로, 일반적인 대한민국 여성과는 피해를 인식하는 수준과 그에 대한 대응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청구인은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하지 않고 마사지만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입국하였는데, 입국 후 곧장 알선자 등과 함께 장시간 이동하여 외부와 분리된 낯선 장소인 ‘○○’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청구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인 알선자로부터 성매매를 요구받았으므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청구인은 함께 입국한 친구들과 헤어져 혼자였고 비교적 소액의 생활비만 가지고 있어 알선자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처하기 곤란했는데, 알선자는 그와 같은 청구인의 상황을 알면서도 소개비를 이유로 성매매를 요구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과의 시차 및 거리, 청구인의 경제적 여건, 외국인으로서의 언어장벽 및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부지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이 휴대전화 등을 통해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성매매에 이르는 과정에 알선자 등의 직접적인 협박이나 청구인의 적극적인 거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성매매 여부를 그 자유의사로 선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3) 여기에 청구인이 ‘이 사건 성매매 당시 박○○과 성인 남성 2인이 지키고 있지 않았다면 도망쳤을 것 같다’고 진술한 점, 실제로 청구인이 이 사건 성매매 직후 방콕행 항공권을 전달받고 출국하려다 알선자에 의해 감금된 점, 이 사건 성매매에 관하여 박○○ 등과의 사이에 ‘청구인이 감금, 협박, 강요에 의한 인신매매의 피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한 점을 보태어보면, 알선자, 박○○ 등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성매매에 이르렀다는 청구인 진술에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4) 결국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알선자와 박○○ 등이 청구인에 대하여 행한 일련의 행위들은 청구인의 외국인 여성으로서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그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행위로서 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아가 수사과정에서 청구인은 자신이 성매매피해자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성매매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할 자료를 수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관한 추가적인 수사 없이 청구인의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위반(성매매알선등)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