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3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9월 24일

결정요지

청구인은 건물 관리인으로서, 임대료 미납으로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지 상당 기간이 경과되었음에도 퇴거하지 않고 공업사를 운영하는 임차인에 대응하여 공업사에 대한 단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단되므로, 청구인의 단전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청구인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참조조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 제1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조지훈 외 8인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2. 17. 수원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7308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9. 12. 17. 피청구인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7308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주식회사 ○○의 이사로, 2019. 8. 5.경 위 회사가 관리하는 수원시 (주소 생략) ○○층을 임차하여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피해자 진○○가 임료 및 관리비 합계 6억 8,400여만 원을 납입하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음에도 퇴거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위 공업사의 전기를 단전하여 피해자의 공업사 운영업무를 방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 23.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피해자가 19개월 동안 임료 등 6억 8,4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피해자에게 퇴거를 요구하였고, 피해자에게 퇴거에 불응할 경우 단전하겠다고 사전에 예고하였으며, 임대차계약에 의하더라도 임료 등 납부가 1회 이상 연체될 경우 임대인이 단전·단수조치를 취할 수 있어, 이에 기하여 단전한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 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가 다액의 임료와 관리비를 내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상황에서 청구인이 피해자가 임차하여 운영하는 공업사의 전원을 차단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나. 관련 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이 소속된 주식회사 ○○은, 수원시(주소 생략)에 있는 ‘○○’ 건물 소유자인 □□ 주식회사의 위임 하에 위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운영업무를 맡고 있다.

(2) □□ 주식회사는 2017. 11. 14.경 위 건물 ○○층 일부분(합계 983.62㎡, 이하 ‘이 사건 임차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해자 진○○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내용은, “임대인 □□ 주식회사, 임차인 진○○, 임대차보증금 1억 3천만 원, 임대료 2017. 12.부터 2019. 4.까지 월 2,600만 원, 2019. 5.부터 2019. 11.까지 월 2,800만 원, 임대차기간 2017. 12. 1.부터 2019. 11. 30.까지”이다.

(3) 위 임대차계약의 내용에는 임차인의 임대료 연체 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① 을(임차인)의 임대료 혹은 관리비 등 납부가 1회 이상 지체될 경우 갑(임대인)은 임대목적물의 점유 부분, 공공시설 기타 제반 설비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으며, 필요 시 단전, 단수조치를 할 수 있다, ② 갑(임대인)은 을(임차인)이 보증금(인상분 등), 임대료(인상분 등) 등을 납부기일로부터 2회 이상(임대기간 중 미납횟수 누적하여 적용)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갑은 을에게 납부이행 독려를 위해 1회 서면 최고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이 최고기간 내에 납부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해제/해지 통지로써 즉시 해제 또는 해지된다, ③ 본 계약의 각 조항에 의거 이 계약이 해지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본 계약은 종료되며 이 경우 갑(임대인)은 을(임차인)에게 사전에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4) 피해자는 2017. 12.부터 이 사건 임차 부분을 점유하면서 ‘△△’이라는 상호로 자동차공업사(이하 ‘이 사건 공업사’라 한다)를 운영하였으나 1개월분의 임료를 제외한 나머지 임료와 관리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청구인이 2018. 4. 27.경 임대인을 대리하여 피해자에게 임료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이 사건 임차 부분에 대한 명도를 요청하였음에도 피해자는 임료 등을 지급하지 않은 채 계속 이 사건 공업사를 운영하였다.

(5) 임대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명도 소송과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을 제기하였다. 피해자는 이에 대하여 임대인이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임료를 체납하게 된 것이어서 임료 체납에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 11. 26.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을 인용하였다.

(6) 임대인은 위 가처분 인용결정에 의거하여 2018. 11. 30. 이 사건 임차 부분에 대하여 명도집행을 하려 하였으나, 집행장소의 점유자가 피해자가 아닌 주식회사 △△(대표자:홍○○)으로 확인되어 명도 집행을 할 수 없었다. 다만, 피해자는 2019. 3. 5. 임대차 관련 소송으로 법원에 출석하여 자신이 이 사건 공업사에서 계속 영업하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7) 한편 피해자는 2018. 6. 26. 임대인을 상대로 협력의무인 특약사항 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19. 7. 24. 수원지방법원은 위 소송에 대하여 임대인에게 특약사항 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피해자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8) 청구인은 임대인을 대리하여, 2019. 7. 25.경 피해자에게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라 건물에서의 퇴거를 촉구하면서 퇴거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2019. 8. 5.부터 단전 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임대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확정되지 않았고 명도소송도 진행 중에 있으니 임대인이 퇴거와 단전을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9) 청구인은 2019. 8. 5. 이 사건 공업사의 전기를 단전하였는데, 그 시점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미납한 임료는 합계 5억 원 상당으로 임대차보증금인 1억 3천만 원을 공제하고도 3억 7천여만 원이 미지급된 상태였고, 미납한 관리비는 총 1억 8천여만 원이다.

라. 판단
(1)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등).

(2)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이 사건 공업사를 임차한 이후 1개월분의 임료만 지급하고 그 이후부터 임료 및 관리비를 일체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료 등을 1회 이상 연체할 경우 단전할 수 있고 2회 이상 연체할 경우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임대차계약에 따라 2018. 4. 27. 피해자에게 사전 해지 통보를 하고 이 사건 공업사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는바, 위 해지는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피해자가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아니하자 임대인은 법원에 피해자를 상대로 이 사건 공업사에 관한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을 신청하여 인용 결정까지 받았으나, 이 사건 공업사의 등기부상 대표자가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되어 있어 가처분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퇴거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임대인의 귀책사유로 임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1심에서 패소) 이 사건 분쟁이 당사자들 사이에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구나 청구인이 단전한 시기는 임대차계약이 해지된 지 1년 3개월이 경과된 시점으로 임차인이 미납한 금액도 임료 5억여 원과 관리비 1억 8천여만 원으로 임대인의 손해는 상당히 컸고 그 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건물 관리자인 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임료 등을 납부하거나 이 사건 공업사를 명도하는 등 임대인의 피해를 회복하려는 조치를 스스로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효율적인 건물 관리와 임대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전조치와 같은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청구인은 곧바로 단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에 앞서 피해자에게 퇴거를 재차 촉구하면서 퇴거 요구에 불응할 경우 단전하겠다고 미리 서면으로 예고하였고, 피해자가 퇴거에 응하지 아니하자 비로소 이 사건 공업사에 대하여 단전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이상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구인의 단전행위는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지 1년 3개월이 경과된 시점에서 여전히 계속되는 피해자의 부당한 의무불이행에 대하여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로 판단되고 그러한 단전행위가 피해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였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상당성을 잃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행한 단전조치가 정당행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판단 없이 곧바로 청구인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3)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