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27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9월 24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27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오○○
대리인 변호사 오치석
피 청 구 인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1. 28. 인천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9593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9. 11. 28. 피청구인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인천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9593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년경 불상지에서 페이스북(www.facebook.com) 댓글로 중학교 동창인 피해자 이○○에게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라는 허위의 글을 게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2. 24.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페이스북에 피해자에게 돈을 훔쳐갔다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한 적이 전혀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피해자와 참고인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페이스북 계정에 피해자를 상대로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라는 내용의 댓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당시 각 17세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 사이이다. 피해자는 전반발달장애인(자폐 2급)으로 낮은 인지, 자폐 성향이 있고 감정조절의 어려움도 있어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태이며, 의사표현 능력의 결핍으로 법적 후견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은 바 있다.
(2) 피해자와 청구인이 서로 멀어진 이유에 대하여, 피해자는 청구인과 사이가 좋았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청구인이 자신이 훔쳐가지도 않은 8만 원을 훔쳐갔다고 소문을 내어 그 후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청구인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피해자의 도우미 역할을 하며 피해자를 도와주었으나 중학교 3학년부터 피해자의 자폐가 심해져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곤란을 겪은 적이 있어 차츰 거리를 두게 되었고 2018. 3.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일절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3) 피해자의 부모는 2019. 8. 27. “2019년경 청구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피해자를 절도범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있어 아들이 명예훼손을 당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청구인을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가 청구인을 신고할 당시에는 청구인의 페이스북에 그러한 글은 게시되어 있지 않았다.

(4) 피해자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① 중학교 3학년(2017년) 때 같은 반 학생인 이□□이 지갑에 있던 8만 원이 없어졌다고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청구인이 피해자가 이□□의 지갑을 꺼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선생님에게 말하여 억울하게 도둑으로 의심받은 적이 있고, ② 2018. 3. 17.경 청구인이 페이스북 댓글로 피해자에게 “8만 원 어디에 있냐, 내 놓아라”고 적어 이 피해사실을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했는데 선생님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으며, 다만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강○○라는 형이 청구인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페이스북에서 청구인과 싸우지 말라고 한 적이 있고, ③ 2019. 8. 26.경 학교에서 동급생 양○○이 피해자에게 “8만 원 훔쳤냐”라고 물어보았고, 동급생 김○○은 피해자에게 “오○○(청구인)에게 너가 8만 원 훔쳤다고 말할거야”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청구인이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8만 원을 훔쳐갔다는 허위 내용의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5) 청구인은 피해자의 신고내용에 대하여 ①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상대로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 등의 내용으로 댓글을 게시한 적이 없고, ② 피해자와는 2018. 3.경 각각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하였기 때문에 그 후로는 서로 만나거나 연락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였다.

(6) 양○○은 2019. 8. 26. 피해자에게 8만 원을 훔쳤냐고 물어보았는데,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그 경위에 관하여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친구의 페이스북 계정에 피해자를 상대로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 라는 글이 적혀 있어 이를 보고 피해자에게 그 진위를 물어본 것이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경찰관이 “그 계정주가 ‘김○○’ 인지 ‘오○○(청구인)’인지” 묻자 “오○○(청구인)”이라고 답하면서 페이스북을 본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이후 양○○은 피청구인과의 전화통화에서는 “오○○(청구인)의 페이스북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오○○(청구인)의 계정 프로필 사진에 피해자가 먼저 ‘오○○ 재수없어’라는 댓글을 달자 오○○(청구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라는 댓글을 단 것을 보았고, 이후 학교에서 피해자를 만나 ‘8만 원을 훔친 사실이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피해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다. 판단
(1) 이 사건은 피해자의 주장과 청구인의 주장이 상반되고, 청구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되었다는 댓글의 게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등 물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피청구인은 제3자의 진술 등 여러 증거를 종합하여 누구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지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앞서 살펴 본 증거관계에 의하면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8만 원을 훔쳐갔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된 적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검토해 보면 해당 페이스북 계정주가 청구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먼저 페이스북 계정주가 청구인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에 대하여 본다.
피해자는 2019. 8. 26. 양○○으로부터 “8만 원을 훔친 적이 있느냐”는 말을 듣고 청구인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신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8. 3. 17. 청구인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문제의 댓글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청구인을 신고할 당시에는 청구인의 페이스북에는 위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없었던 점, 피해자가 청구인의 페이스북을 본 시점은 신고일로부터 1년 5개월 전으로 상당히 오래 전 일인 점, 페이스북의 특성상 하루에도 수많은 게시글과 댓글로 사용자 간 대화가 오고 가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본다면, 과연 피해자가 문제의 댓글을 보았다는 페이스북의 계정주를 청구인으로 기억하는 내용이 정확한 것인지 의문이 들어 피해자의 위 주장만으로는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한편, 피해자는 이 사건 피해사실과 관련하여 ① ○○고등학교 학생인 강○○가 청구인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댓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청구인과 서로 싸우지 말라고 하였고, ② 2018. 3.경 피해자가 학교 담임선생에게 청구인의 페이스북 댓글에 대하여 이야기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는 내용도 진술한 바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강○○나 당시 피해자의 담임선생을 상대로 피해자 주장의 진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는 등 추가 수사를 하여 당시 상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도 그러한 수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나) 다음으로 피해자의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양○○의 진술에 대하여 본다.
양○○은 누군가의 페이스북에서 피해자가 8만 원을 훔쳤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그러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해당 페이스북의 계정주와 관련하여 수사 초기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다가, “오○○(청구인)인지 김○○인지” 물어보는 경찰관의 질문에 그제야 “오○○(청구인)”이라고 특정하였다. 위와 같이 양○○은 경찰관이 불러 준 두 개의 이름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청구인을 페이스북 계정주로 특정하였는데, 양○○이 청구인을 해당 페이스북 계정주로 특정한 경위에 대한 추가적인 정황이나 구체적인 설명 없이는 위 진술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
나아가 양○○은 이후 피청구인과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먼저 청구인의 페이스북에 ‘재수 없다’라고 하자 이에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너 예전에 8만 원 훔쳐갔잖아’ 라고 댓글을 달았다”고 진술하였는데, 수사 초기에 페이스북 계정주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다가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 댓글이 게시된 경위 등에 대하여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이는 위 진술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청구인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청구인의 페이스북에 문제의 댓글이 게시된 것을 보았다는 참고인과의 대면조사 등을 요청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 본다면, 피청구인은 양○○을 상대로 문제의 댓글이 게시된 페이스북의 계정주가 청구인임을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여부, 문제의 댓글을 본 시점, 청구인과의 관계, 수사 시점까지 청구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가 있는지, 피해자에게 8만 원을 훔쳐갔냐고 물어볼 당시 페이스북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무엇이라고 말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양○○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하여는 조사하지 아니하였다.

(3) 이상과 같이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돈을 훔쳤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청구인의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에게 명예훼손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