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0헌마36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11년 6월 30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사 건 2010헌마36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원
국선대리인 변호사 강재룡
피청구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검찰관
주 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 폭행 등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9. 12. 24.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이 사건 심판대상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 처분의 피의사실 중 기소유예처분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시설처 ○○과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1) 2009. 9. 4. 19:00경 서울 용산구의 남영역 인근 상호 불상의 참치횟집에서 피해자 소령 임○호가 청구인에게 회식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끼어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는 이유로 ‘어린 놈이 반말을 한다.’는 등 소리를 지르며 위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피해자를 폭행하고,
(2) 2009. 10. 30. 19:30경 계룡시 엄사면 ○○리 소재 ○○한우촌 식당에서 해군 인사참모부 장교인사과 중사 김○성에게 "김○수, 김○남, 이○택 등 ○○상고 출신이 돈세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밑에서 구속되면서 줄줄이 엮이면 해군 경리병과는 해체된다."는 말을 하여 위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3) 2009. 11. 4. 17:46경 피해자 헌병수사관 조○봉 준위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앙심을 품고 헌병수사관 진○천에게 전화를 하여 "그냥 있지 않겠다. 조○봉 준위에게 꼭 옷을 벗겨 버리겠다고 전해라. 계좌추적해서 죽여 버리겠다."고 하면서 진○천에게 이 말을 피해자 조○봉에게 전하도록 하여 위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나. 위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2009. 12. 24.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로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자신에게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혐의인정을 전제로 위와 같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0. 6.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폭행의 점
피해자 임○호는, 회식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건배 제의를 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과도하게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자 청구인에게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을 했고, 이에 화가 난 청구인이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고 진술한다(수사기록 제70-1면, 134면, 이하 면수로만 기재한다). 반면 청구인은 시종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나아가 오히려 멱살을 잡힌 것은 청구인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폭행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되고, 피청구인 역시 피해자 임○호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과는 달리 피의자인 청구인은 그와 같은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그 자체로 배척해도 무방할 만큼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청구인은 자신이 위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기재한 위 회식 자리 동석자인 최○식, 민○훈 작성의 각 진술서를 당 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와 청구인의 진술이 극단적으로 충돌하여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양 당사자에 대한 대질신문을 한다든지 혹은 이 사건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회식을 하던 중에 발생하여 현장목격자도 비교적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서는(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1)항 기재 일시, 장소에 안○현, 정○광, 최○식, 민○훈 등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당사자 이외에 함께 동석하였던 제3자들의 진술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등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한 채 만연히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받아들여 청구인에 대한 폭행 부분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에 의한 미흡한 사실인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명예훼손의 점
청구인은 2009. 10. 30. 19:30경 계룡시 엄사면 ○○리 소재 ○○한우촌 식당에서 중사 김○성을 만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김○성의 부탁에 의해 만난 것이고, 그 당시 자신은 김○성이 문의하는 내용에 대한 답변만을 해 주었을 뿐, "김○수, 김○남, 이○택 등 ○○상고 출신이 돈세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밑에서 구속되면서 줄줄이 엮이면 해군 경리병과는 해체된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김○성은 위와 같은 청구인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제66면, 제144면).
청구인과 피해자, 참고인 등 수사대상자의 진술이 충돌하여 어느 당사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힘들 때에는 이들에 대한 대질신문을 하는 등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요구된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연속하여 수인에게 사실을 유포하여 그 유포한 사실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인정되나,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2)항에 따르면 청구인으로부터 위 말을 들은 것은 김○성 1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김○성이 청구인의 발언을 외부에 전파할 염려가 있는 자라는 점에 대한 청구인의 인식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들이라고 하는 김○수, 김○남, 이○택 등에 대한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고, 또한 명예훼손사실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다른 증거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들에 대하여 수사하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에 의한 잘못된 사실인정이라고 할 것이다.
다. 협박의 점
청구인은 헌병수사관 진○천에게 ‘조○봉의 옷을 벗기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조○봉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특정한 진술을 강요받은 억울함으로 인해 조사받은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진○천에게 격한 마음을 토로한 것일 뿐, 계좌추적이라는 말을 한 적은 없으며 자신에게는 계좌추적권도 없다고 주장한다.
행위자의 언동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여 주위사정에 비추어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등).
그런데 청구인의 경우 이 사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만 혹은 서운함을 느끼게 된 조○봉에 대하여 다소간의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에 청구인의 입장에서 볼 때, 평소 알고 지내던 진○천에게 전화하여 일시적인 분노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청구인과 진○천의 대화에서 청구인이 진○천에 대하여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를 넘어 협박의 가해의사를 표시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진○천이 피해자 조○봉에게 청구인의 발언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의 요원들이 피의자로부터 수사에 대한 일시적 분노 내지 서운한 감정을 전달받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닐 것이므로, 청구인의 발언이 진○천에 의해 조○봉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위와 같이 감정적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정도를 넘어 실제로 공포감을 심어줄 만한 협박의 고지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령 청구인의 주장과는 달리 청구인이 실제로 진○천에게 ‘계좌추적’에 대한 언급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헌병수사관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시설처 ○○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구인이 ‘계좌추적’ 운운 했다는 것이 협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협박은 단지 해악이 발생할 것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스스로 가해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은 상황, 즉 해악의 발생에 대하여 고지자가 어떠한 주체적인 입장에 있다거나 제3자에 대하여 그 가해행위의 결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을 알리는 것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피해자는 준위인 헌병수사관인바, 계좌추적의 운용실태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의 소속원이 청구인보다 훨씬 더 잘 알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설혹 청구인이 계좌추적 운운했다고 하여 그것이 예외없이 피해자에게 해악의 고지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피의사실 (3)항에 관한 증거로는 ① 진○천이 해군헌병단에 제출한, "조 준위에게 꼭 옷을 벗겨버리겠다고 전해주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출석요구서 전달수사보고서’와 ②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3)항 기재 일자의 밤에 청구인으로부터 같은 항 기재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취지의 정○진 작성의 진술서만이 있을 뿐이다. 앞서 설시한 여러 가지 점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진○천, 조○봉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전혀 행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3)항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진○천의 진술, 진○천으로부터 발언을 전해 들었다는 피해자 조○봉의 진술을 들어보거나 청구인과의 대질신문을 행함으로써 청구인의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 경위 등에 대하여 종합적인 조사를 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 채 오로지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출석요구서 전달수사보고서’ 및 당사자 이외의 제3자가 청구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전언만을 토대로 청구인에 대한 협박 부분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미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소결
결국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각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와 같은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6. 30.
청 구 인 이○원
국선대리인 변호사 강재룡
피청구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검찰관
주 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 폭행 등 피의사건에서 피청구인이 2009. 12. 24.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이 사건 심판대상인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 처분의 피의사실 중 기소유예처분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시설처 ○○과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자로서,
(1) 2009. 9. 4. 19:00경 서울 용산구의 남영역 인근 상호 불상의 참치횟집에서 피해자 소령 임○호가 청구인에게 회식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끼어들지 말라는 충고를 했다는 이유로 ‘어린 놈이 반말을 한다.’는 등 소리를 지르며 위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피해자를 폭행하고,
(2) 2009. 10. 30. 19:30경 계룡시 엄사면 ○○리 소재 ○○한우촌 식당에서 해군 인사참모부 장교인사과 중사 김○성에게 "김○수, 김○남, 이○택 등 ○○상고 출신이 돈세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밑에서 구속되면서 줄줄이 엮이면 해군 경리병과는 해체된다."는 말을 하여 위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3) 2009. 11. 4. 17:46경 피해자 헌병수사관 조○봉 준위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앙심을 품고 헌병수사관 진○천에게 전화를 하여 "그냥 있지 않겠다. 조○봉 준위에게 꼭 옷을 벗겨 버리겠다고 전해라. 계좌추적해서 죽여 버리겠다."고 하면서 진○천에게 이 말을 피해자 조○봉에게 전하도록 하여 위 피해자를 협박하였다.
나. 위 피의사실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2009. 12. 24. 해군본부 보통검찰부 2009년 형제32호로 기소유예처분(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자신에게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혐의인정을 전제로 위와 같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0. 6.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폭행의 점
피해자 임○호는, 회식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건배 제의를 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과도하게 말을 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하자 청구인에게 "가만히 있어달라"고 말을 했고, 이에 화가 난 청구인이 자신의 멱살을 잡았다고 진술한다(수사기록 제70-1면, 134면, 이하 면수로만 기재한다). 반면 청구인은 시종 그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나아가 오히려 멱살을 잡힌 것은 청구인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폭행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되고, 피청구인 역시 피해자 임○호의 진술을 토대로 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과는 달리 피의자인 청구인은 그와 같은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진술이 그 자체로 배척해도 무방할 만큼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청구인은 자신이 위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기재한 위 회식 자리 동석자인 최○식, 민○훈 작성의 각 진술서를 당 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피해자와 청구인의 진술이 극단적으로 충돌하여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양 당사자에 대한 대질신문을 한다든지 혹은 이 사건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회식을 하던 중에 발생하여 현장목격자도 비교적 많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건에서는(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1)항 기재 일시, 장소에 안○현, 정○광, 최○식, 민○훈 등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당사자 이외에 함께 동석하였던 제3자들의 진술을 확인한다든지 하는 등 면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 한 채 만연히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을 받아들여 청구인에 대한 폭행 부분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에 의한 미흡한 사실인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명예훼손의 점
청구인은 2009. 10. 30. 19:30경 계룡시 엄사면 ○○리 소재 ○○한우촌 식당에서 중사 김○성을 만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김○성의 부탁에 의해 만난 것이고, 그 당시 자신은 김○성이 문의하는 내용에 대한 답변만을 해 주었을 뿐, "김○수, 김○남, 이○택 등 ○○상고 출신이 돈세탁을 하는 사람들이다. 밑에서 구속되면서 줄줄이 엮이면 해군 경리병과는 해체된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김○성은 위와 같은 청구인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제66면, 제144면).
청구인과 피해자, 참고인 등 수사대상자의 진술이 충돌하여 어느 당사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힘들 때에는 이들에 대한 대질신문을 하는 등의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요구된다.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연속하여 수인에게 사실을 유포하여 그 유포한 사실이 외부에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인정되나,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그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4도340 판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2)항에 따르면 청구인으로부터 위 말을 들은 것은 김○성 1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행위를 명예훼손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김○성이 청구인의 발언을 외부에 전파할 염려가 있는 자라는 점에 대한 청구인의 인식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사기록을 살펴보아도 피해자들이라고 하는 김○수, 김○남, 이○택 등에 대한 아무런 조사가 이루어진 바 없고, 또한 명예훼손사실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다른 증거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들에 대하여 수사하지도 아니한 채 만연히 청구인의 명예훼손죄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은 수사미진에 의한 잘못된 사실인정이라고 할 것이다.
다. 협박의 점
청구인은 헌병수사관 진○천에게 ‘조○봉의 옷을 벗기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한 사실이 있으나 이는 조○봉으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특정한 진술을 강요받은 억울함으로 인해 조사받은 직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진○천에게 격한 마음을 토로한 것일 뿐, 계좌추적이라는 말을 한 적은 없으며 자신에게는 계좌추적권도 없다고 주장한다.
행위자의 언동이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여 주위사정에 비추어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등).
그런데 청구인의 경우 이 사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만 혹은 서운함을 느끼게 된 조○봉에 대하여 다소간의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에 청구인의 입장에서 볼 때, 평소 알고 지내던 진○천에게 전화하여 일시적인 분노와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청구인과 진○천의 대화에서 청구인이 진○천에 대하여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를 넘어 협박의 가해의사를 표시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진○천이 피해자 조○봉에게 청구인의 발언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 수사기관의 요원들이 피의자로부터 수사에 대한 일시적 분노 내지 서운한 감정을 전달받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닐 것이므로, 청구인의 발언이 진○천에 의해 조○봉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위와 같이 감정적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정도를 넘어 실제로 공포감을 심어줄 만한 협박의 고지로 전달되었는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설령 청구인의 주장과는 달리 청구인이 실제로 진○천에게 ‘계좌추적’에 대한 언급을 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헌병수사관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해군본부 군수참모부 시설처 ○○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구인이 ‘계좌추적’ 운운 했다는 것이 협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협박은 단지 해악이 발생할 것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스스로 가해한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은 상황, 즉 해악의 발생에 대하여 고지자가 어떠한 주체적인 입장에 있다거나 제3자에 대하여 그 가해행위의 결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을 알리는 것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피해자는 준위인 헌병수사관인바, 계좌추적의 운용실태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의 소속원이 청구인보다 훨씬 더 잘 알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설혹 청구인이 계좌추적 운운했다고 하여 그것이 예외없이 피해자에게 해악의 고지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중 피의사실 (3)항에 관한 증거로는 ① 진○천이 해군헌병단에 제출한, "조 준위에게 꼭 옷을 벗겨버리겠다고 전해주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출석요구서 전달수사보고서’와 ②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3)항 기재 일자의 밤에 청구인으로부터 같은 항 기재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취지의 정○진 작성의 진술서만이 있을 뿐이다. 앞서 설시한 여러 가지 점에 관하여 피청구인은 진○천, 조○봉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전혀 행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피의사실 (3)항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는 진○천의 진술, 진○천으로부터 발언을 전해 들었다는 피해자 조○봉의 진술을 들어보거나 청구인과의 대질신문을 행함으로써 청구인의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 경위 등에 대하여 종합적인 조사를 하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한 채 오로지 군사법경찰관 작성의 ‘출석요구서 전달수사보고서’ 및 당사자 이외의 제3자가 청구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하는 전언만을 토대로 청구인에 대한 협박 부분 피의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수사미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라. 소결
결국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의 각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이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와 같은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현저한 증거판단의 잘못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기본권인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11.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