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바361

민법 제19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20년 10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바361 민법 제197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 구 인 이○○
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담당변호사 김태훈, 이강국, 민경준, 박혜련
당 해 사 건 서울고등법원 2019나2056624 소유권이전등기
[주 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 제245조 제1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01. 11. 22. 서울 강동구 (주소 생략) 도로 1,514㎡(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이다.
서울특별시 강동구는 1987. 10. 17.부터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였음을 주장하면서 청구인을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2019. 11. 21. 그 청구가 인용되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가합100081). 이에 청구인이 제기한 항소가 2020. 6. 4. 기각되었으며(서울고등법원 2019나2056624), 이 판결은 양 당사자가 상고하지 않아 그 무렵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위 소송의 항소심 계속 중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하 ‘국가 등’이라 한다)가 부동산을 점유한 경우에도 자주점유로 추정하여 사인의 부동산을 시효취득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20. 6. 4. 그 신청이 기각되자(서울고등법원 2020카기14), 2020. 7.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민법 제197조 제1항, 제245조 제1항 전체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제197조 제1항 중 당해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관한 부분으로 한정한다.
청구인은 특히, 국가 등이 부동산을 점유·관리하는 중 등기부상 소유자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민법 제197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심판청구서상 별도의 청구취지로 기재하였으나, 이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내용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 제1항 중 ‘소유의 의사로’ 부분(이하 ‘추정조항’이라 한다), 제245조 제1항(이하 ‘취득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97조(점유의 태양) 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245조(점유로 인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기간) ①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3. 청구인의 주장
부동산에 대한 국가 등의 점유도 자주점유로 추정하고, 국가 등이 부동산을 점유·관리하는 중 등기부상 소유자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도 자주점유 추정을 유지하여 시효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등기부상 소유자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추정조항의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소는 2019. 9. 26. 2016헌바314 결정 및 2020. 4. 23. 2018헌바350 결정에서 추정조항이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 취지는 아래 (2)항과 같다.

(2) 추정조항은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할 때 비로소 증명책임분배에 관한 조항으로 기능하고, 점유는 물건에 대한 지배를 소유자로서 점유할 의사를 가지고 하는 것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 경험을 고려하면,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라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그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지나치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특별히 부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추정조항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양한 제도적 기능을 가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 제도의 주된 취지는 점유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이를 규정한 민법 제245조 제1항에 대해서는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반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이 여러 차례 있었으며, 대법원은 악의의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판단함으로써 점유 사실로부터 곧바로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의 문제점을 시정하고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법률의 해석·적용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추정조항을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의 요건에 대한 추정의 문제로 볼 때에도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 등의 점유가 자주점유로 추정되는 것도 국가 등이 사인과 동일하게 토지 등을 점유한 사실에 따른 결과일 뿐, 국가 등이 공권력을 행사하여 우월적 지위에 서게 된 데 기인한 것은 아니다. 국가 등이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는 국가 등을 상대로 본권에 관한 소를 제기하여 승소함으로써 국가 등의 점유를 타주점유로 전환시킬 수 있고, 국가 등이 시효취득을 주장하며 소를 제기한다면 국가 등의 점유가 타주점유라는 점 또는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자주점유의 추정을 번복시킬 수도 있으며, 이에 관해 점유자인 상대방이 국가 등이라 하여 소유자가 어떠한 법적 제약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의 점유자가 국가 등인 경우에도 추정조항은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이러한 선례의 태도는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이 없으므로, 추정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취득조항의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소는 1993. 7. 29. 92헌바20 결정부터 2020. 4. 23. 2018헌바350 결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취득조항이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 취지는 아래 (2)항과 같다.

(2) 취득조항은 법률질서의 안정과 사회질서의 유지, 증명곤란의 구제와 소송경제 실현의 필요성을 종합하고, 권리 위에 잠자는 형식적 권리자보다는 권리의 객체에 대하여 두터운 실질적 이해관계를 갖는 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비교형량을 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인 부동산소유권의 득실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한 것으로, 부동산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국가 등이 사인의 부동산을 시효취득하는 것은 공권력을 행사하여 우월적 지위에서 강제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인과 대등한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취득하는 것이다. 점유취득시효 제도의 필요성 및 부동산 소유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그에 대한 인도청구, 소유권확인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하여 취득시효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은 점유자가 국가 등인 경우에도 사인인 경우와 차이가 없다.

(3) 이러한 선례의 태도는 이 사건에서도 타당하고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이 없으므로, 취득조항은 청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의 추정조항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의 추정조항에 대한 반대의견
우리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2018헌바350 결정의 반대의견(헌재 2020. 4. 23. 2018헌바350 참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사건 추정조항 중 ‘국가 등이 부동산의 점유자인 부분’에 관하여는 그 점유시효취득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서 소유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다.
「추정조항과 취득조항이 각기 독립적으로 심판대상이 되었던 선례들과 달리 이 사건에서는 추정조항과 취득조항이 함께 심판대상이 되었는데, 두 조항이 함께 적용되는 국면에서 추정조항은 점유자가 아닌 소유자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귀속시키는 데 실질적인 의의를 두고 있고(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등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청구인도 추정조항에 따라 증명책임이 분배되어 결과적으로 점유자가 소유자에 비해 과도하게 보호되는 것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으므로, 추정조항으로 재산권 외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또한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호범위에 포함되는 증명책임 분배문제는 일응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권에 따라 규범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적어도 그와 같이 증명책임이 분배되어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요구되고, 규범으로서 일반원칙성 또한 담보되어야 한다.
추정조항과 같이 소유자에 비하여 점유자를 더 보호하도록 기능하는 점유제도는 등기제도가 안착된 현재의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국 등에서는 그 존재의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우리나라는 민법 제정 당시 도입된 추정조항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취득과 동시에 등기하는 관행이 정착되었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인터넷으로 부동산등기부를 열람하여 등기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결과 소유를 표상하는 데 있어 점유보다는 등기가 더 자연스럽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나아가 등기를 공시방법으로 택하면서 등기에 추정력을 인정하여 등기제도의 정착이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우리 부동산 법제의 근간인 점(민법 제186조)까지 고려하면, 추정 조항을 유지하여 등기된 소유자에 비해 점유자를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이제는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 실질적인 공평을 구현하는 데 현저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가 등이 부동산 점유자로서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는 경우에 관하여 본다.
구 지적법, 부동산등기법, 국유재산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국가 등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반드시 등기·등록하고 취득관련 자료들을 보존하도록 정하여 국가 등에게 공적 의무와 권한을 부여해 왔고, 소유관계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조사, 검사, 측량하여 등기제도의 정착을 도모하도록 공적 책무를 부여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등이 취득관련 증거들을 분실하여 부동산 점유자로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경우라는 것은, 부여받은 여러 공적 책무들을 현저하게 해태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등이 처음부터 사인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했던 결과일 개연성도 적지 아니하다.
관련증거들이 편재되어 국가 등의 자주점유 입증능력이 사인보다 현격하게 우월한 점, 이로 인한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국가 등이 점유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일부 사례에서 법원이 국가 등에게 적극반증책임 또는 사실상 입증책임을 부여해 왔으나(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2다73981 판결 등 참조) 결과적으로 추정조항의 일반원칙성에 상당한 장애를 초래해 왔던 점까지 고려하면, 추정조항 중 특히 국가 등이 점유자가 된 부분에 관하여는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국가 등이 무단점유하고 있는 사인 소유 토지가 국가 전체적으로 대단히 큰 규모에 이르고 있는 점, 추정조항이 그러한 점유까지 두텁게 보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은 국가 등의 무단점유를 통한 재산취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소유자인 사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도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추정조항은,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국가 등이 부동산 점유자인 점유시효취득소송에서 소유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