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4헌마1175
재판취소
결정일: 2020년 11월 26일
결정요지
가.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들은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심판대상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상 판결은,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을 통해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청구인들은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아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심판대상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대해서까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상 판결은,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을 통해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참조조문
결정 전문
사 건 2014헌마1175, 2015헌마860(병합) 재판취소
2017헌마1067(병합)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청 구 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주 문]
1.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망 제▷▷(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들 혹은 형제자매들로서, 망인이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으나 2011. 3. 5.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2012. 1. 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2014. 2. 27.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3다201660). 환송 후 항소심은 2014. 8. 21. ‘원고들은 망인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1. 3. 5.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1. 5.에 소를 제기하는 등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청구인들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4. 11. 27.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4479).
청구인들은 2014. 12. 26. 위 대법원 2014다224479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나.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1. 9. 3.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10. 11.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2011. 10. 22. 이 결정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2. 5. 2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4. 8. 28. ‘원고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위 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13나2008449),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15. 7. 23.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3797).
청구인은 2015. 8. 21. 위 대법원 2014다223797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7. 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다.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 이□□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0. 1. 21. 재심절차에서 위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행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 이□□과 그 가족인 나머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청구인들이 청구인 이□□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일 및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각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상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6. 10. 27. 항소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3다35290). 환송 후 항소심은 2017. 4. 7.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나209674), 청구인들이 상고하였으나 2017. 8. 24.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다18583).
청구인들은 2017. 9. 2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과 위 대법원 2017다18583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3797 판결,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18583 판결(이하 모두 합하여 ‘대상 판결’이라고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기본권 기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면서 헌법소원에서 보충성 원칙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법치주의 원리에 근거하는 체계정당성에도 반한다.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원의 재판’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국가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기산점을 민법상 시효정지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로 한정하여 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상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
대상 판결의 사안은 공무원들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하여 청구인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피해자인 청구인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채무자인 국가를 위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큰 점, 재심무죄판결 등 확정일까지는 현실적인 권리행사가 불가능하였으므로 객관적 장애사유가 해소된 후에 소멸시효 기간에 유사한 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큰 점,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등이 확정된 후 형사보상청구를 하는 등 권리행사를 태만히 하지 않은 점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
대법원 판례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상당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한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이 입법작용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종전에 각급 법원에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배척될 경우 본래의 권리행사기간을 보장하는 관행에 대한 신뢰를 침해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며, 형사보상 청구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구 형사보상법 제7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비하여 권리행사기간을 더 제한하는 것으로서 매우 부당하다. 대상 판결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 재산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4.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2014헌마1175 및 2015헌마860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참조).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추가 또는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 또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9. 7. 30. 2007헌마870 참조).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2020. 7. 7.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이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 또는 2014. 11. 27.(2014헌마1175 사건) 및 2015. 7. 23.(2015헌마860 사건)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각 청구된 것이어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2017헌마1067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판단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청구인들은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대상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상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한편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청구되었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러한 점에서도 부적 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들인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위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중 법정의견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나,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청구 중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며, 대법원 2014다224479(법정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는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는 심판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의미만을 갖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전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초의 청구에 의하여 확정된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224479 판결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014다223797, 2017다18583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1) 현행 법제도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고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의 반대의견 참조).
(2)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바 그 같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기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과 실현,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외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체가 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녔음에도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그에 대한 비판을 제압하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처럼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실제로 행하거나 그에 협조하는, 말 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통치체제가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은 그 체제가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의 작동방식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같은 체제 하에서는 그러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문제가 진지하게 처리될 수가 없다.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훼손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주의 체제가 정상화된 이후일 것인데, 이때 과거의 총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할 재판이 예컨대 통치행위이론이나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평면적인 법 논리에 의지해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그러한 재판은 헌법이 상정한 사법의 역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하는 것은 각 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으로 인해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도록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헌법을 보호하고 입헌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며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이 되어야 한다.
(3)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다. 대상판결에 대한 판단
(1) 결국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므로(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만약 이에 해당한다면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2) 먼저, 대상판결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2010헌바70등 결정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였으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국민의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국민투표권,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는 긴급조치의 발동요건을 결여하였으며, 영장주의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위헌인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던 사실, 2010년대에 위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어 그에 대한 무죄판결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된 사실, 청구인들은 위 무죄·면소판결의 확정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사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던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사실이 인정된다.
(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은,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을 통해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3) 다음으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28조와 제29조 제1항에서 그 특칙으로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규정함으로써, 형사피의자·피고인으로 구금되어 있었으나 불기소처분·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및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경우에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보상청구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재산권으로서의 보호 필요성뿐만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작용 및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된 국민의 구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관련 기본권의 보호를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헌법 제28조, 제29조 제1항은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법률에 의해 구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할 수 있고, 입법자로부터 폭넓은 판단재량을 부여 받은 법원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 그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의 구체적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절차 및 공권력행사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에 의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는 이에 대해 보상 및 배상을 할 것을 헌법에서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에 관한 입법과 재판은 단지 그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상당한 정도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에 준하는 6개월’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므로 대한민국의 소멸시효항변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판결이다.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남용의 법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그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채권자의 금전지급청구에 대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소멸시효남용론’은 1980년대 우리 민법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법원이 소멸시효남용의 유형을 정립함으로써 법원에서도 그 법리가 확립되게 되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이후 2005년 여·야의 합의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등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의 진실규명 범위로 규정되자,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밝혀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하나의 권리구제절차로 정착되게 되었다. 그런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5년간(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제2항)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1970년대에 주로 발생하였던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개념 정의에 따라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이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이 정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에 부합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함으로써, 소멸시효남용론의 적용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즉, 경찰 수사관들이 피해자를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한 결과 피해자가 구속 기소되어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하였는데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1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비로소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진실규명결정을 통하여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고문행위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법원에 의하여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른 점, 과거의 유죄판결이 고문 등으로 조작된 증거에 기초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을 밝히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그 원인된 수사와 공소제기 및 판결의 전과정에 이르는 수사관, 검사, 법관 등 관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기타 여러 다른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빨라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8. 3. 18.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자료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
고 보아야만 할 것이고, … 이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심대한 반면 피고의 위자료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정리하였던 것이다.
(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은 주로 반정부 또는 민주화 투쟁을 억압할 목적으로 국가가 수사관들을 이용하여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안으로 민주헌정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법행위였고, 이에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되고 국가가 사건을 조작·은폐하여 진실규명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나, 그 위법행위로부터 수십 년 후에 설립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비로소 진상이 밝혀지고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반 불법행위·소멸시효의 법리로는 공평·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2009다103950 판결 등을 통하여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보아 배척하여 왔던 것이다.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을 다루고 있으나,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즉,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으나, 2010년대에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들은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피고 대한민국은 그 불법행위 발생(1970년대)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손해배상이 청구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한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던 종래의 법리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제시하고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으로 ‘재심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라는 기준은 2013년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법리이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그로 인해 동일한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동일한 대리인에 의해 동일한 날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에도 구체적인 형사보상결정문의 송달 차이로 그 확정일이 달라진 경우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에 대한 판단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서로 달라진 사례들도 발생하게 되었고, 특히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에 관한 법리나 그에 관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컸었다. 기록에 의하면, ① 2014헌마1175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1. 3. 5.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11. 14.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2012. 1. 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② 2015헌마860 사건의 청구인은 2011. 9. 3.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고 2011. 10. 22.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5. 2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③ 2017헌마1067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0. 1. 29. 재심판결이 확정되고 2010. 7. 29. 형사보상결정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4. 22.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대상판결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이 인정됨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되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① 2012. 1. 5., ② 2012. 5. 25., ③ 2011. 4. 22.은 모두 위 2013년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의 시점이었고, 그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피해자가 그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법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에 의한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기에, 그 기준에 맞춰 법률전문가인 소송대리인(법무법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청구인들에게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신의칙의 적용은 개별사건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고 일괄적으로 ‘어느 시점으로부터 6개월’과 같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 입법작용이 아닌 재판작용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채무자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채권자는 ‘상당한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할 것이나, 그 상당한 기간의 기준을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민법상 시효정지 사유는 법정대리인의 부재(제179조), 의무자와의 신분관계(제180조), 권리의 특성(제181조), 천재 기타 사변(제182조)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사정이 야기된 데에 채무자·채권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임에 반하여,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속하는 유형들은 모두 일정 정도 채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이므로, 양자는 그 성격이 달라 시효정지기간을 그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에 준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재판에 대하여 따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의 결과로 불이익 내지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 절차에 따라 자신의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도록 함이 법이 예정하는 바이므로 그와 같은 시정을 구하지 아니한 결과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으며, ‘재심’도 그러한 시정절차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재심으로 유죄판결이 취소되기 전에는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법률상 장애가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1973. 10. 19. 중앙정보부 청사에서 발생한 최○○ 교수 사망사건에 대해 2002. 5. 27.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유족들은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국가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한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소멸시효 제도는, … 원칙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변제자의 이중변제를 피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권리자가 아니거나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진정한 권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시효제도는 권리자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근거 없는 청구를 받았을 때 사실의 탐지 없이 방어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주려는 데 있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시효제도의 본질론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도 시효소멸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한 다음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는바(서울고등법원 2006. 2. 14. 선고 2005나27906 판결), 과거사 사건에서 시효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이러한 지적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관철하는 일차적인 주체로서,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법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하며, 법원은 그 재판작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므로, 헌법의 수호와 기본권의 보장은 제도적으로 독립된 헌법재판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법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참조). 대상판결이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적용한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의 법리는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지는 국가를 통상적인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일반 사인(私人)과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표면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일반 사인과 달리 ‘국민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간과한 것이며(헌법 제10조 후문),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그 존립가치로 하는 국가가 고의적·조직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장기간 은폐·조작한 경우를 일반 사인 간의 통상적인 불법행위 사안과 동일선상으로 봄으로써,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라는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 법리 적용이라고 할 것이다(헌법 제11조 제1항).
사정이 이러하다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과거사 사건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그 법리가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판단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결국 대상판결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청구인 명단
[2014헌마1175]
1. 신○○
2. 제○○
3. 제□□
4. 제△△
5. 제▽▽
6. 제@@
7. 제◇◇
8. 제◎◎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로웰담당변호사 김훈희, 조용균, 윤대기, 백진렬변호사 제○○
[2015헌마860]
이○○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담당변호사 김형태, 김진영, 신동미, 박수진, 정민영, 윤천우
[2017헌마1067]
1.이□□
2. 이△△
3. 박○○
4. 이▽▽
5. 이@@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담당변호사 김형태, 신동미, 김진영, 박수진, 정민영, 윤천우
2017헌마1067(병합)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위헌확인 등
청 구 인 [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주 문]
1.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망 제▷▷(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들 혹은 형제자매들로서, 망인이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으나 2011. 3. 5.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2012. 1. 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2014. 2. 27. ‘원고들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판결을 하였다(대법원 2013다201660). 환송 후 항소심은 2014. 8. 21. ‘원고들은 망인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1. 3. 5.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1. 5.에 소를 제기하는 등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청구인들이 다시 상고하였으나 2014. 11. 27.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4479).
청구인들은 2014. 12. 26. 위 대법원 2014다224479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나.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1. 9. 3. 재심절차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형사보상청구를 하여 2011. 10. 11. 형사보상결정을 받고, 2011. 10. 22. 이 결정이 확정되었다. 청구인은 2012. 5. 25.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4. 8. 28. ‘원고가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이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위 1심 판결 중 대한민국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서울고등법원 2013나2008449), 청구인이 상고하였으나 2015. 7. 23.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4다223797).
청구인은 2015. 8. 21. 위 대법원 2014다223797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2020. 7. 7.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다.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 이□□은 대통령긴급조치위반으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는데, 2010. 1. 21. 재심절차에서 위 청구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행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받아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 이□□과 그 가족인 나머지 청구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청구인들이 청구인 이□□에 대한 재심판결 확정일 및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각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상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권리남용을 주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6. 10. 27. 항소심을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3다35290). 환송 후 항소심은 2017. 4. 7.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청구인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6나209674), 청구인들이 상고하였으나 2017. 8. 24.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대법원 2017다18583).
청구인들은 2017. 9. 2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과 위 대법원 2017다18583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및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223797 판결, 대법원 2017. 8. 24. 선고 2017다18583 판결(이하 모두 합하여 ‘대상 판결’이라고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헌법재판소법(2011. 4. 5. 법률 제10546호로 개정된 것)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기본권 기속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면서 헌법소원에서 보충성 원칙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구제될 방법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법치주의 원리에 근거하는 체계정당성에도 반한다.
심판대상조항에서 정한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법원의 재판’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제2조 제1항 제4호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의혹사건’에 해당하는 국가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기산점을 민법상 시효정지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로 한정하여 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대상 판결에 대한 심판청구
대상 판결의 사안은 공무원들이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하여 청구인들에게 손해를 입힌 것으로 피해자인 청구인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채무자인 국가를 위한 법적 안정성의 요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큰 점, 재심무죄판결 등 확정일까지는 현실적인 권리행사가 불가능하였으므로 객관적 장애사유가 해소된 후에 소멸시효 기간에 유사한 기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큰 점,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등이 확정된 후 형사보상청구를 하는 등 권리행사를 태만히 하지 않은 점 등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
대법원 판례가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권리행사를 해야 하는 상당한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한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이 입법작용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 것이고, 종전에 각급 법원에서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배척될 경우 본래의 권리행사기간을 보장하는 관행에 대한 신뢰를 침해하는 것으로 신의칙에 반하며, 형사보상 청구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구 형사보상법 제7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비하여 권리행사기간을 더 제한하는 것으로서 매우 부당하다. 대상 판결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평등권, 재산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침해하였다.
4.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가. 2014헌마1175 및 2015헌마860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뒤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참조).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추가 또는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및 민사소송법 제265조에 의하여 추가 또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2009. 7. 30. 2007헌마870 참조).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2015헌마860 사건 청구인은 2020. 7. 7.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각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청구취지를 추가하였다. 그런데 이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 또는 2014. 11. 27.(2014헌마1175 사건) 및 2015. 7. 23.(2015헌마860 사건)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각 청구된 것이어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나. 2017헌마1067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헌재 2016. 4. 28. 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 참조),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판단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
청구인들은 대상 판결에 대하여 법원이 근거 없이 사실상의 입법작용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나, 대상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상 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허용될 수 없어 부적법하다.
한편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제출한 청구취지변경신청서에서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청구취지가 변경된 경우 청구기간의 준수 여부는 변경된 청구서가 제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청구인들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4. 2. 27.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청구되었으므로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러한 점에서도 부적 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2017헌마1067 사건 청구인들인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위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 및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7.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의 반대의견
가. 우리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심판청구 중 법정의견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나, 청구인 이□□, 이△△, 박○○, 이▽▽, 이??의 심판청구 중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며, 대법원 2014다224479(법정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4헌마1175 사건 청구인들은 2020. 6. 9. 심판대상을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다201660 판결로 변경하는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심판청구서의 청구취지는 심판대상을 확정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의미만을 갖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전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청구인의 주장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초의 청구에 의하여 확정된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다224479 판결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014다223797, 2017다18583 판결(이하 ‘대상 판결’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을 밝힌다.
나.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판단
(1) 현행 법제도상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하 ‘재판소원’이라고 한다)은 인정되지 않지만,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된다(헌재 2016. 4. 28. 2016헌마33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법원의 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헌재 2003. 4. 24. 2001헌마386의 반대의견 참조),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논증, 즉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헌재 2018. 8. 30. 2015헌마861등의 반대의견 참조).
(2) 그러나 국가와 헌법의 본질,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사명으로부터 재판소원 금지에 관한 또 다른 예외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본다.
(가)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는 존엄한 존재인 개인과 그 연대체인 사회의 사적·공적 자율성을 토대로 하는바 그 같은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핵심적인 가치로 상정한다. 기실 국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이러한 근대 입헌민주주의 체제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과 실현,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의 안전과 공익 실현을 위한 확고한 헌신에 그 본질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에 근대 헌법은 이 같은 국가의 목적과 과제를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권력의 형성과 운영 그리고 그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권력이 분립되지 않은 사회는 헌법을 가진 사회라고 할 수 없다는 이른바 프랑스 인권선언(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16조에는 이러한 근대적 관념이 잘 반영되어 있다.
국가권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애초에 권력을 위임받은 취지에 반하여 외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른바 ‘본질 배반의 불법행위’는 국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범하게 되는 과오와는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들이 일체가 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라 함은, 입법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침해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헌성을 지녔음에도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그에 대한 비판을 제압하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행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처럼 입법된 바를 그대로 집행하거나 그것을 적용해 재판함으로써 국가권력이 자신의 본질을 거슬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것을 실제로 행하거나 그에 협조하는, 말 그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통치체제가 권력기관들을 동원해 이러한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다는 것은 그 체제가 정상적인 입헌민주주의의 작동방식으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같은 체제 하에서는 그러한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문제가 진지하게 처리될 수가 없다. 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인하고 훼손된 자유와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입헌민주주의 체제가 정상화된 이후일 것인데, 이때 과거의 총체적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민들의 피해를 보상해 주어야 할 재판이 예컨대 통치행위이론이나 공무원 개인의 법령준수의무와 같은 평면적인 법 논리에 의지해 오히려 국가의 면책을 정당화하는 데 동원된다면, 그러한 재판은 헌법이 상정한 사법의 역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요체로 하는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된다.
(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정하는 것은 각 국의 사법현실에 기초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몫이고, 우리 사회가 입법적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 수긍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위와 같이 이른바 총체적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작용까지 헌법재판소가 현행 법제도상 재판소원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심사를 포기해 버린다면, 이는 재판소원을 금지한 입법으로 인해 그보다 상위규범인 헌법의 핵심가치가 부정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자, 헌법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입법권)에 의해 헌법 자체가 훼손되도록 만드는 것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헌법을 보호하고 입헌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며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외면하고 임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부정의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 같은 판결은 국가와 헌법이 상정해 둔 사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재판소원 금지 원칙의 예외로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이념에 따라 그 당부가 다시금 검토되어야 할 재판이 되어야 한다.
(3)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기본적으로 헌법의 가치에 어긋남이 없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관한 부분과 더불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관한 부분은 재판청구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다. 대상판결에 대한 판단
(1) 결국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재판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되어야 하므로(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만약 이에 해당한다면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2) 먼저, 대상판결이, 국가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재판소는 2013. 3. 21. 2010헌바70등 결정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제2호는 국가긴급권이 갖는 내재적 한계를 일탈하였으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국민의 헌법개정권력의 행사와 관련한 참정권, 국민투표권, 영장주의 및 신체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2013. 5. 16. 선고 2011도2631 판결에서, 대통령긴급조치 제4호는 긴급조치의 발동요건을 결여하였으며, 영장주의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하여 위헌·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위헌인 긴급조치 제1호 및 제4호에 기초한 수사행위와 그 과정에서 가해졌던 불법행위는 애초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기 위한 분명한 의도로 발령된 규범들을 강제적이고 억압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들로서,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국가권력을 그 본질에 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침해하기 위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헌재 2019. 2. 28. 2016헌마56의 반대의견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던 사실, 2010년대에 위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어 그에 대한 무죄판결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된 사실, 청구인들은 위 무죄·면소판결의 확정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사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 대한민국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던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사실이 인정된다.
(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은, 국가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등을 통해 권력을 위헌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 법원이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한 재판에 해당되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3) 다음으로,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 대상판결이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취소되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가)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제28조와 제29조 제1항에서 그 특칙으로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을 규정함으로써, 형사피의자·피고인으로 구금되어 있었으나 불기소처분·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및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경우에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보상청구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재산권으로서의 보호 필요성뿐만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작용 및 공권력행사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 등이 침해된 국민의 구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함으로써 관련 기본권의 보호를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헌재 2018. 8. 30. 2014헌바148등).
헌법 제28조, 제29조 제1항은 형사보상청구권 및 국가배상청구권의 내용을 법률에 의해 구체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할 수 있고, 입법자로부터 폭넓은 판단재량을 부여 받은 법원으로서는 재판과정에서 그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의 구체적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형사사법절차 및 공권력행사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에 의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는 이에 대해 보상 및 배상을 할 것을 헌법에서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으므로, 형사보상 및 국가배상에 관한 입법과 재판은 단지 그 보상 및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상당한 정도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은, 청구인들이 재심무죄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에 준하는 6개월’ 이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므로 대한민국의 소멸시효항변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받아들여,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한 판결이다. 국가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남용의 법리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국가배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는 그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채권자의 금전지급청구에 대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소멸시효남용론’은 1980년대 우리 민법학계에 소개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법원이 소멸시효남용의 유형을 정립함으로써 법원에서도 그 법리가 확립되게 되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이후 2005년 여·야의 합의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이 제정되고,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 등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라 한다)의 진실규명 범위로 규정되자,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지면 그에 따라 밝혀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하나의 권리구제절차로 정착되게 되었다. 그런데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던 날부터(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 5년간(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제2항)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1970년대에 주로 발생하였던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손해배상청구는 그 개념 정의에 따라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기에, 이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이 정한 국가배상청구권 보장에 부합하는지 문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과거사 사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사안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함으로써, 소멸시효남용론의 적용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즉, 경찰 수사관들이 피해자를 불법구금 상태에서 고문하여 간첩혐의에 대한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조작한 결과 피해자가 구속 기소되어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하였는데 이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1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후에야 비로소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였는데, 위 진실규명결정을 통하여 수사관들의 불법구금과 고문행위가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법원에 의하여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이 선고되기에 이른 점, 과거의 유죄판결이 고문 등으로 조작된 증거에 기초하여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을 밝히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과거의 유죄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그 원인된 수사와 공소제기 및 판결의 전과정에 이르는 수사관, 검사, 법관 등 관여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하여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기타 여러 다른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아무리 빨라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내려진 2008. 3. 18.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위자료지급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
고 보아야만 할 것이고, … 이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원고들을 보호할 필요성은 심대한 반면 피고의 위자료채무에 대한 이행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고 불공평하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정리하였던 것이다.
(다)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은 주로 반정부 또는 민주화 투쟁을 억압할 목적으로 국가가 수사관들을 이용하여 국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사안으로 민주헌정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법행위였고, 이에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되고 국가가 사건을 조작·은폐하여 진실규명을 억압함으로써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나, 그 위법행위로부터 수십 년 후에 설립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으로 비로소 진상이 밝혀지고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반 불법행위·소멸시효의 법리로는 공평·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위 2009다103950 판결 등을 통하여 이러한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신의성실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보아 배척하여 왔던 것이다.
대상판결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과거사 사건의 손해배상을 다루고 있으나, 그 결론을 달리하고 있다. 즉, 청구인들은 본인 또는 그 가족이 1970년대에 대통령긴급조치 제1, 4호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일정 기간 구금되었으나, 2010년대에 재심을 통해 무죄 또는 면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청구인들은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피고 대한민국은 그 불법행위 발생(1970년대)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손해배상이 청구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원심판결은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재심판결 확정일,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제기됨으로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고, 대상판결은 이러한 원심판결에 대한 청구인들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던 종래의 법리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제시하고 있는,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으로 ‘재심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라는 기준은 2013년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법리이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에서 처음 등장하였는데, 그로 인해 동일한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동일한 대리인에 의해 동일한 날짜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음에도 구체적인 형사보상결정문의 송달 차이로 그 확정일이 달라진 경우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에 대한 판단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서로 달라진 사례들도 발생하게 되었고, 특히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에 관한 법리나 그에 관한 판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컸었다. 기록에 의하면, ① 2014헌마1175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1. 3. 5.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11. 14.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2012. 1. 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② 2015헌마860 사건의 청구인은 2011. 9. 3.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고 2011. 10. 22.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되었으나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2. 5. 25.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③ 2017헌마1067 사건의 청구인들은 2010. 1. 29. 재심판결이 확정되고 2010. 7. 29. 형사보상결정을 받아 그 무렵 확정되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1. 4. 22.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대상판결에서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이 인정됨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가 기각되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① 2012. 1. 5., ② 2012. 5. 25., ③ 2011. 4. 22.은 모두 위 2013년 판결이 선고되기 이전의 시점이었고, 그 당시에는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하여 피해자가 그 6개월 이내에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법리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피해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주관적 기산점에 의한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었기에, 그 기준에 맞춰 법률전문가인 소송대리인(법무법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던 청구인들에게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신의칙의 적용은 개별사건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데,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고 일괄적으로 ‘어느 시점으로부터 6개월’과 같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법원의 역할이 입법작용이 아닌 재판작용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채무자의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채권자는 ‘상당한 기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할 것이나, 그 상당한 기간의 기준을 ‘민법상 시효정지기간 6개월’과 동일시하는 것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민법상 시효정지 사유는 법정대리인의 부재(제179조), 의무자와의 신분관계(제180조), 권리의 특성(제181조), 천재 기타 사변(제182조)으로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사정이 야기된 데에 채무자·채권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임에 반하여, 소멸시효항변이 권리남용에 속하는 유형들은 모두 일정 정도 채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이므로, 양자는 그 성격이 달라 시효정지기간을 그대로 채권자의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에 준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재판에 대하여 따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의 결과로 불이익 내지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 절차에 따라 자신의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도록 함이 법이 예정하는 바이므로 그와 같은 시정을 구하지 아니한 결과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으며, ‘재심’도 그러한 시정절차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므로(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재심으로 유죄판결이 취소되기 전에는 국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데 법률상 장애가 있으므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은, 1973. 10. 19. 중앙정보부 청사에서 발생한 최○○ 교수 사망사건에 대해 2002. 5. 27.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유족들은 이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국가는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한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소멸시효 제도는, … 원칙적으로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를 확보하고, 변제자의 이중변제를 피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권리자가 아니거나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진정한 권리를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또한, 시효제도는 권리자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빼앗으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에게 근거 없는 청구를 받았을 때 사실의 탐지 없이 방어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주려는 데 있는 것이었다. 위와 같은 시효제도의 본질론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도 시효소멸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판시한 다음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배척하였는바(서울고등법원 2006. 2. 14. 선고 2005나27906 판결), 과거사 사건에서 시효항변을 인정하는 것은 시효제도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이러한 지적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법원은 기본권을 보호하고 관철하는 일차적인 주체로서, 모든 국가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법원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구속을 받아야 하며, 법원은 그 재판작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준수해야 하므로, 헌법의 수호와 기본권의 보장은 제도적으로 독립된 헌법재판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법원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참조). 대상판결이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기 위해 적용한 시효정지기간 6개월 준용의 법리는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지는 국가를 통상적인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일반 사인(私人)과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표면적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일반 사인과 달리 ‘국민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상 국가의 의무를 간과한 것이며(헌법 제10조 후문),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그 존립가치로 하는 국가가 고의적·조직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기본권을 침해하고 이러한 불법행위를 장기간 은폐·조작한 경우를 일반 사인 간의 통상적인 불법행위 사안과 동일선상으로 봄으로써,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라는 평등원칙에도 어긋나는 법리 적용이라고 할 것이다(헌법 제11조 제1항).
사정이 이러하다면, 과거사정리법 제2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과거사 사건에 해당하는 사안에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시효정지기간 6개월을 준용한 대상판결은, 그 법리가 지나치게 불합리하여 국민의 손해배상 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판단재량의 한계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결국 대상판결은 국가가 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침해하는 ‘총체적’ 불법행위를 자행한 경우에도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함으로써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판결로서, 도저히 그 부정의함을 묵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별지]
청구인 명단
[2014헌마1175]
1. 신○○
2. 제○○
3. 제□□
4. 제△△
5. 제▽▽
6. 제@@
7. 제◇◇
8. 제◎◎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로웰담당변호사 김훈희, 조용균, 윤대기, 백진렬변호사 제○○
[2015헌마860]
이○○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담당변호사 김형태, 김진영, 신동미, 박수진, 정민영, 윤천우
[2017헌마1067]
1.이□□
2. 이△△
3. 박○○
4. 이▽▽
5. 이@@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담당변호사 김형태, 신동미, 김진영, 박수진, 정민영, 윤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