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828

기소유예처분취소 등

결정일: 2020년 11월 26일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마828 기소유예처분취소 등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담솔담당변호사 홍승민
피 청 구 인 해군 제3함대 보통검찰부 군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6. 28. 해군 제3함대 보통검찰부 2019년 형제2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6. 1. 해군 ○○으로 임관하여 현재까지 해군에서 장교로 복무 중인 군인이다.

나. 청구인은 2019. 6. 28. 피청구인으로부터 항명 및 무단이탈 혐의로 기소유예처분(해군 제3함대 보통검찰부 2019년 형제2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그 피의사실 및 기소유예처분의 이유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청구인이 2018. 12. 13. 해군 제3함대 ○○전대 ○○실에서 상관인 피해자 (계급 생략) 김□□가 “업무를 지시할 때에는 자리에서 대기하라.”라는 명령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을 이탈함으로써 항명한 피의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의자가 초범인 점, 소극적으로 회피·이탈한 것으로 비교적 피해가 경미한 점, 당시 피해자가 피의자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한 뒤 업무를 지적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자리를 이탈한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점,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한다.
2. 청구인이 2018. 12. 14. 13:08경부터 15:55경까지 근무 중 지휘관의 허락 없이 접견실 다과물품을 사기 위하여 해군 제3함대 사령부를 벗어나 ○○아울렛 및 ○○마트 ○○점을 돌아다녀 무단이탈한 피의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의자가 초범인 점, ○○전대 접견실의 다과를 보충하기 위해 이탈한 것으로 동기에 참작할 만한 점이 있고 그 시간도 약 2시간 47분으로 비교적 경미한 점, 당시 피의자의 상관이 피의자보다 하급자인 원사를 직무대리자로 지정함에 따라 그 직무대리자에게 ‘허락’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고, 피의자보다 상관인 ○○전대장에게 다과구매를 이유로 면담을 요청하는 것 역시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던 점 등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한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7. 2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우선 항명과 관련하여 당시 청구인의 상관인 김□□가 폭언, 욕설, 모욕 등 사실상 가혹행위를 하던 상황이었고, 이에 청구인이 자리를 이탈하려고 하자 위 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한 것인데, 이는 사실상 가혹행위를 감내하고 있으라는 명령으로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항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무단이탈과 관련하여 청구인은 다과 등 보급품을 사러 간 것으로 이탈할 의사도 없었고, 언제든 복귀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였으므로, 이탈의 결과도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무단이탈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1) 청구인은 2018. 8. 3.부터 2019. 3. 25.까지 해군 제3함대 ○○전대 ○○실 소속 □□(계급 생략)으로 근무하였고, 김□□(계급 생략)는 2018. 10. 30.부터 위 부대의 △△로 근무하여 위 김□□가 청구인의 직속상관이었다.

(2) 김□□는 청구인이 평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근무시간 중 잠을 자며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청구인에게 폭언을 하였고, 심지어 청구인의 부모나 누나와 직접 통화하면서 청구인에 대한 험담, 모욕적 내용의 평가 등을 말하거나, 청구인으로 하여금 스피커폰 상태로 청구인의 부모 등에게 전화를 걸게 한 후 그 자리에서 청구인에게 모욕, 폭언 등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부모 등이 이를 듣고 있도록 하였다.

(3) 이에 청구인이 2018. 12.경 김□□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하였다며 해군본부 인권과에 진정을 하였고, 위 인권과는 “김□□가 청구인에게 폭언을 가하고 휴가를 제한함으로써 청구인의 인권을 침해하였다.”라는 사유로 소속 부대에 비위사실을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김□□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감봉 ○○월의 처분이 내려졌다.

(4) 위와 같이 청구인이 진정을 하자 김□□는 2019. 4. 22. 소속 부대 헌병대에 이 사건 피의사실을 이유로 청구인을 고소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청구인은 항명 및 무단이탈을 이유로 감봉 □□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나. 항명죄 성립 여부
(1) 항명죄의 성립요건
군형법 제44조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이란 상관이 특정인 또는 특정할 수 있는 다수인에 대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내리는 명령으로서 군사상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군사상의 의무에는 반드시 작전행위라는 군의 고유한 임무뿐 아니라 군의 사기, 군기 및 군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임무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그 명령이 군사상의 필요성을 넘어 지나치게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1967. 3. 21. 선고 63오4 판결, 대법원 1996. 10. 25. 선고 96도2233 판결,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도1602 판결 참조).

(2) 검토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문제된 항명행위가 있을 당시는 김□□가 청구인에게 모욕, 폭언 등 가혹행위를 하던 상황으로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자리에 그대로 대기하라는 김□□의 명령은 사실상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가혹행위를 감내하라는 취지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령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한 1회 신문만을 한 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확인 없이 항명죄 성립을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현저히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의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김□□는 평소 청구인이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자살을 하라는 등 수많은 폭언을 하였으며, 청구인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청구인에 대한 폭언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여 왔다.

② 청구인이 제출한 녹취록에 의하면, 문제된 항명행위가 있은 날인 2018. 12. 13. 오전에도 김□□는 청구인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자살하라는 등의 폭언을 하고, 청구인의 부모와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부모와 누나가 듣는 자리에서 청구인에게 폭언을 하였으며, 그 부모와 누나에게도 청구인은 사람이 아니라거나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등 청구인에 대한 폭언을 하였다.

③ 청구인은 김□□가 자리에 있으라고 말하였음에도 자리를 이탈한 경위와 관련하여 헌병수사 당시부터 군검찰 수사 당시까지 일관되게 다른 사람도 있는 자리에서 김□□가 자신에게 “국가에서 월급을 주는 것도 아깝다. 월급을 군인재단에 기부해라. 부모님 집 팔아서 기부해라.”라는 등의 폭언, 모욕 등을 함에 따라 견딜 수 없어서 자리를 이탈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④ 김□□가 업무와 관련하여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폭언이나 모욕 등을 해온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청구인의 진술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진술이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김□□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라고 한 명령은 위 폭언 등을 계속 듣고 있으라는 내용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항명죄의 대상이 되는 명령에 해당하지 않을 소지가 있다.

⑤ 피청구인은 위 청구인의 진술에 배치되는 증거로 김□□가 제출한 고소장에 첨부된 같은 부대 소속 (계급 생략) 정○○의 사실확인서와 위 정○○에 대한 헌병대 수사관 작성의 진술조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같은 부대 ○○실 소속 □□인 (계급 생략) 박○○의 진술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우선 원사 박○○의 진술서에는 김□□가 청구인에게 폭언 등을 하였는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리고 위 정○○의 진술취지는 “폭행이나 욕설은 없었으나 당시 청구인과 김□□가 서로 언성 높이며 말다툼을 하였다.”라는 것인데, 이는 평소 김□□의 폭언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욱이 위 정○○은 청구인의 이탈경위와 관련하여 “김□□가 청구인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청구인이 자리를 이탈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김□□ 및 박○○의 진술과 일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고, 폭언이나 모욕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도 있으며, 정○○이 김□□와 청구인 사이의 모든 대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위 증거들만으로는 문제된 시점에 폭언이나 모욕 등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아울러 정○○의 진술과 같이 경위서 작성 지시 과정에서 청구인이 이탈한 것이라면, 그 작성을 지시한 경위서의 내용, 강요 여부 등에 따라 김□□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아니할 소지도 있음을 밝혀둔다).

⑥ 또한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군검찰에서 진술할 당시 “폭언 등의 행위가 있고 난 다음 업무지시를 하였다.”라는 점을 인정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오히려 청구인의 전반적인 진술취지는 업무지시와 폭언·모욕이 함께 일어났다는 취지일 뿐, 폭언 등의 행위가 완전히 종료되고 난 후 정상적인 업무지시가 이루어지던 상황이었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보인다.

⑦ 상황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관련자들의 대질 등 추가수사를 통하여 김□□의 명령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판단했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이에 대해 아무런 추가수사를 하지 않았다.

다. 무단이탈죄 성립 여부
(1) 무단이탈죄의 성립요건
무단이탈죄는 허가 없이 근무장소 또는 지정장소를 일시 이탈하거나 지정한 시간 내에 지정한 장소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이러한 일시 이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시간적·장소적 관점 외에 임무수행의 가능성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된다(대법원 1967. 7. 25. 선고 67도734 판결 참조).

(2) 검토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무단이탈의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거나 청구인에게 무단이탈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나아가 업무로 인한 정당한 행위 등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에 대한 1회 신문만을 한 후 구체적인 사실에 대한 별다른 확인도 없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현저히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의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우선 청구인이 부대를 이탈하여 간 곳은 ○○아울렛과 ○○마트 ○○점인데, 위 마트들은 모두 부대로부터 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고, 당시 청구인은 관용차 운전병과 함께 관용차를 타고 위 마트들에 간 상황이었으므로, 청구인의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언제든 쉽게 부대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또한 청구인은 마트에 가게 된 경위에 대해 “당번병이 전대장의 접견실 비품(차, 다과류 등)이 부족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여 이를 사러 나간 것이고, 이는 평소 청구인이 담당하던 업무였다.”라고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탈거리 및 복귀가능성, 이탈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임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무단이탈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무단이탈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나아가 업무로 인한 정당한 행위 또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 볼 여지도 있다.

② 이와 관련하여 청구인의 상관인 김□□는 “소속 전대장 접견실의 비품 구매는 본래 청구인이 담당했으나, 청구인이 이를 핑계로 업무에 이탈하는 것 같아 이후 자신이 담당하겠다고 한 상태였고, 영내 PX에서 충분히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영외로 나갈 필요도 없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위 김□□의 진술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③ 아울러 비록 청구인이 통상적으로 접견실 비품을 구매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다소 긴 시간인 약 3시간 동안 외부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와 같이 길어지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별다른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비록 김□□가 청구인을 고소하면서 첨부하여 제출한 (계급 생략) 정□□의 사실확인서에는 “청구인이 당시 일과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작으로 보였다.”라는 기재가 있으나, 위 사실확인서의 작성경위가 불분명하고, 그 기재내용이 추상적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무단이탈’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④ 더욱이 당시 청구인의 부대이탈에 대한 정당한 허가권자였던 김□□는 휴가를 가면서 그 직무대리자로 법정직무대리자인 청구인이 아니라 청구인보다 하급자인 (계급 생략) 박○○을 지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의 이러한 직무대리자 지정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해군 직무대리 규정에도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그 효력 유무가 불분명하다.

⑤ 상황이 이와 같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추가 수사를 통해 접견실 비품구매가 청구인의 업무가 맞는지, 위 직무대리자 지정행위의 효력은 어떠한지, 그에 따라 부대 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특히 비품구매 등 간단한 업무로 외출하는 경우 관행적으로 어떠한 절차를 거치는지를 면밀히 검토한 후 무단이탈의 혐의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피청구인은 아무런 추가수사를 하지 않았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