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89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0년 12월 23일
결정요지
수사기록상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피해자 소유 차량의 창문 등을 손괴하였다거나 위 차량 내부에 있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를 절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위 피의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수사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청구인에게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위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89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구○○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구□□, 모 손○○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용근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6. 8.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1907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6. 8.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1907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2. 6. 07:30 ~ 07:50경 시흥시(주소 생략), ○○빌라 앞 주차장에서,
(1) 피해자 소유 (차량번호 생략) 트위지 소형전기차량을 발견하고 전기차 외부에 씌워두었던 차량용 덮개를 벗기고 강제로 운전석 문을 개방함으로써 운전석 플라스틱 재질의 창문을 휘게 하고, 운전석 문의 시정장치 고무막을 훼손함으로써 미상의 수리 비용을 필요로 하는 재물을 손괴하고,
(2) 위 차량에 들어가 내부에 있던 시가 미상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 총 20만 원 상당을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6. 2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피해자 소유 (차량번호 생략) 트위지 소형전기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차량용 덮개를 벗긴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차량을 손괴하거나 이 사건 차량 내부에 들어가서 재물을 절취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별다른 수사나 입증 없이 재물손괴죄 및 절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에 터 잡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이고,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창문 등을 손괴한 사실이 있는지 및 이 사건 차량 내부에서 오토바이 헬멧 및 5만 원권 4매를 절취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14세)은 자폐성 장애 1급의 장애인으로 피해자(34세)와 모르는 사이다.
(2) 청구인은 2020. 2. 6. 07:47 경 시흥시(주소 생략), ○○빌라 앞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 쪽으로 걸어가 이 사건 차량에 씌워진 차량용 덮개를 벗겼다.
(3) 같은 날 19:50 경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의 덮개가 벗겨져 있고, 차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여 112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 운전석 쪽 플라스틱 창문 및 내부 시정장치인 고무막이 파손되었으며, 이 사건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이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가 없어졌다고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은 2020. 2. 10. 18:39 경 같은 곳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을 다시 만졌고, 피해자가 이를 목격하였다. 피해자는 청구인의 인상착의가 사건당일인 2020. 2. 6.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를 벗겼던 자와 동일한 것을 확인하고(피해자는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이 사건 차량의 덮개를 벗겼던 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있었음), 청구인을 현장에서 잡은 후 112신고를 하였다.
다. 판단
(1) 경찰은 사건당시 이 사건 차량 주변을 촬영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의 진술(피해자 진술서, 112신고사건처리표, 발생보고), 피해자가 제출한 헬멧 사진, 이 사건 차량 사진 등을 수집하여 피청구인에게 송부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추가 수사 없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은 경찰이 수집한 위 각 증거들에 기초하여 청구인에게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각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과 같은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수사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
(가) 피청구인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 및 그 캡처사진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 쪽으로 다가가는 장면 및 벗겨진 차량용 덮개를 잡고 움직이는 장면만이 확인될 뿐이다.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문 또는 창문을 열려고 시도하였다거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를 절취하였다고 볼만한 장면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청구인이 ‘사건 당일 이 사건 차량에 접근하여 차문을 열고 들어가서 운전석에 앉은 뒤 핸들을 만졌다’고 진술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38-39면).
그러나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① 경찰은 2020. 2. 6. 오전(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청구인은 2020. 2. 10. 저녁에 있었던 일과 사건 당시 있었던 일을 혼동하여 말하였다는 점, ② 경찰이 “차 문은 그냥 궁금해서 연거지?”, “차 문은 손으로 잡아당겨서 연거지?”, “차에 들어가서 운전석에 앉았어?”, “핸들 만졌지? 아까 만졌다고 그랬지?”라는 식으로 어느 정도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청구인은 주로 “네”라고만 답변하였다는 점, ③ 그 밖에 ‘어떻게 차 문을 열었는지’, ‘차 문을 열고 무엇을 했는지’, ‘차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봤는지’ 등과 같은 개방형 질문에 대해서는 청구인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 ④ “운전석에 앉았어?”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다가 다시 경찰이 어조를 바꾸어 동일한 내용의 질문을 하자 “아니요”라고 말을 번복하였다는 점, ⑤ 청구인이 경찰의 모순되는 두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변하고, 질문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이 경찰의 질문을 충분히 이해하여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위와 같이 답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오히려, 전형적인 자폐성 장애의 특성[상대의 질문에 대하여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네”라고 답하는 것, 상대의 말을 의미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反響語, echolalia) 증세를 보이는 것]에 기하여 답변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경찰조사과정에서 한 청구인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의 플라스틱 문이 파손되었고, 차량 안에 두었던 오토바이 헬멧 및 현금이 없어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나(피해자 진술서, 112신고사건처리표, 발생보고) 이는 ‘피해사실 그 자체’에 대한 진술에 불과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청구인의 피의사실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도 청구인이 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라고만 진술하고 있을 뿐(수사기록 7면), 피해자가 청구인의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거나 다른 목격자를 통해 청구인의 범행사실과 관련하여 들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 피해자가 제출한 오토바이 헬멧 사진, 이 사건 차량 사진도 ‘피해사실 그 자체’를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3) 소결론
수사기록상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창문 등을 손괴하였다거나 이 사건 차량 내부에 있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를 절취하였다는 피의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추가수사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를 벗긴 시점(07:47 경)과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가 벗겨져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발견한 시점(19:50 경)이 약 12시간 정도 시간차가 있으므로, 청구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에도 청구인을 피의자로 단정하였고,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한편, 이 사건 차량은 르노 트위지 전기차로서 차 내부에 위치한 손잡이를 당겨서 차문을 위로 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그 차문을 여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여 일반인도 그 방식에 대하여 사전에 학습하거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차량의 문을 어떻게 여는지 알기 어렵다고 보이는데, 14세의 자폐성 장애 1급인 청구인이 이를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청 구 인 구○○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부 구□□, 모 손○○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용근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6. 8.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1907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6. 8.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19075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2. 6. 07:30 ~ 07:50경 시흥시(주소 생략), ○○빌라 앞 주차장에서,
(1) 피해자 소유 (차량번호 생략) 트위지 소형전기차량을 발견하고 전기차 외부에 씌워두었던 차량용 덮개를 벗기고 강제로 운전석 문을 개방함으로써 운전석 플라스틱 재질의 창문을 휘게 하고, 운전석 문의 시정장치 고무막을 훼손함으로써 미상의 수리 비용을 필요로 하는 재물을 손괴하고,
(2) 위 차량에 들어가 내부에 있던 시가 미상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 총 20만 원 상당을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6. 26.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피해자 소유 (차량번호 생략) 트위지 소형전기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의 차량용 덮개를 벗긴 사실은 있으나 이 사건 차량을 손괴하거나 이 사건 차량 내부에 들어가서 재물을 절취한 사실이 없음에도 피청구인은 별다른 수사나 입증 없이 재물손괴죄 및 절도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에 터 잡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이고, 이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창문 등을 손괴한 사실이 있는지 및 이 사건 차량 내부에서 오토바이 헬멧 및 5만 원권 4매를 절취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14세)은 자폐성 장애 1급의 장애인으로 피해자(34세)와 모르는 사이다.
(2) 청구인은 2020. 2. 6. 07:47 경 시흥시(주소 생략), ○○빌라 앞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 쪽으로 걸어가 이 사건 차량에 씌워진 차량용 덮개를 벗겼다.
(3) 같은 날 19:50 경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의 덮개가 벗겨져 있고, 차문이 열려있는 것을 확인하여 112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 운전석 쪽 플라스틱 창문 및 내부 시정장치인 고무막이 파손되었으며, 이 사건 차량 내부에 보관 중이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가 없어졌다고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은 2020. 2. 10. 18:39 경 같은 곳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을 다시 만졌고, 피해자가 이를 목격하였다. 피해자는 청구인의 인상착의가 사건당일인 2020. 2. 6.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를 벗겼던 자와 동일한 것을 확인하고(피해자는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이 사건 차량의 덮개를 벗겼던 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하고 있었음), 청구인을 현장에서 잡은 후 112신고를 하였다.
다. 판단
(1) 경찰은 사건당시 이 사건 차량 주변을 촬영한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의 진술(피해자 진술서, 112신고사건처리표, 발생보고), 피해자가 제출한 헬멧 사진, 이 사건 차량 사진 등을 수집하여 피청구인에게 송부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송치 받은 후 추가 수사 없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청구인은 경찰이 수집한 위 각 증거들에 기초하여 청구인에게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2) 그런데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 각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이 사건 피의사실과 같은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를 수사기록에서 찾을 수 없다.
(가) 피청구인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 및 그 캡처사진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 쪽으로 다가가는 장면 및 벗겨진 차량용 덮개를 잡고 움직이는 장면만이 확인될 뿐이다.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문 또는 창문을 열려고 시도하였다거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를 절취하였다고 볼만한 장면은 확인되지 아니한다.
(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의하면, 청구인이 ‘사건 당일 이 사건 차량에 접근하여 차문을 열고 들어가서 운전석에 앉은 뒤 핸들을 만졌다’고 진술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수사기록 38-39면).
그러나 수사기록을 살펴보면, ① 경찰은 2020. 2. 6. 오전(사건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청구인은 2020. 2. 10. 저녁에 있었던 일과 사건 당시 있었던 일을 혼동하여 말하였다는 점, ② 경찰이 “차 문은 그냥 궁금해서 연거지?”, “차 문은 손으로 잡아당겨서 연거지?”, “차에 들어가서 운전석에 앉았어?”, “핸들 만졌지? 아까 만졌다고 그랬지?”라는 식으로 어느 정도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청구인은 주로 “네”라고만 답변하였다는 점, ③ 그 밖에 ‘어떻게 차 문을 열었는지’, ‘차 문을 열고 무엇을 했는지’, ‘차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봤는지’ 등과 같은 개방형 질문에 대해서는 청구인이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 ④ “운전석에 앉았어?”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했다가 다시 경찰이 어조를 바꾸어 동일한 내용의 질문을 하자 “아니요”라고 말을 번복하였다는 점, ⑤ 청구인이 경찰의 모순되는 두 질문에 모두 “네”라고 답변하고, 질문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이 경찰의 질문을 충분히 이해하여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위와 같이 답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오히려, 전형적인 자폐성 장애의 특성[상대의 질문에 대하여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네”라고 답하는 것, 상대의 말을 의미 없이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反響語, echolalia) 증세를 보이는 것]에 기하여 답변을 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경찰조사과정에서 한 청구인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피해자는 이 사건 차량의 플라스틱 문이 파손되었고, 차량 안에 두었던 오토바이 헬멧 및 현금이 없어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으나(피해자 진술서, 112신고사건처리표, 발생보고) 이는 ‘피해사실 그 자체’에 대한 진술에 불과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청구인의 피의사실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도 청구인이 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라고만 진술하고 있을 뿐(수사기록 7면), 피해자가 청구인의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하였다거나 다른 목격자를 통해 청구인의 범행사실과 관련하여 들은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라) 피해자가 제출한 오토바이 헬멧 사진, 이 사건 차량 사진도 ‘피해사실 그 자체’를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
(3) 소결론
수사기록상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창문 등을 손괴하였다거나 이 사건 차량 내부에 있던 오토바이 헬멧과 5만 원권 4매를 절취하였다는 피의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점에 대한 추가수사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를 벗긴 시점(07:47 경)과 이 사건 차량의 차량용 덮개가 벗겨져 있다는 것을 피해자가 발견한 시점(19:50 경)이 약 12시간 정도 시간차가 있으므로, 청구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에도 청구인을 피의자로 단정하였고, 제3자의 범행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
한편, 이 사건 차량은 르노 트위지 전기차로서 차 내부에 위치한 손잡이를 당겨서 차문을 위로 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그 차문을 여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여 일반인도 그 방식에 대하여 사전에 학습하거나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 사건 차량의 문을 어떻게 여는지 알기 어렵다고 보이는데, 14세의 자폐성 장애 1급인 청구인이 이를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