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7헌바526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헌소원

결정일: 2021년 2월 25일

결정요지

‘정당한 사유’의 문언적 의미와 입영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취지, 그에 대한 예외사유 허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의 ‘정당한 사유’는 병역의무자가 의도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그러한 미입영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당하거나 가혹한 사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수범자로서도 그와 같은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된 것) 제2조 제1항 제1호, 제3호

결정 전문

사 건 2017헌바526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헌소원
청 구 인 곽○○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지영
당 해 사 건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노570 병역법위반
[주 문]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현역 입영대상자로, 2016. 10. 14. 서울지방병무청장으로부터 2016. 11. 8.까지 35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하라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는 범죄사실(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6고단5365) 이에 항소하여 재판계속 중(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노570),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7. 9. 7. 그 신청이 기각되었다(2017초기647).
청구인은 2017. 10. 5.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였고(2017헌사930), 위 신청이 인용되어 선정된 국선대리인은 2017. 12. 21.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취지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전체의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청구인과 관련되는 부분은 위 조항 본문 제1호이므로, 심판대상을 해당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본문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구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1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입영의 기피 등)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단서 생략)
1. 현역입영은 3일

[관련조항]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된 것)
제2조(정의 등) ① 이 법에서 사용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징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現役)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3. "입영"이란 병역의무자가 징집(徵集)·소집(召集) 또는 지원(志願)에 의하여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에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예시나 인용, 구체적인 위임 등이 없어 예측가능성이 없고, 이에 따라 법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항이 강제하는 현재의 징집제도는 헌법 제10조, 제32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제37조 제1항에서 도출되는 청구인의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판단기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4. 11. 25. 2004헌바35 참조).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04. 1. 29. 2002헌가20등 참조).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다.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참조).

(2)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은 현역입영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입영’이란 병역의무자가 징집(徵集)·소집(召集) 또는 지원(志願)에 의하여 군부대에 들어가는 것을 말하고, ‘징집’이란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現役)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하므로(법 제2조 제1호, 제3호), 심판대상조항은 현역입영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 현역에 복무하기 위하여 군부대에 들어가지 아니한 경우를 처벌하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나) 병역법은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당한 사유’의 문언적 의미는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한 사유’라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관철함으로써 병력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인 사정이나 환경에 따라 불가피하게 입영일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경우에까지 입영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엄격하게 강제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가혹하거나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심판대상조항은 ‘정당한 사유’라는 예외를 마련하여 병역의무자가 입영하지 아니한 구체적인 사정이나 상황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정당한 사유’의 문언적 의미와 입영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취지, 그에 대한 예외사유 허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는 병역의무자가 의도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입영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그러한 미입영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부당하거나 가혹한 사유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수범자로서도 그와 같은 ‘정당한 사유’의 의미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다) 입영을 하지 아니한 ‘정당한 사유’라는 것은 본질상 그 형태가 다양하고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를 일일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거나 일률적·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대단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규정할 경우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 타당성을 상실하거나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법규범의 적응력을 확보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은 ‘정당한 사유’라는 다소 개방적이거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법관의 보충적 해석에 맡기고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 대법원도 심판대상조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정당한 사유’의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 집행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의 그 밖의 주장에 관한 판단
청구인은, 자신이 헌법 제10조, 제32조 제1항, 제34조 제1항, 제37조 제1항에 따라 이른바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갖는데, 자연법은 국가와 법에 우선하여야 하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위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심판대상조항이 강제하는 현재의 징집제도는 청구인의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위 헌법 조항들에 근거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 제한할 수 없는 이른바 ‘자연인으로서의 권리’가 도출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으므로, 이는 청구인의 독자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나아가 위 주장을 병역의무의 부과 자체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다투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병역의무 부과 자체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하여 숙련된 전투병을 양성·유지하고, 국가 비상사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기본권보장의 정신에 의한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으며(헌재 2010. 11. 25. 2006헌마328; 헌재 2011. 6. 30. 2010헌마460; 헌재 2014. 2. 27. 2011헌마825 참조), 이 사건에서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와 같은 이유로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