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200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3월 25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1200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대리인 변호사 안성일
피 청 구 인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8. 5.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2020년 형제5632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8. 5. 피청구인으로부터 폭행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2020년 형제5632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6. 27. 14:00 ○○시 ○○로 (주소 생략)에 있는 청구인의 시모 집에서, 시동생인 피해자 황○○과 시모를 모시는 문제로 말다툼하던 중 화가 나 양손으로 피해자의 팔을 잡고 밀고 당겨 피해자를 폭행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9. 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일방적으로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였을 뿐 피해자를 때리지 않았음에도,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현저히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는지, 나아가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의 시(媤)가족은 시어머니, 장녀 황□□, 장남 황△△, 차남인 피해자 황○○으로 구성되어 있고, 청구인(56세)은 장남인 황△△의 처이다.

(2) 2020. 6. 27. 14:00경 청구인은 피해자, 청구인의 시누이이자 피해자의 누나인 황□□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를 의논하였다. 피해자는 평소 청구인이 시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청구인으로부터 시어머니의 집을 장남 명의로 이전하고 다른 형제들의 지분은 현금으로 정산하는 조건으로 시어머니를 모시겠다는 말을 듣자 화가 나 청구인의 머리와 팔을 수회 때리는 등 청구인과 실랑이하였다. 참고인 황□□이 청구인과 피해자를 말려 다시 시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를 논의하였으나 합의가 되지 않았고, 청구인이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집 밖으로 나오자 피해자가 뒤쫓아나와 청구인을 밀쳐 넘어뜨렸다. 이로 인해 청구인은 옷소매가 찢어지고 오른쪽 팔 부위가 긁히고 상박 부위가 멍드는 등의 상처를 입었다.

(3) 다음날 참고인 황□□은 청구인에게 휴대전화로 "올케 몸은 좀 어떤지 걱정되네, 갑자기 무슨 날벼락, 충격, 내가 면목없네, 만나기 전에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문자를 보냈다.

(4) 청구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상해죄로 경찰에 신고하였다. 피해자는 청구인에 대한 상해 혐의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자, 당시 청구인도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피해자도 허리와 팔을 다쳤다고 주장하면서 청구인을 상대로 상해죄로 고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당시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린 적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청구인을 때리려다 마침 바닥에 쏟아진 물에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5) 목격자인 참고인 황□□은 최초 경찰관과의 유선통화에서는 피해자가 청구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 순간적으로 청구인을 밀고 당겼고 청구인은 피해자를 밀고 당기는 등 폭행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후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상대방의 팔 등을 잡아 밀고 당겨 참고인이 청구인과 피해자 사이에 끼어들어 말렸는데 계속 상대방을 잡고 밀고 당기면서 싸웠으며, 그 과정에서 컵에 있던 물이 바닥에 쏟아지는 바람에 피해자가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진술하였다.

다. 판단
(1)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는지
피해자는 청구인이 순간적으로 자신을 밀어 넘어져 허리 등을 다쳤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은 이를 부인하면서 물이 쏟아지는 바람에 피해자가 미끄러졌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참고인 황□□은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청구인과 피해자가 서로 잡고 밀고 당겼다고 진술하고 있어 이에 의하면 청구인이 피해자를 잡고 밀고 당기는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황□□의 위 진술은 황□□이 최초 진술한 내용과 다르고 그 진술 내용이 달라진 이유에 대하여도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해자는 청구인이 밀어 넘어졌다는 진술만 할 뿐 황□□의 진술처럼 청구인이 피해자를 잡고 밀고 당겼다는 진술을 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황□□의 두 번째 진술만으로 청구인의 주장을 뒤집고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가사 참고인 황□□의 두 번째 진술대로 청구인이 피해자를 잡고 밀고 당긴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아래와 같은 점에서 청구인에게 폭행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에 의하면, 평소 청구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피해자가 먼저 청구인을 잡고 밀고 당긴 점,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옷소매가 찢어지고 오른쪽 팔 부위가 긁히고 상박 부위가 멍드는 상처를 입은 점, 청구인은 남성인 피해자에 비해 힘이 약한 여성인 점, 청구인은 피해자의 형수로 시누이 앞에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폭행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참고인 황□□도 청구인과 피해자가 참고인을 가운데에 두고 상대방의 팔 등을 잡아 밀고 당겼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와 다툼에 이르게 된 경위, 다툼의 태양, 당시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기보다는 피해자로부터 폭행당하자 이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피해자를 뿌리치며 밀고 당겼을 가능성이 있어 청구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참고인 황□□이 진술을 변경하게 된 경위, 당시 청구인과 피해자 간 구체적인 폭행 태양 등에 대하여 추가로 조사하여 청구인의 구체적인 폭행 태양은 어떠하였는지,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될 여지가 없는지 등에 대하여 면밀히 검토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아니하고 만연히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