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265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5월 27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126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조○○
국선대리인 변호사 양민아
피 청 구 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8. 31. 제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8483호 재물손괴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8. 31. 피청구인으로부터 재물손괴 피의사실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제주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1848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로서, 2020. 7. 2. 15:58경 제주시 (주소생략) ○○식당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 강○○ 소유 (차량번호 생략) 카렌스 차량(이하 ‘이사건 차량’이라 한다) 뒤 유리를 근처에 있던 돌멩이를 집어던져 수리비 30만 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9. 21.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차량이 손괴될 당시 청구인이 그 부근에 있었기는 하나, 점심시간이 지나 한가한 시간에 식당 주차장 뒤편 컨테이너 구조물 쪽에 있는 임신한 개를 살펴보러 갔을 뿐, 돌멩이를 던져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손괴하는 행위를 한 바 없다. 청구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동네 사람인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차량을 손괴할 동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현장을 촬영하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이하 ‘CCTV’라 한다) 영상에도 돌멩이를 던지는 모습이 찍히지 않는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생리 반응의 변화를 측정, 분석하여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폴리그래프 검사에서 이 사건 차량을 손괴를 하지 않았다는 청구인의 진술에 거짓반응이 나타나기는 하였으나, 위 검사 결과는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을 할 뿐이다. 오히려 청구인은 이 사건 차량의 손괴가 확인된 이후 경찰에 CCTV 영상을 확인시켜 주는 등 수사에 협조하였다.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을 손괴하였다고 인정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 또는 자의적인 증거판단에 의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청구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은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청구인에게 이를 다툴 권리보호이익도 없으며, 청구인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검사의 직권발동을 구하지 않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그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헌재 1989. 10. 27. 89헌마56 참조) 및 진정서 제출 등 직권발동 촉구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의 다른 법률에 규정된 구제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헌재 1992. 11. 12. 91헌마146 참조)은 명확하고, 달리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볼 사정이 없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청구인이 피의사실의 요지 기재와 같이 손괴의 고의로 식당 주차장에서 돌멩이를 던져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손괴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제주시 에서 ‘○○식당’이라는 상호로 음식점(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고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는 그 인근인 제주시 (주소생략)에서 장애인복지시설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 청구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위 센터 직원들에게 위 센터의 공사기간 중 이 사건 식당 주차장을 사용하도록 허용하였고, 이에 따라 10명 정도의 위 센터 직원이 이 사건 식당 주차장을 사용하였다. 청구인과 피해자는 같은 동네 사람으로 몇 차례 식사를 함께 하기도 하는 등 평소 알고 지내는 관계였다.

(다) 피해자는 2020. 7. 2. 10:00경 이 사건 식당 주차장에 이 사건 차량을 주차하였다가 퇴근 후 같은 날 20:08경 이 사건 식당 주차장에 이르러 이 사건 차량 뒤 유리가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112신고를 하였다. 이 사건 차량 뒤 유리 왼쪽 윗부분이 파손되어 그 부분에 구멍이 생겼고, 트렁크에는 어린 아이 주먹만 한 돌멩이가 발견되었다.

(라) 경찰은 청구인의 협조 아래 이 사건 식당 주차장 입구와 이 사건 차량이 주차된 부분을 촬영한 CCTV 동영상과 이 사건 식당 주방 출입문 부분을 촬영한 CCTV 동영상을 확보하고 조사를 하였다. 위 각 CCTV 동영상에는 시간 순서대로 다음과 같은 모습이 촬영되었다.
① 15:56:08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식당 주차장의 입구 쪽 두 번째 주차구역에 후진으로 주차되어 있고, 청구인이 이 사건 식당 건물에서 주차장 입구 쪽 이 사건 차량 방면으로 다가가는 모습
② 15:57:08 청구인이 이 사건 식당 주차장 뒤편에 설치된 컨테이너 구조물 왼쪽 부분을 주시하는 모습
③ 15:57:18 청구인이 이 사건 차량 뒤쪽으로 걸어오고 컨테이너 구조물 옆의 개집 부근에서 개가 청구인을 따르는 모습(이 영상 이후로 15:58:28까지 1분 10초 동안 CCTV 화면에 청구인이 나타나지 않음)
④ 15:57:58 컨테이너 구조물 왼쪽에서 이 사건 차량 방면으로 돌멩이가 날아오고, 15:57:59 돌멩이가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로 날아가 유리를 충격하는 모습
⑤ 15:58:28 청구인이 이 사건 식당 주방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15:57:18 이후 청구인이 다시 CCTV 화면에 나타남)

(마)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당시 경찰에 추후 이 사건 차량의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제출하겠다고 하고 그로부터 4일이 경과한 2020. 7. 6. 경찰에 블랙박스 저장장치를 제출하였으나, 그 저장장치에는 이 사건 발생 이후인 2020. 7. 5.부터의 영상만이 녹화되어 있었다. 경찰은 이 사건 차량 옆에 주차한 위 센터의 직원 김○○으로부터 블랙박스 저장 장치를 제출받았으나 이 역시 2020. 7. 5. 이후의 영상만이 녹화되어 있었다. 주변에 주차되어 있었던 나머지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바) 경찰은 2020. 7. 8. ‘이 사건 식당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을 향해 돌멩이를 던진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폴리그래프 검사를 의뢰하였고, 제주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폴리그래프 검사관은 2020. 7. 22. 청구인의 동의를 받아 검사를 실시하였다. 청구인은 위 질문에 대하여 부정하는 답변을 하였고, "청구인의 차트는 ‘거짓반응’으로 판단되는 반응이 나타났으며, 검사 원리에 비추어 본 사건에 대한 청구인의 의식이나 강박관념 등 기타의 심리적 요인에 따라 실제 사실과 상반되는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사) 피해자는 2020. 7. 27.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센터가 현재 공사 중인 관계로 이 사건 식당의 협조를 받아 주차를 하고 있는 입장인데,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의 입장이 난처해 진 것 같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의 종결을 요청하였다.

(아)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020. 7. 3.경 수리비 30만 원을 들여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교체하였다. 컨테이너 구조물이 설치된 뒷마당은 돌멩이들로 메꾸어진 마당이고,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로 날아온 돌멩이는 위 마당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기의 돌멩이이다.

(3)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청구인이 제출한 CCTV 영상 CD 재생결과 등에 의하면, 2020. 7. 20. 15:57:58경 이 사건 식당 주차장 뒤에 설치된 컨테이너 구조물 왼쪽 부분에서 돌멩이가 날아와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충격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 뒤 유리가 손괴되어 뒤 유리에 돌멩이 크기의 구멍이 난 사실, 청구인이 그 당시 이 사건 식당 주차장 부근에 있었고 CCTV 영상에 청구인 이외에 다른 사람이 발견되지 않는 사실이 인정되고, 이 사건 식당 주차장과 도로 사이에 설치된 담과 주차장 뒤편의 진흙으로 된 벽과 나무들로 인하여 청구인 모르게 다른 사람이 컨테이너 구조물 쪽으로 접근하였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식당 주차장 부근에 있던 청구인이 컨테이너 구조물 왼쪽 부분에서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향해 돌멩이를 던졌을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나) 그러나 돌멩이가 날아온 지점인 컨테이너 구조물 왼쪽 부분은 CCTV 촬영 사각지대여서 누가 돌멩이를 던졌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청구인은 자신과 같은 만 63세의 여성이 돌멩이를 던져 이 사건 차량 뒤 유리를 손괴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 사건 차량 뒤 유리의 재질이 무엇인지 또는 돌멩이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날아왔을 때 뒤 유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지, 그러한 속도가 만 63세의 여성이 일반적으로 던질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등에 관하여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재물손괴죄는 손괴의 고의를 요하는 고의범이고, 과실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에 관하여는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청구인에게 손괴의 고의가 있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동네 주민인 피해자가 운영하는 센터 직원들을 위하여 주차장 이용을 허락하는 등 피해자에게 무상으로 편의를 제공한 청구인이 피해자의 이 사건 차량을 지목하여 돌멩이를 던졌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피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112신고 당시 피해사실에 관한 진술을 받았을 뿐이고, 피의자가 청구인으로 특정된 이후 손괴의 고의나 행위의 동기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에 관하여 피해자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는 증거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검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을 하는 데에 그치므로(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3146 판결 참조), 손괴행위를 부인하는 청구인의 진술에 거짓반응이 나타났다는 검사 결과를 피의사실에 관한 직접 증거로 삼을 수는 없다. 또한 청구인이 이 사건 식당 주차장으로 가게 된 경위에 관하여 임신한 개 또는 컨테이너 구조물 옆의 커다란 돌을 살펴보러 갔다고 진술한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청구인은 이 사건 당일 15:57:18경부터 15:58:28경까지 약 1분 10초 동안 CCTV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데, 그 사이인 15:57:59경 이 사건 차량 손괴가 발생하였고 돌멩이가 날아온 지점은 청구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주차장 뒤편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도 위 1분 10초 동안을 특정하여 청구인이 그 시간 동안 이 사건 식당 주차장 뒤편의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관한 신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 이와 같이 피청구인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에도, 피청구인은 추가 조사 없이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수사미진으로 인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봄이 상당하며,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