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1헌마84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2년 3월 28일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 김 ○ 주
대리인 변호사 배 병 호
피 청 구 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청구인 및 청구외 김○광에 대한 서울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59623호 기소유예사건기록(이하 '수사기록'이라고 한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외 박○철(이하 '고소인'이라 한다)은 2001. 6. 5. 청구인을 공갈죄 등으로 아래와 같이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방송 및 모델활동을 하는 자로, 우연히 알고 지내던 헤어디자이너인 고소인과 2000. 12.경 2회에 걸쳐 성관계를 하였다가 속칭 '곤지름'이라는 성병에 걸리게 되자,
(1) 2001. 2. 10.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고소인에게 성병 치료를 위해 금2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소인과의 성관계를 폭로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외포된 고소인으로부터 즉석에서 성병 치료비 명목으로 금200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갈취하고,

(2) 같은 해 3. 22.경 고소인에게 전화하여 성병으로 인하여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니 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면서 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고소인과의 성관계를 폭로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외포된 고소인으로부터 같은 달 23.경 청구인의 예금계좌로 금200만원을 송금받아 이를 갈취하고,

(3) 같은 해 5. 22.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서 고소인에게 '정신적인 피해배상금으로 금3,000만원을 달라, 그렇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겠다'라고 협박하였으나 고소인이 금1,000만원 정도 밖에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거절하고, 다시 같은 해 6. 2. 24:00경 고소인의 처인 청구외 조○옥에게 전화하여 같은 취지로 협박하였으나 고소인이 돈의 지급을 거절하여 미수에 그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고소사건을 수사한 후 같은 해 9. 28. 청구인의 공갈 등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범행의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주장하면서 같은 해 12. 6.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공갈죄의 수단으로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해악의 고지는 반드시 명시의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고 언어나 거동에 의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해악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것이면 족한 것이며, 이러한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고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인 이상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도2344 판결 참조),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이냐의 여부는 그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 즉 추구된 목적과 선택된 수단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도2422 판결).
그러므로 보건대, 청구인은 단지 고소인에게 의사의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보여주고 그로부터 금4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청구인이 청구인의 이모인 장○자, 그의 남자친구인 김○광과 함께 또는 각각 개별적으로 고소인을 만나 치료비 외에 금3,000만원을 요구(수사기록 36면 이하, 42면 이하, 53면 이하 참조)하여 통상적으로 소요되는 치료비와 경비의 범위를 넘는 상당한 정도의 고액을 배상금 명목으로 요구한 점, 위 장○자가 청구인과 함께 고소인을 만난 커피숍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처녀를 건드렸으니 책임을 지던지, 병을 낫게 해주던지' 등 고소인이 청구인과 성관계를 가져 성병을 옮긴 사실 등을 암시하는 이야기(위 김○광에 대한 피의자진술조서:수사기록 53면 이하)를 하여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으면, 이를 가족이나 직장에 알리겠다는 태세로 고소인으로 하여금 해악에 이르게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한 점, 청구인이 고소인의 처에게 직접 전화를 하여 '당신 남편과 성관계를 하여 성병에 걸렸다'라고 이야기하여 위 해악의 고지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긴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청구인의 이러한 행위는 단지 고소인으로부터 옮은 성병의 치료비와 이에 대한 배상이라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권리행사를 빙자하여 협박을 수단으로 고소인을 외포케 함으로써 재물을 교부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공갈죄가 성립된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공갈 등 피의사실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에는 수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더 수사를 하여도 처분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3.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