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마942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마942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윤○○
대리인 변호사 김진우
피 청 구 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6. 27.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78172, 78173, 78174, 78175, 78176, 7817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6. 27. 청구인에 대하여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8년 형제78172 내지 7817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포항시 남구 ○○에 있는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이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기기판매업자로부터 의료기기채택, 사용유도, 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청구인은 2014. 6. 11.경 위 ○○치과의원에서, 의료기자재회사인 주식회사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영남본부 포항사무소 소속 직원 차○○로부터 임플란트 판매촉진 목적으로 기획된, 600만 원을 결제하면 500만 원 상당의 임플란트와 500만 원 상당의 치과용 합금을 제공하는 일명 ‘임플란트 보험패키지 ○○상품(이하 ‘○○상품’이라 한다)’ 구입 제의를 받고, 이를 600만 원에 구입하여 400만 원 상당의 치과용 합금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7. 4. 13.경까지 총 9회에 걸쳐 33,267,230원 상당의 치과용 합금을 사은품 명목으로 제공받았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9. 10.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이 사건 회사 제품인○○상품은 임플란트 재료와 치과용 합금을 패키지 항목으로 묶어 판매하면서 가격을 할인해 주는 제품일 뿐 의료법 제23조의2에서 금지하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고, 실제로 의료보험공단에 위 임플란트 보험급여를 청구하지도 않아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적이 없다.

3. 판단
가. 관련조항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고, 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의2(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취득 금지) ②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기기법 제6조에 따른 제조업자, 같은 법 제15조에 따른 의료기기 수입업자, 같은 법 제17조에 따른 의료기기 판매업자 또는 임대업자로부터 의료기기 채택ㆍ사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아니된다. 다만, 견본품 제공 등의 행위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구 의료법(2010. 5. 27. 법률 제10325호로 개정되고, 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의2(벌칙) 제23조의2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취득한 경제적 이익 등은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나.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회사(대표이사 이○○)는 통상 1개당 77,000원인 임플란트 가격을 보험수가(112,750원)를 상회하는 1개당 122,000원으로 책정한 후, 이를 500만 원 상당(약 41개)씩 묶음 구입할 경우 500만 원 상당의 치과용 합금을 100만 원에 제공하는 "○○상품(임플란트 500만 원+치과용 합금 100만 원)"을 청구인에게 판매하였다.

(2) 청구인은 경찰에서 "이 사건 회사 직원으로부터 임플란트와 치과용 합금을 묶어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인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정한 가격의 패키지 상품이라는 생각에 구입하였으나, 이는 통상적인 가격할인상품에 불과하다, 또한 이 사건 회사의 임플란트에 대하여 공단에 보험 청구도 하지 않아 직접 취득한 이익도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 2019. 6. 27. 이○○과 이 사건 회사는 ‘2014. 7.경부터 2017. 9.경까지 전국 병·의원개설자 및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위 (1)항과 같은 방법으로 총 3,222회에 걸쳐 ○○상품을 포함한 임플란트 보험패키지 합계 18,849,575,000원 상당을 판매하면서 치과용 합금 합계 약 10,298,283,140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였다’는 범죄사실(의료기기법위반)로 기소되었다.
그런데 제1심에서 2020. 7. 21.「피고인 회사가 한 가격할인 광고 및 판매행위를 의료기기법에서 금지하는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7. 21. 선고 2019고정1871 판결), 그 후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2. 3. 선고 2020노2386 판결), 상고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대법원 2021. 5. 7. 선고 2020도18003 판결)이 각 선고되었다.

다. 사안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구 의료법 제23조 제2항 소정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및 청구인에게 이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문제된다.

라. 판단
(1) 구 의료법 제23조 제2항은 의료인 등이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으로부터 의료기기 채택·사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의 수수를 금지한다. 문언상 여기서 말하는 ‘판매촉진 목적’이란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 제공자의 목적이나 의사를 뜻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의 객관적 성격이 의료기기 채택에 대한 대가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 해당 여부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의사 이외에도 제공자와 수령자의 관계, 수수한 경제적 가치의 크기와 종류, 수수하게 된 경위와 시기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헌재 2015. 2. 26. 2013헌바374 참조). 위 조항이 금지하는 경제적 이익 등은 음성적으로 제공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상적인 거래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공개된 가격할인은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2019. 9. 26. 2018헌바111 참조).

(2)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가 임플란트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개발한 보험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전국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약 1,266개소에 보험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판촉행위의 방식이 기존의 제품 홍보, 판매 방식과 큰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판촉행위 대상이 될 만한 치과의사들을 특별한 기준으로 선정, 물색하였다거나 그러한 기준 하에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판촉 하였다고 볼 자료도 발견되지 아니한다. 더욱이 이 사건 회사는 치과의사들이 패키지를 선택하면 이미 정해진 내용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여 판매하였을 뿐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더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비용 할인 등 음성적으로 직접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
한편 청구인을 비롯하여 이 사건 회사와 거래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은 ‘임플란트의 경우 개당 실거래가를 계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사건 관련 임플란트를 납품받으면서 치과용 합금을 공짜로 넘겨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제값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세금계산서도 정상적으로 발행하였기 때문에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의료기기 채택 등의 대가로 음성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회사가 임플란트의 가격을 일반 소매가는 물론 보험수가보다 높게 책정하였고, 치과용 합금을 할인된 가격으로 묶어서 제공한 것은 임플란트 가격이 보험수가를 초과함에 따라 의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치과용 합금은 임플란트 가격을 일반 소매가 및 보험수가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을 전제로 제공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이 임플란트와 치과용 합금의 구입 총액을 기준으로 적정한 가격인지 여부를 판단한 데는 수긍할 만한 이유가 인정된다.
나아가 이 사건 회사에서 청구인에게 판매한 임플란트 단가는 많게는 160%까지 부풀린 내역이 확인되고, 이에 이 사건 회사에서 청구인에게 공급한 임플란트와 치과용 합금의 시중 소매가를 합산한 가격과 청구인이 실제 구입한 ○○상품 가격의 차이는 합계 150만 원에서 230만 원 정도로, 이 사건 회사는 임플란트 구매를 조건으로 치과용 합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면서 치과용 합금에 대한 거래명세서 및 세금계산서 등을 할인된 가격대로 발행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청구인이 이 사건 회사로부터 임플란트와 치과용 합금을 구입하면서 어느 정도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인 경쟁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공급자에 의한 가격할인의 결과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달리 의료기기 채택에 대한 대가라거나 음성적으로 제공된 경제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청구인이 이를 인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따라서 청구인이 구 의료법 제23조 제2항 소정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수사미진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에 의한 것으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