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508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508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유○○
대리인 법무법인 대한중앙
담당변호사 조기현, 신예원, 이동규, 정경민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2. 11.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5663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2. 11. 피청구인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2020년 형제5663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19. 12. 23. 22:00경 광명시(주소생략)에 있는 피해회사인 이케아 광명점에서, 담당직원에게 환불을 요구하며 피해회사에서 구매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박스에 넣어 반품하는 방법으로 구매금액인 283,800원 상당을 환불받아 동액 상당을 편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4. 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당시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환불을 요청한 것일 뿐이어서, 편취범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3. 판단
가.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마치 피해회사의 제품인 것처럼 반품하며 환불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피해회사를 속여 환불금 283,800원 상당을 편취한 것인지, 즉 청구인의 편취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현재 미국인인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고, 배우자는 한국말이 서툴다.

(2) 청구인은 2019. 12. 23. 22:00경 광명시(주소생략)에 있는 피해회사인 이케아 광명점에서, 담당직원에게 기존에 구매한 제품을 반품하겠으니 대금을 환불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제품이 들어 있는 밀봉된 박스(이하 ‘반품박스’라고 한다)를 건네었다.

(3) 청구인이 피해회사에 환불을 요구한 제품은, 말름(MALM) 화장대 1개, 트라트비바(TRATTVIVA) 침대커버 1개, 선드빅(SUNDVIC) 아기침대 1개로 합계 금액 283,800원 상당으로, 담당직원은 청구인으로부터 반품 박스를 건네받고 청구인이 구매한 신용카드로 구매대금 283,800원 상당을 환불처리해 주었다.

(4) 그 이후 피해회사는 청구인이 건넨 반품박스 안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조립식 가구부품, 목재, 담요 등 다른 회사의 제품이 들어있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청구인을 사기로 112에 신고하였다.

(5) 청구인은, 반품할 당시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이 있는 사정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였다면서 그 경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당초 피해회사에서 구매한 가구를 조립할 생각으로 박스를 개봉한 채 그 안에 조립식 가구부품을 넣어 둔 상태로 시간이 흘렀고, 그러다 집을 정리하면서 집에 있던 다른 회사의 제품인 조립식 가구부품, 합판 목재 등을 그 박스 안에 넣어 두었으며, 그 이후 가구 배치 문제 등으로 해당 제품을 반품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배우자에게 박스에 ‘원래 물건’을 담아 포장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한국말이 서툰 배우자가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일부 다른 제품을 박스에 넣고 밀봉하여 포장하였고, 청구인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반품한 것이지 고의로 다른 회사의 제품을 피해회사의 제품인 것처럼 속여 환불받은 것은 아니다.

(6) 그 후 청구인은 피해회사에 피해보상금 명목으로 금 2,283,800원을 지급하고 합의하였다.

(7) 한편, 청구인은 2020. 1. 4. 이케아 기흥점에서도 피해회사의 제품을 반품하면서 환불받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반품한 사실이 확인되어 2020. 1. 18. 환불이 취소되고 청구인이 물품대금을 재결제한 적이 있었다.

(8)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이후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청구인의 배우자가 당시 청구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넣고 박스를 포장하였다는 내용으로 작성한 진술서와, 이 사건 반품 당시에 문제된 283,800원 상당의 제품 외로 피해회사에서 구매한 다른 제품도 함께 반품하였고 그 제품은 정상적으로 환불처리된 것으로 기재된 피해회사의 환불 영수증을 제출하였다.

다. 판단
(1)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인바,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7도8781 판결).

(2) 청구인은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이 들어있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편취범의를 부인하는바, 앞서 인정된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다음과 같은 면에서 청구인이 피해회사에 환불을 요구할 당시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이 들어 있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거나 그러한 가능성을 내심 인식하였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먼저 청구인이 이 사건 반품 박스를 직접 포장하여 박스 안의 내용물에 대하여 잘 알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청구인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한국말이 서툰 배우자가 원래의 물건을 넣고 박스를 포장해 달라는 청구인의 부탁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넣고 반품 박스를 포장하였다고 주장하고, 기록상 이를 배척할 만한 자료는 없다. 또한, 헌법소원청구 이후 제출된 청구인의 배우자 작성 진술서도 청구인의 부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넣고 포장하였다는 내용으로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한다.
따라서 청구인이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넣고 직접 포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다음으로 청구인이 이 사건 반품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이 다른 회사의 제품일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회사에 환불을 요구하여 구매금액 상당을 편취하였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기록상 청구인이 이 사건 반품 박스 안에 다른 회사의 제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인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객이 판매회사에 구매물품을 반품하면서 환불 요청을 하는 경우 판매회사에서는 해당 제품이 그 회사에서 판매한 물품이 맞는지, 구매시점은 언제인지, 반품 기한이 도과된 것은 아닌지, 반품된 물품이 손상되었거나 다른 이상이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점, 반품한 고객에게 먼저 구매금액이 환불되었다 하더라도 추후 반품된 제품의 손상·하자 등의 문제가 확인되면 해당 고객에게 연락하여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일반적인 점, 피해회사의 홈페이지에도 반품 시 상품 가치가 하락한 경우에는 피해회사가 환불 금액에서 이를 차감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는 점, 청구인도 반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피해회사로부터 연락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이 피해회사에 직접 가서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으로 반품하면서 환불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을 하였다고 선뜻 믿기 어렵다. 특히 청구인처럼 신용카드로 제품을 구매한 경우에는 신용카드 명의로 구매고객이 어느 정도 특정이 가능하여 검거될 가능성이 있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한편, 청구인이 이 사건과 유사하게 이케아 기흥점에서 제품을 반품하고 환불받은 후 청구인이 반품한 제품이 피해회사의 제품이 아닌 사정이 확인되어 환불이 취소된 사실이 있으나,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이케아 기흥점에 잘못 반품한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피해회사로부터 연락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이케아 기흥점을 찾아가 반품을 취소하고 재구매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달리 기록상 반품 경위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청구인의 주장을 뒤집고 이를 편취범의를 인정할 만한 자료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수사된 결과만으로는 청구인의 주장을 뒤집고 청구인이 이 사건 반품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이 다른 회사의 제품일 가능성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회사에 환불을 요구하여 구매금액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나아가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이후 제출한 환불 영수증에 의하면, 당시 청구인이 피해회사에 반품한 물품은 합계 403,300원 상당의 8개 물품인 점, 그 중 이 사건에서 문제된 물품인 합계 283,800원 상당의 3개의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물품은 피해회사에서 구매한 물품이어서 정상적으로 환불처리된 점이 인정되는데, 그렇다면 과연 청구인이 고의적으로 일부 제품만 피해회사 제품인 것처럼 속여 환불을 요구하였을지 의문이 드는 면이 있다.

(4) 이와 같이 인정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청구인의 주장처럼 청구인이 반품 박스에 피해회사의 제품이 들어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피해회사에 환불을 요청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달리 청구인의 편취 범의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배우자에게 반품 박스 포장을 부탁한 경위는 어떠한지, 배우자가 청구인의 부탁 내용을 착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당시 청구인이 반품한 제품 수량은 어떠한지, 그 중 피해회사의 제품이어서 정상적으로 환불처리된 경우가 있었는지, 청구인이 이케아 기흥점에서 제품을 반품한 후 재구매한 경위는 어떠한지 등을 조사하여 청구인의 편취범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했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아니한 채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만연히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