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5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15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최○○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공현
피 청 구 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1. 5.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532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11. 5.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532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 10. 1. 19:59경 서울 도봉구(주소생략) ○○마트(이하 ‘이 사건 마트’라 한다) 1층 후문 자율 포장대 위에 놓인 피해자 신○○ 소유의 시가 3,500원 상당의 사과 1봉지(이하 ‘이 사건 사과봉지’라 한다)를 가져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 29.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과봉지를 청구인의 것으로 잘못 알고 실수로 가지고 갔을 뿐이어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2019. 10. 1. 이 사건 마트에서 장을 본 후 19시 56분경 마트 후문 쪽 자율 포장대 위에서 구입한 물품을 빈 박스에 넣은 다음 2.5㎏ 짜리 이 사건 사과봉지만은 그대로 둔 채 귀가하였다.
(2) 청구인 역시 같은 날 저녁 이 사건 마트에 들러 장을 본 후 19시 58분경 계산을 마쳤고, 곧바로 구입한 식료품들을 카트에 넣어 자율 포장대로 이동한 다음 이를 빈 박스에 담았다. 이 때 청구인은 포장대 위에 놓여 있던 이 사건 사과봉지도 함께 박스 안에 집어넣어 가지고 귀가하였다.
(3) 청구인이 계산한 신용카드 영수증에 의하면, 청구인이 구입한 식료품은 ① 포도 1.5kg 1봉지(2,500원), ② 사과 2.5kg 1봉지(2,000원), ③ 고구마 2kg 2봉지(5,000원)이다(신용카드 영수증에는 위와 같이 실제 계산된 가격 위에 포도 1봉지의 가격으로 4,500원이, 사과 1봉지의 가격으로 3,500원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4) 피해자는 집에 도착한 직후 이 사건 사과봉지를 마트에 놓고 온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 날인 2019. 10. 2. 서울도봉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하면서 ‘포장을 하다 옆에 두고 온 것 같고 집에 와 보니 없어졌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제출하였다.
(5) 경찰은 2019. 10. 7. 이 사건 마트에 대한 회원정보조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연락을 취하였고 연락을 받고 곧바로 출석한 청구인을 상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이 사건 사과봉지를 가져온 이유에 관한 청구인의 답변으로 ‘당시 저도 사과 및 여러 가지 물건을 샀는데 포장하면서 보니까 주변에 사람도 없고 저 또한 불면증 증세로 깜깜하면서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가져온 것인가요’라는 내용이, ‘타인의 재물을 습득하여 가져온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라는 경찰관의 물음에 관한 청구인의 답변으로 ‘예, 그렇습니다’는 내용이, 청구인의 마지막 진술로 ‘제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는 내용이 각 기재되어 있다.
(6) 나아가 경찰은 2019. 10. 10. 이 사건 마트로 찾아가 마트 내·외부에 있는 CCTV를 확인하였고 이 사건이 발생한 날 마트 계산대와 포장대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을 확인하여 그 중 6장의 영상캡처사진을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 편철된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① 피해자가 2019. 10. 1. 19시 56분경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포장한 후 이 사건 사과봉지를 두고 이동하는 장면, ② 이어서 청구인이 19시 57분경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장면과 ③ 청구인이 19시 59분경 자율 포장대에서 박스를 고른 후 구입한 식료품을 박스에 담으면서 이 사건 사과봉지까지 함께 넣어 이동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7)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과봉지를 집으로 가져온 뒤에도 뜯거나 개봉하지 아니한 채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하였고 2019. 10. 7.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를 임의 제출하였다.
(8) 경찰은 즉결심판청구를 검토하다 청구인의 건강상 이유로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2019. 10. 27.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2019. 11. 5. 청구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 없이 송치된 기록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의 인정 여부
(1) 절도의 고의란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다는 인식을 의미하고,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는 그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발생 경위, 청구인의 사건 전후 행적 등에 관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2) 청구인이 사건 당일 이 사건 마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영수증을 살펴보면 청구인 역시 이 사건 사과봉지와 같은 사과를 구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 영수증의 기재에 따르면 청구인이 구입한 사과 역시 무게가 2.5kg이고 표시된 가격 또한 3,500원으로서, 청구인이 구입한 사과와 이 사건 사과봉지는 무게와 가격이 같고 달리 이 사건 마트에서 같은 가격과 무게의 다른 사과를 판매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청구인이 사건 당시에 노령이고 후두암, 척추질환 및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과 신체가 몹시 불편하였던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청구인이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박스에 포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사건 사과봉지를 자신이 구입한 사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3) 피청구인의 주장과 달리,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거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서 살핀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따르면, 청구인은 피해품을 가져온 이유에 관한 경찰관의 물음에 ‘불면증 증세로 깜깜하면서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가져 온 것인가요’라며 오히려 당시 상황을 경찰관에게 되묻고 있다. 나아가 ‘타인의 재물을 습득하여 가져간 것을 모두 인정하는가요’라는 질문에 짧은 긍정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지만, 이는 절도의 고의와는 무관하게 실수로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사람으로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답변이고, 실제로 피의자신문조서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청구인의 진술로만 마무리되어 있다.
(4)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외할 경우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는 CCTV 영상캡처사진이 있으나, 이 역시 절도의 주관적 구성요건을 뒷받침할 증거라 볼 수 없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CCTV 영상캡처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위 사진들에는 청구인과 피해자가 포장대에서 빈 박스를 물색해서 구입한 식료품을 담고 있는 장면만이 나타나 있을 뿐, 더 나아가 청구인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거나, 이 사건 사과봉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자신이 구입한 사과와 비교하여 보는 등 청구인에게 미필적으로라도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사진들 역시 청구인에 대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할 수 없다.
(5) 사정이 이러함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순간적인 욕심’에 따라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탓에 청구인의 내심의 의사를 막연히 확장 해석한 결과라 할 것이다.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마트에서 신용카드로 물품대금 결제를 마친 직후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자율 포장대에서 자신이 식별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건 사과봉지를 절취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6)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사건 발생 당시의 CCTV 영상 전체를 확보하여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할 만한 행동이 있었는지 등을 자세히 조사한 후 혐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다. 소결론
이와 같이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 대한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 구 인 최○○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공현
피 청 구 인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1. 5. 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53289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11. 5.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북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53289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19. 10. 1. 19:59경 서울 도봉구(주소생략) ○○마트(이하 ‘이 사건 마트’라 한다) 1층 후문 자율 포장대 위에 놓인 피해자 신○○ 소유의 시가 3,500원 상당의 사과 1봉지(이하 ‘이 사건 사과봉지’라 한다)를 가져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 29.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과봉지를 청구인의 것으로 잘못 알고 실수로 가지고 갔을 뿐이어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3. 판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2019. 10. 1. 이 사건 마트에서 장을 본 후 19시 56분경 마트 후문 쪽 자율 포장대 위에서 구입한 물품을 빈 박스에 넣은 다음 2.5㎏ 짜리 이 사건 사과봉지만은 그대로 둔 채 귀가하였다.
(2) 청구인 역시 같은 날 저녁 이 사건 마트에 들러 장을 본 후 19시 58분경 계산을 마쳤고, 곧바로 구입한 식료품들을 카트에 넣어 자율 포장대로 이동한 다음 이를 빈 박스에 담았다. 이 때 청구인은 포장대 위에 놓여 있던 이 사건 사과봉지도 함께 박스 안에 집어넣어 가지고 귀가하였다.
(3) 청구인이 계산한 신용카드 영수증에 의하면, 청구인이 구입한 식료품은 ① 포도 1.5kg 1봉지(2,500원), ② 사과 2.5kg 1봉지(2,000원), ③ 고구마 2kg 2봉지(5,000원)이다(신용카드 영수증에는 위와 같이 실제 계산된 가격 위에 포도 1봉지의 가격으로 4,500원이, 사과 1봉지의 가격으로 3,500원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4) 피해자는 집에 도착한 직후 이 사건 사과봉지를 마트에 놓고 온 것을 알게 되었고 다음 날인 2019. 10. 2. 서울도봉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하면서 ‘포장을 하다 옆에 두고 온 것 같고 집에 와 보니 없어졌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제출하였다.
(5) 경찰은 2019. 10. 7. 이 사건 마트에 대한 회원정보조회 결과 등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연락을 취하였고 연락을 받고 곧바로 출석한 청구인을 상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이 사건 사과봉지를 가져온 이유에 관한 청구인의 답변으로 ‘당시 저도 사과 및 여러 가지 물건을 샀는데 포장하면서 보니까 주변에 사람도 없고 저 또한 불면증 증세로 깜깜하면서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가져온 것인가요’라는 내용이, ‘타인의 재물을 습득하여 가져온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라는 경찰관의 물음에 관한 청구인의 답변으로 ‘예, 그렇습니다’는 내용이, 청구인의 마지막 진술로 ‘제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는 내용이 각 기재되어 있다.
(6) 나아가 경찰은 2019. 10. 10. 이 사건 마트로 찾아가 마트 내·외부에 있는 CCTV를 확인하였고 이 사건이 발생한 날 마트 계산대와 포장대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을 확인하여 그 중 6장의 영상캡처사진을 수사기록에 편철하였다. 편철된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살펴보면, ① 피해자가 2019. 10. 1. 19시 56분경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포장한 후 이 사건 사과봉지를 두고 이동하는 장면, ② 이어서 청구인이 19시 57분경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로 계산하는 장면과 ③ 청구인이 19시 59분경 자율 포장대에서 박스를 고른 후 구입한 식료품을 박스에 담으면서 이 사건 사과봉지까지 함께 넣어 이동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7) 청구인은 이 사건 사과봉지를 집으로 가져온 뒤에도 뜯거나 개봉하지 아니한 채 냉장고에 그대로 보관하였고 2019. 10. 7. 경찰에 출석하면서 이를 임의 제출하였다.
(8) 경찰은 즉결심판청구를 검토하다 청구인의 건강상 이유로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2019. 10. 27.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2019. 11. 5. 청구인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 없이 송치된 기록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의 인정 여부
(1) 절도의 고의란 타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다는 인식을 의미하고, 불법영득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를 말한다.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서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는 그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발생 경위, 청구인의 사건 전후 행적 등에 관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바탕으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2) 청구인이 사건 당일 이 사건 마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영수증을 살펴보면 청구인 역시 이 사건 사과봉지와 같은 사과를 구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위 영수증의 기재에 따르면 청구인이 구입한 사과 역시 무게가 2.5kg이고 표시된 가격 또한 3,500원으로서, 청구인이 구입한 사과와 이 사건 사과봉지는 무게와 가격이 같고 달리 이 사건 마트에서 같은 가격과 무게의 다른 사과를 판매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청구인이 사건 당시에 노령이고 후두암, 척추질환 및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과 신체가 몹시 불편하였던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청구인이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박스에 포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사건 사과봉지를 자신이 구입한 사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3) 피청구인의 주장과 달리,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면밀히 살펴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거나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앞서 살핀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따르면, 청구인은 피해품을 가져온 이유에 관한 경찰관의 물음에 ‘불면증 증세로 깜깜하면서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생각하고 저도 모르게 가져 온 것인가요’라며 오히려 당시 상황을 경찰관에게 되묻고 있다. 나아가 ‘타인의 재물을 습득하여 가져간 것을 모두 인정하는가요’라는 질문에 짧은 긍정의 취지가 기재되어 있지만, 이는 절도의 고의와는 무관하게 실수로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 사람으로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답변이고, 실제로 피의자신문조서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몸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청구인의 진술로만 마무리되어 있다.
(4)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외할 경우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는 CCTV 영상캡처사진이 있으나, 이 역시 절도의 주관적 구성요건을 뒷받침할 증거라 볼 수 없다.
수사기록에 편철된 CCTV 영상캡처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위 사진들에는 청구인과 피해자가 포장대에서 빈 박스를 물색해서 구입한 식료품을 담고 있는 장면만이 나타나 있을 뿐, 더 나아가 청구인이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거나, 이 사건 사과봉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자신이 구입한 사과와 비교하여 보는 등 청구인에게 미필적으로라도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사진들 역시 청구인에 대한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뒷받침할 수 없다.
(5) 사정이 이러함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순간적인 욕심’에 따라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탓에 청구인의 내심의 의사를 막연히 확장 해석한 결과라 할 것이다. 특히 청구인이 이 사건 마트에서 신용카드로 물품대금 결제를 마친 직후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자율 포장대에서 자신이 식별될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건 사과봉지를 절취할 만한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6) 따라서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사건 발생 당시의 CCTV 영상 전체를 확보하여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추단할 만한 행동이 있었는지 등을 자세히 조사한 후 혐의 유무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이를 충분히 수사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
다. 소결론
이와 같이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에 대한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