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67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67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이○○
대리인 변호사 이명웅
피 청 구 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2. 26. 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7987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20. 2. 26. 피청구인으로부터 절도 혐의에 관하여 기소유예처분(서울동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7987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받았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피해자 장○○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가사도우미이다. 청구인은 가사도우미 일을 하면서 피해자가 옷장 정리를 시키면 사용할 만한 의류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따로 쇼핑백에 넣어 놓은 후 몰래 가져가기로 마음먹었다.
청구인은 2019. 9. 18. 20:52경 서울 송파구(주소생략) ○○아파트 ○○동 ○○호에서 피해자가 지인 자녀에게 주려고 쇼핑백에 넣어둔 시가 합계 약 40만 원 상당의 원피스 2개, 시가 약 15만 원 상당의 버버리티셔츠 1개, 시가 약 합계 25만 원 상당의 폴로티셔츠 5개, 시가 합계 24만 원 상당의 폴로후드티셔츠 3개 등 총 합계 104만 원 상당의 아동의류를 몰래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5. 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2019. 9. 18. 퇴근 무렵 아동의류가 담긴 쇼핑백을 가지고 간 사실이 있으나 이는 피해자가 의류를 정리하고 입을 수 없는 옷들을 버려달라고 말하였기 때문에 가지고 간 것이므로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9. 5. 13.부터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였다(근무시간 13:00경부터 20:30경까지).

(2) 피해자는 2019. 9. 20.경 지인에게 주기 위하여 아동의류 등을 모아놓은 쇼핑백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한 후 청구인을 의심하게 되었고, 2019. 9. 23. 저녁 무렵 청구인에게 2019. 9. 27.까지만 출근해 달라는 취지로 요청하였다. 피해자는 청구인이 그만둔 이후 2019. 9. 28.경 CCTV를 통하여 청구인이 쇼핑백을 들고 아파트 외부로 나가는 장면을 확인하였고 서울송파경찰서에 절도 피해 사실을 신고함에 따라 청구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3) 피해자는 서울송파경찰서에 출석하여 피해 사실을 진술하였고, 청구인은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신문을 받았는데, 그 진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① 2019. 9. 첫째 주부터 아이들 옷 정리를 하면서 못 입는 옷들을 수시로 청구인으로 하여금 버리게 하였고, 좋은 옷들만 골라서 큰 쇼핑백에 담아 현관 앞에 두었는데, 2019. 9. 20.경 쇼핑백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청구인에게 이를 물었으나 청구인은 본 적도 없고 가져간 사실도 없다고 답하였다.
② 쇼핑백에는 40만 원 상당의 버버리 원피스 2개, 15만 원 상당의 버버리 티셔츠 1개, 5만 원 상당의 폴로 티셔츠 5개, 시가 8만 원 상당의 폴로 후드티 3개 등이 있었고, 이외에도 다른 티셔츠들이 다수 들어있었다.
③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퇴근 후 방에 있던 중에 청구인이 피해자의 집에서 나갔기 때문에 청구인이 쇼핑백을 가지고 나간 모습을 목격하지 못하였다.
④ 피해자는 청구인이 쇼핑백을 가져갔다고 의심하고 또 다른 피해품이 있는지 확인하였는데, 피해자의 조카가 나이키 의류가 없어졌다고 이야기 하자 2019. 9. 23. 저녁 무렵 청구인에게 전화하여 ‘제가 방에 있는데 왜 말씀하지 않고 가셨어요? 이모님 저희 집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주까지만 일하시고 그만 나오셨으면 합니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청구인이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나) 청구인은 첫 번째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① 이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피해자의 아이 여름옷 정리 요청이 있었다. 청구인은 2019. 9. 18.경 정리하고 남은 옷을 쇼핑백에 담아 옷장에 넣어두었고, 옷 정리에 관하여 묻는 피해자에게 쇼핑백을 보여주었으며, 이를 버려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의 집에서 들고 나왔다. 청구인이 퇴근인사를 할 때 피해자는 청구인이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② 청구인이 가져간 쇼핑백 안에는 여자아이 여름티셔츠, 내복, 속옷 등 못 입을 옷들이 들어 있었다. 그냥 버리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려고 집에 가지고 간 다음 확인해 보니 쓸 만한 물건이 없어 집 근처 전봇대에 버렸다.
③ 피해자가 2019. 9. 20.경 청구인에게 쇼핑백에 대하여 물은 적은 없다. 쇼핑백에 대해서는 2019. 9. 18.경 옷 정리 과정에서 쇼핑백을 묻기에, 청구인이 블라우스가 들어 있던 쇼핑백을 피해자에게 보여주자 피해자가 찾던 옷이라고 하면서 세탁소에 맡겨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이 있을 뿐이다.
④ 청구인이 2019. 9. 23. 피해자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듣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만두겠다고 통보했고,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2019. 9. 27.까지 일하였다.

(다) 청구인은 두 번째 피의자신문절차에서 ‘청구인이 가져간 쇼핑백을 집으로 가져가 살펴보지도 않고 쇼핑백에 있는 것을 모두 집근처 전봇대에 버렸다. 가져갈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자 하였으나 괜히 좋은 소리를 못들을 것 같아 마음이 바뀌어 버리게 된 것이다’는 취지로 기존의 진술을 일부 번복하였다.

(4) 청구인은 가사도우미를 그만 둔 후 2019. 9. 28.경 피해자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한 달 동안 퇴근 CCTV 확인합니다. ○○(인명생략) 옷보따리 쇼핑백 찾으려구요. CCTV 확인해서 애들 옷보따리 들고 나갔을시 경찰서에 신고할테니 그리아시구요. 쇼핑백 모른다고 했으니 그랬길바래봅니다.’고 보내자 이에 청구인은 피해자에게 ‘옷봇따리?? 네가 버리라고 한거 버려줬다 했잖아’라고 답하였다.

(5) 서울송파경찰서는 2019. 12. 20.경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청구인에 대한 절도 피의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고, 2020. 2. 19.경 형사조정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청구인은 합의금 50만 원 지급의사를 밝혔으나 피해자의 거절로 합의가 결렬되었다.

나. 이 사건의 쟁점
청구인이 2019. 9. 18.경 퇴근하면서 의류가 들어 있는 쇼핑백을 가지고 간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CCTV에 녹화된 영상을 보더라도 청구인이 이 사건 당시 쇼핑백을 가지고 나간 사실은 명확히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옷을 버려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쇼핑백을 가지고 간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이다.

다. 판단
(1)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쇼핑백을 집으로 가지고 가서 확인한 후 버렸는지, 집에 가는 과정에서 바로 버렸는지에 관하여 진술을 일부 번복한 바 있고, 형사조정 과정에서 합의금 명목으로 50만 원의 지급의사를 밝힌 바 있는 점, 반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근거로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볼 때 앞서 인정된 사정만으로 청구인의 절취의사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 피해자는 청구인이 쇼핑백을 본 적도 가져간 적도 없다고 말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피해자가 쇼핑백을 버리라고 해서 버려줬다고 말하였다는 취지여서 피해자의 진술과 배치되는 정황이 있다.

(나) 청구인은 피해자가 쇼핑백을 찾자 피해자의 블라우스가 들어 있던 쇼핑백을 보여 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가 이를 세탁소에 맡겨달라고 부탁하여 세탁소에 맡긴 적이 있다고 진술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소명자료로 세탁소에 맡긴 영수증을 제출한 바 있기도 하다.

(다) 청구인이 일부 진술을 번복한 바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쇼핑백을 가져간 이후의 정황으로 지엽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한편 청구인은 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의 권유를 받아, 피해자로부터 받아야 할 임금에서 합의금을 상계할 생각으로 합의금 지급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만으로 청구인의 전반적인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라)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입지 않는 옷들을 수시로 청구인에게 버려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는 것인바, 청구인이 ‘피해자가 버려달라고 한 쇼핑백’과 ‘쓸 만한 옷들을 따로 모아 둔 쇼핑백’을 혼동하고 쇼핑백을 버렸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라. 소결론
(1)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의 절도혐의 인정에 주된 근거가 된 피해자의 진술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정황이 있고, 달리 청구인의 절취의사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쇼핑백을 버려달라고 하였는지 여부, 청구인이 쇼핑백을 가지고 나갔을 때 피해자가 이를 목격하였는지 여부, 피해자가 청구인에게 쇼핑백을 보았는지 물었을 때 피해자가 본 적 없다고 하였는지 여부, 청구인이 가사도우미를 그만 두게 된 구체적 경위 등 청구인과 피해자와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중심으로 추가조사 등을 통하여 면밀하게 살펴보았어야 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아무런 추가조사도 없이 만연히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였으므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