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916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916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화민
담당변호사 김재성, 최철호, 이상혁, 이채영
피 청 구 인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직무대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4. 8.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2020년 형제703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4. 8. 청구인에 대하여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2020년 형제703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사실은 술값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20. 2. 2. 01:52~06:19경 안양시 만안구 수리산로 43-1 피해자 최○○ 운영의 ○○노래빠(이하 ‘이 사건 업소’라고 한다)에서, 마치 술값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처럼 술과 안주 및 유흥접객원을 주문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시가 합계 24만 원 상당의 술과 안주 등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7. 2.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은 2년 전부터 이 사건 업소에 한 달에 1, 2회 드나드는 단골손님으로, 이 사건 당일 유흥접객원을 교체하느라 혼자서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면서 허비한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술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 술값을 지불할 만큼의 현금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편취범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2020. 2. 3. ‘가끔 오는 손님인데 계산을 안 하고 도망을 가버렸다고 함’이라는 내용의 피해신고가 접수되었고,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로부터 "2020. 2. 2. 03:30경 청구인이 후불로 결제하겠다고 하여 유흥접객원을 불러주었는데, 계속해서 유흥접객원의 교체를 요구하기에 계산하고 귀가하라고 하였으나, 청구인이 피해자가 볼 일을 보는 사이에 24만 원의 술값을 지불하지 아니한 채로 그대로 도주하였다"라는 취지의 피해 진술을 청취하였다.

(2) 이 사건 업소 안팎의 CCTV 영상을 보면, 청구인은 2020. 2. 2. 01:52경 트레이닝 복장에 모자를 착용한 채 택시에서 내려 이 사건 업소에 들어왔고, 같은 날 06:19경 이 사건 업소를 나가 택시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청구인이 이 사건 업소를 나갈 당시 피해자는 이 사건 업소 입구 옆에 있는 카운터에 앉아 있었고, 청구인은 그 앞을 지나가는 장면이 확인된다.
(3)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업소에서 시간당 8만 원을 받고, 평소에 자주오지 않는 손님에게는 무조건 선불을 받으려 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후불로 받는데, 유흥접객원을 맞추지 못하면 술값을 받지 않고 있다. 청구인이 이 사건 업소에 올 때에는 항상 정상 차림으로 오는데, 그날은 트레이닝 복장을 하여 알아보지 못하여 선불을 받으려고 하였으나, 청구인이 후불로 하겠다고 하였다. 유흥접객원을 보내주고 1시간 정도 놀다가 유흥접객원의 교체를 요구하였고, 그래서 바꾸어 주고 약 2시간 정도 놀고 나더니 또다시 유흥접객원을 바꾸어 달라고 하여 청구인에게 술값을 내고 귀가하라고 말하고 다른 방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업소 내에 있는 ATM 옆에 앉아 있더니 그냥 가버렸다. 신고 후 청구인으로부터 할인하여 18만 원의 피해변제를 받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4)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업소는 가끔 가는 곳으로 통상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아도 술과 안주, 유흥접객원을 제공하면서 시간당 7만 원을 받는 곳이다. 이 사건 당일 술에 약간 취한 상태에서 혼자 방문하였는데, 이전과 달리 트레이닝 복장 차림이라 피해자가 청구인을 몰라본 것 같다. 피해자가 불러준 유흥접객원이 아는 사람이라 바꾸어 달라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그냥 놀라고 하여 유흥접객원 교체를 요구하며 1시간 정도를 혼자서 카운터도 왔다 갔다 하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잠이 든 것 같다. 예전에도 약 1시간 정도 유흥접객원을 기다리다가 계산을 하지 않고 간 적이 있고, 이 사건 당일 유흥접객원과 놀지 못하였기 때문에 술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 사건 업소를 나갈 당시 피해자가 카운터에 앉아서 유흥접객원을 부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드는 항상 소지하고 다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청구인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러 돈을 안내고 갈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이 사건 심판청구서에 첨부된 자료에 의하면 2020. 2. 2. 04:32경 청구인 명의 ○○은행 계좌로부터 30만 원이 인출된 거래내역과 청구인의 휴대전화에 피해자의 전화번호가 저장 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나. 판단
청구인은 이 사건 당시 술값에 대한 변제능력이 있었으나,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여 술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술값을 지불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기망행위 및 편취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1) 우선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2020. 2. 2. 06:19경 이 사건 업소를 나갔고, 2020. 2. 2. 04:32경 청구인 명의 ○○은행 계좌로부터 30만 원이 인출되었다. 여기에 이 사건 업소 내에 ATM이 설치되어 있고, 청구인이 이 사건 업소를 나가기 전에 ATM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의 피해자의 진술을 더해 보면, 청구인이 이 사건 업소에 머물러 있는 도중에 3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이 사건 당시 변제능력이 없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술과 안주 등을 주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한편 청구인은 이 사건 당일 피해자에게 유흥접객원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혼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이전에도 유흥접객원 섭외가 되지 못하여 술값을 지불하지 않은 적이 있어 이 사건 당일도 술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피해자 역시 청구인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유흥접객원의 교체 요구를 받았으며, 평소 손님의 유흥접객원 요구를 맞추어 주지 못할 경우 술값을 받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청구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
또한 청구인이 2020. 2. 2. 06:19경 이 사건 업소를 나갈 때 피해자가 카운터에 앉아있었음에도 술값 문제 등으로 청구인을 잡으려 한 모습은 보이지 아니한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사건 당일 청구인을 알아보지 못하였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당일 청구인의 후불 결제 요구를 받아주었고, 청구인이 이 사건 업소를 나가고 하루가 지난 후에야 ‘가끔 오는 손님이 계산하지 않고 도망갔다’는 내용으로 피해신고를 하였다.
그렇다면 당시 술값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 사건 업소를 그냥 나간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이 믿기 어렵다거나, 청구인이 술값을 지불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업소를 떠난 사실만으로 청구인이 처음부터 술값을 지불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술과 안주 및 유흥접객원 서비스를 편취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결국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