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63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6월 24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마1637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황○○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보영
피 청 구 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9. 9.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734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9. 9.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734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7. 15. 10:15~10:24경 서울 서대문구(주소생략) 부근 피해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박○○, 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 안에 위치한 공ㆍ폐가에서, 시가 불상의 합판 9개, 폴대 1개, 방충망 5개 및 나무묶음을 청구인이 타고 온 차량에 실어 가 이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2.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가져간 합판 등은 소유자들이 이주 시 버리고 간 무주물로서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으므로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없고, 청구인은 도로에 버려진 합판 등을 가져간 것으로 타인 소유의 물건을 가져간다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0. 7. 15. 10:14경 이 사건 현장 골목길에 타고 온 차량을 주차하고 이 사건 현장의 공가 앞에 놓인 수개의 방충망을 트렁크에 실었다. 이 무렵 이 사건 현장을 순찰하던 이 사건 조합 직원 장○○은 청구인을 발견한 후 ‘여기는 재개발구역이라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되니 신고하겠다.’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장○○이 신고하는 사이 차량을 타고 이 사건 현장을 이탈하였다.
(2) 이 사건 현장의 공가 출입문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철사가 설치되어 있고, 현관문에는 ‘절대 출입금지/철거대상물, 본 구역은 이 사건 조합 내 발생한 공가로서 절대 출입을 금지하오니 무단출입자가 있을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3) 경찰관의 연락을 받은 청구인은 자진 출석하여, 평소 다니던 등산 코스 골목에 폐목재(합판)가 놓여 있어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행위 경위를 밝히면서 폐목재를 실어 와 이는 즉시 피해자에게 반환되었다. 이후 청구인이 트렁크에 실은 물품과 청구인이 반환한 물품의 차이를 확인한 경찰관이 청구인에게 유선으로 방충망 또는 창틀로 보이는 물품의 소재를 물었으나, 청구인은 창틀이나 방충망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4) 청구인은 경찰에서 "밭농사를 하는 지인이 야생동물 진입을 막을 나무를 사겠다고 하기에, 평소 등산로로 다니는 재개발지역 내 길에 버려진 나무를 가져다 주겠다고 하고, 지인의 차량을 빌려 합판, 폴대를 실어 가져오게 되었다. 방충망은 다른 지인의 밭에 울타리를 쳐주려고 가져간 것이다. 합판과 폴대는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 당일 반환하였고, 방충망은 재개발지역의 경계에 있는 지인의 밭에 그대로 설치해두었다. 당시 물건을 가져간 지역이 재개발지역이기 때문에 주인이 폐기처분하여 버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청구인은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방충망 5개를 이 사건 조합 관리사무실에 반환하였다.
나. 판단
(1) 우선 청구인이 가져간 합판 등이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인지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또한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 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 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 타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이를 취득하였다면 이와 같이 오인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한 절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버려진 물건이라고 생각하여 폐목재 등을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앞서 인정사실에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현장 내 공가에는 철거대상물로서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청구인은 이 사건 현장에서 신고인으로부터 재개발구역 내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신고인이 신고하는 사이 현장을 이탈하였다. 또한 최초 경찰의 연락을 받은 청구인은 폐목재 등만 반환한 채 방충망에 대하여는 가져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청구인이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의 소유물을 가져간다는 인식 하에 행위 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공가 내부가 아닌 도로변의 잡초 사이, 쓰레기들 사이에 방치된 폐목재 등을 가져간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수사기록상 청구인이 이 사건 현장 내 특정한 공가에 임의로 침입하여 합판 등을 무단 반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청구인과 같이 이 사건 조합의 구성원이나 사업 관련자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현장의 정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상황 및 이에 따른 구체적인 권리관계를 알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현장에 부착된 공가안내문에는 출입금지 경고와 함께 ‘철거대상물’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현장에 방치된 물건이 철거대상물의 전 소유자들이 버린 물건이라고 보았을 여지가 크다. 나아가 청구인이 가져간 물건들이 이미 파손된 상태로 별다른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정비사업의 내용 및 진행 상황, 이 사건 현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권리관계 및 이에 대한 외부 공지나 청구인의 인식 정도, 청구인이 가져온 합판 등이 애초 있었던 장소와 당시 상태 등을 좀 더 조사하여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정하였어야 한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보강수사없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기소유예처분을 한데에는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청 구 인 황○○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보영
피 청 구 인 서울서부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9. 9. 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734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9. 9.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서울서부지방검찰청 2020년 형제2734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7. 15. 10:15~10:24경 서울 서대문구(주소생략) 부근 피해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 박○○, 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고 한다)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고 한다) 안에 위치한 공ㆍ폐가에서, 시가 불상의 합판 9개, 폴대 1개, 방충망 5개 및 나무묶음을 청구인이 타고 온 차량에 실어 가 이를 절취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2. 11.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청구인이 가져간 합판 등은 소유자들이 이주 시 버리고 간 무주물로서 경제적 가치가 전혀 없으므로 절도죄의 객체가 될 수 없고, 청구인은 도로에 버려진 합판 등을 가져간 것으로 타인 소유의 물건을 가져간다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20. 7. 15. 10:14경 이 사건 현장 골목길에 타고 온 차량을 주차하고 이 사건 현장의 공가 앞에 놓인 수개의 방충망을 트렁크에 실었다. 이 무렵 이 사건 현장을 순찰하던 이 사건 조합 직원 장○○은 청구인을 발견한 후 ‘여기는 재개발구역이라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되니 신고하겠다.’라고 하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장○○이 신고하는 사이 차량을 타고 이 사건 현장을 이탈하였다.
(2) 이 사건 현장의 공가 출입문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철사가 설치되어 있고, 현관문에는 ‘절대 출입금지/철거대상물, 본 구역은 이 사건 조합 내 발생한 공가로서 절대 출입을 금지하오니 무단출입자가 있을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된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3) 경찰관의 연락을 받은 청구인은 자진 출석하여, 평소 다니던 등산 코스 골목에 폐목재(합판)가 놓여 있어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행위 경위를 밝히면서 폐목재를 실어 와 이는 즉시 피해자에게 반환되었다. 이후 청구인이 트렁크에 실은 물품과 청구인이 반환한 물품의 차이를 확인한 경찰관이 청구인에게 유선으로 방충망 또는 창틀로 보이는 물품의 소재를 물었으나, 청구인은 창틀이나 방충망은 가져가지 않았다고 대답하였다.
(4) 청구인은 경찰에서 "밭농사를 하는 지인이 야생동물 진입을 막을 나무를 사겠다고 하기에, 평소 등산로로 다니는 재개발지역 내 길에 버려진 나무를 가져다 주겠다고 하고, 지인의 차량을 빌려 합판, 폴대를 실어 가져오게 되었다. 방충망은 다른 지인의 밭에 울타리를 쳐주려고 가져간 것이다. 합판과 폴대는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 당일 반환하였고, 방충망은 재개발지역의 경계에 있는 지인의 밭에 그대로 설치해두었다. 당시 물건을 가져간 지역이 재개발지역이기 때문에 주인이 폐기처분하여 버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5) 청구인은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방충망 5개를 이 사건 조합 관리사무실에 반환하였다.
나. 판단
(1) 우선 청구인이 가져간 합판 등이 이 사건 조합의 소유인지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또한 절도의 범의는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 소유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 하에 이전하는 데에 대한 인식을 말하므로, 타인이 그 소유권을 포기하고 버린 물건으로 오인하여 이를 취득하였다면 이와 같이 오인하는 데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한 절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89. 1. 17. 선고 88도971 판결 참조).
그런데 청구인은 버려진 물건이라고 생각하여 폐목재 등을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앞서 인정사실에서 살핀 것과 같이, 이 사건 현장 내 공가에는 철거대상물로서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그리고 청구인은 이 사건 현장에서 신고인으로부터 재개발구역 내 물건을 가져가면 절도가 된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신고인이 신고하는 사이 현장을 이탈하였다. 또한 최초 경찰의 연락을 받은 청구인은 폐목재 등만 반환한 채 방충망에 대하여는 가져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청구인이 타인의 점유 하에 있는 타인의 소유물을 가져간다는 인식 하에 행위 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청구인은 공가 내부가 아닌 도로변의 잡초 사이, 쓰레기들 사이에 방치된 폐목재 등을 가져간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수사기록상 청구인이 이 사건 현장 내 특정한 공가에 임의로 침입하여 합판 등을 무단 반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청구인과 같이 이 사건 조합의 구성원이나 사업 관련자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현장의 정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상황 및 이에 따른 구체적인 권리관계를 알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현장에 부착된 공가안내문에는 출입금지 경고와 함께 ‘철거대상물’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청구인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현장에 방치된 물건이 철거대상물의 전 소유자들이 버린 물건이라고 보았을 여지가 크다. 나아가 청구인이 가져간 물건들이 이미 파손된 상태로 별다른 가치가 없는 것들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이 사건 정비사업의 내용 및 진행 상황, 이 사건 현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권리관계 및 이에 대한 외부 공지나 청구인의 인식 정도, 청구인이 가져온 합판 등이 애초 있었던 장소와 당시 상태 등을 좀 더 조사하여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정하였어야 한다. 사정이 이와 같음에도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보강수사없이 청구인의 혐의를 인정하는 기소유예처분을 한데에는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