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01헌마847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02년 9월 19일

결정 전문

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02. 9. 19. 2001헌마847)
【당 사 자】
청 구 인 이 ○ 환
대리인 변호사 황 도 수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01. 11. 23. 서울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118815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수사기록(서울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 118815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청구인은 2001. 9. 13.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청구인은
2001. 9. 13. 01:40경 서울 성북구 삼성동 소재 ○○ 정육점에서 청구외 이○준과 술을 마시고 있던 중, 청구외 정○열이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정육점 안에 들어와 담뱃불을 붙여 달라고 하므로 담뱃불을 붙여 준 후, 위 정○열이 횡설수설하며 청구인과 위 이○준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어 방해를 한다는 이유로 손으로 위 정○열의 뺨을 5회 때리고, 왼쪽 엄지손가락을 비툴어 동인에게 전치 약 2주일간의 좌측 제1수지관절부 염좌상 등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조사한 후, 2001. 11. 23.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청구인이 위 정○열로부터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여 상해를 입었을 뿐 위 정○열을 때린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수사미진으로 인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단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위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2001. 12. 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2001. 9. 13. 01:40경 청구외 정○열이 귀가하기 위하여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성북구 삼성동 소재 ○○ 정육점 앞을 지나가다가 위 정육점 안으로 들어가 마침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위 ○○ 정육점의 직원인 청구인 및 청구외 이○준에게 담뱃불을 빌려 달라고 하여 위 이○준이 담뱃불을 붙여준 후, 위 정○열이 갑자기 '나쁜 놈'이라고 욕설을 하면서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1회 때리고, 이어서 위 정육점 밖에서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2회 때려 청구인에게 전치 약 4주일간의 우측 안와부 압박골절상 등을 가한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위 정○열도 청구인으로부터 손바닥으로 뺨을 수회 맞고 왼쪽 엄지손가락을 비틀리는 등의 폭행을 당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같은 해 9. 21. 담당경찰관에게 "좌측 제1수지관절부 염좌상 등으로 인하여 약 2주일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청구인의 주장요지
청구인은 위 사건으로 피의자로 입건되어 경찰에서 수회 조사를 받으면서 일관되게 "○○ 정육점 안에서 동료 직원 이○준과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처음 보는 정○열이 술에 취한 상태로 정육점 안으로 들어와 담뱃불을 빌려 달라고 하므로 담뱃불을 붙여 주었는데, 정○열이 느닷없이 '사채업자는 나쁜 놈'이라는 등의 욕설을 하면서 주먹으로 저의 얼굴을 1회 때려 입술에 피가 나는 상처를 입었으나 아무런 대항을 하지 않고 이○준과 함께 '집으로 가시라'고 말하며 정○열을 정육점 밖으로 내보낸 후, 점포문을 닫고 귀가하기 위해 오토바이에 올라타는 순간 갑자기 정○열이 달려들어 주먹으로 재차 저의 얼굴을 때려 우측 눈주위 뼈에 금이 가는 골절상을 입은 사실이 있을 뿐, 저는 정○열을 구타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15-22정 정○열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 25-31정 이○환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 42-45정 이○환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수사기록 48-51정 정○열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등, 한편 청구인은 위 사건 당일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나서 약 2주일 후인 2001. 9. 27. 성북경찰서장 앞으로 이메일을 통해 "가해자 정○열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는데도 가해자의 진술에 의해 쌍방 폭행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되면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될 뿐 아니라 변호사선임이 어려운 처지에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도 어려워 피해자가 오히려 폭행전과자가 될 우려가 있으니 법의 보호를 받게 하여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이 사건 심판청구이유서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다. 관계인들의 각 진술내용 검토
(1) 위 사건의 당사자로서 상피의자로 입건된 청구외 정○열은 위 사건 당일인 2001. 9. 13.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청계천 8가에 있는 사무실에서 맥주 1병과 소주 2병을 마시고 나서 택시를 타고 집 근처 큰길에 도착하여 집으로 가려다가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담배불 좀 빌려달라'고 하니까 이○준이 담뱃불을 붙여주길래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이○환(청구인)과 이○준이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무슨 말을 하였더니 이○환이 손바닥으로 저의 뺨을 4-5회 가량 때렸으며, 그러고 나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환으로부터 손바닥으로 뺨을 여러대 맞았고, 저의 왼쪽 엄지손가락을 비틀어서 삐었습니다. 이○환이 친구(이○준)와 대화하는데 제가 참견하였다는 이유로 저를 때린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항해서 이○환을 때린 사실이 없으며, 이○환의 얼굴에 난 상처는 왜 생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여 자신은 청구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맞았을 뿐 청구인을 때린 사실이 없다면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였고, 위 정○열이 위 사건 발생 다음날인 같은 해 9. 14. ○○신경외과 의사 김○준으로부터 발부받아 같은 해 9. 21. 담당경찰관에게 제출한 상해진단서에는 "상해부위 좌측 제1수지관절부 염좌상, 뇌진탕, 좌측 견관절부 좌상, 진단일 2001. 9. 14., 예상치료기간 2001. 9. 14.부터 2주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 후 위 정○열은 같은 해 11. 2. 청구인에게 합의금 18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위 사건에 관하여 합의를 하고, 같은 날 경찰에서 피의자로 제2회 조사를 받으면서 "이○환(청구인)이 저의 뺨을 때리고 손가락을 비튼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이○환의 얼굴을 주먹으로 1대 때린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진술하여 자신의 범행 일부를 시인하였으며, 그 때 청구인은 위 정○열과 대질조사를 받으면서 "제가 가해자로 되어 있는 것이 억울합니다. 저는 정○열은 때린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하고 조서에 서명날인을 거부하였으며(수사기록 48-51정, 정○열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한편 청구인과 위 정○열 사이에 작성된 합의서에 의하면 "정○열이 ○○ 정육점 안과 밖에서 이○환(청구인)을 폭행한데 대하여 정○열이 이○환에게 합의금 180만원을 주고 원만히 합의한다"라는 내용만이 기재되어 있고, 청구인이 위 정○열을 때린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수사기록 47정, 합의서).
(2) 위 사건의 목격자인 청구외 이○준은 위 사건 당일인 2001. 9. 13.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정육점 안에서 동료 직원인 이○환(청구인)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정○열이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와 담뱃불을 빌려달라고 하므로 담뱃불을 붙여 주었는데도 나가지 않고 '나 이동네 산다'고 하면서 술주정을 하며 대화를 방해하므로 제가 '그냥 가세요'라고 말하였으나 나가지 않고 계속하여 술주정을 하기에 제가 ‘원하시는게 뭐냐, 같이 술을 마셔야 되겠냐’라고 묻자, 정○열이 바로 그거다’고 말하였으며, 이에 이○환이‘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으니 셔터문을 내리고 가자’고 말하면서 정○열을 점포 바깥쪽으로 밀자 정○열이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1회 때려 입술이 터지게 하였습니다. 그 때 이○환이 정○열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것을 제가 말렸으며, 정○열이‘동네 사람인데 이렇게 문전박대를 해도 되느냐’고 하기에 저와 이○환이‘술 취하였으면 그냥 가세요’라고 하면서 서로 말다툼을 하였습니다. 그 후 이○환과 정○열이 언쟁을 하길래 제가 가운데 끼어서 말렸습니다. 그런데 이○환이 집에 가려고 오토바이를 타려고 하는데, 정○열이 달려들어 주먹으로 청구인의 얼굴을 4-5회 때렸으며, 그 때 이○환은 맞지 않으려고 팔을 흔들면서 뿌리쳤습니다. 그래서 제가 달려가서 두 사람을 말리고 보니까 이○환의 오른쪽 얼굴에 멍이 들고 부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열이 이○환으로부터 맞았다고 하는 것은 이○환이 맞지 않으려고 팔을 흔들면서 뿌리치다가 맞은 것을 폭행당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여 청구인이 위 정○열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고, 청구인은 위 정○열을 때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여(수사기록 11-14정, 이○준 참고인 진술조서), 청구인의 위 주장에 부합한다.
라.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청구외 정○열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을 뿐, 위 정○열을 때린 사실이 없다면서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위 사건의 목격자인 청구외 이○준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도 청구인의 변소와 일치하며, 청구인 및 위 이○준은 위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발단 및 진행경과 등에 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도 상세한 진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술내용에 있어서도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위 정○열의 진술은 동인이 사건당일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에는 사건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던 탓으로 사건의 발단이나 구체적인 진행경과 등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면서도 자신이 청구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였을 뿐 청구인을 때린 사실은 없다면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다가, 그 후 청구인과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서 제2회 조사를 받을 때에는 "제가 이○환의 얼굴을 주먹으로 1대 때린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진술을 변경하여 일관성이 없는 데다가 진술내용이 목격자인 위 이○준의 진술과도 배치되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합리적인 근거없이 청구인의 변소 및 위 이○준의 진술을 배척하고, 청구인과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상대방 피의자인 위 정○열의 진술만으로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수사미진이거나 편파수사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해진단서는 가해자의 상해사실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증거에 의하여 가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가해행위로 인한 상해의 부위 및 정도의 점에 대한 증거가 되는데 불과한 것이며(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도852 판결 등),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이 위 정○열을 때린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위 정○열이 제출한 상해진단서 역시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청구인 및 청구외 이○준의 각 일관된 진술내용, 합의서의 기재내용, 그리고 위 정○열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 및 상해죄로 벌금형을 7회, 기소유예처분을 1회 받은 전력이 있고, 그밖에 폭행죄 및 공무집행방해죄로 2회 입건되는 등으로 수사기관에서 수회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상처를 입었다는 위 정○열의 주장은 상대방인 청구인을 피의자로 입건되게 함으로써 자신의 형사책임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한 허위의 진술일 가능성이 있어 보이며, 위 정○열이 제출한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내용 역시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여 생긴 상처라기 보다는 위 정○열이 술에 취한 상태로 청구인을 주먹으로 가격하다가 잘못하여 스스로 입은 상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그러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마땅히 청구인 및 위 이○준, 정○열 등 사건관계인들을 직접 조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연 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마. 그렇다면,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혐의가 있다고 단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데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이거나 또는 법률의 적용 및 증거판단에 있어서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여지고, 이로 말미암아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것이다.
3. 결 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02. 9. 19.
재 판 장 재 판 관 윤 영 철
주 심 재 판 관 한 대 현
재 판 관 하 경 철
재 판 관 김 영 일
재 판 관 권 성
재 판 관 김 효 종
재 판 관 김 경 일
재 판 관 송 인 준
재 판 관 주 선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