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바62

형법 제35조 제1항 등 위헌소원

결정일: 2021년 9월 30일

결정 전문

사 건 2020헌바62 형법 제35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청 구 인 김○○
국선대리인 변호사 성승환
당 해 사 건 대법원 2019도14699 상해등
[주 문]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및 형법(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청구인은 2015. 10. 14.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협박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6. 5. 16.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는데, 2018. 3. 20.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폭행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8. 11. 9. 징역 1년 2월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8고단3853). 청구인은 위 판결에 항소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었다(수원지방법원 2018노7327).
청구인은 상고한 뒤 상고심(대법원 2019도14699) 계속 중 형법 제35조, 제62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대법원 2019초기1036)을 하였는데, 2020. 1. 3. 상고가 기각되면서 위 신청도 기각되자, 2020. 1. 2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이하 ‘누범조항’이라 한다) 및 형법(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된 것) 제62조 제1항 단서(이하 ‘집행유예 결격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아래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고, 2020. 12. 8. 법률 제175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누범) 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어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는 누범으로 처벌한다.
②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
형법(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된 것)
제62조(집행유예의 요건) 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다만,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범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청구인의 주장
누범조항이 범행의 행위 태양, 동기 및 피해 법익 등을 고려하지 않고 누범을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행위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책임주의 원칙, 일사부재리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종전의 범행 전력이 당해 사건과 유사한 것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명확성원칙, 책임주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하고, 법관의 양형재량을 침해하며,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누범조항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누범조항이 일사부재리원칙이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헌재 1995. 2. 23. 93헌바43; 헌재 2011. 5. 26. 2009헌바63등; 헌재 2011. 12. 29. 2011헌바284; 헌재 2013. 3. 21. 2012헌바215; 헌재 2013. 9. 26. 2012헌바262등; 헌재 2018. 8. 30. 2017헌바365등; 헌재 2019. 2. 28. 2018헌바8), 그 중 2017헌바365등 및 2018헌바8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일사부재리원칙 위반 여부
누범조항이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하여 형벌을 받았음에도 그 형벌의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행을 하였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았음에도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에는 전범도 후범과 일괄하여 다시 처벌한다는것은 아님이 명백하다.
누범조항의 누범은 전범에 대하여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른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요건, 즉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만을 누범으로 하고 있으며, 그 형도 장기만을 가중하고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므로 전범은 양형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일 뿐, 전범 자체가 심판의 대상이 되어 다시 처벌받기 때문에 형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누범조항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책임주의 원칙 및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1)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범죄인이 전범에 대한 형벌에 의하여 주어진 경고기능을 무시하고 후범의 실현을 통하여 범죄추진력이 보다 강화되어 행위책임이 가중되기 때문이고, 나아가 재범예방이라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누범조항이 행위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누범조항은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누범가중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전범과 후범이 모두 법정형이 아닌 선고형으로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전범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가 있었던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의 집행종료 또는 면제까지 요구하는 한편, 전범과 후범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3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형의 장기만을 2배 가중하는 형태로 법정형의 폭을 넓히고 있을 뿐 양형실무에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의 단기는 가중하지 아니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후범이 경미한 범죄인 경우에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고 이 경우 누범조항은 적용되지 아니하며, 또한 형의 단기는 그대로 둔 채 장기만을 가중하고 있으므로 비록 후범이 형식적으로는 누범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심리결과 실질적으로는 전 판결의 경고를 무시하고 범죄추진력이 강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의 경우에는 얼마든지 원래 형의 최하한을 선고할 수 있다.
결국 누범조항은 누범가중의 요건과 정도를 적절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평등원칙 위반 여부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또는 불평등은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누범을 가중처벌하는 것은 전범에 대한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무시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누범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높고, 누범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여 범죄예방 및 사회방위의 형사정책적 고려에 기인한 것이어서 합리적 근거 있는 차별이라 볼 것이다.
따라서 누범조항이 자의적이고 불균형한 처벌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2)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그대로 타당하고,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은 형벌과 관련된 과잉금지원칙의 특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누범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 침해 주장도 이유 없다(헌재 2013. 9. 26. 2012헌바262등; 헌재 2019. 2. 28. 2018헌바8 참조).

나. 집행유예 결격조항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집행유예 결격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구법조항이 평등원칙이나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바 있는데(헌재 1998. 12. 24. 97헌바62등; 헌재 2003. 1. 30. 2002헌바53; 헌재 2005. 6. 30. 2003헌바49등; 헌재 2013. 9. 26. 2012헌바275; 헌재 2019. 2. 28. 2018헌바8), 그 중 2012헌바275 및 2018헌바8 결정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평등원칙 위반 여부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행유예제도는 형사정책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서, 그 집행유예의 결격사유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범죄자에 대한 교정처우의 실태, 범죄발생의 추이 및 범죄억제를 위한 형사정책적 판단, 형벌법규에 규정된 법정형의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다. 그런데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재범자를 초범자에 비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재범방지의 한 방법이 된다는 판단 하에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 재범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를 할 수 있게 규정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합리적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책임주의 원칙 위반 여부
1) 집행유예제도는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막고 범죄인의 자발적 개선을 통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적정한 형벌권 행사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초범자나 과거의 범죄일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난 자에 한하여 집행유예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 있다.

2)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결격사유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 정함으로써 전범이 비교적 무겁지 아니한 자격상실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범행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후 3년까지의 기간에 행한 범죄’의 경우만을 집행유예 결격사유로 정함으로써, 단기자유형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집행유예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입법을 하고 있다.

3) 한편, 집행유예제도는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 일정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제도이나 형을 집행하지 않고 피고인을 사회에 복귀시키는 대신 앞으로 재범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측면도 있는바, ‘판결 후 재범방지’라는 경고적 기능을 무시한 경우에는 다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도록 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법자의 형사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 결격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과를 피고인이 그 이후에 행한 범죄에 관한 형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후에 행한 범죄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하지 못하는 요소로 작용시킬 뿐이므로, 피고인이 후에 행한 범죄와 관련한 책임주의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4) 따라서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를 규정하여 책임주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선례변경의 필요성 여부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견해는 그대로 타당하고,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없다.
청구인은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 내용은 평등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과 관련된 것일 뿐이고, 명확성원칙에 고유한 구체적 주장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집행유예 결격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거나 법관의 양형재량을 침해한다는 청구인의 주장 역시 책임주의 원칙 위반을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헌재 2013. 9. 26. 2012헌바262등; 헌재 2019. 2. 28. 2018헌바8 참조).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