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바448
형법 제348조의2 위헌소원
결정일: 2021년 10월 28일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 중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올바르지 아니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서 권한이 없거나 사용규칙ㆍ방법에 위반한 일체의 이용 방식 내지 수단을 뜻하고,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은 특정 유료자동설비의 이용을 위해 당해 유료자동설비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할 것으로 정해진 통상의 요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일체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타 유료자동설비’란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일정한 급부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또는 자동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문언의 의미를 뛰어넘지 않는 한 정보기술 등의 변화 및 발전 상황에 따라 법관의 보충적 해석 작용에 의해 충분히 탄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참조조문
형법(2001. 12. 29. 법률 제6543호로 개정된 것) 제347조의2
결정 전문
사 건 2019헌바448 형법 제348조의2 위헌소원
청 구 인 허○○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창열
당 해 사 건 대법원 2019도13148 편의시설부정이용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10. 5.경 서울 ○○구 ○○로 (지번생략) 지하철 ○○역 ○호선 ‘라’ 승강장에 있는 유료자동설비인 자동개찰구에서, 성인이용 지하철 요금인 1,350원을 지불하고 승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불하지 아니한 채, 만 65세 이상의 국민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경로우대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개찰구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부정하게 전동차에 승차한 것을 비롯하여, 2018. 10. 22.까지 총 10회에 걸쳐 합계 13,500원의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부정 승차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9. 4. 18.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963).
나. 청구인의 항소는 2019. 8. 29.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노1275),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대법원 2019도13148) 형법 제348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9초기981), 2019. 11. 14. 상고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9. 11. 18. 형법 제348조의2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편의시설부정이용)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2001. 12. 29. 법률 제6543호로 개정된 것)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열거하지 않고 단순히 ‘부정한 방법’이라고만 규정하여 수범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상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부정한 방법’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용어로만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결과, 법원은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증표나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 역시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대가가 지급되는 방식 등을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법원은 유사한 사건들에서도 결론을 달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 중 ‘기타 유료자동설비’ 부분의 경우 과학기술의 발달, 지급방식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현재 그 개념이 심판대상조항의 신설 당시와는 현저히 달라져 사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이를 개정하지 않아 법원은 이 부분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 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0. 3. 25. 2009헌가2 참조).
한편, 처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때는 당해 특정조항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입법목적·입법연혁·당해 법률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련 법조항 전체를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참조).
(2) 심판대상조항에서의 ‘부정한 방법’의 사전적 의미는 ‘정당하지 않은 또는 올바르지 않은 방법’을 뜻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사기의 장에 규정되어 있는데 사기죄의 본질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참조).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에서의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구성원들이 거래관계에서 널리 인정하고 허용하는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신의칙에 반하고 올바르지 않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하면서 ‘부정한 방법’의 행위 태양이나 수단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여기서의 ‘부정한 방법’은 유료자동설비를 권한 없이 이용하거나 사용규칙·방법에 위반하여 이용하는 방식 내지 수단 일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이라는 용어는 여러 법률들의 형벌조항에서도 구성요건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와 같은 형벌조항들에서 쓰인 ‘부정한 방법’을 해석함에 있어 당해 형벌조항의 문언과 다른 법률조항들과의 체계적 구조,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이를 통상적으로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행위 내지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3829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5도3394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취지 및 ‘부정한 방법’에 대한 대법원의 일반적인 해석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올바르지 아니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서 권한이 없거나 사용규칙·방법에 위반한 일체의 이용 방식 내지 수단을 뜻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3) 심판대상조항 중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에서의 ‘대가’란 사전적 의미로서 ‘일정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지불하는 금전적 수단’을 말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여기서의 ‘대가’란 이러한 자동판매기 등을 이용하기 위하여 당해 자동판매기 등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이미 정해진 요금임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대가’가 지급되는 방식이나 시점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유료자동설비 제작 기술의 발달과 결제수단 및 방법의 다양화·첨단화로 인해 비단 현금이 아닌 그 밖의 여러 다양한 결제수단 등을 통해서도 ‘대가’의 지급이 가능한 점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심판대상조항 중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은 특정 유료자동설비의 이용을 위해 당해 유료자동설비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할 것으로 정해진 통상의 요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일체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3625 판결 참조).
(4) 마지막으로 심판대상조항 중 ‘기타 유료자동설비’는 이른바 예시적 입법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시적 입법형식에 있어서 일반조항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재량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어긋나므로 예시적 입법형식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자동판매기, 공중전화’를 편의시설부정이용죄의 객체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판매기는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요금을 지급하면 승차권, 음식물, 기타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무인의 자동편의시설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공중전화도 불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요금을 지급할 경우 통화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설비를 일컫는다. 이처럼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는 모두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물건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유료의 무인 내지 자동 설비에 해당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예시하는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해석함에 있어 ‘불특정 다수인에 의한 이용 가능성’, ‘대가성’, ‘무인 내지 자동 설비’라는 공통의 유용한 판단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기타 유료자동설비’는 이와 같은 자동판매기나 공중전화라는 시설 내지 설비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임은 그 문언상 명백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기타 유료자동설비’란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일정한 급부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또는 자동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정보기술의 발달, 자동결제시스템의 등장 등으로 인해 유료자동설비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첨단화되는 현실에서 유료자동설비의 유형 및 기준 등을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구체적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유료자동설비라는 개념은 그 문언의 의미를 뛰어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정보기술 등의 변화 및 발전 상황에 따라 법관의 보충적 해석 작용에 의해 충분히 탄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5) 이와 같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 중 ‘유료자동설비’를 ‘동전을 투입하면 작동하고 동전을 지급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단순 기계 설비’만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유료자동설비는 현재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사문화됨에 따라 삭제되어야 함에도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결과, 법원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기술의 발달, 결제시스템의 다양화·첨단화 등으로 인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예시하고 있는 자동판매기나 공중전화의 경우에도 현금뿐 아니라 신용카드와 같은 다른 결제수단에 의하여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원이 자동편의시설의 부정 이용이 문제된 여러 사건들에서 때로는 심판대상조항을, 때로는 형법 제347조의2에서 규정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적용하는 등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그 행위 객체 및 행위 태양, 부정 이용의 결과로서 취득한 것이 재물인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인지 여부 등과 같은 구성요건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의 도입을 통해 유료자동설비를 부정하게 이용함으로써 재산침해를 야기한 행위를 형법상의 다른 사기 범죄들보다 가볍게 처벌하려는 입법취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보면, 구체적 사건들에서 어느 조항이 적용될 것인지는 법원이 각 형벌조항의 구성요건과 입법취지, 피해액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청 구 인 허○○
국선대리인 변호사 손창열
당 해 사 건 대법원 2019도13148 편의시설부정이용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2018. 10. 5.경 서울 ○○구 ○○로 (지번생략) 지하철 ○○역 ○호선 ‘라’ 승강장에 있는 유료자동설비인 자동개찰구에서, 성인이용 지하철 요금인 1,350원을 지불하고 승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불하지 아니한 채, 만 65세 이상의 국민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경로우대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개찰구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부정하게 전동차에 승차한 것을 비롯하여, 2018. 10. 22.까지 총 10회에 걸쳐 합계 13,500원의 지하철 요금을 지불하지 않고 부정 승차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2019. 4. 18.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고단963).
나. 청구인의 항소는 2019. 8. 29.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9노1275),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대법원 2019도13148) 형법 제348조의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9초기981), 2019. 11. 14. 상고 및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9. 11. 18. 형법 제348조의2에 대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48조의2(편의시설부정이용) 부정한 방법으로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관련조항]
형법(2001. 12. 29. 법률 제6543호로 개정된 것)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심판대상조항은 구체적인 행위 태양을 열거하지 않고 단순히 ‘부정한 방법’이라고만 규정하여 수범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상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부정한 방법’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용어로만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결과, 법원은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증표나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 역시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하는 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은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대가가 지급되는 방식 등을 불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법원은 유사한 사건들에서도 결론을 달리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 중 ‘기타 유료자동설비’ 부분의 경우 과학기술의 발달, 지급방식의 다양화 등으로 인해 현재 그 개념이 심판대상조항의 신설 당시와는 현저히 달라져 사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는 이를 개정하지 않아 법원은 이 부분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4.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게끔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서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 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0. 3. 25. 2009헌가2 참조).
한편, 처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때는 당해 특정조항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입법목적·입법연혁·당해 법률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련 법조항 전체를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참조).
(2) 심판대상조항에서의 ‘부정한 방법’의 사전적 의미는 ‘정당하지 않은 또는 올바르지 않은 방법’을 뜻한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사기의 장에 규정되어 있는데 사기죄의 본질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참조).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에서의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구성원들이 거래관계에서 널리 인정하고 허용하는 정상적인 방식이 아닌, 신의칙에 반하고 올바르지 않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부정한 방법으로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하면서 ‘부정한 방법’의 행위 태양이나 수단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여기서의 ‘부정한 방법’은 유료자동설비를 권한 없이 이용하거나 사용규칙·방법에 위반하여 이용하는 방식 내지 수단 일체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이라는 용어는 여러 법률들의 형벌조항에서도 구성요건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대법원은 이와 같은 형벌조항들에서 쓰인 ‘부정한 방법’을 해석함에 있어 당해 형벌조항의 문언과 다른 법률조항들과의 체계적 구조,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이를 통상적으로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행위 내지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3829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5도3394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의 문언과 체계, 입법취지 및 ‘부정한 방법’에 대한 대법원의 일반적인 해석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 중 ‘부정한 방법’이란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올바르지 아니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서 권한이 없거나 사용규칙·방법에 위반한 일체의 이용 방식 내지 수단을 뜻하는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다.
(3) 심판대상조항 중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에서의 ‘대가’란 사전적 의미로서 ‘일정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지불하는 금전적 수단’을 말한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은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자동판매기, 공중전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이용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여기서의 ‘대가’란 이러한 자동판매기 등을 이용하기 위하여 당해 자동판매기 등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하는 이미 정해진 요금임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대가’가 지급되는 방식이나 시점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유료자동설비 제작 기술의 발달과 결제수단 및 방법의 다양화·첨단화로 인해 비단 현금이 아닌 그 밖의 여러 다양한 결제수단 등을 통해서도 ‘대가’의 지급이 가능한 점 등을 함께 고려해보면, 심판대상조항 중 ‘대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부분은 특정 유료자동설비의 이용을 위해 당해 유료자동설비의 제공자 내지 소유자에 대하여 지급할 것으로 정해진 통상의 요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하는 일체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대법원 2001. 9. 25. 선고 2001도3625 판결 참조).
(4) 마지막으로 심판대상조항 중 ‘기타 유료자동설비’는 이른바 예시적 입법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예시적 입법형식에 있어서 일반조항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관의 재량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 자의적인 해석을 통하여 그 적용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어긋나므로 예시적 입법형식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려면 예시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을 내포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일반조항 자체가 그러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개념이어야 한다(헌재 2009. 3. 26. 2007헌바72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자동판매기, 공중전화’를 편의시설부정이용죄의 객체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자동판매기는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요금을 지급하면 승차권, 음식물, 기타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무인의 자동편의시설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공중전화도 불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요금을 지급할 경우 통화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설비를 일컫는다. 이처럼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는 모두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물건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유료의 무인 내지 자동 설비에 해당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예시하는 자동판매기와 공중전화는 ‘기타 유료자동설비’를 해석함에 있어 ‘불특정 다수인에 의한 이용 가능성’, ‘대가성’, ‘무인 내지 자동 설비’라는 공통의 유용한 판단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기타 유료자동설비’는 이와 같은 자동판매기나 공중전화라는 시설 내지 설비를 포괄할 수 있는 개념임은 그 문언상 명백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기타 유료자동설비’란 불특정 다수인이 정해진 대가를 지급하면 일정한 급부를 제공받을 수 있는 무인 또는 자동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정보기술의 발달, 자동결제시스템의 등장 등으로 인해 유료자동설비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첨단화되는 현실에서 유료자동설비의 유형 및 기준 등을 입법자가 일일이 세분하여 구체적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 유료자동설비라는 개념은 그 문언의 의미를 뛰어넘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정보기술 등의 변화 및 발전 상황에 따라 법관의 보충적 해석 작용에 의해 충분히 탄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5) 이와 같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고, 법관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한 판단
(1)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 중 ‘유료자동설비’를 ‘동전을 투입하면 작동하고 동전을 지급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단순 기계 설비’만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유료자동설비는 현재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사문화됨에 따라 삭제되어야 함에도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결과, 법원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기술의 발달, 결제시스템의 다양화·첨단화 등으로 인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예시하고 있는 자동판매기나 공중전화의 경우에도 현금뿐 아니라 신용카드와 같은 다른 결제수단에 의하여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한 사실에 비추어보면,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2)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원이 자동편의시설의 부정 이용이 문제된 여러 사건들에서 때로는 심판대상조항을, 때로는 형법 제347조의2에서 규정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적용하는 등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그 행위 객체 및 행위 태양, 부정 이용의 결과로서 취득한 것이 재물인지 또는 재산상의 이익인지 여부 등과 같은 구성요건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점, 심판대상조항의 도입을 통해 유료자동설비를 부정하게 이용함으로써 재산침해를 야기한 행위를 형법상의 다른 사기 범죄들보다 가볍게 처벌하려는 입법취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보면, 구체적 사건들에서 어느 조항이 적용될 것인지는 법원이 각 형벌조항의 구성요건과 입법취지, 피해액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