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1헌마78
불기소처분취소
결정일: 2021년 11월 25일
결정요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에 따르면 피의자가 만취한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피의자는 일관하여 청구인을 귀가시키기 위하여 차량에 태웠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만취하여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의자가 청구인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의자가 청구인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참조조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76조 제1항
결정 전문
사 건 2021헌마78 불기소처분취소
청 구 인 오○○
대리인 변호사 김영범, 김장원, 이은비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10. 28.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20년 형제24199호 사건에서 피의자 강○○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28. 피의자 강○○(이하 ‘피의자’라 한다)의 감금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20년 형제24199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20. 9. 22. 04:30경 대구 ○○구 ○○로 (지번 생략) ‘○○’ 식당 앞 노상에서 만취한 청구인을 발견하고 자신이 운행하던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 차량을 정차한 뒤, 청구인을 위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그 후 같은 날 04:35경 대구 ○○구 ○○로 (지번 생략) ○○파크뷰 ○동 앞 노상까지 약 1.1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하차를 하려고 하는 청구인의 가슴과 목 사이를 팔로 누르면서 못 일어나게 하는 등으로 청구인을 감금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 14.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불기소처분 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도 충분히 피의자의 감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청구인이 수사 과정에서 상해 결과의 발생에 대하여 주장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은 그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아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 사안의 중대성ㆍ심각성을 고려하여 볼 때 추가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명백하고, 청구인이 수사 과정에서 누차 그러한 요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였는바, 이는 결과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에 해당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지위 및 관계
청구인은 사건 당시 29세의 여성으로, 직업은 ○과의사다. 피의자는 사건 당시 59세의 남성으로, 직업이 없다. 피의자는 급성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후 뇌병변 장애(경증)가 있다. 청구인과 피의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다.
(2) 사건의 발생
청구인은 2020. 9. 21. 저녁에 대구 ○○로 부근에서 후배들과 만나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대구 ○○구 ○○공원네거리에 다음날 오전 4시 16분경 하차하였다. 청구인은 남자친구 집에 ○○공원 방면 대로변 쪽으로 혼자 걸어가다가 ‘○○’ 식당 앞에서 힘이 들어 쭈그려 앉았고, 순간 술기운이 올라 정신을 잃었다.
한편, 피의자는 2020. 9. 22. 오전 4시 36분경 대구 ○○구 ○○공원네거리를 지나 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청구인을 보고 정차한 후 하차하였다. 피의자는 청구인에게 다가가 청구인을 부축하여 조수석에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에 탑승하여 차량을 운행하였다.
사건 발생 당시 근처에 있던 한 남성은 "쉐보레 ○○호 흰색차량이 만취 여성을 태워 가는 것을 봤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하였다.
(3) 사건의 진행 및 종결
피의자는 계속 직진하다가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정차할 때까지 약 1.1㎞를 운행하였다. 청구인이 운행 도중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고 하자 피의자는 청구인의 상체를 눌러 앉혔다. 피의자는 차량을 정차시킨 후 청구인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1회 하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오전 4시 50분경 피의자의 차량 앞에 도착하자 청구인은 울면서 조수석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피의자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나. 쟁점
우선 피의자가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태우고 운행함으로써 감금이 성립하였는지 살펴보고, 설령 청구인의 승차 및 운행이 감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운행 도중 청구인이 하차하려는 시도를 피의자가 물리적으로 제지하고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감금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다. 청구인을 차량에 태우고 운행한 행위
(1) 구성요건 인정 여부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이와 같이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그 장해는 물리적, 유형적 장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 장해에 의하여서도 가능하고, 또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그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하며, 감금에 있어서의 사람의 행동의 자유의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5286 판결).
이 사건 수사기록에 있는 청구인의 진술과 신고자의 진술 및 CCTV 영상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의자는 청구인이 만취하여 걸어갈 때부터 차량을 도로에 정차하여 약 40초간 청구인이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청구인이 쭈그려 앉자 잠시 후 하차하였다. 피의자는 청구인에게 다가가 잠시 말을 건넨 후 청구인을 뒤에서 양 겨드랑이에 양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 부축하여 차량으로 데리고 갔다. 피의자는 오른팔로 청구인을 부축한 채 왼손으로 조수석 문을 열고 청구인을 들어 조수석에 탑승시킨 후 조수석 쪽으로 상체를 숙여 밀어 넣고 약 15초간 청구인의 자세를 정돈하였으며, 청구인의 다리가 차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피의자가 청구인 다리를 차 안으로 넣었다. 이후 피의자는 운전석에 탑승하여 차량을 약 1.1㎞ 운행하였다.
이와 달리, 청구인이 쭈그려 앉아 있다가 스스로 식당 벽을 짚고 섰고 그 때 넘어질 것 같아서 피의자가 좌측 팔로 부축하였고, 청구인이 자기 발로 피의자 차량에 걸어와 조수석에 스스로 올라탔으며, 다리 한 쪽이 차 밖에 있어 문을 닫지 못한다고 말하니 청구인이 스스로 다리를 차 안으로 옮겼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위와 같은 청구인과 신고자의 진술 그리고 특히 CCTV 영상증거와 배치되는 것으로서 믿기 어렵다.
청구인은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으나 차량까지 간 것은 기억이 없고 정신을 차려보니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CCTV 영상에 따르면 피의자가 청구인을 부축하여 차량으로 가는 동안 청구인의 몸이 뒤로 넘어가 있는 등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신고자 역시 신고 당시 여자가 만취하여 몸을 못 가눈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피의자는 청구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하여 청구인을 차량에 탑승시킨 것이 인정된다. 피의자가 청구인에게 "집에 데려다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예"라고 대답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청구인의 진정한 의사 표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의자가 만취한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피청구인은 피의자가 청구인을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으나,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판단으로 보인다.
(2) 고의 인정 여부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하여 청구인을 피의자의 차량에 태운 것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피의자는 일관하여 ‘청구인을 귀가시키기 위하여 청구인의 동의하에 차량에 태우고 청구인이 말해 준 청구인의 집 쪽으로 운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청구인은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탑승 동의 여부를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피의자는 힘을 잃고 늘어진 청구인을 온전히 피의자의 힘으로 조수석에 탑승시켰다. 또한 피의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의자는 청구인의 정확한 집 주소를 모르는 채 청구인을 일단 차에 태운 것이고, 피의자는 청구인의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정차 중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리고 만취하여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의 귀가를 도우려고 했다는 등으로 변명하며 감금의 고의를 부정하는 피의자의 진술은 사건 전후 정황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험칙에 반하여 믿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에게는 감금의 고의가 인정된다.
(3) 소결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청구인을 차에 태워 일정 거리를 이동한 경우 이미 감금죄의 기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청구인의 하차 시도를 제지한 행위가 감금죄를 구성하는지 살펴본다.
라. 청구인의 하차 시도를 제지한 행위
(1) 구성요건 인정 여부
앞서 본 것처럼, 피의자의 차량 운행 도중 청구인이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고 하자 피의자가 청구인의 상체를 눌러 앉히는 등으로 힘을 가하여 하차를 제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의자 차량 블랙박스에서 주행 중 급제동이나 급차로 변경 등 이상 사항을 발견할 수는 없으나, 위 하차 제지 행위는 신호 대기 등 정차 중에도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위와 같은 제지행위가 있었음을 피의자와 청구인이 모두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실인정에 방해가 될 수 없다.
또한 피의자는 청구인이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할 의도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으므로, 감금의 고의가 인정된다. 다만 그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2) 정당행위 여부
청구인은 ‘모르는 사람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직후 조수석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서 나가려고 했으나, 피의자가 팔로 청구인 목과 가슴 사이를 눌러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고, 그 이후로 무서워서 더 이상 내리려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이에 대하여 피의자는 ‘청구인이 차량 운행 중 내리려고 하자 위험해서 이를 제지한 것일 뿐이고, 이후 곧바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청구인에게 갈 테면 가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리고 정차 후 청구인이 담배를 달라고 하여 차량 안에서 서로 담배를 피웠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의자가 정차 후 곧바로 청구인의 턱을 강하게 잡고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하였다는 점, 피의자는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종전 진술이 있음에도 거짓말을 하며 부인하다가 추궁을 당하자 범의를 인정한 점, 피의자는 차량에 탑승시킨 경위에 대해서도 청구인이 스스로 걸어가 차량에 탑승하였다는 등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로 일관한 점에 비추어 보면, 하차 제지 행위는 오로지 청구인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하차 제지 후 청구인이 자유롭게 하차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정차 후 청구인이 먼저 피의자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여 서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은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밀폐된 공간인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청구인의 진술과도 맞지 않고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가 청구인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소결
청구인과 신고자의 진술 및 CCTV 영상 증거만으로 피의자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반하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감금죄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차량 탑승 시에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감금죄의 구성요건으로 본 피청구인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의 감금 행위 및 그 고의 여부에 대한 피청구인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청 구 인 오○○
대리인 변호사 김영범, 김장원, 이은비
피 청 구 인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0. 10. 28.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20년 형제24199호 사건에서 피의자 강○○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0. 10. 28. 피의자 강○○(이하 ‘피의자’라 한다)의 감금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2020년 형제24199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20. 9. 22. 04:30경 대구 ○○구 ○○로 (지번 생략) ‘○○’ 식당 앞 노상에서 만취한 청구인을 발견하고 자신이 운행하던 (자동차등록번호 생략) ○○ 차량을 정차한 뒤, 청구인을 위 차량 조수석에 태웠다.
그 후 같은 날 04:35경 대구 ○○구 ○○로 (지번 생략) ○○파크뷰 ○동 앞 노상까지 약 1.1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하차를 하려고 하는 청구인의 가슴과 목 사이를 팔로 누르면서 못 일어나게 하는 등으로 청구인을 감금하였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및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1. 14.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불기소처분 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도 충분히 피의자의 감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청구인이 수사 과정에서 상해 결과의 발생에 대하여 주장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은 그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아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 사안의 중대성ㆍ심각성을 고려하여 볼 때 추가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명백하고, 청구인이 수사 과정에서 누차 그러한 요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였는바, 이는 결과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에 해당한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지위 및 관계
청구인은 사건 당시 29세의 여성으로, 직업은 ○과의사다. 피의자는 사건 당시 59세의 남성으로, 직업이 없다. 피의자는 급성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후 뇌병변 장애(경증)가 있다. 청구인과 피의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다.
(2) 사건의 발생
청구인은 2020. 9. 21. 저녁에 대구 ○○로 부근에서 후배들과 만나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대구 ○○구 ○○공원네거리에 다음날 오전 4시 16분경 하차하였다. 청구인은 남자친구 집에 ○○공원 방면 대로변 쪽으로 혼자 걸어가다가 ‘○○’ 식당 앞에서 힘이 들어 쭈그려 앉았고, 순간 술기운이 올라 정신을 잃었다.
한편, 피의자는 2020. 9. 22. 오전 4시 36분경 대구 ○○구 ○○공원네거리를 지나 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청구인을 보고 정차한 후 하차하였다. 피의자는 청구인에게 다가가 청구인을 부축하여 조수석에 태우고, 자신은 운전석에 탑승하여 차량을 운행하였다.
사건 발생 당시 근처에 있던 한 남성은 "쉐보레 ○○호 흰색차량이 만취 여성을 태워 가는 것을 봤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하였다.
(3) 사건의 진행 및 종결
피의자는 계속 직진하다가 ○○네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정차할 때까지 약 1.1㎞를 운행하였다. 청구인이 운행 도중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고 하자 피의자는 청구인의 상체를 눌러 앉혔다. 피의자는 차량을 정차시킨 후 청구인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1회 하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오전 4시 50분경 피의자의 차량 앞에 도착하자 청구인은 울면서 조수석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피의자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나. 쟁점
우선 피의자가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태우고 운행함으로써 감금이 성립하였는지 살펴보고, 설령 청구인의 승차 및 운행이 감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운행 도중 청구인이 하차하려는 시도를 피의자가 물리적으로 제지하고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감금에 해당하는지 살펴본다.
다. 청구인을 차량에 태우고 운행한 행위
(1) 구성요건 인정 여부
감금죄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여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는 죄로서 이와 같이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하는 그 장해는 물리적, 유형적 장해뿐만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 장해에 의하여서도 가능하고, 또 감금의 본질은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그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어서 유형적인 것이거나 무형적인 것이거나를 가리지 아니하며, 감금에 있어서의 사람의 행동의 자유의 박탈은 반드시 전면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5286 판결).
이 사건 수사기록에 있는 청구인의 진술과 신고자의 진술 및 CCTV 영상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의자는 청구인이 만취하여 걸어갈 때부터 차량을 도로에 정차하여 약 40초간 청구인이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청구인이 쭈그려 앉자 잠시 후 하차하였다. 피의자는 청구인에게 다가가 잠시 말을 건넨 후 청구인을 뒤에서 양 겨드랑이에 양 손을 넣어 일으켜 세워 부축하여 차량으로 데리고 갔다. 피의자는 오른팔로 청구인을 부축한 채 왼손으로 조수석 문을 열고 청구인을 들어 조수석에 탑승시킨 후 조수석 쪽으로 상체를 숙여 밀어 넣고 약 15초간 청구인의 자세를 정돈하였으며, 청구인의 다리가 차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피의자가 청구인 다리를 차 안으로 넣었다. 이후 피의자는 운전석에 탑승하여 차량을 약 1.1㎞ 운행하였다.
이와 달리, 청구인이 쭈그려 앉아 있다가 스스로 식당 벽을 짚고 섰고 그 때 넘어질 것 같아서 피의자가 좌측 팔로 부축하였고, 청구인이 자기 발로 피의자 차량에 걸어와 조수석에 스스로 올라탔으며, 다리 한 쪽이 차 밖에 있어 문을 닫지 못한다고 말하니 청구인이 스스로 다리를 차 안으로 옮겼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위와 같은 청구인과 신고자의 진술 그리고 특히 CCTV 영상증거와 배치되는 것으로서 믿기 어렵다.
청구인은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으나 차량까지 간 것은 기억이 없고 정신을 차려보니 차량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CCTV 영상에 따르면 피의자가 청구인을 부축하여 차량으로 가는 동안 청구인의 몸이 뒤로 넘어가 있는 등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신고자 역시 신고 당시 여자가 만취하여 몸을 못 가눈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피의자는 청구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하여 청구인을 차량에 탑승시킨 것이 인정된다. 피의자가 청구인에게 "집에 데려다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예"라고 대답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청구인의 진정한 의사 표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의자가 만취한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피청구인은 피의자가 청구인을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으나,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판단으로 보인다.
(2) 고의 인정 여부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하여 청구인을 피의자의 차량에 태운 것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피의자는 일관하여 ‘청구인을 귀가시키기 위하여 청구인의 동의하에 차량에 태우고 청구인이 말해 준 청구인의 집 쪽으로 운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청구인은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탑승 동의 여부를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피의자는 힘을 잃고 늘어진 청구인을 온전히 피의자의 힘으로 조수석에 탑승시켰다. 또한 피의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의자는 청구인의 정확한 집 주소를 모르는 채 청구인을 일단 차에 태운 것이고, 피의자는 청구인의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정차 중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리고 만취하여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의 귀가를 도우려고 했다는 등으로 변명하며 감금의 고의를 부정하는 피의자의 진술은 사건 전후 정황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험칙에 반하여 믿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에게는 감금의 고의가 인정된다.
(3) 소결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청구인을 차에 태워 일정 거리를 이동한 경우 이미 감금죄의 기수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청구인의 하차 시도를 제지한 행위가 감금죄를 구성하는지 살펴본다.
라. 청구인의 하차 시도를 제지한 행위
(1) 구성요건 인정 여부
앞서 본 것처럼, 피의자의 차량 운행 도중 청구인이 정신이 돌아와 하차하려고 하자 피의자가 청구인의 상체를 눌러 앉히는 등으로 힘을 가하여 하차를 제지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의자 차량 블랙박스에서 주행 중 급제동이나 급차로 변경 등 이상 사항을 발견할 수는 없으나, 위 하차 제지 행위는 신호 대기 등 정차 중에도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위와 같은 제지행위가 있었음을 피의자와 청구인이 모두 인정하고 있으므로 사실인정에 방해가 될 수 없다.
또한 피의자는 청구인이 차량을 빠져나가지 못할 의도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으므로, 감금의 고의가 인정된다. 다만 그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2) 정당행위 여부
청구인은 ‘모르는 사람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직후 조수석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서 나가려고 했으나, 피의자가 팔로 청구인 목과 가슴 사이를 눌러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고, 그 이후로 무서워서 더 이상 내리려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이에 대하여 피의자는 ‘청구인이 차량 운행 중 내리려고 하자 위험해서 이를 제지한 것일 뿐이고, 이후 곧바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청구인에게 갈 테면 가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다. 그리고 정차 후 청구인이 담배를 달라고 하여 차량 안에서 서로 담배를 피웠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의자가 정차 후 곧바로 청구인의 턱을 강하게 잡고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하였다는 점, 피의자는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종전 진술이 있음에도 거짓말을 하며 부인하다가 추궁을 당하자 범의를 인정한 점, 피의자는 차량에 탑승시킨 경위에 대해서도 청구인이 스스로 걸어가 차량에 탑승하였다는 등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로 일관한 점에 비추어 보면, 하차 제지 행위는 오로지 청구인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하차 제지 후 청구인이 자유롭게 하차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정차 후 청구인이 먼저 피의자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여 서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은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밀폐된 공간인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청구인의 진술과도 맞지 않고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가 청구인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마. 소결
청구인과 신고자의 진술 및 CCTV 영상 증거만으로 피의자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반하는 피의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또한 감금죄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차량 탑승 시에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감금죄의 구성요건으로 본 피청구인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피의자의 감금 행위 및 그 고의 여부에 대한 피청구인의 판단에는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
청구인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리오해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