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19헌바87
구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 위헌소원 등
결정일: 2021년 12월 23일
결정요지
가. 이 사건 금지조항의 문언, 입법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조항은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의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
이 변질ㆍ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킨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영진의 판시사항 나.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ㆍ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2012년경부터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약화사고가 증가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약화사고가 증가하는 등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일정한 조건 하에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배달을 허용하거나 전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를 허용하는 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한다.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나.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
이 변질ㆍ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킨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지만,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영진의 판시사항 나. 부분에 관한 반대의견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ㆍ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2012년경부터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약화사고가 증가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약화사고가 증가하는 등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일정한 조건 하에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배달을 허용하거나 전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를 허용하는 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한다.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참조조문
헌법 제15조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제44조 제1항, 제50조 제3항, 제4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 제1항, 제44조 제1항, 제50조 제3항, 제4항
결정 전문
[당 사 자]
청 구 인1. 이○○(2019헌바87)
대리인 변호사 백선경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김기현 외 1인
2. 이□□(2020헌바409)
대리인 법무법인 동하 담당변호사 김동하 외 9인
당해사건1. 대구지방법원 2018노2784 약사법위반(2019헌바87)
2. 수원지방법원 2019노7116 약사법위반(2020헌바409)
[주 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 및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9헌바87
청구인은 경주시 ○○로 (지번 생략)에 있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다. 청구인은 2015. 11. 6.경 전화로 신경정신질환 환자의 질병, 증상 등을 상담한 후 택배를 이용하여 △△ 등 일반의약품을 배송
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18. 7. 18.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7고단705).
청구인과 검사는 모두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대구지방법원 2018노2784),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인 2018. 11. 21.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구지방법원 2018초기1777), 2019. 2. 1. 항소 및 제청신청이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2019. 2. 15. 제청신청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2019. 3. 4. 위 약사법 조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0헌바409
청구인은 수원시 ○○구에 있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다. 청구인은 2017. 8. 14.경부터 2018. 7. 19.경까지 군포○○병원으로부터 처방전을 메일로 송부 받아 의약품을 조제한 후 자신의 아들로 하여금 해당 의약품과 복약지도서를 배송하게 하는 등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 약사법을 위반한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19. 12. 5. 제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9고정1000). 청구인은 항소하고(수원지방법원 2019노7116),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과 제94조 제1항 제8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2020초기1358), 항소심 법원은 2020. 7. 20. 청구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20. 8. 15. 위 약사법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과 이 사건 처벌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87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8.제50조 제1항(제44조의5 제1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
[관련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약국 개설등록) ①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제44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 제47조, 제48조 및 제50조에서도 같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단서 생략)
제50조(의약품 판매) ③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④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2019헌바87
(1)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하여 법원마다 구체적 법률해석에 있어 차이가 있고,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리적으로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때에는 약국개설자가 소포 등으로 의약품을 우송할 수 있다고 본 보건복지부의 행정선례도 존재하는 등, 처벌대상인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결여되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2) 일반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사의 복약지도가 없더라도 약물의 오남용 가능성이 낮고,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은 택배를 이용한 의약품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3) 외국에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의 경우 해외직구가 가능한 반면, 이 사건 금지조항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에 관하여 택배배송을 통한 판매를
금지하여, 해외직구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을 차별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또한, 한약사의 경우 원외탕전실을 두고 한약을 제조하여 환자에게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허용된 반면,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의약품을 택배발송을 통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여, 한약사와 약국개설자를 차별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2020헌바409
(1)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2) 이 사건 금지조항이 약국개설자가 직원을 통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인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직업수행 방법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 다음,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이어서 검토한다.
(2) 한편, 청구인 이○○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에 관하여 택배배송을 통한 판매를 금지하여, 외국에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 등과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위 조항은 국산 의약품과 수입 의약품을 따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다만, 관세법 제94조 제4호, 관세법 시행규칙 제45조 제2항 제1호 본문,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제67조 [별표 11]에 따르면 의약품의 경우 총 6병(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까지는 자가사용으로 보아 관세 부담 없이 통관이 허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아니라 관세법의 규율에 따른 결과이므로 이러한 점만을 근거로 위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청구인 이○○는 한약사들의 경우 원외탕전실을 두고 한약을 제조하여 환자에게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허용된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택배 발송을 금지ㆍ처벌하여 한약사와 약국개설자를 차별 취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외탕전실은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의 부속시설일 뿐이어서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에 관한 이 사건 금지조항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또한, 한약이라고 하더라도 의약품에 해당한다면 약국개설자인 한약사로서는 이를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이 한약사인 약국개설자와 약사인 약국개설자를 달리 취급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금지조항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당해 법률의 체계 및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서 법률조항의 취지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한 법문의 해석으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헌재 2001. 6. 28. 99헌바31 참조).
(2) 판단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살피건대, ‘약국 이외의 장소’라 함은 말 그대로 약국, 즉 ‘약사가 수여할 목적으로 의약품 조제 업무를 하는 장소 및 개설자가 판매업을 겸하는 경우 그 판매업에 필요한 장소’(약사법 제2조 제3호 참조)가 아닌 그 밖의 장소를 의미한다. ‘의약품’이란 약사법의 정의규정에 의하여 그 범위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다(약사법 제2조 제4호 참조). 또한, ‘판매’란 상품을 일정한 값을 받고 파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약품의 판매에는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소비자로부터 의약품을 주문받고 인도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의약품이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하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전적으로 약국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즉, 판매과정의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등 의약품의 안전한 투약을 위한 입법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소한 행위가 약국 외에서 이루어지는 것까지 위 조항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이와 동일한 전제에서, 이 사건 금지조항에 따라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은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여(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42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39357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340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해석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이 사건 금지조항에서 말하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에서 약사법 위반의 피의사실에 관한 기소유예처분이 약국개설자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이 사건 금지조항과 내용이 동일한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은 1963년 약사법 전면개정 시부터 규정된 내용으로서, 의약품의 경우 사람의 질병의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에 사용되는 물품이라는 특성상 사용법과 사용량ㆍ투여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므로, 의약품이 약국에서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함으로써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ㆍ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키기 위한 것이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라고 할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이 정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2) 수단의 적합성
약국개설자가 약국 내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약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처방의 진위 여부 및 처방전상의 환자임을 확인한 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처방상의 용법 및 용량ㆍ부작용 등을 설명함에 있어 전화나 서면 등에 의한 간접적인 전달수단에 의한 경우보다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또한 의약품을 우편이나 택배 등 중간 매개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므로, 배송과정에서 적정한 보관상태가 유지되지 못하여 부패되거나 봉함이 훼손되어 공기 중의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지며, 의약품이 약사로부터 환자에게 직접 전달되므로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 따라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동 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3) 피해의 최소성
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절대적 금지사항이 아니고,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판매ㆍ전달한다면 배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오염ㆍ변질가능성, 약화사고시 책임소재의 불분명, 충분한 복약지도를 하지 못함에 따른 의약품의 오남용 문
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으므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제한하는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하지 않아 허용될 여지가 있다.
한편, 우편배달은 이미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가능성이 있는 점,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의 불분명하게 되는 점 등 위 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동일한 질환으로 여러 번 의약품을 구매한 환자, 당뇨 등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약품의 복용방법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낮은 노약자의 경우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통한 부작용의 우려가 일반인보다 더 높다는 점에서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처방하고 철저한 복약지도를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아울러 거동이 불편한 자라도 가족 등 대리인을 통하여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고, 보호자가 없는 독거노인 등에 대하여는 각 지역별 관할 보건소에서 방문보건대상관리자로 선정ㆍ등록하여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을 통한 진료 및 처방ㆍ투약활동을 하면서 환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수시로 방문하여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방문간호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환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약국개설자로부터 의약품을 우편 또는 택배로 받아야만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나) 또한, 의약품의 판매장소에 대한 제한은 이 법의 다른 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만일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약국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약사가 의약품에 대한 조제ㆍ판매의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개설을 허용하여 약사 아닌 자에 의하여 약국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구 약사법 제19조 제1항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고, 약사에 대하여 약국의 개설 없이도 인터넷 또는 전자상거래를 통하여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셈이 되어 약국개설등록제도를 둔 의미가 상실된다. 또한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행위를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어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구 약사법 전체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4) 법익의 균형성
법 제41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청구인이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됨에 따른 영업상의 불이익인바, 실제 약국개설자의 의약품판매활동은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동 조항으로 인한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위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은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앞서 살펴본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 이후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 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등 보건의료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이므로 의약품의 오남용 또는 변질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복약지도를 충실히 하고, 의약품의 변질ㆍ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며, 약화사고 시에도 그 책임소재를 신속히 파악하여 대처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나)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된 이래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별다른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일반의약품 중 안전성이 확보되어 부작용 염려가 덜한 제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이라고 하여 약화사고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 중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의 경우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1일 최대 복용량을 포장단위로 하여 판매되고 있고, 1회 판매 가능한 개수 역시 품목별로 1개의 포장단위로 제한되며, 개봉 판매는 금지된다(약사법 제44조의4 제3호, 제4호, 약사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3호). 그러나 이들 안전상비의약품은 소비자들의 활용도가 높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용법이나 주의사항 등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복용할 수 있어 위와 같은 소포장 판매 및 1회 판매 가능 횟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극히 예외적으로만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의약품에 더하여 일반의약품까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재에도 인터넷을 통한 향정신성의약품,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불법판매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바, 의약품 판매장소에 관한 제한이 없다면 의약품의 무절제한 유통과 복용에 따른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위조 처방전을 이용한 불법적 의약품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 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교부함에 있어 그 교부방식을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가 인정되고 있는데(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177호 참조),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약화사고 등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으므로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여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의약품 판매장소 내지 교부방식에 대한 제한이 한시적으로 완화된 때로부터 아직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 위와 같은 공고가 일선 약국 등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로 인한 약화사고 등 발생 추이가 어떠한지 등에 관한 공신력 있는 분석자료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의사ㆍ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전제로 할 때 실효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할 수 있으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 허용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고,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특수한 상황으로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라)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며, 의약품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거나 부정확하게 사용될 경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에 대해 의약품 공급의 신뢰성과 질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와 같은 의약품의 특수성으로부터 이를 다루는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제도 역시 파악될 필요가 있다. 즉, 약국업은 단순한 상거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것이며(헌재 2005. 3. 31. 2001헌바87 참조), 이를 수행하는 약국개설자는 단순히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약국업을 시행하는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20. 2. 27. 2017헌바422; 헌재 2020. 10. 29. 2019헌바249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공성을 지닌 공중보건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마)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나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법정의견이 설시한 것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이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여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인 점은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ㆍ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가 장기간 동일한 의약품을 구입하는 등 약화사고의 가능성이 낮은 경우나 약국이 많지 않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에는 택배서비스나 약국개설자에 의하여 고용된 종업원을 통하여 ‘일반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2) 이에 대하여, 오남용 우려가 적은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를 택배서비스나 약사의 관리ㆍ감독 하에 있는 종업원을 통해 배달ㆍ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이 발생하고,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게 되며,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 심판대상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012년경부터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여, 의약품 구입 장소 및 구입 시간 등과 관련한 소비자의 편익은 상당 부분 증대된 데 반해, 위와 같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인하여 약화사고 등이 증가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약화사고가 증가하는 등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후술하는 바와 같이, 약국개설자의 관리ㆍ감독 하에 있는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전달 등을 허용하거나 일정한 조건 하에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배달을 허용하는 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한다.
먼저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의약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실온보관하면 충분하고,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냉장보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용 냉장창고와 냉장배달 차량 등을 갖추고 있는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의약품을 배달한다면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현재에도 백신 등 일부 의약품의 배송은 이와 같은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약사가 직접 고용한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 배송의 경우 물류서비스를 통한 배송과 달리 당일 배송이 가능하므로 택배 등 물류서비스를 통한 의약품 배달에 비해서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은 더 낮다. 따라서 햇빛 차단 가림막 구비나 냉장상태의 배달 등을 조건으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복약지도’와 관련하여, 택배서비스나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전화나 화상통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 판매의 경우 관련 복약지도는 그 보호자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금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구나 현재 약국이 판매하는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한데, 일반의약품의 경우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약사법 제50조 제4항), 대면 복약지도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에 관하여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마지막으로 ‘배달사고 시 책임소재’의 불분명 우려와 관련하여서도, 제조물책임법과 제품의 리콜 제도를 통해 제조ㆍ판매업자의 과실 및 결함에 대한 책임은 제조ㆍ판매업자에게 부담시키고, 택배서비스를 통한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는 택배회사의 책임으로, 종업원을 통한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는 종업원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약국개설자의 책임으로 보아,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 족하다.
(3)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들의 편의성,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이미 상당한 범위의 의약품에 대하여 편의점,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에서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의약품을 구입한 후 이를 택배 등을 통해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온라인 약국 역시 제도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4)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그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이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충실히 달성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가 높지 않다.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함으로써 택배서비스나 약국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달을 막는 심판대상조항은 지역 간 불균형으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는 약국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록 2012년부터 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약사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20개 품목 이내에서만 지정될 수 있으므로,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만으로는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결국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반해 심판대상조항이 제한하는 사익의 정도는 매우 크다. 약국개설자는 오로지 약국 내에서 소비자에게 의약품을 현실적으로 인도하거나 약국 내 판매와 동일하게 인정될 수 있는 방법에 의하여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고, 그 밖에 다른 수단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할 직업수행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는 크지 않은 반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는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청 구 인1. 이○○(2019헌바87)
대리인 변호사 백선경 법무법인 중원 담당변호사 김기현 외 1인
2. 이□□(2020헌바409)
대리인 법무법인 동하 담당변호사 김동하 외 9인
당해사건1. 대구지방법원 2018노2784 약사법위반(2019헌바87)
2. 수원지방법원 2019노7116 약사법위반(2020헌바409)
[주 문]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 및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2019헌바87
청구인은 경주시 ○○로 (지번 생략)에 있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다. 청구인은 2015. 11. 6.경 전화로 신경정신질환 환자의 질병, 증상 등을 상담한 후 택배를 이용하여 △△ 등 일반의약품을 배송
하여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한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18. 7. 18.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17고단705).
청구인과 검사는 모두 제1심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대구지방법원 2018노2784),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인 2018. 11. 21.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구지방법원 2018초기1777), 2019. 2. 1. 항소 및 제청신청이 기각되었다. 청구인은 2019. 2. 15. 제청신청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후 2019. 3. 4. 위 약사법 조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2020헌바409
청구인은 수원시 ○○구에 있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이다. 청구인은 2017. 8. 14.경부터 2018. 7. 19.경까지 군포○○병원으로부터 처방전을 메일로 송부 받아 의약품을 조제한 후 자신의 아들로 하여금 해당 의약품과 복약지도서를 배송하게 하는 등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 약사법을 위반한 공소사실이 인정되어, 2019. 12. 5. 제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수원지방법원 2019고정1000). 청구인은 항소하고(수원지방법원 2019노7116), 약사법 제50조 제1항 본문과 제94조 제1항 제8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수원지방법원 2020초기1358), 항소심 법원은 2020. 7. 20. 청구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위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2020. 8. 15. 위 약사법 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당해 사건 재판에 적용된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다음과 같이 한정한다.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금지조항’이라 한다) 및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제1항 제8호 중 제50조 제1항 본문 가운데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과 이 사건 처벌조항을 합하여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50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구 약사법(2015. 1. 28. 법률 제13114호로 개정되고, 2020. 4. 7. 법률 제172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87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8.제50조 제1항(제44조의5 제1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위반한 자
[관련조항]
약사법(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20조(약국 개설등록) ①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제44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 제47조, 제48조 및 제50조에서도 같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 (단서 생략)
제50조(의약품 판매) ③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④ 약국개설자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2019헌바87
(1)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하여 법원마다 구체적 법률해석에 있어 차이가 있고, 환자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리적으로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때에는 약국개설자가 소포 등으로 의약품을 우송할 수 있다고 본 보건복지부의 행정선례도 존재하는 등, 처벌대상인 행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결여되어 명확성원칙에 반한다.
(2) 일반의약품은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사의 복약지도가 없더라도 약물의 오남용 가능성이 낮고,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금지조항은 택배를 이용한 의약품 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3) 외국에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의 경우 해외직구가 가능한 반면, 이 사건 금지조항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에 관하여 택배배송을 통한 판매를
금지하여, 해외직구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을 차별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또한, 한약사의 경우 원외탕전실을 두고 한약을 제조하여 환자에게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허용된 반면,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의약품을 택배발송을 통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여, 한약사와 약국개설자를 차별취급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2020헌바409
(1)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2) 이 사건 금지조항이 약국개설자가 직원을 통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인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직업수행 방법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1)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먼저 살펴본 다음,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를 이어서 검토한다.
(2) 한편, 청구인 이○○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에 관하여 택배배송을 통한 판매를 금지하여, 외국에서 수입ㆍ판매되는 의약품 등과 차별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위 조항은 국산 의약품과 수입 의약품을 따로 규율하고 있지 않다. 다만, 관세법 제94조 제4호, 관세법 시행규칙 제45조 제2항 제1호 본문, ‘수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제67조 [별표 11]에 따르면 의약품의 경우 총 6병(6병 초과의 경우 의약품 용법상 3개월 복용량)까지는 자가사용으로 보아 관세 부담 없이 통관이 허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금지조항이 아니라 관세법의 규율에 따른 결과이므로 이러한 점만을 근거로 위 조항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청구인 이○○는 한약사들의 경우 원외탕전실을 두고 한약을 제조하여 환자에게 택배로 발송하는 것이 허용된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택배 발송을 금지ㆍ처벌하여 한약사와 약국개설자를 차별 취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외탕전실은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의 부속시설일 뿐이어서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에 관한 이 사건 금지조항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또한, 한약이라고 하더라도 의약품에 해당한다면 약국개설자인 한약사로서는 이를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이 한약사인 약국개설자와 약사인 약국개설자를 달리 취급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의 평등권 침해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금지조항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13조 제1항 전단에서 도출되는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당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당해 법률의 체계 및 다른 규정들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거나 이미 확립된 판례를 통한 해석방법을 통하여 그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대한 신뢰성이 있는 원칙을 도출할 수 있어서 법률조항의 취지를 예측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이라면 그 범위 내에서 명확성의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한 법문의 해석으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헌재 1998. 4. 30. 95헌가16; 헌재 2001. 6. 28. 99헌바31 참조).
(2) 판단
이 사건 금지조항은 약국개설자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것의 구체적 의미가 무엇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살피건대, ‘약국 이외의 장소’라 함은 말 그대로 약국, 즉 ‘약사가 수여할 목적으로 의약품 조제 업무를 하는 장소 및 개설자가 판매업을 겸하는 경우 그 판매업에 필요한 장소’(약사법 제2조 제3호 참조)가 아닌 그 밖의 장소를 의미한다. ‘의약품’이란 약사법의 정의규정에 의하여 그 범위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다(약사법 제2조 제4호 참조). 또한, ‘판매’란 상품을 일정한 값을 받고 파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약품의 판매에는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소비자로부터 의약품을 주문받고 인도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가 포함된다.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의약품이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조항에 의하여 판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전적으로 약국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즉, 판매과정의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등 의약품의 안전한 투약을 위한 입법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소한 행위가 약국 외에서 이루어지는 것까지 위 조항에 의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이와 동일한 전제에서, 이 사건 금지조항에 따라 의약품의 주문, 조제,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은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여(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423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4두39357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7도340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해석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이 사건 금지조항에서 말하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나 적용 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심판대상조항의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
헌법재판소는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에서 약사법 위반의 피의사실에 관한 기소유예처분이 약국개설자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기소유예처분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 이 사건 금지조항과 내용이 동일한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고, 2007. 4. 11. 법률 제836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 본문 중 ‘약국개설자’에 관한 부분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은 1963년 약사법 전면개정 시부터 규정된 내용으로서, 의약품의 경우 사람의 질병의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에 사용되는 물품이라는 특성상 사용법과 사용량ㆍ투여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므로, 의약품이 약국에서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함으로써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ㆍ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중간 과정 없는 의약품의 직접 전달을 통하여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키기 위한 것이 위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라고 할 것인바, 이러한 입법목적이 정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2) 수단의 적합성
약국개설자가 약국 내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 약사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처방의 진위 여부 및 처방전상의 환자임을 확인한 후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처방상의 용법 및 용량ㆍ부작용 등을 설명함에 있어 전화나 서면 등에 의한 간접적인 전달수단에 의한 경우보다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다. 또한 의약품을 우편이나 택배 등 중간 매개를 거치지 않고 바로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므로, 배송과정에서 적정한 보관상태가 유지되지 못하여 부패되거나 봉함이 훼손되어 공기 중의 오염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어지며, 의약품이 약사로부터 환자에게 직접 전달되므로 약화사고시의 책임소재가 명확해진다. 따라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동 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3) 피해의 최소성
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절대적 금지사항이 아니고,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판매ㆍ전달한다면 배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의 오염ㆍ변질가능성, 약화사고시 책임소재의 불분명, 충분한 복약지도를 하지 못함에 따른 의약품의 오남용 문
제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으므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제한하는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하지 않아 허용될 여지가 있다.
한편, 우편배달은 이미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가능성이 있는 점,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하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의 불분명하게 되는 점 등 위 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동일한 질환으로 여러 번 의약품을 구매한 환자, 당뇨 등 복합적인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약품의 복용방법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낮은 노약자의 경우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통한 부작용의 우려가 일반인보다 더 높다는 점에서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의약품을 처방하고 철저한 복약지도를 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아울러 거동이 불편한 자라도 가족 등 대리인을 통하여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고, 보호자가 없는 독거노인 등에 대하여는 각 지역별 관할 보건소에서 방문보건대상관리자로 선정ㆍ등록하여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을 통한 진료 및 처방ㆍ투약활동을 하면서 환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수시로 방문하여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정방문간호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환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약국개설자로부터 의약품을 우편 또는 택배로 받아야만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다.
나) 또한, 의약품의 판매장소에 대한 제한은 이 법의 다른 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만일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약국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함으로써 약사가 의약품에 대한 조제ㆍ판매의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개설을 허용하여 약사 아닌 자에 의하여 약국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구 약사법 제19조 제1항의 취지에 어긋나게 되고, 약사에 대하여 약국의 개설 없이도 인터넷 또는 전자상거래를 통하여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는 셈이 되어 약국개설등록제도를 둔 의미가 상실된다. 또한 약사 아닌 자에 의한 의약품의 조제 및 판매행위를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어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구 약사법 전체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 따라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는 것은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4) 법익의 균형성
법 제41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청구인이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됨에 따른 영업상의 불이익인바, 실제 약국개설자의 의약품판매활동은 약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고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므로 동 조항으로 인한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정도가 그다지 크다고 볼 수 없다. 반면 위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보건의 향상이라는 공익은 매우 크다.
따라서 법 제41조 제1항 본문은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앞서 살펴본 헌재 2008. 4. 24. 2005헌마373 결정 이후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 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등 보건의료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의약품 판매는 국민의 건강과 직접 관련된 보건의료 분야이므로 의약품의 오남용 또는 변질된 의약품 사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복약지도를 충실히 하고, 의약품의 변질ㆍ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며, 약화사고 시에도 그 책임소재를 신속히 파악하여 대처할 필요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나) 2012년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된 이래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별다른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일반의약품 중 안전성이 확보되어 부작용 염려가 덜한 제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이라고 하여 약화사고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의약품 중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의 경우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1일 최대 복용량을 포장단위로 하여 판매되고 있고, 1회 판매 가능한 개수 역시 품목별로 1개의 포장단위로 제한되며, 개봉 판매는 금지된다(약사법 제44조의4 제3호, 제4호, 약사법 시행규칙 제28조 제1항 제1호, 제2항 제3호). 그러나 이들 안전상비의약품은 소비자들의 활용도가 높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용법이나 주의사항 등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복용할 수 있어 위와 같은 소포장 판매 및 1회 판매 가능 횟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약품 오남용 문제는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작용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극히 예외적으로만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의약품에 더하여 일반의약품까지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재에도 인터넷을 통한 향정신성의약품, 발기부전치료제 등의 불법판매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바, 의약품 판매장소에 관한 제한이 없다면 의약품의 무절제한 유통과 복용에 따른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위조 처방전을 이용한 불법적 의약품 거래가 증가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의사ㆍ환자 간 비대면 진료ㆍ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약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교부함에 있어 그 교부방식을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 예외가 인정되고 있는데(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177호 참조),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약화사고 등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으므로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여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하여 의약품 판매장소 내지 교부방식에 대한 제한이 한시적으로 완화된 때로부터 아직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아, 위와 같은 공고가 일선 약국 등에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로 인한 약화사고 등 발생 추이가 어떠한지 등에 관한 공신력 있는 분석자료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는 의사ㆍ환자 간의 원격의료를 전제로 할 때 실효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할 수 있으나, 의사와 환자 사이의 원격의료 허용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고,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특수한 상황으로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라) 약국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며, 의약품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거나 부정확하게 사용될 경우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명이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에 대해 의약품 공급의 신뢰성과 질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와 같은 의약품의 특수성으로부터 이를 다루는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하는 제도 역시 파악될 필요가 있다. 즉, 약국업은 단순한 상거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것이며(헌재 2005. 3. 31. 2001헌바87 참조), 이를 수행하는 약국개설자는 단순히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약국업을 시행하는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헌재 2020. 2. 27. 2017헌바422; 헌재 2020. 10. 29. 2019헌바249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공공성을 지닌 공중보건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부터 달성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
(마)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6. 재판관 이영진의 반대의견
나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견해를 밝힌다.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법정의견이 설시한 것과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의약품이 약사의 관리ㆍ지도하에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여 국민보건을 향상ㆍ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 형사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은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인 점은 인정된다.
나. 침해의 최소성
(1)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무조건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다.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의 경우 오남용 우려가 적고, 의사ㆍ치과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으며,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필수적이지 않으므로, 전문의약품과 달리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 특히, 만성질환자가 장기간 동일한 의약품을 구입하는 등 약화사고의 가능성이 낮은 경우나 약국이 많지 않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에는 택배서비스나 약국개설자에 의하여 고용된 종업원을 통하여 ‘일반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
(2) 이에 대하여, 오남용 우려가 적은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를 택배서비스나 약사의 관리ㆍ감독 하에 있는 종업원을 통해 배달ㆍ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이 발생하고, 약사가 직접 환자의 상태와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할 수밖에 없게 되며, 배달사고가 생긴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 심판대상조항이 규제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012년경부터 안전상비의약품이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여, 의약품 구입 장소 및 구입 시간 등과 관련한 소비자의 편익은 상당 부분 증대된 데 반해, 위와 같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인하여 약화사고 등이 증가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비추어 보면, 안전성이 검증된 일부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약화사고가 증가하는 등 국민 보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후술하는 바와 같이, 약국개설자의 관리ㆍ감독 하에 있는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전달 등을 허용하거나 일정한 조건 하에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 등을 통한 배달을 허용하는 등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존재한다.
먼저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의약품은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실온보관하면 충분하고,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냉장보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전용 냉장창고와 냉장배달 차량 등을 갖추고 있는 저온유통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의약품을 배달한다면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현재에도 백신 등 일부 의약품의 배송은 이와 같은 물류 서비스를 통하여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약사가 직접 고용한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 배송의 경우 물류서비스를 통한 배송과 달리 당일 배송이 가능하므로 택배 등 물류서비스를 통한 의약품 배달에 비해서 배달 과정에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은 더 낮다. 따라서 햇빛 차단 가림막 구비나 냉장상태의 배달 등을 조건으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복약지도’와 관련하여, 택배서비스나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송을 허용하더라도 전화나 화상통화 등 통신수단을 통한 복약지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약국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노약자나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 판매의 경우 관련 복약지도는 그 보호자에 대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화 등을 통한 복약지도를 금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구나 현재 약국이 판매하는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당한데, 일반의약품의 경우 복약지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약사법 제50조 제4항), 대면 복약지도의 필요성만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에 관하여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다.
마지막으로 ‘배달사고 시 책임소재’의 불분명 우려와 관련하여서도, 제조물책임법과 제품의 리콜 제도를 통해 제조ㆍ판매업자의 과실 및 결함에 대한 책임은 제조ㆍ판매업자에게 부담시키고, 택배서비스를 통한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는 택배회사의 책임으로, 종업원을 통한 배송 과정에서의 문제는 종업원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약국개설자의 책임으로 보아, 관련 문제를 해결하면 족하다.
(3)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의 주기적 유행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증가와 인구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의약품 배달서비스 제도의 도입은 향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하여 의약품의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의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되어 국민보건의 향상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들의 편의성,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이미 상당한 범위의 의약품에 대하여 편의점,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에서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의약품을 구입한 후 이를 택배 등을 통해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온라인 약국 역시 제도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4) 이상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 일체를 그 판매장소를 약국 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없다.
다. 법익의 균형성
단기적인 시각에서는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금지하는 심판대상조항이 국민 보건 향상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충실히 달성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가 높지 않다. 약국개설자의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함으로써 택배서비스나 약국 종업원을 통한 의약품의 배달을 막는 심판대상조항은 지역 간 불균형으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는 약국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비록 2012년부터 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 판매되고 있으나, 약사법 제44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20개 품목 이내에서만 지정될 수 있으므로, 안전상비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만으로는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결국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 건강의 증진이라는 공익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반해 심판대상조항이 제한하는 사익의 정도는 매우 크다. 약국개설자는 오로지 약국 내에서 소비자에게 의약품을 현실적으로 인도하거나 약국 내 판매와 동일하게 인정될 수 있는 방법에 의하여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고, 그 밖에 다른 수단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할 직업수행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받게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의 정도는 크지 않은 반면 제한되는 사익의 정도는 중대하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반된다.
라. 소결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약국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재판관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