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마819

기소유예처분취소

결정일: 2022년 9월 29일

결정 전문

사     건 2022헌마819 기소유예처분취소
청  구  인 김○○
        대리인 법무법인 에이파트
        담당변호사 김훈찬, 김태용, 유익상, 용성호, 황혜영
피 청 구 인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피청구인이 2022. 3. 31. 제주지방검찰청 2022년 형제3706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2. 3. 31.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제주지방검찰청 2022년 제3706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22. 1. 28. 피해자가 놓고 간 휴대폰 충전기 1개(이하 ‘이 사건 충전기’라 한다)를 가지고 가 절도』
나. 청구인은 2022. 6. 3.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가져간 것일 뿐이므로, 청구인에게는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없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피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는바, 위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자의적인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이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사건발생 전날인 2022. 1. 27. 12:03경 ○○시 ○○로 (지번 생략) 소재 ○○도서관점 카페(이하 ‘이 사건 카페’라 한다)에 방문하였는데, 같은 날 14:00경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충전기를 이 사건 카페 내 대로변 창가 방(통 유리창으로 공간이 구분된 곳, 이하 ‘이 사건 방’이라 한다) 안에 있는 콘센트에 꽂아둔 채 떠났다. 피해자는 다음날 이 사건 충전기를 찾고자 이 사건 카페에 전화하였는데, 2022. 2. 1.경 이 사건 카페의 점장으로부터 이 사건 카페의 폐쇄회로티브이 영상(이하 ‘CCTV영상’이라 한다)에 다른 누군가가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가는 장면이 있다는 말을 듣고, 2022. 2. 2. 경찰에 신고하였다.
(2) 경찰은 2022. 2. 2. 이 사건 카페에 방문하여, 청구인이 2022. 1. 28. 09:44경 음료를 결제하는 장면, 10:20경 이 사건 방으로 자리를 옮기는 장면, 12:47경 이 사건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뽑는 장면, 14:57경 이 사건 방을 떠나는 장면 등을 CCTV영상으로 확인한 뒤, 청구인이 결제한 영수증 내역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청구인을 피의자로 특정하였다.
(3) 청구인은 2022. 2. 25. 16:23 ○○경찰서에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가) 청구인은 2022. 1. 28. 오전에 같이 살고 있는 친구와 이 사건 카페에 갔고,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가 자리를 옮겨 이 사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방 안 콘센트에 꽂힌 휴대폰 충전기를 빼내어 가져간 사실이 있다. 청구인은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고, 청구인이 처음 이용하던 자리에서는 자신의 충전기를 사용하였는데, 이 사건 방 안에 들어간 뒤에 잠시 밖에 나갔다 오면서 이 사건 방 안에 있던 이 사건 충전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것이라고 오인했었다.
나.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임은 요하지 않으며, 일시 사용의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고 있거나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일시 사용하는 경우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단순히 타인의 점유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그로써 곧 절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소유권 또는 이에 준하는 본권을 침해하는 의사, 즉 목적물의 물질을 영득할 의사이거나 또는 그 물질의 가치만을 영득할 의사이든 적어도 그 재물에 대한 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참조).
그리고 이러한 불법영득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해당하므로, 행위자가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으나(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는 검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것으로 그 입증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도1962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도1261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가) 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이 사건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콘센트에 꽂혀 있던 이 사건 충전기를 빼내어 가져간 점, 통상적으로 카페에 꽂혀 있는 충전기는 카페의 소유이거나 다른 피해자가 놓고 간 것으로 무주물이 아닌 점, 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를 가져간 뒤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기까지 한 달의 기간 동안 이 사건 충전기를 되돌려주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인정하였다.
(나)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고,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가져간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1) 수사기록에 편철된 CCTV영상 및 CCTV영상 캡처화면을 보면, 청구인은 2022. 1. 28. 09:44시경 이 사건 카페에 들어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10:20경 이 사건 방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잠시 자리를 이탈한 뒤 12:47경 돌아오면서 이 사건 충전기를 발견하여 콘센트에서 빼내어 소파에 올려두었고, 청구인은 그 이후로도 약 2시간 이상 이 사건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4:57경 자리를 떠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CCTV영상을 확인한 경찰관의 수사보고서에서도 ‘…09:44경 염색 머리를 한 여성으로 보이는 피혐의자가 음료를 결제한 후 다른 자리에 앉아 있다가 10:20경 피해자가 앉아있던 자리로 옮기고 12:47경 피해자가 전일 꽂아둔 충전기를 뽑은 후 14:57경 현장을 이탈하는 장면을 확인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피청구인 및 경찰은 ‘청구인이 이용하지도 않았던 이 사건 방에 들어가서 바로 이 사건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내었고, 이 사건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서 바로 가방에 넣었다’고 인정하였는바, 이는 청구인의 피의사실, 특히 절도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만한 사정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2) 청구인은 2022. 1. 28. 10:20경부터 12:47경까지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이 사건 카페 내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자리를 이탈하였다가 돌아오면서 이 사건 충전기를 발견한 것으로 보이는데, 청구인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충전기를 이 사건 방에 있는 콘센트에 연결해두었던 것으로 착각하고, 이를 회수하기 위하여 이 사건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피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청구에 이르러, 청구인 소유의 휴대폰의 충전단자와 이 사건 충전기의 충전단자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휴대폰 충전기는 색깔이 동일하면 크기나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혼동할 가능성이 있고, 또한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여 콘센트에서 빼내면서 충전단자를 확인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수사기록상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 당시 이러한 점에 대하여 수사가 되었음을 확인할 만한 내용을 찾기 어려운바, 피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의 충전단자가 청구인 소유 휴대폰의 충전단자와 동일한지 여부는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 청구인은 이 사건 충전기를 가지고 간 이후 경찰에 출석하여 피의자신문을 받은 2022. 2. 25.까지 약 25일간 이 사건 충전기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의 충전기는 전자기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가의 물품이고, 한 사람이 여러 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분실하는 경우도 흔하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만한 중요한 정황으로 보기 어렵다.
(다) 물론 모든 절도죄가 ‘적발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합리적·이성적인 판단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도 아니기는 하나, 위와 같은 의문이 있는 상황에서 청구인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를 부인하고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당연히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의 취득 전후에 한 행동들을 수사하여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를 증명하였어야 한다(헌재 2019. 7. 25. 2018헌마698; 헌재 2021. 12. 23. 2021헌마1003 참조).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청구인이 이 사건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낸 시점 전후에 한 청구인의 행동에 관하여 면밀하게 수사하지 않은 채 청구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라) 이상과 같이 이 사건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