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2헌바86

형법 제156조 위헌소원

결정일: 2022년 10월 27일

결정 전문

사   건 2022헌바86 형법 제156조 위헌소원
청 구 인 안○○
      국선대리인 변호사 최창호
당 해 사 건 대법원 2022도749 무고

[주 문]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 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청구외 김○○을 위증 등의 혐의로 고소하였는데, 검사는 2017. 8. 14. 김○○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면서(춘천지방검찰청 2017형제 2559호), 불기소결정서의 비고란에 "고소인에 대한 무고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기재하였다.
나. 이후 김○○은 청구인을 고소하였고, 청구인은 무고 혐의로 기소되어 2021. 9. 15.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춘천지방법원 2018고단1298). 청구인은 항소하였으나 2021. 12. 24. 항소 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춘천지방법원 2021노868), 상고하였으나 2022. 3. 31. 상고 기각판결을 선고받았다(대법원 2022도749).
다. 청구인은 상고심 계속 중 형법 제15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2. 3. 31. 기각되자(대법원 2022초기222), 2022. 4.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 중 ‘허위의 사실’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 ‘허위의 사실’이 주관적으로 인식한 사실에 반하는 것인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인지 불분명하고, 주관적으로는 사실이라고 인식하였음에도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경우에 처벌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신고 당시 검사로부터 무고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사람까지 심판대상조항의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나. 심판대상조항이 재판을 농락하거나 피무고자를 괴롭히기 위한 의사가 없는 사람 내지 신고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식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심판대상조항 중 ‘허위의 사실’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불기소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있으나 불기소결정서의 비고란 기재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없는 것과, 위 비고란에 무고 혐의가 없다고 기재되었음에도 이후 검사가 청구인을 무고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적법절차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하나, 이는 검찰사건사무규칙 또는 검사의 기소처분 등을 문제 삼는 것에 불과하고 형사처벌조항인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와 직접 관련 있다고 볼 수 없어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1)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죄형법정주의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12. 4. 24. 2011헌바40).
(2) 판단
(가)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2013. 8. 29. 2011헌바253등 결정에서 무고죄의 고의와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무고죄의 구성요건인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의 정도에 관하여 보건대, 형법은 원칙적으로 범죄의 성립에 고의를 필요로 하고(제13조), 형법의 해석상 미필적 고의도 고의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고죄에 있어서의 범의 역시 미필적 고의로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형법 전체의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해석에 해당한다. 또한, 신고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특정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것은 그 특정인의 법익은 물론 국가의 사법기능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위법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관련 법조항 전체의 유기적·체계적 해석 및 형법 제156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무고행위를 함에 있어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확정적일 것을 요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수범자와 법집행기관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나) 추가 주장과 선례변경의 필요성
청구인은 이 사건에서 심판대상조항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허위의 사실’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허위’의 사전상 의미는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이다. 따라서 무고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인 ‘허위의 사실’이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말하고, 이를 수범자와 법집행기관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허위사실의 신고라 함은 신고사실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는 것을 확정적이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거듭하여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도1949 판결; 대법원 2000. 7. 4. 선고 2000도1908, 2000감도62 판결 등).
청구인은 무고죄의 허위의 사실이 주관적으로 인식한 사실에 반하는 것인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허위 사실 여부는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해석기준이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립되어 있고, 이와 관련하여 그 의미에 불명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청구인은 신고 당시 검사로부터 무고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은 사람이 심판대상조항의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의 문언상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바로 성립하고, 행위자가 신고 당시 검사로부터 무고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판단이 무고죄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종전 선례의 판시 이유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허위의 사실’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 선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2. 7. 26. 2011헌바268 결정과 헌재 2013. 8. 29. 2011헌바253등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하는 허위의 고소·고발·진정 등을 예방하고 수사기관 또는 징계기관의 공정한 사법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신고하려는 사실이 허위일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특정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것은 그 특정인의 법익은 물론 국가의 사법기능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위법행위로 충분히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허위의 사실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경우에도 허위의 고소·고발·진정 등을 예방하고 수사기관 또는 징계기관의 공정한 사법기능을 보호할 필요성은 그것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경우와 동일하다.
형법 제156조가 허위의 사실에 대한 확정적 인식을 명시적으로 무고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이상 허위의 사실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고의로 인정하는 것은 형법 체계에서 보더라도 자연스러운 해석이고, 형법 제156조는 허위의 사실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확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만을 처벌한다면 진지성을 결여한 고소·고발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이는 국가와 피무고자에 대하여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와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형법 제156조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규제를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형법 제156조가 국가의 심판기능의 적정과 더불어 피무고자의 개인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형법 제156조로 처벌받는 개인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과다하다고 할 수 없는바, 형법 제156조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고소인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추가 주장과 선례변경의 필요성
청구인은 ‘재판을 농락하거나 피무고자를 괴롭히기 위한 의사가 없는 사람’이나 ‘신고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식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위자에게 재판을 농락하거나 피무고자를 괴롭히기 위한 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무고죄의 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을 이루고 있지 않고, 만약 행위자가 신고사실이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하였을 때에는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에 관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만, 이때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함은 신고자가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또는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신고사실이 허위라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우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6도6347 판결 참조).
또한 법원은 신고사실의 일부에 허위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허위부분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한 사실을 과장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으로써(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도7178 판결), 국가형벌권의 적용 범위를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종전 선례의 판시 이유는 여전히 타당하고 이 사건에서 그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