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2020헌마137
불기소처분취소
결정일: 2022년 11월 24일
결정요지
참조조문
결정 전문
【당 사 자】
사 건 2020헌마137 불기소처분취소
청 구 인 유○○
대리인 로엘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태호, 이원화, 김현우, 모형관, 강연경, 박소영
피 청 구 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2. 11. 24.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0. 10. 의정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8269호 사건에서 피의자 장○○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10. 10. 피의자 장○○에 대한 강간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데(의정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8269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19. 8. 21. 01:00경 ○○시 ○○계곡 소재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의 12번 방갈로에서 잠을 자려고 청구인과 나란히 누워 있던 중, 청구인의 침낭을 강제로 젖히고 양 손목을 손으로 누르며 위에서 몸으로 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청구인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여 1회 간음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자와 청구인의 진술, 디엔에이(DNA) 분석결과 등 증거들을 종합하면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의 진술 외에는 청구인의 반항을 억압할 만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청구인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 2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피의자와 청구인의 평소 관계, 범행 장소, 사건 발생 이후의 청구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이 있음에도 피청구인은 보강조사 없이 청구인의 피해 진술을 배척하고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6. 4.경부터 2018. 5.경까지 □□시에서 식당을 운영하였는데, 피의자는 식당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청구인은 2018. 5. 중순경 식당을 폐업하였고, 그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전에 피의자를 따로 만난 적은 없고, 전화 통화만 서너 차례 한 사이이다.
(2) 사건 발생 4일 전인 2019. 8. 17. 21:30경 피의자가 먼저 청구인에게 연락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청구인과 피의자는 피의자의 친구 문○○까지 3명이 놀러가기로 하였는데, 문○○이 일정이 안 된다고 하여 청구인과 피의자만 ○○시 ○○계곡에 있는 이 사건 식당에 가게 되었다.
(3) 청구인과 피의자는 2019. 8. 20. 점심 무렵 이 사건 식당에 도착하였고, 오리백숙, 파전 등 음식과 함께 소주, 맥주 등 술을 마시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 2019. 8. 21. 자정 무렵 이 사건 식당 12번 방갈로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4) 2019. 8. 21. 00:50경 피의자와 청구인은 성관계를 맺었는데, 피의자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청구인은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간음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5) 한편 청구인은 위와 같은 성관계 직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식당에서 벗어났고, 바로 주변 파출소를 검색하여 전화로 강간 피해 사실과 자신이 음주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이로 인해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 되었으나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20. 11. 5. 청구인이 범죄 현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하에 음주운전을 감행한 것은 보다 우월한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유일하고 적합한 수단으로서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고정1773).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청구인의 음주운전 행위는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최소한 형법 제22조 제3항, 제21조 제2항, 제3항에 따라 면책되는 과잉피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1. 4. 29.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 무렵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0노2758).
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의 피해 진술에 대하여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인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1)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피해 진술은 피해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그 자체로 모순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으며, 객관적인 폐쇄회로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고 한다) 영상과도 일치하는바, 쉽사리 그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 청구인은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진술을 하였으며, 아래와 같이 그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1) 청구인은 다소 술에 취해 있던 상태로, 피의자가 강제로 청구인의 팔을 잡고 위에서 누른 뒤 ‘소리 지르지 마’라고 협박한 후 강간을 하였다(최초 전화 신고 시의 진술).
2) 청구인이 자려는 찰나 갑자기 강제로 힘으로 청구인을 제압하고 성관계를 하였다.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소리 내지 말라고 하고 계속 힘으로 눌렀다. 순간 방갈로에는 둘밖에 없어 너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성관계 끝나고 소변을 보는 틈을 타 차를 몰고 가까운 파출소로 전화를 하며 도망쳤다(신고 후 처음 작성한 진술서의 진술).
3) 청구인이 침낭 속으로 들어가 침낭 지퍼를 올리려고 할 때 피의자가 갑자기 청구인을 힘으로 제압하기 시작하였다. 피의자는 양손으로 청구인의 양손을 머리 옆쪽으로 잡아 눌렀고, 몸으로 가슴을 완전히 힘으로 누르면서 7부 고무줄 면바지와 1회용 속옷을 벗겼다.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소리 지르지 마!"라고 얘기하며 간음하였다. 청구인은 잘못 반항하다가는 죽을 것 같기도 했다. 이후 피의자가 방갈로 밖에서 소변을 보자, 청구인은 바로 차로 달려갔다. 그런데 안경이 없어 다시 방갈로로 갔다가 차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는 신고를 할 핸드폰이 없어 다시 찾으러 갔다. 피의자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고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바로 차량에 타 운전하며 파출소에 신고를 하였다(경찰 작성의 진술조서).
(나) 청구인의 위와 같은 피해 진술은 객관적 증거인 CCTV 영상 촬영사진과도 부합한다. 즉, 이 사건 직후 촬영된 CCTV 영상 사진에 의하면, ① 청구인은 2019. 8. 21. 00:53경 오른 어깨에 가방을 메고 올라와 자신의 차량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② 그러나 청구인은 안경을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방갈로로 내려갔다고 진술하였는데, 실제로 2019. 8. 21. 00:56경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가 방갈로로 내려가 00:58경 안경을 끼고 다시 올라오는 것이 확인된다. ③ 청구인은 2019. 8. 21. 01:00경 시동을 걸고 후진하다가 차를 멈추고 또다시 방갈로로 내려갔다가 오른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최종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이 역시 휴대전화를 가지러 갔다는 청구인의 진술과 부합한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피의자와의 성관계 직후 자신의 짐을 가방에 챙겨 차량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확인되고, 안경과 휴대전화를 가지러 두 차례 방갈로를 왕복하고는 바로 차량을 운전하여 출발하였다. 청구인은 차량 출발 직후인 2019. 8. 21. 01:08경 가장 가까운 ○○시 ○○면 소재 파출소로 전화를 하여 이 사건 강간 피해 사실과 그 현장을 벗어나기 위하여 현재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였다. 이러한 청구인의 신고 경위는 피의자가 강제로 청구인을 간음한 것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나아가 청구인에게 허위 신고를 할 만한 동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라) 청구인과 피의자는 식당 주인과 손님으로 만났으나 청구인이 식당을 폐업한 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전화통화만 서너 차례 했을 뿐이며, 이번 만남이 개인적으로는 처음일 정도의 관계였다. 피의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과의 스킨십은 이 사건 전에 전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령 청구인이 이 사건 당일에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지므로(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참조), 청구인과 피의자가 친분이 있어 보였고, 청구인이 주도적으로 이 사건 식당으로 장소를 정하고 식당 사장과 방갈로 사용에 대하여 협의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 청구인이 피의자와의 성관계까지 동의하거나 승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2) 반면, 아래와 같은 피의자의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인 CCTV 영상이나 현장 사진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여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와 같은 사정은 피의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 삼을 수 있다.
(가) 피의자는 베개가 하나뿐이어서 오른팔로 팔베개를 해주었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나, 당시 촬영된 현장 사진에서는 피의자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베개를 찾아볼 수 없다.
(나) 피의자는 청구인과 키스를 하던 중 청구인이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왔고, 다시 누워서 팔베개를 해주자 자연스럽게 재차 키스를 하고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만지다가 꽤 오랜 시간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청구인이 성관계 후 화장실에 간다고 올라갔다가 휴대전화를 찾으러 내려와서 피의자가 전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무렵 청구인이 방갈로에서 올라오는 모습 총 세 차례(00:53경, 00:58경, 01:07경)와 내려가는 모습 총 두 차례(00:56경, 01:02경)가 확인된다. 그중 청구인이 화장실에 간다고 올라갔다가(00:58경) 방갈로로 돌아와(01:02경) 휴대전화를 가지고 떠났다(01:07경)는 점에는 청구인과 피의자의 진술이 일치한다.
한편 피의자의 진술에 의하면, 청구인과의 성관계는 청구인이 화장실을 간다고 처음 방갈로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시점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 영상 속 그 시간은 2분(00:56~00:58) 남짓에 불과하여 피의자의 위 진술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오히려 청구인의 진술과 같이 피의자와의 성관계는 청구인이 처음 가방을 챙겨 차량으로 뛰어간 00:53 이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 피의자는 청구인이 침낭 안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침낭 지퍼를 내리고 나와서 "할 거면 확실히 하자"라고 하면서 하의를 스스로 벗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침낭의 지퍼까지 올리고 있는 청구인과 키스를 하며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만지면서 더듬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현장 사진 속 침낭의 형상에 비추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 소결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 혹은 피의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사항만을 근거로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내렸는바, 이는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수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하여 결론을 그르친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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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유남석,이선애행정전자서명,,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
사 건 2020헌마137 불기소처분취소
청 구 인 유○○
대리인 로엘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태호, 이원화, 김현우, 모형관, 강연경, 박소영
피 청 구 인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선 고 일 2022. 11. 24.
【주 문】
피청구인이 2019. 10. 10. 의정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8269호 사건에서 피의자 장○○에 대하여 한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19. 10. 10. 피의자 장○○에 대한 강간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데(의정부지방검찰청 2019년 형제48269호, 이하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라 한다),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의자는 2019. 8. 21. 01:00경 ○○시 ○○계곡 소재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이라 한다)의 12번 방갈로에서 잠을 자려고 청구인과 나란히 누워 있던 중, 청구인의 침낭을 강제로 젖히고 양 손목을 손으로 누르며 위에서 몸으로 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청구인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성기를 삽입하여 1회 간음하였다.』
나. 피청구인은, 피의자와 청구인의 진술, 디엔에이(DNA) 분석결과 등 증거들을 종합하면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의 진술 외에는 청구인의 반항을 억압할 만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청구인의 진술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다. 청구인은 이 사건 불기소처분이 자신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0. 1. 28.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요지
피의자와 청구인의 평소 관계, 범행 장소, 사건 발생 이후의 청구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청구인의 피해 진술에 신빙성이 있음에도 피청구인은 보강조사 없이 청구인의 피해 진술을 배척하고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되었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2016. 4.경부터 2018. 5.경까지 □□시에서 식당을 운영하였는데, 피의자는 식당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청구인은 2018. 5. 중순경 식당을 폐업하였고, 그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전에 피의자를 따로 만난 적은 없고, 전화 통화만 서너 차례 한 사이이다.
(2) 사건 발생 4일 전인 2019. 8. 17. 21:30경 피의자가 먼저 청구인에게 연락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청구인과 피의자는 피의자의 친구 문○○까지 3명이 놀러가기로 하였는데, 문○○이 일정이 안 된다고 하여 청구인과 피의자만 ○○시 ○○계곡에 있는 이 사건 식당에 가게 되었다.
(3) 청구인과 피의자는 2019. 8. 20. 점심 무렵 이 사건 식당에 도착하였고, 오리백숙, 파전 등 음식과 함께 소주, 맥주 등 술을 마시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 2019. 8. 21. 자정 무렵 이 사건 식당 12번 방갈로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4) 2019. 8. 21. 00:50경 피의자와 청구인은 성관계를 맺었는데, 피의자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청구인은 피의자가 청구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간음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5) 한편 청구인은 위와 같은 성관계 직후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식당에서 벗어났고, 바로 주변 파출소를 검색하여 전화로 강간 피해 사실과 자신이 음주운전 중이라는 사실을 신고하였다. 청구인은 이로 인해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로 약식기소 되었으나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20. 11. 5. 청구인이 범죄 현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하에 음주운전을 감행한 것은 보다 우월한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유일하고 적합한 수단으로서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며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고정1773).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청구인의 음주운전 행위는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최소한 형법 제22조 제3항, 제21조 제2항, 제3항에 따라 면책되는 과잉피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1. 4. 29.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 무렵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의정부지방법원 2020노2758).
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의 피해 진술에 대하여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인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1)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청구인의 피해 진술은 피해 경위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그 자체로 모순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으며, 객관적인 폐쇄회로텔레비전(Closed Circuit Television, 이하 ‘CCTV’라고 한다) 영상과도 일치하는바, 쉽사리 그 신빙성을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 청구인은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 진술을 하였으며, 아래와 같이 그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
1) 청구인은 다소 술에 취해 있던 상태로, 피의자가 강제로 청구인의 팔을 잡고 위에서 누른 뒤 ‘소리 지르지 마’라고 협박한 후 강간을 하였다(최초 전화 신고 시의 진술).
2) 청구인이 자려는 찰나 갑자기 강제로 힘으로 청구인을 제압하고 성관계를 하였다.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소리 내지 말라고 하고 계속 힘으로 눌렀다. 순간 방갈로에는 둘밖에 없어 너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성관계 끝나고 소변을 보는 틈을 타 차를 몰고 가까운 파출소로 전화를 하며 도망쳤다(신고 후 처음 작성한 진술서의 진술).
3) 청구인이 침낭 속으로 들어가 침낭 지퍼를 올리려고 할 때 피의자가 갑자기 청구인을 힘으로 제압하기 시작하였다. 피의자는 양손으로 청구인의 양손을 머리 옆쪽으로 잡아 눌렀고, 몸으로 가슴을 완전히 힘으로 누르면서 7부 고무줄 면바지와 1회용 속옷을 벗겼다.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소리 지르지 마!"라고 얘기하며 간음하였다. 청구인은 잘못 반항하다가는 죽을 것 같기도 했다. 이후 피의자가 방갈로 밖에서 소변을 보자, 청구인은 바로 차로 달려갔다. 그런데 안경이 없어 다시 방갈로로 갔다가 차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는 신고를 할 핸드폰이 없어 다시 찾으러 갔다. 피의자가 건네주는 핸드폰을 받고서는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바로 차량에 타 운전하며 파출소에 신고를 하였다(경찰 작성의 진술조서).
(나) 청구인의 위와 같은 피해 진술은 객관적 증거인 CCTV 영상 촬영사진과도 부합한다. 즉, 이 사건 직후 촬영된 CCTV 영상 사진에 의하면, ① 청구인은 2019. 8. 21. 00:53경 오른 어깨에 가방을 메고 올라와 자신의 차량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② 그러나 청구인은 안경을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방갈로로 내려갔다고 진술하였는데, 실제로 2019. 8. 21. 00:56경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가 방갈로로 내려가 00:58경 안경을 끼고 다시 올라오는 것이 확인된다. ③ 청구인은 2019. 8. 21. 01:00경 시동을 걸고 후진하다가 차를 멈추고 또다시 방갈로로 내려갔다가 오른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최종적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이 역시 휴대전화를 가지러 갔다는 청구인의 진술과 부합한다.
(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은 피의자와의 성관계 직후 자신의 짐을 가방에 챙겨 차량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확인되고, 안경과 휴대전화를 가지러 두 차례 방갈로를 왕복하고는 바로 차량을 운전하여 출발하였다. 청구인은 차량 출발 직후인 2019. 8. 21. 01:08경 가장 가까운 ○○시 ○○면 소재 파출소로 전화를 하여 이 사건 강간 피해 사실과 그 현장을 벗어나기 위하여 현재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하였다. 이러한 청구인의 신고 경위는 피의자가 강제로 청구인을 간음한 것이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나아가 청구인에게 허위 신고를 할 만한 동기를 찾아볼 수도 없다.
(라) 청구인과 피의자는 식당 주인과 손님으로 만났으나 청구인이 식당을 폐업한 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전화통화만 서너 차례 했을 뿐이며, 이번 만남이 개인적으로는 처음일 정도의 관계였다. 피의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청구인과의 스킨십은 이 사건 전에 전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령 청구인이 이 사건 당일에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청구인은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지므로(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참조), 청구인과 피의자가 친분이 있어 보였고, 청구인이 주도적으로 이 사건 식당으로 장소를 정하고 식당 사장과 방갈로 사용에 대하여 협의하였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 청구인이 피의자와의 성관계까지 동의하거나 승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2) 반면, 아래와 같은 피의자의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인 CCTV 영상이나 현장 사진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여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이와 같은 사정은 피의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으로 삼을 수 있다.
(가) 피의자는 베개가 하나뿐이어서 오른팔로 팔베개를 해주었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나, 당시 촬영된 현장 사진에서는 피의자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베개를 찾아볼 수 없다.
(나) 피의자는 청구인과 키스를 하던 중 청구인이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왔고, 다시 누워서 팔베개를 해주자 자연스럽게 재차 키스를 하고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만지다가 꽤 오랜 시간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청구인이 성관계 후 화장실에 간다고 올라갔다가 휴대전화를 찾으러 내려와서 피의자가 전해주었다고 진술하였다.
CCTV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무렵 청구인이 방갈로에서 올라오는 모습 총 세 차례(00:53경, 00:58경, 01:07경)와 내려가는 모습 총 두 차례(00:56경, 01:02경)가 확인된다. 그중 청구인이 화장실에 간다고 올라갔다가(00:58경) 방갈로로 돌아와(01:02경) 휴대전화를 가지고 떠났다(01:07경)는 점에는 청구인과 피의자의 진술이 일치한다.
한편 피의자의 진술에 의하면, 청구인과의 성관계는 청구인이 화장실을 간다고 처음 방갈로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시점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CCTV 영상 속 그 시간은 2분(00:56~00:58) 남짓에 불과하여 피의자의 위 진술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 오히려 청구인의 진술과 같이 피의자와의 성관계는 청구인이 처음 가방을 챙겨 차량으로 뛰어간 00:53 이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 피의자는 청구인이 침낭 안으로 들어가 있었는데 침낭 지퍼를 내리고 나와서 "할 거면 확실히 하자"라고 하면서 하의를 스스로 벗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침낭의 지퍼까지 올리고 있는 청구인과 키스를 하며 가슴과 엉덩이 쪽을 만지면서 더듬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은 현장 사진 속 침낭의 형상에 비추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다. 소결론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 혹은 피의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인 사항만을 근거로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내렸는바, 이는 자의적인 증거판단과 수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하여 결론을 그르친 검찰권의 행사로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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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유남석,이선애행정전자서명,,이석태,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